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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주차장 건물의 변신, 용인 헤르마 주차빌딩
부동산 건설업계 2016.02.26 17:04:25지하철 분당선 죽전역을 나와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죽전 카페거리' 초입에 이르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플라스틱 패널로 마감한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 1층에는 자동차들이 분주하게 들고나기를 반복한다. 얼핏 미술관이나 고급 상가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이 건물은 주차빌딩이다. 주차장의 고정관념을 허물며 도시의 랜드마크로 우뚝 선 '헤르마 주차빌딩'이 그 주인공이다. 헤르마 주차빌딩은 주차장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아니라 화려한 디자인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건물이다. 열악한 대지에 순응한 건축물 건설사들도 두 손 든 뾰족한 삼각형태 땅 창조적 발상으로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헤르마 주차빌딩은 사실 건축주에게 애물단지 같은 존재였다. 건물이 들어선 주차장 용지는 한쪽 면이 삼각형태라 공간활용이 불가능한데다 폭도 14m로 좁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차장법에 따라 주차대수가 50대 이상일 경우 6m 폭의 경사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14m에 불과한 용지 폭을 고려하면 상가시설을 들일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같은 설계상 어려움 때문에 건축주는 15억원에 용지를 매입한 뒤 6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었다. 몇몇 설계사무소와 건설사들이 두 손을 든 이 건물의 설계를 맡게 된 이정훈 조호건축 대표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바로 주차대수를 50대 미만으로 줄여 경사로의 폭을 3.3m로 크게 축소하고 늘어난 공간에 상업시설을 더 채우기로 한 것이다. 이 용지는 연면적의 20%까지 상업시설을 들일 수 있다. 아울러 개천과 접한 여유공간에는 테라스를 설치해 상가의 경쟁력을 높였다. 주차장으로 기능이 불가능할 정도였던 입지의 한계를 특별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극복한 것이다. 실제로 대지에 순응하며 세운 건물의 측면부는 뾰족한 삼각형이라 경쾌한 리듬감을 자아낸다. 주차장 용지치고는 상당히 작은 규모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땅값이 비싼 대규모 주차장 용지는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디자인적 측면을 무시하기 쉽지만 헤르마 주차빌딩은 협소한 용지에 들어서 상대적으로 건물 본연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이다 콘크리트구조 대신 빛에 민감한 외벽 선택 안팎 불빛 변화따라 다채로운 색상 연출 흔히들 주차빌딩 하면 철골이나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헤르마 주차빌딩은 외관을 플라스틱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했다. 콘크리트에 비해 가벼운 느낌을 주면서 건물 내외부의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료를 선택한 것이다. 반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외벽은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해 다양한 색상을 연출하고 건물 내부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도 은은하게 새어나온다. 건물 측면 삼각형 부분은 마름모꼴 형태의 패턴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디자인에 공을 들이면서 건축비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이 대표는 "건축비가 늘어나면서 건축주가 반대하기도 했지만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 주차장에 포함된 상가가 아니라 상가에 속한 주차장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건물의 가치를 높이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헤르마 주차빌딩의 임대료는 일대에서 제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완공 이후 전체 상가의 절반인 4곳 정도가 계속 자리를 지킬 정도로 임차인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도심 한복판 랜드마크가 된 주차장 공사 내내 끊이지 않던 주변 주민들 민원 독특한 외형 드러내자 거짓말처럼 사라져 이 대표는 헤르마 주차빌딩을 지을 당시 건물 주변의 가림막을 철거하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공사기간 내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가림막에 감춰졌던 건물의 독특한 외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민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마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의 건물이 들어선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헤르마 주차빌딩은 동네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택시를 타는 손님들이 "헤르마 빌딩으로 가자"고 얘기할 정도다. 최근 사람들이 몰리는 죽전 카페골목의 이미지 역시 초입에 위치한 이 건물에서 시작된다. 사실 주차장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주차장 용지는 도시계획상 도심 한복판, 사람들의 접근이 가장 용이한 위치에 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골과 콘크리트의 단순한 외관에서 벗어나 헤르마 주차빌딩처럼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주차장이 늘어날수록 우리 도시의 이미지도 한층 밝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 시게루 등 세계적 거장 밑에서 쌓은 노하우가 원동력"헤르마 주차빌딩 설계한 이정훈 조호건축 대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거장들이다. 지난 2014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르완다, 일본 고베, 스리랑카, 아이티, 네팔 등 지진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재난현장에 종이 튜브를 이용한 이재민 임시주택과 교회를 지어 '종이 건축가'로 불린다. 2004년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우리나라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사람이다. 헤르마 주차빌딩을 설계한 이정훈(사진) 조호건축 대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들 건축가의 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 대표와 반의 인연은 그가 건축 분야 국비유학생으로 프랑스로 가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반이 설계를 맡은 '퐁피두 메츠 센터'의 디자인에 반해 그의 사무실로 무작정 전화하고 e메일을 보내 어렵사리 반과의 인터뷰를 거친 뒤 1년반 동안 그의 파리 사무소에서 일했다. 감명을 받았던 퐁피두 메츠 센터 프로젝트의 경우 처음 인턴으로 시작해 나중에 스태프로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반은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참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인간애가 투철한 건축가"라며 "특히 주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에 따라 맥락 속에서 건축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의 사무소를 나와 다른 프랑스 설계사무소에서 1년가량 근무한 이 대표는 프랑스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여러 해외사무소에 지원했고 영국 런던의 하디드 사무소에서 제안을 받았다. 그는 1년간 일했던 하디드의 사무소를 학교에 비유했다. 전 세계에서 온 300여명의 인재들이 자신들의 디자인 안을 채택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하디드에 대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극도의 실험적 형태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는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라며 "그의 사무실에서 배운 업무 노하우와 기술이 지금 한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이재용기자 jylee@@sed.co.kr -
[건축과 도시] 도심재생의 상징 세운상가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2.19 17:30:02지난 1월 말 서울시 종로구 장사동에 위치한 세운상가 5층 중정. 이날 세운상가에는 오전부터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이날은 지난 2004년 이후 10여년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던 세운상가의 새 출발(도시재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세운상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단순 재생 의미를 넘어섰다.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남은 한 건축물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세운상가 프로젝트는 앞으로 서울 시민들이 이 도시를 어떤 도시로 만들어나갈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적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묻는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운상가는 그간 우리 도시가 잊고 살았던 '연결'과 '참여'의 가치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서울 시민들이 찾고 싶은 장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단절에서 연결을 생각하는 세운상가 우여곡절 끝 전면 철거 대신에 재생·보전 결정 주변지역과 연결성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과제 지난 1960년대 세워진 세운상가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 유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故) 김수근씨가 설계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만큼의 위상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의 대표하는 상권이자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으나 이제 세운상가를 위시한 이 일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긴 지 오래다. 세운상가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이 같은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과 현재의 초라한 모습 사이에 벌어진 간극, 다시 말해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선 이를 위한 디딤돌은 놓았다. 기존의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진행됐던 전면 철거 후 재개발 방식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업이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시장은 2014년 3월 세운상가가 지닌 건축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이를 보존하면서 도시재생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가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도시재생을 택함으로써 과거와의 연결을 위한 시도는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적 단절을 극복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물리적으로 끊어진 공간의 단절도 해결해야 한다. 연간 전 세계 도시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영국 런던의 경우 물리적 공간이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침에 하이드파크에서 상쾌하게 여정을 시작한 관광객이 바로 옆 버킹엄궁전을 구경하고, 다시 발길로 쉽게 닿을 수 있는 피커딜리서커스와 내셔널갤러리 등을 걷다 보면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발이 퉁퉁 부어오를 지경이 된다. 이는 런던이라는 도시가 물리적 공간의 단절이 없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매력적인 거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측면에서 세운상가 역시 종로·을지로·청계천로·퇴계로 등 주변 도로 및 지역과의 연결성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는 사람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사람이 건강하려면 피가 잘 통하고 기가 막히지 않고 소화도 잘 돼야 하듯이 도시도 막힘 없이 잘 흘러가야 한다"며 "세운상가가 사람들이 찾아오고 늘 걸어 다니는 매력적이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세운상가 특유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철거에서 시민참여 도시재생으로 주민설명회·자문단 구성 등 소통 내세웠지만 시민들 참여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물음표 세운상가는 그 시작부터 시민의 참여는 배제한 채 일방적인 하향식 행정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1967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터에 자리를 잡고 20년이 넘도록 살아온 영세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운상가를 조성했다. 또 1984년에는 세운상가 지역 재개발 사업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세운상가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종묘와 청계천을 잇는 대형 녹지축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시에도 시민 참여라는 개념을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이번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다르다. 실제 서울시는 그간 주민설명회 17회 개최, 분야별 설계자문단 구성 및 운영 4회 등을 시민 참여와 소통의 증거로 내세운다. 