지금은 은퇴를 했지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기록한 김대섭은 현역 시절 티를 가장 낮게 꽂고 드라이버 샷을 하는 선수였다. 볼이 잔디 위에 겨우 올라올 정도인 1~2cm 높이였다. 김대섭은 티샷의 방향성에 자신이 없을 때 극단적으로 티 높이를 낮췄는데, 거리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봤다.
허인회는 투어 선수 중 티를 가장 높게 꽂는 걸로 유명하다. 일반 롱 티(7cm)보다 3cm 더 긴 슈퍼 롱 티(10cm)를 이용해 볼이 지면에서 8cm 정도 올라오게 한다. 허인회는 “더 큰 상향 타격을 통해 더 멀리 칠 수 있다”고 했다.
티가 높으면 비거리 증가에 유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일까. 또한 티 높이에 따라 발사 각도와 탄도, 그리고 캐리(비거리)와 전체 거리(비거리+굴러간 거리) 등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실험해 봤다.
우리는 핑골프 본사 스튜디오에서 티 높이를 조절해 가면서 티샷을 날렸다. 드라이버는 핑의 G440 맥스(9도) 모델을 사용했다. 스윙 스피드는 평균 시속 103마일 내외였다. 총 5회 때려 평균값을 비교했다.
2cm에서 4cm로 높이자 비거리 33야드 증가
먼저 티 높이 2cm부터 실험했다.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는 볼을 맞히는 것 자체가 힘든 높이다. 테스트 결과 론치 앵글은 5.6도, 최고 비행 고도는 10.6야드에 불과했다. 캐리는 212.2야드, 전체 거리는 249.8야드였다.
다음엔 티 높이를 4cm로 올렸다. 어드레스를 했을 때 드라이버 헤드 위로 볼이 3분의 1 정도 올라오는 높이다. 핑에서 피팅을 담당하는 조승진 차장은 “힘이 강한 남자 프로 선수들은 이 정도 높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론치 앵글은 10.8도, 최고 고도는 22.7야드로 티 높이 2cm 때보다 수치가 약 2배로 증가했다. 덩달아 캐리 거리는 약 33야드 증가한 245.4야드, 전체 거리는 약 29야드 증가한 278.3야드로 찍혔다.
우리는 어택 앵글에도 주목했다. 티 높이 2cm일 때는 –2.4도로 나왔다. 그만큼 다운블로로 임팩트가 됐다는 의미다. 티 높이 4cm에서는 어택 앵글이 0.6도였다. 수평보다 살짝 상향 각도로 볼을 때린 것이다.
이번엔 티 높이 6cm. 조 차장은 “드라이버를 볼 뒤에 내려놨을 때 볼의 약 3분의 2가 올라오는 정도다. 여자 프로 골퍼를 비롯해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들이 선호하는 높이”라고 했다. 티 높이 6cm 데이터는 4cm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론치 앵글과 탄도는 각각 9.2도와 20.2야드였다. 캐리 거리와 전체 거리는 244.2야드, 277.8야드였다.
8cm 높이서 비거리 최대…10cm선 오히려 감소
볼이 가장 멀리 날아가는 건 일명 ‘허인회 높이’라고 할 수 있는 8cm일 때였다. 비거리는 256.5야드, 전체 거리는 285.8야드나 됐다. 티 6cm 높이에 비해 비거리는 약 12야드, 전체 거리는 6야드 증가했다. 티 2cm 높이에 비해 비거리는 무려 약 44야드, 전체 거리는 36야드 늘었다. 이는 아이언으로 치는 두 번째 샷에서 최소 3클럽 차이가 나는 거리다. 어택 앵글도 3도로 실험 티 높이 중 가장 높았다.
티를 더 높게 꽂으면 비거리는 더욱 증가할까. 우리는 티를 2개 이어 붙여 높이 10cm의 티를 만들어봤다. 그 결과 티 높이 8cm와 비교했을 때 비거리는 오히려 약 9야드 줄어든 247.9야드가 됐고, 전체 거리는 약 12야드 감소한 273.4야드로 찍혔다. 실험 참가자는 “볼이 너무 높다 보니 제대로 맞히기 힘들었다. 클럽도 약간 완만하게 휘둘러야 하는 등 스윙 플레인도 살짝 변했다”고 말했다.
“티 낮으면 슬라이스, 티 높으면 훅 가능성”
실험 결과 티 높이 8cm일 때 거리가 가장 멀리 나가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그보다 낮은 4~6cm 높이의 티 높이를 권장하는 걸까. 조 차장은 탄도를 지목했다. 티 높이 8cm일 때 볼의 최고 고도는 약 28야드로 나왔다. 4~6cm일 때보다 5~8야드 높았다. 조 차장은 “탄도가 높으면 그만큼 바람이나 스핀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은 6cm, 힘이 강한 남자 프로들은 4cm 티 높이가 적당하다”고 했다.
조 차장은 티 높이는 볼의 방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티가 너무 낮으면 클럽의 어택 앵글이 감소하면서 페이스가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슬라이스로 이어지죠. 반대로 티가 높으면 클럽이 좀 더 올라가는 단계에서 임팩트가 이뤄지고 이때 페이스는 살짝 닫힐 수 있습니다. 그러면 훅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는 이번 실험을 통해 티 높이에 따른 탄도와 비거리 변화를 직접 확인했다. 날씨나 코스 컨디션에 따라 티 높이만 적절하게 조절해도 스코어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방향에 자신 있다면 ‘허인회 높이(8cm)’도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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