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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삶의 책장에 스며든 '보이스와의 추억'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7.05 14:55:21백남준의 첫 개인전이 열린 1963년 3월 독일 소도시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 훗날 비디오아트의 탄생 쇼로 불리게 된 이 ‘전자 텔레비전과 음악의 전시’의 개막식이 열리던 날, 백남준은 13대의 TV를 들여놓은 전시실에서 마지막 조율작업을 하느라 웅크리고 있었다. 문득 옆방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딱 나가봤다. “땅바닥에 누워있는 이바흐(Ibach) 피아노를 누가 도끼로 부수고 있지 않은가?” 도끼로 피아노를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처음엔 회오리탑, 스파이럴…아니 다다익선이 낫겠어"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6.28 15:07:32백남준의 대표작이자 최대규모의 작품인 ‘다다익선’은 어떤 이유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들어서게 됐을까. 그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신군부세력의 ‘12·12사태’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5공화국이 지닌 태생적인 정통성 결여에 닿는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기념비적 문화 치적사업을 통해 쿠데타의 기억 위에 새로운 정신성을 덧씌우는 전략을 세웠다. 권력자의 명분이야 어쨌건 그 덕에 우리나라는 상당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구보다 14년 구애 외면...자궁암 걸리자 되레 청혼한 휴머니스트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6.21 13:22:04원래 백남준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남자였다.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스무 살 시절, 도쿄대학 재학 중에 만난 시부사와 미치코를 혼자 흠모한 첫사랑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독일로 건너가 전혀 새로운 음악과 미술에 빠져들면서부터 백남준은 항상 예술이 먼저였다. 결혼 같은 것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백남준이 당대 서울 최고 갑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피아노를 배우고 홍콩·일본을 거쳐 독일에서 전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소꿉친구·첫사랑·예술적 동지…거장 예술혼 깨운 뮤즈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6.14 15:39:04젊은 시절의 백남준 사진을 보면 시쳇말로 ‘꽃미남’이다. 턱선이 날렵하고 이목구비는 또렷하며 얼굴 곳곳에서 영민함이 드러난다. 백남준은 3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1984년의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누가 보고 싶냐는 질문에 “유치원 친구 이경희가 보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 서울에서 한 손에 꼽히는 부잣집의 막내 아들이던 백남준은 당시 상류층 부인들의 모임인 ‘애국부인회’가 경영한 애국유치원에 다녔다. 이경희는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 전자예술·TV로봇 파격 전시...'앙팡 테리블' 백남준 품은 화랑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6.07 12:30:29위대한 예술가 뒤에는 좋은 갤러리가 있다. 상업성 때문에 갤러리의 역할을 폄하하는 이들도 있으나 예술이 종교와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예술가에게 갤러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시대를 앞서 간 ‘천재 백남준’이라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일 수는 없었다. 그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굵직한 예술제·위성예술쇼·비엔날레였고 예술사적 업적을 공인한 것은 미술관이었지만, 작가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의절한 작가, 맨해튼 남부 개발...'소호' 변신도 백남준과 인연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5.31 10:18:15독일 국가관 대표작가로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백남준이었지만 그는 ‘미국 여권’을 사용하는 미국 국적자였다. 백남준 스스로는 “나는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며 늘 한국인임을 강조했지만 그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살았던 곳은 서울이 아니라 뉴욕이었다. 어쩌면 멀리 살았기에 더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오롯하게 붙들고 -
"1980년대 백남준의 흔적, 흑백 프레임에"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5.28 14:41:01“사진(寫眞)이라는 것은 진짜를 베끼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가짜가 된다. 예술사진이란 사진이 사진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사위(寫僞)에 접근하려는 정신적 의도이다. 지금 컴퓨터를 이용한 인공사진이 차차 발달하고 있다. 사진술은 더욱 철저해져서 진리가 숫제 안 보이게 된다. 역설이다. ‘가면(假面)의 진리’(오스카 와일드). 이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을 그냥 CD롬에 넣으면 그대로 비디오 아트가 되어버린다.” 백남준은 1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화장실 기증하고 한국관 짓자" 기발한 발상...23대1 경쟁 뚫어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5.24 17:31:53“한국미술이 세계로 나가려면, 한국에서 국제적인 작가가 나오려면 당연히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있어야 해.”