다만 박 시장의 공언대로 시민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이영범 경기대 대학원 건축학과 교수는 '세운상가 그 이상 : 대규모 계획 너머'라는 책에서 "시민 참여로 세운상가를 새롭게 탄생시키겠다고 하면서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 공간 설계 국제현상공모'를 진행했다"며 "세운상가 고유의 장소성에 내포된 도시의 공공적 가치의 회복에 앞서 이 같은 방식으로 공모전을 진행하는 것은 공공적 가치를 내건 빅플랜의 재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과 박혜리 KCAP 건축도시설계사무소 팀장도 세운상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서울시의 방식에 대해 "데크 활용에 대한 현상설계를 선언적으로 진행한 다음 소통이 뒤따르고 있으며 여전히 소통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도약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발표하던 날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사이에서 만난 한 상인은 과거 공중 보행교 데크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며 "예전에는 없애야 한다면서 없애더니 이제 와서 또 왜 새로 만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는 현재 서울시가 지닌 시민 참여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운상가가 지닌 가능성과 가치 대도시 한가운데 보기 드문 제조업 생산기지 "건물 잠재력 결합해 미래의 내러티브 써보길"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세운상가가 흥미로운 이야기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세운상가를 둘러보고 간 해외의 전문가들은 세운상가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샤를로테 바르테스 취리히공과대학 연구원은 "세운상가 지역의 좁은 골목길 사이를 걷다 보면 밀집된 도시 공간의 섬세함과 작은 작업장, 간이식당, 가게 안에 생동하는 에너지, 세운상가라는 근대건축 아이콘의 그늘을 가려주는 모든 생산적 활동에 놀라게 된다"며 "세운상가 일대를 재건축으로 밀어버리는 것은 서울시, 특히 세운상가 군 자체에 엄청난 손해"라고 말했다. 바르테스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처럼 세운상가는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제조업 기지다. 과거 이곳에서는 '탱크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다. 고도화된 서비스업이 도심 중심부를 차지하고 제조업은 점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시대에 세운상가와 같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나오미 하나카타 취리히공대 연구원은 도심 제조업 지역의 가치에 대해 "대부분의 현대 도시에서 이제 더는 볼 수 없고 없는 듯 취급한 것이 바로 도심 내 제조업이며 (사람들은) 신선한 농산물과 상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는지 실감하지 못하면서 상품 진열대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며 "세운상가의 수많은 작업장과 상점,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장인 정신은 여타 여러 도시가 지키지 못하고 안타깝게 놓쳐버린 잠재성"이라고 설명했다. 제프 헤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도시 및 지역계획과 교수도 "세운상가와 관련한 주변 이야기가 좋다"며 "이 빌딩이 지닌 요소들을 결합해 미래의 내러티브를 써보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건축가 김수근' vs '지식인 김수근'… 재평가론 부상 세운상가는 '한강의 기적'으로 묘사되는 압축적인 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대규모 건축물이다. 빠른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도심의 팽창 덕분에 서울이라는 도시는 세운상가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50년대 광장시장 현대화 사업, 1960년대 평화시장 건립, 1960년대 세운상가, 1970년대 동대문종합시장, 1980년대 을지로 주변 재개발, 1990년대 동대문 일대 재개발, 2000년대 청계천 복원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대형 건축물과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씨의 연관성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운상가는 김수근씨가 1966년에 설계한 건축물이다. 세운상가뿐만이 아니다. 청계천 고가도로, 88올림픽 주경기장, 대법원 종합청사 등 여러 상징적인 건축물에서도 김수근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그중에는 용산 남영동 대공분실과 같은 논란이 되는 건축물도 있다. 이 때문에 건축업계 한편에서는 건축가 김수근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도 김수근을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 중 상당수가 과거 군부독재정부가 발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계에서는 김수근씨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김수근씨가 한국 건축계에 공헌한 것은 분명하지만 건축은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것인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그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
[건축과 도시] 故정주영 회장의 애착이 깃든 강릉 씨마크 호텔
부동산 건설업계 2016.02.12 17:05:15세계적 건축가 마이어 국내 첫 설계작품으로故정주영회장 탄생 100돌 맞춰 작년 6월 오픈 로비·복도·객실까지 하얀색 위주로 꾸며날씨·시간따라 빛깔·분위기 다채롭게 변해 커튼월 공법 적용해 개방·노출성 극대화동해와 수평선 이루는 5층 야외 수영장 압권 강릉 경포대 호수와 바다 사이에 둔덕이 하나 놓여 있다. 그 둔덕의 정상에는 선이 곧은 건물 하나가 우뚝 서 있다. 둔덕 입구에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면 하얀색 외벽 사이사이 유리창이 빼곡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햇빛을 다양한 각도로 반사하며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하얀 파사드(입면)'를 가진 건물. 바로 '씨마크호텔'이다. 이 호텔은 미국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82)의 국내 첫 설계작이다.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다. 이 호텔은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사무소 '리처드 마이어 앤 파트너스 아키텍츠'가 한국에 설계한 첫 번째 작품이자 그들이 세계에서 설계한 호텔 중 가장 큰 규모이다. 故정주영 명예회장이 사랑한 경포대 최고 호텔 호텔 이름인 씨마크는 영어 바다(Sea)와 프랑스어 일류(Marq)의 합성어이다. 씨마크는 '호텔현대 경포대'를 재건축해 지난해 6월 오픈한 것이다. 여기에는 독특한 사연이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춘 것이다. 이곳은 정 명예회장에게 각별한 장소였다. 지금은 북한 지역인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가 고향인 정 명예회장은 고향과 가까운 곳에서 향수를 달래고자 경포대를 자주 찾았다. 매년 씨마크호텔(옛 호텔현대 경포대)에서 여름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열어 젊은 직원들과 씨름·배구 등을 즐겼다. 또 지난 1985년부터 10여년간 강원 죽도해수욕장에서 열린 해변시인학교에 매년 참가해 시인들과 술잔을 기울인 뒤 호텔에서 묵고 갔다. 이 호텔은 고 정 명예회장의 애정을 듬뿍 받은 호텔답게 경포대 최고의 경치와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입지에 있다. 푸른 바다와 호수, 장엄한 일출과 태백산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 리처드 마이어는 이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리처드 마이어 측은 건축 잡지 '컨셉'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호텔이 바다를 향하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대지에 놓여 있었기에 그 위치·기운·전망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주변과 어울리고 받아들이는 하얀 건물 '하얀색의 건축가'라는 별명을 가진 리처드 마이어는 이곳에도 자신의 철학과 개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실제로 그는 외관에는 주로 하얀색을 사용하며 내부에는 하얀색과 회색, 그리고 나무를 혼합해 꾸미는 건축가다. 그가 하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색깔을 받아들여 흡수할 수 있는 색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씨마크에서는 그 철학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외부 벽이 하얗게 칠해진 것은 물론이고 내부도 가끔 눈에 띄는 회색과 검은색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얀색이다. 로비와 복도·객실까지 모두 일관된다. 리처드 마이어 측은 이 건축물을 설계할 때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까지 전체적인 개념을 구상하고 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 로비에만 들어서도 하얀색의 장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깥의 빛과 색깔이 호텔 내부로 온전히 투영되는 것. 실제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김정수 씨마크호텔 마케팅팀장은 "여러 유수의 호텔에서 일해왔지만 이토록 다채롭게 색이 변하는 곳은 처음"이라며 "들이치는 빛에 의해 바뀌는 내부 빛깔과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휴대폰 카메라를 켜 사진을 찍게 된다"고 말했다. 커튼월 공법 등 경포대를 품은 호텔 이 호텔의 또 다른 특징은 커튼월(Curtain Wall)을 통해 동해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내부로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이는 그의 건축 초기인 1950년대 작품 스미스 하우스와 더글라스 하우스의 탁 트인 생활공간, 대지를 둘러싼 자연에의 개방성 및 노출성 등의 특징과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이 호텔의 모든 객실 전망은 바다나 호수를 품게 설계됐다. 바다 쪽으로 난 창밖으로는 파도치는 푸른 동해 바다가 널리 펼쳐진다. 호수 방향의 한적한 낮 풍경과 아름다운 밤 풍경 모두 투숙객의 몫이다. 특히 경포대의 수평선과 합을 이루는 5층의 수영장은 이 호텔의 백미다. 황준 황준도시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이 호텔은 리처드 마이어의 건물 중에서도 그의 기본 철학과 개념을 성실히 반영한 완성도가 매우 높은 건물"이라고 말했다. 씨마크의 이러한 작품성은 이미 인정받았다. 지난해 새로 시행된 등급 평가제에서 최고 등급인 5성을 획득한 것. 국내에서 5성 등급은 지금껏 5곳이 받았으며 이중 서울이 아닌 곳에 있는 호텔로 씨마크가 유일하다. 제2 해운대 꿈꾸는 경포대… 호텔촌으로 탈바꿈608실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작년 말 첫삽복합리조트사업도 환경영향평가 협의 마쳐 서울 외 지역에서 유일한 5성 등급 호텔인 씨마크가 위치한 경포대. 씨마크호텔은 제2의 해운대를 꿈꾸는 경포대의 희망을 안고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지금 호텔 촌으로 탈바꿈하며 도시가 바뀌고 있다. 이곳의 풍광과 운치는 명성이 높다. 경포대에는 5개의 달이 뜬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도 이러한 운치 때문이다. 하늘과 호수와 바다와 술잔, 그리고 님의 눈동자에서 모두 달이 보인다는 것. 실제로 경포대는 부산 해운대, 충남 대천과 함께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경포대엔 그동안 수준 높은 숙박시설과 마땅한 즐길거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포대에 최근 씨마크를 시작으로 호텔과 콘도 등 고급 숙박시설들의 공급이 활발하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공급자들이 속도를 내는 덕분이다. 빌더스개발이 시행하고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608실 규모의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은 지난해 말 첫 삽을 떴다. 씨마크 북쪽에 위치한 곳으로 씨마크와 마찬가지로 호수와 바다 사이에 낀 황금입지다. 또한 씨마크호텔 남쪽에서 서해종합건설이 추진하는 757실 규모의 강문해변 복합리조트 사업도 최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다. 이외에도 경포대 벨트 인근의 여러 부지에서 개발회사들의 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인 빌더스 팀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 빙상 종목은 모두 강릉에서 하기에 올림픽 후에도 견학 수요 등이 꾸준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강릉 및 경포대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릉=조권형기자 buzz@@sed.co.kr -
[건축과 도시] 능선에 녹아든 평창동 오보에힐스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1.29 17:51:54"나는 풍토·경치·지역의 문맥 속에서 어떻게 본질을 뽑아내 건축에 스며들게 할지를 생각한다. 조형은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해야 하고, 공간과 사람·자신과 타인을 잇는 소통과 관계의 촉매제여야 한다(책 '손의 흔적:돌과 바람의 조형, 이타미 준' 중에서)." 지난 2001년 제주 포도호텔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재일교포 출신 한국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한국 이름 유동룡·1937~2011·사진). 그는 돌과 흙·나무·쇠 같은 자연 소재와 색·빛을 기초로 한 건축작품으로 '현대 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 자체로 조형예술인 제주도 '수풍석(水風石)미술관' 같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말년에는 '용인 아펠바움'이나 '평창동 오보에힐스' 같은 고급 타운하우스 설계에도 적극적이었다. 그중 이타미 준이 작고하기 전해인 2010년 완성된 '평창동 오보에힐스'는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도시와 한 몸처럼 자리 잡은 주거단지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가파른 산세에 순응하는 하얀상자 형태의 중첩 보통 서울의 부촌 하면 전통적으로는 한남동·동부이촌동·평창동, 신흥 부촌으로는 방배동·청담동 정도를 떠올린다. 강가에 집중된 다른 부촌과 달리 평창동은 가파른 능선에 걸쳐 있다. 그것도 소위 악산, 나무보다 바위가 두드러지고 경사도 가팔라 강한 기운을 뿜는 곳이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반대편 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보면 과연 그렇다. 광화문에서 자하문터널과 상명대를 거쳐 세검정로가 끝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평창동이 시작된다. 다시 평창문화로 큰길에서 300m 남짓 들어가면 경사가 급해지면서 오보에힐스 단지가 시작된다. 뱀처럼 미끄러지듯 완만한 S자를 그리며 가파르게 오르는 도로를 따라 네 개의 모둠, 분양면적 기준 454~482㎡ 크기의 집 18가구가 드러난다. 가구당 최대 189㎡의 마당과 90㎡의 테라스, 엘리베이터와 4~5대 규모의 전용 주차장을 갖춘 이곳은 당시 30억~46억원에 분양됐다. 멀리서는 몰랐지만 걸어 올라가며 들여다보이는 오보에힐스는 주변과 뚜렷하게 차이 나는 '화이트 큐브' 형태다. 유달리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으로는 뜻밖이랄까. 하지만 맨 윗동에서 내려다보니 조금 이해가 간다. 영하의 한파에도 지붕 위 잔디(세덤)가 누릇누릇 풀빛을 내고 능선을 그대로 반영한 지붕 선이 드러난 덕분이다. 이타미 준과 함께 기본설계를 진행한 딸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무소 대표는 처음 건축예정지를 봤던 난감함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수차례 아버지와 함께 평창동을 다녀오고서야 겨우 기본 콘셉트를 정했어요. 