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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폐암 개연성 추정 어려워"…담배 빅3 맞붙은 건보공단 패소

항소심 "보험급여 지출은 계약에 따른 것"

법원 '흡연이 폐암 유발 인정 어려워' 유지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패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민사 6-1부(박해빈 권순민 이경훈 고법판사)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동일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2014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담배 제조사들이 판매한 담배를 흡연한 보험가입자들이 각종 암에 걸리게 돼 건보공단이 치료비(보험급여)를 지출하게 됐다’며 533억 원 상당의 급여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담배회사들은 흡연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 제조사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개인이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폐암이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한 개연성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흡연과 폐암 사이 개연성을 증명하려면 개인의 흡연 시기, 기간, 폐암 등 발생 시기,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 가족력 등 구체적 사정을 따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보험급여 지출은 보험법이 예정한 바에 따른 의무 이행"이라며 "피고의 위법행위가 아니라 보험계약에 따른 지급으로 봐야 하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간 담배업계는 흡연 여부 및 중단은 개인의 판단에 따른 선택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해 제조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울러 폐암 및 후두암은 흡연 외에도 환경, 유전, 직업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므로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항소심 과정에서 공단이 제출한 전문가 의견서와 최신 연구, 흡연 피해자 진술서는 공단 요청에 따라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맞섰다.

KT&G 관계자는 항소심 결과에 대해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은 그간 법원이 견지해 온 일관된 판단을 재확인한 것으로 법리와 사실관계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날 판결에 대해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법원이 아직도 이렇게 유보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비통한 일"이라며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기 위해) 담배의 유해성·중독성 인지 여부 등 심층 면접을 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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