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선정된 자신의 전시회와 대상인 황금사자상 수상에 대한 포부도 컸지만 ‘한국관’이 마음에 걸렸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1895년부터 매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는, 비유하자면 ‘미술계의 올림픽’이다. 옛 군수공장 자리인 아르세날레의 본 전시와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베니스비엔날레 수년간 예행연습·사교활동..."간다면 1등 자신"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5.17 13:40:53여느 때처럼 백남준은 식사가 준비된 테이블 앞에서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다. 1992년 8월 중순, 전시를 위해 방문한 독일 본에서의 아침이다. “존 케이지(1912~1992·독일 현대음악가 겸 전위예술가)가 죽었네.” 백남준은 추모하듯 잠시 고개를 숙이고 부고를 읽더니 입을 열었다. “왜 죽는지 알아? 그전까지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는데 지명도가 쌓이고 일이 많아지니까, 바빠서 죽은 거야. 바빠지면 제 명에 죽지 못해.” 또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기마민족 기상 담은 '전자 초고속도로'...동서 융합을 꿈꾸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5.10 15:00:06“베니스는 자동차를 폐기한 이후 이 세상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가 됐다” 수상 도시인 이탈리아 베니스는 배가 택시이자 버스로 자동차 역할을 대신한다. 자연환경 때문에 자동차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베니스에 대해 미국의 전위적 음악가 존 케이지(1912~19992)는 1958년 이같이 적었다. 위로 아닌 찬양이었다. 백남준은 베니스와의 첫 인연에서 바로 이 문장을 인용했다. ‘백남준과 베니스’라고 하면 1993년 베니스비엔날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파우스트를 살려낸 삼성가 맏이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5.03 13:37:21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동시에 일찍이 ‘로봇기술’에 눈 뜬 예술가였다.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피 뚝뚝 흐르는 소머리를 현관 위에 내건 파르나스갤러리의 첫 개인전으로 유럽을 충격에 빠뜨린 백남준은 곧이어 일본으로 공연여행을 떠났다. TV에 심취한 그에게 형 백남일이 일본에 머무르며 전자기술을 익혀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전자기술자 아베 슈야를 만났다. 아베와 협업해 탄생한 백남준의 첫 로봇인 ‘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헐렁한 바지에 멜빵 고집...일상·예술 버무린 퍼포먼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4.26 16:19:55디자이너 앙드레김(1935~2010)의 흰옷은 특별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흔히 개성 있고 화려한 의상으로 자신의 감각을 뽐내거나 아니면 아예 검은색 옷으로 분위기를 내기에, 그의 백색은 유독 빛났다. 앙드레김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에 묘사된 일본 니가타현의 눈 쌓인 풍경과 그 순수함에 반해 흰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고, 정갈함을 강조했던 어머니의 영향이었다는 일화도 전하며, ‘백의민족’의 아름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본래 기능 상실한 32대 은색車...20세기 문명 종말을 고하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4.19 17:16:51경기도 용인은 백남준의 작품을 가까이서 접할 장소를 여럿 확보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대표적이지만 에버랜드로에 위치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숨은 보물창고다. 클래식 자동차를 위주로 세계적 명차를 전시한 이 박물관으로 향하다 보면 정문 앞뜰의 야외전시장에서 은색으로 뒤덮인 클래식 자동차 여러 대를 마주하게 된다.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인 이것들이, 바로 백남준의 작품이다. 지난 1997년에 제작한 ‘20세기를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 동서양 경계 허문 '위성예술'...한국을 세계 문화 주연으로 세우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4.12 17:36:02“오,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이니 절대 만나지 못하리라. 하늘과 땅이 신의 위대한 심판 앞에 설 때까지 그럴 것이니, 그러나 세상의 끝에서 온 두 강자가 대면하는 날에는 동서양도, 국경도, 인종도, 출신성분도 없으리라.” 늑대들과 살아가는 야생소년 모글리를 주인공으로 한 ‘정글북’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이 쓴 시 ‘동양과 서양의 노래(The Ballad of East and West)’다. 제 -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 시공 초월한 예술혼…35년전 위성예술로 세계를 잇다
문화 · 스포츠 문화 2019.04.05 11:12:04마침내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열렸다. 백남준이 ‘천재’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는 3G, 4G는커녕 그런 개념조차 없던 ‘0G시대’를 살면서도 통신 기술력이 물리적 시공간의 개념을 허물어 버리는 초연결사회를 구상했고, 작품으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작이 바로 ‘위성예술 3부작’이다. 백남준은 ‘우주 오페라’라 불렀던 3편의 인공위성 프로젝트다. 1984년 새해는 재야의 종소리가 아니라 백남준의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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