동네 전체의 조화를 생각해 가파른 절벽 같은 지형에 순응하는 박스 형태였죠. 심플하고 모던하게, 그리고 튀는 건축물이 들어선다는 느낌이 없도록 최대한 시끄럽지 않게. 지붕은 녹화시켜 윗집에서 내려다보면 내 정원처럼 보이게 하기로 했죠. 능선이면서도 녹지가 보이지 않는 동네에 녹색을 심는다는 느낌으로." 단순하지만 지루하게 않게… 오보에힐스만의 디테일 건축 의도답게 전체 건물 윤곽은 단순하게 가지만 디테일은 지루하지 않게 살렸다. 외부 벽면을 덮은 라임스톤(석회암)은 드물지 않은 소재지만 사이사이를 실리콘이 아닌 줄눈 '오픈 조인트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 경우 석재 이음매가 다 드러나는 만큼 정밀한 가공이 필요해 시공비가 올라가지만 통풍이 원활해 습기나 결로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건축물 마감재 시공 때 내외부 할 것 없이 비용이 저렴한 실리콘(코킹) 마감을 선호한다"며 "이를 쓰지 않으려면 최대한 정밀하게 자재를 가공, 시공하는데 그럼에도 품질이 안 나와 외벽이든 내부 인테리어든 재시공하는 경우가 다른 곳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건물 지붕에는 금속 재질로 윤곽선을 넣었고 2층 테라스 출입구 벽면은 나무로 처리했다. 최대한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 베란다 마루(데크)에 구멍을 내면서까지 기존 녹지의 소나무를 보존했다. 특히 고심했던 것은 주택과 길을 가르는 담의 디자인. 인근 빌라처럼 4~5m의 성벽 같은 담이 아니라 길을 지나는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골목을 걷는 정취를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집이 앉혀진 평면과 수평으로 이어지지만 가파른 길을 지나며 슬쩍슬쩍 올려다보이는 담이 됐다. 유 대표는 "단지 주민보다는 동네 사람을 위해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과의 조화… 눈에 띄지 않는 화려함과 차별화 건축주·시공자 모두 건물에 대한 욕심은 비슷하다. 그 동네에서 가장 눈에 띄고 멋있으면서 건축적으로 유의미한 '랜드마크'를 원하는 건 마찬가지다. 기왕 '최고급 타운하우스'라는 간판을 걸 마음이었다면 오보에힐스도 설계와 시공 기간 내내 그런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급 주택지로는 드문 지형 조건에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 평창동에서 오보에힐스는 무난한 이웃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제주도에서 설계한 고급 주택인 '비오토피아'에서도 보여줬던 화이트 박스를 다시 한 번 차용했지만 건물은 산세에 맞춰 바짝 낮췄다. 최대한 튀지 않는 건물 외벽과 이웃의 걷는 길을 배려한 담 디자인, 녹지와 지형을 최대한 살려 집 안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대신 내밀한 개인 공간에서는 한껏 욕심을 부렸다. 고급 타운하우스답게 자재와 마감을 차별화하고 전반적인 건물 평면과 밀도, 심지어는 창 방향과 크기까지 설계와 인테리어 부서가 끊임없이 도면을 수정하면서 진행됐다. 특히 테이블과 벽지, 문고리, 주방·거실 전등은 한정 수량만 주문 제작해 오보에힐스에서만 볼 수 있다. 침실 벽면은 전주에서 공수한 한지 소재의 섬유를 나주 천연염색 공장에서 쑥으로 염색한 벽지로 마감한 것이 그 한 예다. 대나무 형상의 문고리, 테이블 다리도 직접 공장에 주문해 소량 제작한 자재다. "설계 이전에 땅의 컨텍스트 읽으려 노력하셨죠"건축가 딸이 말하는 이타미 준 "아버지의 작품은 오브제 같은 조형성이 워낙 강해 형태에만 집착하는 '조형가'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형태 이전에 '컨텍스트(맥락)'를 읽으려고 노력했죠. 어떤 건축물을 지으려면 그 건축물 자체가 대지에 뿌리를 내려야 하고, 그 환경의 영양분을 받고 자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고 늘 말했습니다. 그 땅을 읽고 환경을 알아야, 그 땅이 가진 맥락을 알아야 비로소 설계할 수 있다고 했죠. 그 맥락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건축물에 넣는 것이고 그다음이 형태라고요." 서울 방배동에서 ITM유이화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이화(사진) 대표는 아버지 이타미 준의 작품을 볼 때 그런 탐색과 고민의 과정을 함께 봐달라고 주문했다. 아버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제주 포도호텔이 한창 건설 중이던 지난 2001년부터 10여년간 설계작업을 함께한 그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간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이타미 준은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를 차린 1968년 즈음부터 한국을 드나들며 한국 민화와 고건축에 빠졌다. 전국을 답사하는 여행 끝에 1981년 '이조의 건축' 등 세 권의 책을 연달아 펴내며 일본에 한국 고건축을 알렸다. 또 1988년에는 방배동의 아틀리에 '각인의 탑'을 설계하며 한국 건축계의 관심을 받았고 1998년 제주도 핀크스 클럽하우스에 이어 2001년 포도호텔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국립미술관인 기메박물관에서 건축가로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고 2005년에는 프랑스 문화예술훈장인 슈발리에훈장을 받았다. 2006년과 2010년에는 각각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건축상인 '김수근상'과 '무라노 도고상'도 받았다. 수풍석(水風石)미술관·두손미술관·방주교회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서원 골프클럽하우스를 사실상 유작으로 2011년 별세했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 또 해외에서 두루 인정받은 이타미 준이지만 유 대표는 한국 건축계에 서운한 감정을 느낀다. 1988년 이래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음에도 '일본 건축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프랑스 훈장을 받을 적에도 후배들을 위해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수상소감을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 하나 추모하는 움직임이 없다는 게 실망스럽습니다." /이재유기자 0301@@sed.co.kr -
[건축과 도시] 도시건축 새로운 흐름 제시, 논현 SJ 쿤스트할레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1.22 16:55:11'금싸라기' 강남 한복판에 건물 짓고 인드밴드 등에 무료로 공간 내줘 하위문화 거점으로 성공적 자리매김 용도 따라 맞춤형 공간 배치 가능… 저렴한 가격에 건축도 빠르고 간편 컨테이너 활용한 건물 속속 들어서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의문의 남성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정신을 차린 곳은 위치를 알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 내부. 이 곳에서 남성은 밧줄로 온 몸이 꽁꽁 묶인 채 숨겨둔 자료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영화 '내부자들'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영화에서 흔히 표현되는 컨테이너는 은밀한 범죄가 발생하는 공간이다. 현실에서의 컨테이너는 화물을 운송하는 수단이거나 공사 현장의 식사를 책임지는 '함바집' 등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컨테이너가 도시에서 무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빠르고 쉽게 건축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도시의 풍경을 천천히 바꿔나가고 있다. 새로운 건축 흐름의 시작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플래툰 쿤스트할레(현 SJ 쿤스트할레)'에서 시작됐다. 강남 부촌과 하위문화의 낯선 동거 독일의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은 베를린에 이어 하위문화를 펼칠 두 번째 공간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을 택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인 당초 주차장 부지였다. 이곳은 지난 2009년 28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채워졌다.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에 수입차 전시장이 아닌 저렴한 컨테이너가 내려앉은 모습은 낯선 인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홍대에서 어울릴 법한 각종 예술 전시와 벼룩시장 등이 이곳에서 진행되자 이질감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플래툰'은 2014년 말 운영을 끝내고 철수할 때까지 다양한 비주류 복합문화를 위한 공간을 내줬다. 작업실 사용료와 전시장 임대료 등을 일절 받지 않고 일부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된 5년의 기간 동안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어느덧 하위문화의 거점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플래툰 쿤스트할레를 설계한 백지원 얼반테이너 대표는 "성장 시대에서 건축의 개념은 '거주하기 위한 기계'였지만 디스토피아 시대에서는 건축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들이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 컨테이너 건축"이라고 밝혔다.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플래툰'이 철수한 뒤 국내 운영사가 넘겨받아 'SJ 쿤스트할레'로 지난해 4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창의성 없는 건축? 매력 넘치는 도전!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축물이라는 점은 새로운 시도이나 창의성이 높은 건축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2009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할 당시 도심 속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올린 방식이 실험적이며 내부 공간 구성도 돋보이지만 막상 창의성은 낮은 건축이라는 심사평을 받은 바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여러 컨테이너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창의적인 건축 형태를 만들어내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컨테이너 건축의 매력은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한다. 백 대표는 컨테이너 건축의 매력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부각 시켜준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따라 컨테이너의 가장 적합한 배치와 인테리어가 결정된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역시 기획설계를 할 때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부터 '비보이 공연을 할 수 있을까'까지 어떤 행위들을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먼저 이뤄졌다. 컨테이너는 옮기고 해체하고 늘리고 다시 줄이는 것이 쉬워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조율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체다. 물론 '아시아 최초 컨테이너 빌딩'을 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파일럿 프로젝트로 컨테이너 세 개를 3층으로 배치해 비용과 문제점 등을 미리 점검했다. 1층 아스팔트에 바닥난방을 적용하거나 석고보드와 알루미늄판을 붙이기 위한 친환경 본드를 찾아 헤매는 등 새로운 실험의 연속이었다. 컨테이너와 함께 도시는 성장한다 강남의 컨테이너는 '플래툰'이 철수한 뒤 'SJ 쿤스트할레'로 바뀌면서 짙고 어두운 카키색 계통의 컨테이너 외부 색깔이 하얀색으로 변하고 내부도 개방감을 확대시키는 등 다시 한번 변신한다. 권형민 SJ 쿤스트할레 매니저는 "플래툰 쿤스트할레였을 때 하위문화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았다면 현재는 인테리어를 최소화시켜 모든 문화와 다 어울릴 수 있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SJ 쿤스트할레는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 공연과 전시 등을 위한 대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강남에서 하위문화 공간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이었다면 SJ 쿤스트할레는 주류문화까지 그 범위를 넓혀 강남이 갖는 이미지와도 이질감 없이 섞여 들어간다. 같은 건물로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멋진 건축물이 되기보다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 건축물의 공이 크다. 최근 국내에서 컨테이너 건축의 쓰임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얼반테이너는 지난해 용산구 서계동의 '국립극단' 건물과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 쇼핑몰인 서울 건대 '커먼그라운드'를 탄생시켰다. 올해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용도의 컨테이너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 대표는 "패션부터 카페, 문화공간, 도시 재생까지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물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부터 '제주 유나이티드'의 멀티숍,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위한 오픈스쿨까지 여러 컨테이너 건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낙후지역의 도시재생에도 컨테이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서시는 도봉구 창동 환승주차장 일대를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플랫폼 창동61'이라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핑센터로… 기숙사로… 컨테이너에 빠진 지구촌 이제 막 컨테이너 건축물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국내와 달리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미 컨테이너가 갖는 무한한 변주와 합주 가능성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 뉴질랜드 남섬 동북쪽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리히터 규모 6.3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도심이 폐허로 변해버렸다. 도심 공동화 현상을 수습하기 위해 시에서 선택한 것은 알록달록한 색깔을 지닌 컨테이너 박스들이었다. 60개의 컨테이너 박스는 식당으로, 옷가게로, 카페로 각각 변신하면서 '리스타트몰(Re:start Mall)'로 불리는 새로운 쇼핑센터로 거듭났다. 현재 리스타트몰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까지 사랑 받는 대표적인 쇼핑몰이자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다. 컨테이너를 회사 건물로 활용해 '업사이클링' 정신을 더욱 부각시킨 사례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프라이탁' 본사 빌딩은 19개로 이뤄진 컨테이너다. 이는 트럭의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프라이탁의 정신과 맞아떨어진다. 특히 단순히 컨테이너를 수평으로 배열하지 않고 중간에 9개의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삐죽이 쌓아 올려 '세계 최고 높이의 컨테이너 건물'이라는 기록도 덤으로 얻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학생들이 더 낮은 주거비로 질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폐기 직전의 선박 컨테이너를 쌓아 학생 기숙사를 만들었다. '키토넨'이라는 명칭의 컨테이너 기숙사는 컨테이너의 쓰임이 일반적인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만의 특성과 저렴한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렇듯 각 지역이 처한 상황과 특징에 맞춰 컨테이너는 끊임없이 맞춤형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백지원 얼반테이너 대표는 "각 나라마다 모듈러 건축(공장에서 구조를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형태)이 발전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 역시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
[건축과 도시] 공동체를 꿈꾸는 도시형생활주택, 마이바움 역삼
부동산 주택 2016.01.15 17:45:25수요자와 건축주 요구 동시에 반영… 내부 평면구성 층마다 각양각색 '천편일률' 소형주택 시장에 새바람 1층 출입구 열면 아담한 로비공간 방문객·입주자 자유롭게 만나는 지역사회 문화·소통 장소로 활용 지하철 2호선 역삼역 3번 출구로 나오면 테헤란로의 빌딩 숲과 마주치게 된다. 높게 솟은 건물을 지나 안쪽 도로로 걸어 들어온 지 약 5분여. 빌딩 숲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가구 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한적함마저 느껴지는 전혀 다른 골목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마이바움 역삼'이 이 골목에 들어선 것은 지난해 7월. 튀기보다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외관으로 등장하자마자 자연스럽게 골목 풍경에 스며들 수 있었다. 이제는 서울과 경기 곳곳에 자리 잡은 수목건축의 임대주택 브랜드 '마이바움'은 지역과 동네를 변화시키는 주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해나가고 있다. 마이바움 역삼의 탄생… 탱고하우스 마이바움 역삼의 건축주는 임대를 통한 수익을 얻으면서도 건물에 감성이 담기기를 원했다. 설계와 시공을 '턴키(turn-key)방식'으로 맡은 '수목건축'은 음악교수인 그를 위해 건물 지하에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개인의 연습실로 사용함과 동시에 주변 음악인들과 감성까지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상에는 1~2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평면의 소형 주거 상품을 기획했다. 마이바움 역삼과 기존 소형주택의 가장 큰 차이는 '탱고하우스'라는 개념에서 온다. 탱고하우스는 수요자들과 건축주들의 요구를 동시에 반영해 마치 1대1로 탱고 춤을 추듯 공간 설계를 한 주택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특성과 취향이 모두 다르듯이 주택에도 만인을 위한 만 가지의 공간 구성을 계획한 것이다. 따라서 마이바움 역삼의 평면 구성은 층마다 다양하다. 한 예로 경제적인 소형 평면은 물론, 혼자 살지만 공간을 넓게 쓰고 싶은 사람, 원룸이지만 두 사람이 쓰기에도 충분한 크기를 원하는 사람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건물의 완공과 동시에 100% 임대가 완료된 것은 이처럼 건축주와 사용자 모두를 위한 맞춤형 공간을 구성한 결과였다. 건물을 설계한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외관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용자를 위한 내부의 알찬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동체 공간 통해 행복 추구하는 주택 마이바움 역삼의 또 다른 매력은 1층 출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로비공간이다. 전용 10㎡가 안되는 아담한 공간이지만 방문객들에게는 건물과 외부를 이어주는 장소가 되고 입주자들에게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티 시설의 역할을 한다. 수목건축은 마이바움 주택 대부분에 이와 같은 공용 공간을 설치해왔다. 단순히 주거만을 위한 건물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곳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대문구에 위치한 '마이바움 연희'다. 대한민국 1호 셰어하우스인 이 건물 1층의 공용공간에는 수목건축에서 자체 개발한 '카페바움'이 들어서 있다. 입주자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먹으며 테라스에서 언제든지 서로 대화를 즐길 수 있고 한쪽에 마련된 조리 공간을 통해 음식을 함께 해먹을 수도 있다. 입주자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나 주변 거주자들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사회의 문화와 소통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임대주택인 마이바움에 이렇게 공용공간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임대 가구 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건축주와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는 "공용공간을 통해 입주자의 만족도와 건물 가치가 높아지면 건축주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새로운 마이바움을 설계할 때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주택이라는 가치를 건축주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계속해왔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동네를 변화시키는 마이바움 지난 2009년 5월 처음 시장에 선보인 마이바움은 수목건축이 만든 1~2인 전용 주택 브랜드다. 5월을 뜻하는 독일어 '마이(MAI)'와 나무를 뜻하는 '바움(BAUM)'의 합성어로 '5월의 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특색과 시장의 요구에 맞춰 내부를 설계하고 외부 디자인은 건축주의 성향이나 요구에 맞게 짓는다. 지속적으로 건물의 유지관리를 해줌으로써 거주자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공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마이바움이 이처럼 소형 주택의 주거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덕분에 한 번 이곳에 거주했던 세입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때도 마이바움을 찾는 경우가 많다. 현재 마이바움은 특정 지역에만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경기 곳곳에 지어지고 있다. 수목건축은 골목에 들어선 단순한 건물 한 채인 마이바움이 블록 전체에 주거문화를 전파하고 더 나아가 마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네마다 마이바움 건축… 행복 공유하는 주거문화 만드는게 꿈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수목건축의 '마이바움'이 추구하는 것은 주거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소유의 개념이 일반적인 현재 주거시장의 문화를 공간의 사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꾸려는 것이다. 서용식(사진) 수목건축 대표는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며 숲을 일구는 것처럼 마이바움이라는 건물을 지역 곳곳에 세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향상된 주거문화가 골목으로 전파되면서 블록과 마을을 이루고 결과적으로 도시 전체의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마이바움이 우리나라 건축물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간 건축물(4층 이하)로 지어지고 있는 것도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그는 "마이바움 브랜드를 통해 주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네트워크 안에서 거주민들이 함께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꿈꾼다"고 말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수목건축은 다양한 가치를 건물 설계에 담아내고 있다. 먼저 '디자인'과 '스토리'다. 당연하겠지만 단순히 거주 기능만 갖춘 채 차별화된 건물 외관과 내부 디자인이 없는 주택은 살아남을 수 없다. 특색 있는 디자인을 통해 각각의 주택들이 서로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 나아가 디자인과 스토리가 거주자들의 '공감'까지 살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놀이'와 '의미'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다. 내부 공간의 커뮤니티 시설을 통해 입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소통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주택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서 대표는 "주택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사진제공=수목건축 -
[건축과 도시] 전통과 현대의 조화, 혜화동 재능문화센터(JCC)
부동산 건설업계 2016.01.08 17:27:24다양한 이야기 품은 '길' 콘셉트… 세계적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 외부계단 방문객에 활짝 열린 형태… 지하 나선형 계단은 골목길 걷는듯 노출 콘크리트로 절제미 살리고 사선형태 축선으로 언덕길에 순응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서 혜화파출소를 지나 혜화문 방향으로 가다 보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두 채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재능문화센터(JCC)다. 아트센터와 크리에이티브센터 등 2개의 건물로 이뤄진 JCC는 교육업체인 재능교육과 안도가 함께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JCC 아트센터는 미술관과 콘서트홀로 구성돼 있고 JCC 크리에이티브센터는 스크린·음향시설을 갖춘 오디토리움과 재능교육의 연구개발(R&D)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 건물은 '길'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전통과 현대 도시와의 조화를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 도심 최초의 안도 다다오 건축물 JCC 아트센터와 크리에이티브센터를 설계한 안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지난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거장이다. 고졸 출신인 안도는 권투 선수를 하다가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도쿄대 건축학과 교수에 임명된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강원도 원주시의 '뮤지엄 산'과 제주도 서귀포시의 '본태박물관' 등 안도가 설계한 건축물이 몇 곳 있지만 서울 도심에 세워진 안도의 작품은 JCC가 처음이다. 재능교육의 창업주인 박성훈 회장은 안도의 건축 및 교육 철학이 JCC 프로젝트에 부합한다고 보고 그에게 건축을 맡겼다. 안도가 일본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과 손잡고 가가와현 나오시마섬에 지츄(地中)미술관·이우환미술관 등을 세워 세계적 명소로 만든 점도 교육업체를 운영하는 박 회장이 안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안도는 JCC를 설계하면서 "건축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얘기하고 활동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일"이라며 "재능교육은 사람을 육성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의 장' '예술의 장'으로서의 건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 순환하는 길이 콘셉트 안도는 혜화동 건축 부지를 사전에 둘러보며 JCC의 콘셉트를 '길'로 잡았다. 길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JCC 역시 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JCC는 경복궁에서 창덕궁·성균관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옛길의 연장선에 있으며 혜화문 길은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이 행진을 하던 길이기도 하다. 게다가 JCC의 지척에는 젊음과 현대 문화를 상징하는 대학로가 위치해 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JCC는 안도의 손길을 거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의 길'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JCC 아트센터 내외부를 걷다 보면 마치 서울의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빙글빙글 돌며 지하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이 구불구불한 골목길이라면, 1층부터 4층까지 건물 외부를 감싸며 크게 도는 계단 길은 마치 널찍한 대로 같다. JCC 아트센터 주변을 걷는 사람들은 건물 외부의 계단을 타고 올라와 자연스럽게 안도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1층에서 올라오는 외부 계단은 길과 수평 방향이 아니라 보행자 쪽으로 각도를 틀어 방문객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모양새다. 언덕길에 위치한 JCC 크리에이티브센터의 축선도 언덕길의 각도와 흐름을 같이 하며 주변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채영 JCC 전시기획실장은 "안도 건축물의 특징 중 하나가 '물'인데 JCC에는 직접 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물의 흐름을 길의 흐름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노출 콘크리트의 절제미와 사선의 리듬감 안도의 건축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은 노출 콘크리트다. 안도가 설계한 JCC 역시 건물의 내외부 모두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했다. 별도의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 표면을 그대로 드러내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을 준다. 노출 콘크리트 표면을 만져보면 미끈한 촉감이 인상적이다. '100년의 건축물을 짓고 싶다'고 한 안도에게 강도가 높고 부식될 염려가 없는 콘크리트는 최적의 재료이기도 하다. JCC 주변에도 노출 콘크리트 건물 두 채가 들어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 콘크리트 작업을 할 때 거푸집이 벌어지지 않도록 나사못으로 조이며 생긴 구멍인 '콘'의 간격과 배치에서도 섬세함이 느껴진다. 노출 콘크리트 표면의 콘 구멍은 가로 60㎝, 세로 45㎝의 간격을 두고 있으며 벽 끝에서부터의 가로 간격은 30㎝로 1대2의 비율을 유지한다. 조명 등 각종 스위치도 정확하게 콘을 중심으로 달려있다. 이들 콘 구멍은 벽을 훼손하지 않고 미술 작품을 걸어 전시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수평과 수직을 중시하는 기존 안도의 작품과 달리 사선을 강조한 점도 JCC만의 특징이다. JCC 크리에이티브센터의 경우 비스듬하게 누운 콘크리트 건물을 'V'자 기둥이 받치고 있는 형태다. 건물의 창 역시 삼각형 모양이다. 삼각형 창과 'V'자 기둥은 JCC 아트센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선 형태는 건물이 놓인 언덕길 지형에 순응하는 동시에 물과 길의 흐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음악과 미술 한자리서 즐기다JCC아트센터 지하 콘서트홀 나무로 만들어 따뜻한 느낌 줘안도 특별전 열리는 전시공간은 계단마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JCC 아트센터는 음악 공연과 미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JCC 아트센터의 지하 1~2층에는 콘서트홀이 있고 지상 1층부터 4층까지는 전시공간으로 쓰인다. 언덕길의 흐름에 스며드는 높이로 건물을 설계하다 보니 총 177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지하에 배치됐다. 지하 콘서트홀은 지진에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콘서트홀은 벽면과 바닥·천장 등 내부 전체를 나무로 마감했다. 차가운 느낌의 노출 콘크리트 일색인 건물에서 유일하게 나무로 이뤄진 따뜻한 공간이다. 콘서트홀을 나무로 마감한 것은 소리의 울림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나무 벽면에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변주하듯 올록볼록한 홈들이 파여 있어 홈에 소리가 부딪치는 효과를 낸다. 실제로 콘서트홀의 모든 좌석에는 소리의 밀도가 균등하게 전달돼 R·S·A·B·C 등 좌석 등급이 아예 없다. 지상 1~4층 전시공간에서는 현재 9팀의 작가들이 혜화동 길과 안도 다다오의 건물을 해석해낸 작품을 전시하는 개관 특별전 '길 위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특히 안도의 건축적 특징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작품들이 눈에 띈다. 아트센터 지하의 콘크리트 벽면에는 시냇물·폭포와 같은 이미지가 영상으로 투영되는 미디어 아트가 전시돼 인공적인 콘크리트 공간에 자연의 느낌을 더한다. 영상으로 투영된 물의 이미지는 안도 건축의 특징인 물이 건물에 사용되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도 다소나마 덜어준다. 아트센터의 최하층과 최상층을 연결하는 계단도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계단실의 난간과 기울어진 벽면 사이 공간에 다양한 색상의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매직 아워'라는 작품이다. 이 밖에 2층 카페의 경사진 구석 공간은 당초 창고 용도였으나 '폐기된 풍경'이라는 이미지가 채워지며 예술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페 공간으로 부활했다. '길 위의 공간'전은 오는 3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
[건축과 도시] 도시를 젊게 만드는 오래된 건축, 대학로 샘터사옥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5.12.18 15:41:34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고개를 돌리면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붉은 벽돌 건축물이 나온다. 건축가 고(故) 김수근씨가 1977년에 설계해 1979년에 완공된 대학로 '샘터 사옥'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조로 불리는 대학로에는 하루가 다르게 오래된 건물이 물러나고 새로운 건물이 올라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샘터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며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샘터는 1956년부터 반세기가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길 맞은편의 '학림다방'과 함께 대학로를 지키는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다.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샘터에 대해 "대학로의 역사를 증언하는 건축물"이라고 평했다. <b>김수근 건축의 정수, '붉은 벽돌 건물'의 효시</b> 샘터 사옥은 건축가 김수근씨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1970년대 황금기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당시 김씨가 사용한 주재료는 '벽돌'이었다. 그는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말할 정도로 벽돌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승 대표는 "김수근 건축의 정수는 벽돌 건물"이라며 "벽돌이라는 소재는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휴먼 스케일'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붉은 벽돌 건물의 효시가 바로 샘터다. 샘터와 함께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김씨의 또 다른 작품들인 아르코 미술관(1979년 준공), 아르코 예술회관(1981년 준공) 등의 붉은 벽돌 건물은 대학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됐다. 승 대표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에서도 대학로에 들어서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붉은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하라고 권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샘터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담쟁이넝쿨이다. 준공과 동시에 심어진 담쟁이넝쿨은 샘터에 실용과 낭만이라는 서로 다른 매력 두 가지를 선물했다. 담쟁이넝쿨 덕분에 무더운 여름날에는 단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으며 오래된 벽돌 건축물이 주는 낭만적인 분위기도 더욱 돋보이게 됐다. 또 시간의 변화에 따라 푸른 녹색빛에서 붉은빛으로 다양한 색깔로 물들었다가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 담쟁이넝쿨 덕분에 마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승 대표는 "샘터는 계절에 따른 변화뿐만 아니라 아침과 낮, 그리고 저녁 등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담쟁이넝쿨과 플라타너스 나무로 둘러싸인 샘터가 오후 늦게 석양빛을 받은 모습이 가장 황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b>공공영역에 대한 건축주의 배려</b> 샘터는 출판사 샘터의 사옥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현재 출판사 샘터의 고문으로 있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터를 사들인 다음 김씨에게 설계를 맡겼다. 이처럼 사적 용도로 지어졌지만 샘터는 공공영역에 대한 건축주의 배려가 돋보이는 건축물로 꼽힌다. 한 예로 1층에 필로티 형식으로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는 대로변과 이면 도로를 이어주면서 공공성을 확보한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이 공간을 통로 삼아 대학로의 안과 밖을 드나든다. 또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들은 이곳에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승 대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공공영역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라며 "대학로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땅을 상업적인 이윤 극대화에만 쓰지 않고 공공에 내줬다는 점은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승효상씨가 대표로 있는 이로재는 지난 2002년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 오기 전까지 199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간 샘터 4층을 사옥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로재가 샘터 사옥을 사용하던 10년간 단 한 번도 임대료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승 대표는 "어느 날 주변 다른 건물들과 임대료를 비교해봤는데 말도 안 되는 임대료를 내면서 샘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건축주에게 미안하고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지금 있는 곳에 땅을 사서 사옥을 지었다"고 말했다. 이는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건축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일화다. 샘터가 공연장·화랑 등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사용됐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b>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오래된 건축물</b> 샘터는 준공 이후 30년이 넘도록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건물이다. 2000년대 말 김씨의 제자인 승 대표가 맨 꼭대기 5층을 증축한 것을 제외하고는 변화가 없다. 당시에도 원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승 대표는 "증축을 하면서도 벽돌 건물의 본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벽돌이 아닌 유리와 철을 사용했다"며 "김수근 선생님이 설계한 부분과 제가 설계한 부분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건축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옛 건물을 철거하고 재개발해 새 빌딩이 들어서면 임대료가 크게 상승해 오래된 식당이나 작은 가게들이 사라진다"며 "결국 도시에 있는 다양한 활력 요소들이 사라지고 특색 없고 밋밋한 대기업 사무실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옛 건물을 고쳐 고용을 창출하고 자산 가치를 증대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국 런던이나 독일의 베를린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의 건물에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거리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도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제인 제이콥스는 거리의 매력은 건물의 용도, 규모·햇수·상태 등이 다양할수록 커진다고 했다"며 "특히 오래된 건물은 그 지역의 역사와 지역 정신(genius loci)을 만들어내는 의미 있는 건물이며 샘터는 그런 면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귀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소극장·서점 대신 술집으로 채워지던 대학로, 대학 분교 속속 입성하며 옛모습 되찾아간다</span></p><br /><p align="right"></p><br /> 과거 서울대 캠퍼스가 위치해 '대학로'라는 이름이 붙여진 동숭동·혜화동·연건동 일대는 원래 문화와 예술의 거리였다. 이 같은 대학로의 이미지는 1970년대 서울대가 관악으로 옮기고 난 후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소극장과 서점·화랑들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건축가들도 많이 모여 살았다. 하지만 그런 대학로의 이미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됐다. 지금 홍대,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카페가 하나둘씩 들어서고 그 후 술집과 옷가게 등이 빠른 속도로 대학로를 차지했다. 급속한 상업화로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은 하나둘씩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그 많았던 책방이나 화랑도 좀처럼 찾기 쉽지 않다. 단순히 사람들만 떠난 것이 아니다. 건물들도 상업주의에 물들어갔다. 기존 건물들도 좀 더 많은 용적률을 가지기 위해 천박한 몰골로 변해갔다. 높지 않은 아늑한 건물들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맞아주던 대학로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 대학로에 최근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싹트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때문은 아니다. 최근 대학로에서 나타나는 눈에 띄는 특징 중의 하나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성균관대와 서울대 의과대학 외에도 예술 관련 학과를 가진 학교들이 잇따라 대학로에 분교를 내고 있다.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서울시의 인위적인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대학로에 20여개 정도의 대학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라며 "덕분에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대학로로 몰려들면서 거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가게들도 늘어나는 등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td></tr></table>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
[건축과 도시] 풍경을 바꾸는 좋은 건축, 부산 S주택
부동산 주택 2015.12.11 17:53:41부산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강서구 신호동. 그곳 단독주택지 중에서도 다대포 해변에 인접한 부지에 한 주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닷가 산책로로 가는 길에 있는 이 주택은 하얀색 벽면과 파란빛의 길고 넓은 창문으로 산책객들의 시선을 끈다. 땅거미가 지는 시간부터는 은은한 노란빛으로 우아함을 뽐낸다. 바로 '부산S주택'이다. 이 주택이 지어진 강서구 신호동은 지역적 맥락이 복잡한 곳이다. 북쪽으로는 삼성르노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공업지역이 있다. 그런데 남쪽으로는 그림과 같은 바다와 소나무숲 위주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동쪽으로는 원시림이 우거진 개발제한구역이 위치해 있다. 부산S주택은 '좋은 건축'이 주변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b>좋은 건축이 풍경도 만들어 간다</b> 부산S주택이 자리 잡은 곳은 해변 인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업단지와 가까운 곳이다. 산업단지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통상 좋은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이유는 소위 '집 장사'들이 경제적 논리에 근거해 공장 근로자를 위한 원룸을 대거 짓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주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고려했을 때 '하나의 멋진 건축물'이 만들어지면 주변으로 '좋은 건축'이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하나의 좋은 건물이 그 주변 풍경을 바꾸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좋은 건물이 그 이후에 들어설 건물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 주변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살기 좋은 지역과 살고 싶은 도시에는 좋은 건축이 기본 단위가 된다. 부산S주택을 설계한 황준 황준도시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하나의 작은 시도가 주변 전체, 더 나아가 그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주택 완공 이후 이 지역에 지어지는 건물들의 디자인이 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설계를 전문 건축사에 의뢰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한다. <b>중정을 통해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이다</b> 부산S주택의 면면을 보면 우선 바닷가를 바라보는 정남향으로 배치됐다. 건물 전체를 바닷가 쪽인 남쪽으로 최대한 밀어 넣었으며 건물로의 진입은 도로가 있는 북측으로 했다. 아울러 외부에서 보는 주택 입면은 흰색 패널과 유리만을 사용해 최대한 단순하게 꾸몄다. 돌출된 2층 주인 침실에만 일부 아연판을 적용했다. 2층 주인 침실 바닥 레벨의 일부를 높이는 방법으로 외부 입면 라인을 깔끔하게 처리했고 도로 측에서 보이는 돌출 부분으로 악센트를 가미했다. 주택의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긴 통로를 통해 손님방과 중정을 지나 거실에 도달한다. 거실의 왼쪽은 부엌과 다용도실, 오른쪽은 응접실로 둘 다 남쪽 벽면에 걸쳐진 창문을 통해 바닷가 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2층도 남쪽 자녀 방에 들어서면 바닷가와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다. 주 활동공간인 침실·식당·거실을 모두 정남향으로 배치했고 나머지 보조공간인 화장실·샤워실·세면실·현관 등은 모두 북쪽으로 두었다. 이러한 주요 공간의 남향 위주 배치는 건물 중앙에 도입한 2개의 중정(안마당) 덕분이다. 중정 하나는 오른쪽에 1층부터 2층까지 걸쳐 열려 있으며 다른 하나는 왼쪽에 2층의 안방과 자녀 방 사이의 테라스형 중정이다. 이들 중정을 통해 각 방과 거실에서의 환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자연의 빛이 내부로 하루 종일 들이친다. 건축주 이우석씨는 "우리 집은 비가 내리는 날에 더 운치가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러한 비 내리는 날의 운치는 비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움직임까지 모두 담아내는 두 개의 중정 덕분이라는 황 소장의 설명이다. <b>섬세한 마무리로 주택 가치 높이다</b> 부산S주택의 또 다른 특징으로 평면 설계는 물론이고 조명과 가구 구성까지도 설계자가 주도한 것이 특징이다. 설계자인 황 소장은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명확한 의도와 콘셉트가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콘셉트를 통해 건물의 공간 구성, 동선, 재료, 디테일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S주택은 내외부적으로 분명한 콘세트와 섬세한 디테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인테리어적인 면에서 시간이 지나도 항상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마감의 정교함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실제로 나무 계단이나 유리 난간 등 건축물 곳곳에서 마감의 뛰어남이 돋보인다. 황 소장은 이러한 디테일을 잡기 위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1년여간 무려 40여번을 오가는 열정을 보였다.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욱 정교함을 요구해 시공사와의 마찰이 있었음에도 결국은 목표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의 유명 건축물을 비롯해 후세에도 인정받는 좋은 건물들은 모두 디테일이 '칼' 같다"며 "오래돼도 질리지 않고 볼수록 매력 있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더 멋지고 예쁘게… 택지지구 단독주택 설계사들 경연장 되다</span></p><br /><p align="right"><b>나만의 집 짓는 건축주 의뢰 늘어<br>작품성 있는 설계… 건축상 출품도</b></p><br /> 최근 신도시나 택지지구 단독주택지에 가면 멋지고 예쁜 단독주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축주들이 설계사에 의뢰해 지은 주택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2000년대에는 일산신도시 정발산 인근의 단독주택지가 대표적이었으며 최근에는 판교신도시와 동탄신도시에 이러한 작품성 있는 단독주택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건축상 출품도 활발하다. 앞으로는 강남지구와 위례신도시의 단독주택지에도 건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건축적으로 뛰어난 단독주택들의 등장은 도심지보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택지지구에서 자신의 바람과 생각이 반영된 단독주택을 짓고 가족과 오순도순 사는 것이 소망인 사람들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서판교에서 단독주택을 건립해 살고 있는 한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 대표는 "어릴 적부터 로망이던 내 집을 짓고 그곳에 사는 것을 운 좋게 실현했다"며 "비록 서울 도심에서 집이 가깝지는 않지만 '내 집'에 갈 생각만 해도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들 건축주들 중에는 직접 건축 잡지와 책을 사보고 수명의 설계사들과 미팅을 하는 등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부산S주택의 건축주도 이러한 경우였다. 건축주 이우성씨는 "집을 짓고자 마음을 먹은 후에 수십여권의 건축 책을 봤다"며 "마음에 드는 설계사를 찾기까지 서울에 있는 건축사무소들을 수차례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건축주들이 등장하면서 설계사들의 기회도 이전보다 넓어지는 모양이다. 실제로 설계자에게 단독주택은 자신의 건축적 생각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건축으로 여겨진다. 황준 황준도시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르코르뷔지에와 미스 반데어로에 등 높고 거대한 건축물로 이름이 알려진 건축가들도 사실 단독주택 건축을 많이 했고 또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며 "단독주택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체를 컨트롤하기 용이하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td></tr></table> /조권형기자 buzz@@sed.co.kr -
[건축과 도시] 파주 출판단지의 신아이콘, 화인링크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15.12.04 17:31:23<b>1~3층 복도 등 내부 깊숙한 곳까지 햇살 가득 사무실外 공용공간은 형광등 찾아보기 힘들어 천창 개구부가 모든층에 시원한 공기흐름 유도 환기는 물론 냉난방효율 향상까지 '일석이조'</b> 경기도 파주시의 파주출판산업단지. 출판단지 내에 들어서면 다양한 창의성을 요구하는 업무시설이 많은 곳인 만큼 개성 있는 건물들이 연이어 눈길을 끈다. 좁은 도로 양쪽으로 즐비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회백색의 단아하고 각진 외관을 가진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파주출판산업단지 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물 중 하나인 '화인링크'가 그 주인공이다. 이 건물은 파주출판단지 내에서도 독특한 의미를 지닌 건물이다. <b>사무·휴식 등 다양한 공간 구성</b> 건축주인 광고디자인 회사 '㈜화인링크'는 건물 설계를 의뢰할 때 쾌적한 업무환경을 구성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건물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건물을 설계한 김수영 숨비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이를 위해 다양한 공간구성을 꾀했다. 먼저 지하층은 주차장, 기계 및 전기실, 창고로 두고 1층에는 로비, 식당, 공장 및 사무실을 배치했다. 2층은 사무공간 및 강의실, 3층은 임원실·전시실·체력단련실·기숙사·샤워실 등으로 꾸몄다. 특히 3층은 다른 층에 비해 공용공간을 많이 구성해 직원들의 휴식과 재충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임성호 ㈜화인링크 상무이사는 "광고디자인 회사의 특성상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고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강남에서 지난해 5월 이곳으로 사옥을 옮겼다"며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한 건물 설계가 이뤄진 덕분에 대부분의 직원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외부 설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건물의 모양은 큰 덩어리에서 작은 덩어리들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움푹 파인 부분은 짙은 음영으로 표현하고 드러난 부분은 단아한 느낌을 주기 위해 외장재로 드라이비트를 사용했다. 파주의 날씨 변화를 고려했을 때 외단열이 갖는 기능적인 장점들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땅과 만나는 기단부는 유로폼 노출콘크리트를 썼다. 외장재와 다른 재료를 사용해 자칫 건조해 보일 수 있는 건축물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주 출입구에는 입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건물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재료인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다. 직사광선이 없는 북쪽에는 개구부를 크게 둬 사무공간에 일정한 양의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성했다. <b>자연광이 밝혀주는 다채로운 내부</b> 화인링크 내부는 여느 건물들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먼저 움푹 파인 2.4m의 주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면 6.9m 높이의 로비가 곧바로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낮은 입구와 높은 로비를 동시에 경험하면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특이한 것은 내부를 밝히는 형광등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 1층과 2층·3층까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제외하면 복도 등의 공용공간에는 불이 꺼져 있다. 형광등이 꺼져 있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광이 건물 내부 깊숙한 곳까지 유입돼 불을 켠 것과 끈 것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슬기 ㈜화인링크 사원은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린 때를 제외하면 복도 불을 켜지 않아도 자연광이 워낙 잘 들어오기 때문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며 "자연광이 난방 역할까지 해주면서 겨울에 따로 난방을 하지 않아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인링크는 내부 곳곳에서 환기가 될 수 있게 건물을 설계한 덕분에 냉난방 효율이 좋다. 특히 천창의 개구부가 큰 역할을 한다. 여름에는 더운 공기를 빨아내 단면적으로 연결된 모든 층에 시원한 공기 흐름을 형성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묶어둬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냉난방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는 사무공간 내 중정을 만들 때도 빛의 유입과 환기를 고려했다. 김 소장은 "중정과 천창은 환기와 채광의 문제를 해결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빛이 들기 힘든 곳에 자연광을 유입시키는 것은 물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b>개성 만점 출판단지에서도 돋보이는 건물</b> 화인링크가 위치한 파주출판산업단지는 '첨단정보산업단지'로서 출판을 매개로 한 문화 중심기지를 목표로 만들어진 곳이다. 출판인과 건축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도시인 덕분에 방문객들이 건축물 전시장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다양한 건물들이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다양한 건물들이 어느 정도의 외적 통일성을 갖추고 있는 점이다. 도시 전체의 조형미를 완성하기 위해 건축가 승효상·민현식 등이 건축지침을 만들어 세부사항을 정한 덕분이다. 외적인 통일성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돋보이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화인링크는 그 해답을 건물 내부에서 찾았다. 회백색의 건물 외관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건물 내부 구성을 다채롭게 하면서 파주출판산업단지 내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도시 내 건물들의 통일성을 헤치지 않으면서 독특한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덕분에 화인링크에는 연일 견학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객들은 고등학생·대학생부터 건설 업계 관련자들까지 다양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최근 많은 사람이 건물을 방문하고 있는데 대부분 외부보다는 내부 구성에 관심을 가진다"며 "건물이 주목을 받으면서 좋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긍심까지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외적 화려함보다 기능·채광·환기에 대한 고민 먼저했죠"</span></p><br /><p align="right">설계자 김수영 숨비 건축사사무소 소장</p><br /> "합리성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은 외적 화려함 이전에 수많은 기능과 요구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은 철저하게 합리성을 바탕에 두고 이뤄져야 합니다." 화인링크를 설계한 김수영(사진) 숨비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합리적인 설계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건물의 채광과 환기에 역량을 쏟은 화인링크 설계 과정도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다. 그는 "건축은 서로 다른 조건의 사물들이 조화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각 사물들을 포용하고 연결하는 동시에 빛과 공간을 다루는 일"이라며 "건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건축가의 책임과 역할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해나갈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고 나머지 디자인적 요소들은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인 ㈜화인링크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 것도 합리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요즘 진행되는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실제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과 운영자가 건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과정들을 통해 건축가의 관념만 반영된 건물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이 필요한 요구들을 투영한 건축 설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물 외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이 고려된 설계가 결과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다. 김 소장은 "단순히 건축물을 만드는 것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그 건축물이 그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며 "하나의 건축물이 지어지면 사용자와 주변 사람들이 건물과 관련된 담론을 형성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지역사회와도 어우러질 수 있는 건물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td></tr></table> /정순구기자 soon9@@sed.co.kr -
[건축과 도시] 제주의 즐거운 실험, 카카오 스페이스 닷투·닷키즈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5.11.27 17:57:51<b>닷투 내부 인위적 경계 최대한 없애… 자유로운 만남·창의적인 공간 조성 닷키즈 지붕면에 오름 모습 형상화… 제주도민의 삶·애환 고스란히 담아 직원들 스스로 스몰빌 모임 구성 등 새로운 마을철학 만들기 고민 거듭</b> 카카오가 10년 넘게 '즐거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 첨단기술과학단지에 들어서면 가장 도시적인 건물과 제주스러운 건축물 두 동이 나란히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스페이스 닷투와 닷키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두 건물은 카카오와 제주의 첫 만남을 상징하는 '스페이스 닷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 닷투는 직원들의 업무공간, 닷키즈는 직장 내 어린이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닷투와 닷키즈의 고민은 '닷원'에서부터 출발했다. 닷원과 달리 좀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으로 나온 것이 그것. 닷투는 도시적인 외형을, 닷키즈는 제주 자연의 모습을 각각 띠고 탄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라는 자연환경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연의 한 풍경'으로 자리 잡은 점이다. <b>곳곳에서 우연한 소통 이뤄지는 닷투</b> 닷투를 설명하는 기본 개념은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사무실이다(My office is where I am)'다. 유걸 아이아크 대표와 함께 설계를 담당한 오서원 공동대표는 "최대한 인위적인 경계를 없애고 직원들을 위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닷투는 독특한 내부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휴게공간과 양치공간·복도 등 공용으로 이용하는 영역은 건물 중심부에 위치한 반면 회의실 등은 주변에 배치돼 있는 것이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만남' '우연한 소통'을 위해 일부러 계획한 공간 배치다. 직원들은 곳곳에 마련된 프로젝트룸·회의실에서 일을 하기도, 양치공간에서 우연히 만나 눈인사를 나누기도, 실내 암벽등반 등이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마주쳐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연결되고 뒤섞이면서 소통이 이뤄지는 식이다. 정보기술(IT) 기업답게 닷투의 내부는 전체적으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회로를 연상시킨다. 바닥에는 길을 나타내는 색색의 선이 회로도처럼 분포돼 있으며 두 곳의 휴게공간은 기본 입출력 시스템인 바이오스(Bios)로 불린다. 이는 도시적인 공간을 원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를 따른 결과다. 외부 역시 제주 자연환경을 반영한 닷원과 달리 제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육지를 향해 비상하는 활주로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b>제주 오름의 모습으로 태어난 닷키즈</b> 카카오 스페이스 사옥에는 두 개의 오름이 있다. 하나는 닷원을 건축하기 위해 파낸 흙을 쌓아 만든 인공 오름이며 다른 하나는 닷키즈다. 제주도 전체에 360여개가 퍼져 있는 오름은 제주도민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곳에서 터전을 잡은 카카오는 두 개의 오름을 더하면서 제주도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평평하게 펼쳐진 대지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 닷키즈의 지붕으로 이어진다. 놀이터와 내부 방들은 그 아래 감싸 안겨 있는 모습으로 배치돼 있다. 이 같은 특별한 형상은 닷키즈가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본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이끈 요소기도 하다. 기능적으로도 오름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국내 기온 수준에서 땅속 90㎝ 아래부터는 겨울에 얼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닷키즈의 내부는 오름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지붕에 심어진 야생식물은 표면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지지 않도록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유리 커튼월이 사용된 입면 부분을 통해서는 빛과 환기를 조절할 수 있다. 오름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110여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내부를 만날 수 있다. 닷투와 닷키즈는 외형은 전혀 다르지만 공용공간이 핵심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연결된다. 오 공동대표는 "아이들이 가능하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용공간 위주로 계획했다"며 "공용공간은 안쪽으로 배치하고 그 주변에 각 실이 붙어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통유리창은 아이들이 어디에서든 서로를 바라보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다 외부 자연의 흐름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b>끝나지 않은 제주에서의 즐거운 실험</b> 실제로 아이들은 이곳에서 햇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가끔 나타나는 고라니와 꿩을 만나볼 수도 있다. 카카오가 시작한 '즐거운 실험'은 제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를 이어 이전하는 다른 IT 기업들에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관광과 농어업 중심의 제주 산업은 카카오로 인해 IT까지 넓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다음(현 카카오) 제주 이전 10년과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따르면 제주 이전 이후 10년간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각각 1,890억원과 1,042억원에 달한다. 제주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은 직원들 역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실시한 제주생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91.3%까지 치솟았다. 이주 직원들은 제주도 내의 커뮤니티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3년 자생적으로 '스몰빌 동호회'를 구성해 제주에서 '카카오'가 제시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 상을 끊임없이 논의하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온돌방 게스트하우스… 칠판으로 꾸민 벽… 직원들 크고 작은 목소리 담긴 공간 구성</span></p><br /> '건축물 디자인부터 칠판 소품까지.' '스페이스 닷투·닷키즈'의 탄생은 온전히 건축가만의 공은 아니다. 카카오 내부 구성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클라이언트위원회'는 건축물의 외형부터 내부 공간 구성까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참여해 현재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단순히 건축주인 최고경영자(CEO) 한 명의 의도가 아닌 실제 공간에서 생활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결합돼 건축물이 탄생한 셈이다. 클라이언트위원회를 이끈 전정환 제주창조경제센터 센터장은 "위원회는 각각 자발적인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수평적으로 구성됐다"며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해 끊임없이 혼을 불어넣고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이언트위원회는 첫 만남부터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을 통해 자유롭게 건축물 콘셉트에 대한 단상을 제시하도록 했다. 브레인라이팅은 종이에 3분 동안 각각 원하는 콘셉트 등을 적고 3분 후 각자 옆사람에게 자신의 종이를 넘기고 자신은 넘겨받은 종이 위에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 센터장은 "새로운 사옥을 닷원과 외형적으로 비슷하게 지을 것인지 등 백지상태에서부터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초 한 건물로 기획된 닷투와 닷키즈가 두 개로 분리된 것도 클라이언트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아이가 있는 부모, 미혼자 등 각기 다른 위치의 인물들 몇몇과 함께 진행한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어린이집을 분리시키는 것이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닷투 내에 지어진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일과 삶이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출퇴근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인해 중간에 닷투와 게스트하우스를 연결하는 작은 야외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밖에 게스트하우스를 온돌방으로 꾸미고 닷투 교육장 한쪽 벽면에 글씨를 적을 수 있도록 칠판을 만드는 등 직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크고 작은 목소리가 반영되기도 했다. </td></tr></table> /제주=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
[건축과 도시] 지역과 소통하는 전북 현대모터스 클럽하우스
부동산 분양 2015.11.20 17:54:10<b>국내 축구단 유일 수중 트레이드밀 보유br>선수 위한 모든 것 하나의 동선안에 배치 "경기장 수 늘리고 2군·유소년 숙소 갖춰br>유럽처럼 100년 가는 축구센터가 목표<br>부가가치 창출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b> 서울에서 KTX를 타고 익산역까지 1시간20분, 그리고 다시 승용차로 20분여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전북 완주군 '전북현대모터스 클럽하우스'.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민간 부문 대상을 받기도 한 이 건물은 시설 등 여러 면에서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축구 클럽하우스다. F1 스포츠카를 연상하게 하는 늘씬한 건물 외관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훈련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의 동선 안에 갖췄다는 것이다. 스포츠 시설로서의 기능뿐만이 아니다. 2년간 이곳을 찾은 인원만 해도 4,700여명.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는 등 축구센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b>훈련·정비·치료·휴식 등 '원스톱 시스템'</b> 이 건물의 최대 장점은 말 그대로 '원스톱 시스템'이다. 2개의 천연잔디 축구장이 바로 닿아 있는 건물에 들어서면 명목상 지하 1층. 홍보관을 지나면 바로 만나는 로커룸은 U자 말굽형 공간이다. 열린 입구의 단상에 감독이 서면 모든 선수가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서 바로 왼쪽에는 샤워실과 수중치료실, 이면에는 선수 각각의 개별 세탁물을 처리해주는 세탁실이 있다. 다시 로커룸에서 경기장 쪽으로는 각종 개인 훈련장비가 갖춰진 피트니스 공간이 이어지고 그 끝의 물리치료실 사이에 축구장으로 가는 출구가 있다. 선수들이 1~2층에 있는 숙소에서 내려와 준비된 유니폼과 축구화를 신고 간단히 몸을 푼 후 바로 축구장으로 나가는 동선이다. 연습을 마치면 샤워하고 피로를 푼 후 세탁물을 맡기고 원래 옷을 입고 나가면 된다. 필요하다면 뭉친 근육을 풀어줄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우나에서 몸을 풀 수도 있다. 건축주인 이철근 전북현대모터스 축구단장은 선수들의 훈련 전후 동선을 섬세하게 배려한 시설 배치를 자랑한다. 그는 "선수들이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운동하면서 최대한 시간 낭비 없이 하나의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게 시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클럽하우스의 최고 자랑거리는 수중치료실의 '수중 트레이드밀 시스템'이다. 입구 양쪽에는 냉탕·열탕이 있고 그 안쪽에 2~3평 남짓한 미니 수영장 같은 공간이 있다. 이게 뭐 대단할까 싶지만 국내 축구단으로서는 유일하고 삼성서울병원과 현대캐피탈 배구단까지 단 3곳만 갖추고 있는 이 설비를 위해 무려 10억원을 투자했다.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이 단장과 조병욱·서을호 서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등은 프랑스·스페인·영국, 그리고 일본의 축구단 클럽하우스를 돌며 꼼꼼히 장단점을 따지고 비교했다는 후문이다. <b>지역커뮤니티 등 부가가치 창출하는 공간</b> 전북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는 지금도 선수 훈련과 기업 이미지 제고, 지역주민과의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구단 측은 앞으로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단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팬층을 개척하고 자체적인 수익을 내겠다고 말한다. "최근 2년간 4,700명이 우리 클럽하우스를 다녀갔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 클럽하우스에 부족한 것은 경기장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축구 경기장을 현재 2개에서 6개로 늘리고 2군 선수와 유소년팀 숙소까지 갖춰 유럽처럼 100년 가는 축구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축구 경기와 선수만을 위한 공간,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이 단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예를 들었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장이 12개인데 잔디 상태에 따라 경기장을 바꾸고 기본적으로 2군과 유소년팀, 대외 행사용 공간을 구별해서 쓰고 있다"며 "후원기업이나 팬들을 위한 초청행사도 하지만 인근 지역주민과 함께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유럽·日클럽하우스 돌며 장점만 벤치마킹"</span></p><br /><p align="right">설계자-서을호·조병욱 서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p><br />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평소에도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부상 땐 재활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지역병원과 협의해 정형외과와 내과·안과 등 거의 모든 부문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 미래의 선수, 팬층이 될 유소년팀을 위한 시설을 따로 갖추고 행사를 이어갑니다." 전북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를 설계한 조병욱(사진 왼쪽), 서을호(오른쪽) 서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설계에 앞서 축구 선진국인 유럽 여러 국가를 벤치마킹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유럽의 프랑스·스페인·영국, 그리고 일본의 축구단 클럽하우스를 돌며 꼼꼼히 장단점을 따지고 비교했다. 특히 서 대표는 지역과의 어우러지는 클럽하우스 운영에 눈이 갔다.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던 그는 숙소에서 로커룸·샤워장·피트니스를 지나 운동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동선에 가장 신경을 썼고 의료·재활시설이 그 공간에 함께 들어갔다. </td></tr></table>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원래 농지였던 곳… 주변 환경 조화에 진땀"</span></p><br /><p align="right"><b>시공 이렇게 했다-임홍규 현대엔지니어링 건축부문 본부장</b></p><br />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곳은 원래 풋살 경기장과 농지였던 곳이다. 시공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 시공을 맡은 임홍규(사진) 현대엔지니어링 건축 부문 본부장은 실제 시공과정에서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3년여 진행된 공사는 원래 풋살 경기장과 농지였던 곳에 진행돼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또 동서쪽에 약 71.15도 기울어진 사선 옹벽과 실내연습장 기둥도 품질 및 안전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멋진 건물이 가능한 이면에는 시공사·설계사·협력사가 함께 고민하고 치밀하게 시공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라며 "본 건물 디자인의 핵심 요소인 내·외장 마감선의 일치는 골조공사부터 외장공사까지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td></tr></table> /이재유기자 0301@@sed.co.kr -
[건축과 도시] 대지공유 모델 제시한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
부동산 건설업계 2015.11.13 17:42:41최근 선보이는 새 아파트의 특징은 내부 평면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평면에서 벗어나 3베이·4베이·알파룸 등 다양한 신평면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다분히 아파트에 거주하는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하지만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사는 '공동'의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동주거 부문 대상을 받은 서울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강남브리즈힐아파트)은 새로운 공동주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건물이다. 핵심은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 평면보다 외부공간의 활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이 공동주택은 대지를 공유하며 집합으로 거주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묻고 있다. <b>작은 마당을 필로티로 연결해 내 집의 범위 확장</b> 흔히들 내 집의 범위는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현관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단지 입구부터 각 가구의 현관까지 이어지는 '여정'도 내 집의 일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경사진 대지를 열한 개의 작은 마당으로 나누고 각 주동을 필로티 형태로 바닥으로부터 들어올려 주동 하부를 관통하는 연속된 보행체계를 갖췄다. 필로티를 통해 작은 마당들이 서로 연결된 것이다. 또 주동의 앞마당은 이웃하는 동의 필로티와도 결합된다. 필로티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거실이자 사랑방이기도 하다. 필로티는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어서 주민들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주민들은 이곳 필로티에서 마을 잔치를 열기도 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주동 아래 필로티와 경사지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해 단지 입구부터 내 집까지 가는 다양한 동선을 선택할 수 있다. 집으로 가는 동선이 다양해진 만큼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이웃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을 설계한 이민아 건축사사무소 협동원 소장은 "거주민들이 집 밖에 나와 대지 전체가 내 집인 것처럼 사용하고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만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b>잘게 쪼개 지상에 흩뿌린 주민 공동이용시설</b> 주민 공동이용시설을 배치한 방식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공동이용시설은 단지 중앙의 대규모 커뮤니티 공간에 모아 배치된다. 하지만 이 단지는 어린이집·경로당·피트니스센터·도서관 등을 지상 레벨에 하나씩 떨어뜨려 설치했다. 공동이용시설을 잘게 쪼개 대지 위에 흩뿌린 형태다. 따라서 주민들은 다양한 경로의 외부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공동이용시설을 하나씩 접하게 된다. 단지 환경의 중심을 바닥에 내려놓음으로써 외부공간을 단순한 통행로가 아닌 공동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단지의 외장도 지상 레벨의 보행자 눈높이에 맞췄다. 각 주동의 외벽은 단조로운 무채색으로 칠한 반면 지상에 나눠서 배치한 공동이용시설의 외벽은 어린이집·경로당 등 각 시설마다 빨강·파랑·초록 등 다채로운 색상을 입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들 공동이용시설은 각각의 색상으로 인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주차공간도 모두 지하화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바깥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외부공간 배치에 중점을 뒀다고 해서 내부 평면 구성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이 단지는 오히려 일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평면 구성으로 각 가구마다 환하게 햇살이 비추는 거실과 주방을 선물했다. 이 소장은 "어느 위치에 있는 집이든지 햇빛이 잘 들어오는 방을 똑같이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에서 출발했다"면서 "가장 밝은 방으로는 온 가족이 모이는 거실과 주방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b>평면 벗어나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 모델 제시</b> 이 같은 대지를 공유하는 공동주택은 주민들의 삶도 바꿔놓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이 극찬했을 정도다. 공동주택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서로 다른 이웃들이 한 곳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해서다. 사실 아파트 설계는 그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건물 외관이나 내부 평면도 진화하고 있다. 이제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조경도 한 단계 발전하면서 미술관 같은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간과한 것이 바로 이웃들이 서로 대지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 개인을 넘어 아파트가 공동체 회복에도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동체의 회복은 도시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서울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공유'라는 물음에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디자인 차별화… 신기술 적용… '주택의 미래' 보여준 LH 설계공모</span></p><br />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서울 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이다. LH는 매년 디자인 특화 및 신기술 적용 등 공동주택 분야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상징성 있는 설계공모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공동주택과 학교 및 일반 건축물 등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60여건의 건축설계공모를 실시해 설계 업체를 선정했다. 특히 올해는 8건의 설계공모에 대해 만 45세 이하 신진 건축사 대상 공모 방식을 비롯해 여성 건축사, 당선 실적이 없는 건축사사무소 대상 공모 등 다양한 공모 방식을 적용하기도 했다. 올해 LH에서 시행한 설계공모 중 눈여겨볼 만한 공동주택으로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미래형 임대주택의 모델을 제시한 '평택 고덕지구 Ca-1·2블록'과 공공분양주택인 '아산 탕정지구 2-A2블록'이 있다. 평택고덕지구 Ca-1·2블록은 △저렴한 주거비로 살 수 있는 주택 △지역사회의 활력과 가치를 높이는 주택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주택 △누구나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적용된 요소로는 △외단열, 3중 로이유리 창호 등 에너지 절감 기술 △가구 내부에 기둥 및 보가 없어 자유로운 계획이 가능한 장수명주택 △1인 독신자 특화형, 복층구조 신혼부부 특화형 등 수요계층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설계 등이 있다. 또 아산탕정지구 2-A2블록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길 및 통경축이 확보되는 '바람이 부는 숲', 작은 마당 중심의 옥외공간 계획인 '이야기가 있는 소통마당', 가변형 및 알파룸 제공을 통한 '내가 만드는 우리 집'이라는 세 가지 디자인 전략 아래 계획됐다. 단지계획은 인접한 근린공원을 향한 열린 배치로 자연환경과 연계했으며 주변 단독주택지와 가까운 주동은 저층 배치를 통해 도시적 경관 및 스카인라인 조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평면계획은 신혼부부 대상의 소호(SOHO)형과 마스터룸 강화형, 성장기 자녀가 있는 가구 대상의 자녀케어형·자녀중심형, 고령자 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원연계형과 세대 직출입형 등 계층별 특성을 감안했다. </td></tr></table>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
[건축과 도시] 바르셀로나에 개성 입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5.11.06 18:28:02<b>기존 부벽 대신 곡선형태 현수선 아치 적<br>장식 뛰어넘어 자연의 합리적 본성 담아내<br>가우디 사후 100년 되는 2026년 완공 예정 사각형 도시계획으로 밋밋했던 바르셀로나<br>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카사 바트요 등<br>개성 강한 작품으로 매력적인 도시 탈바꿈</b> 지난 10월 중순 3년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 카탈루냐가 낳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마지막까지 애정과 헌신을 다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대성당)' 앞은 언제나 그렇듯이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직접 본 것은 두 번째지만 마치 처음 본 것과 같은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 대부분의 성당과 마찬가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00년이 넘도록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매번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 예정일은 가우디 사후 100년이 되는 오는 2026년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방문자를 맞으면서도 한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b>생의 마지막 쏟아부은 가우디 건축의 정점</b>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 건축의 정점에 있는 건축물이다. 가우디는 1926년 전차에 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마지막 12년간을 오로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만 매달렸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또 다른 성당인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달리 직선이 아닌 곡선 형태의 '현수선' 아치를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적용된 곡선인 현수선 아치의 시작은 미완성으로 남은 콜로니아 구엘 성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우디는 구엘 성당 설계를 위해 무려 10년이라는 연구기간을 거쳐 현수선 모형작업에 성공했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설계에 더욱 큰 규모로 이를 적용한다. 최근 국내 최초로 가우디 자서전 '가우디 1928'을 옮겨 펴낸 건축가 이병기씨는 "가우디가 현수선 아치를 사용한 것은 수직으로 세운 돌기둥에 아치를 올리는 것은 기존 대성당의 구조가 부벽이라는 목발을 짚을 수밖에 없는 불구의 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우디의 동료 건축가들 역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이런 부벽들이 있었다면 이 시대의 위대한 건축물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 성취를 자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길게 늘어뜨린 아치를 사용하면서 성당에 사용된 기둥들이 기울어졌으며 가우디 본인은 이를 자체로는 강하지 않지만 서로 협력해 더욱 강해지는 성당이라고 평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울어진 기둥과 현수선 아치를 사용하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구조는 대단히 합리적으로 만들어졌다. 현수선 아치 덕분에 모든 기둥들의 지름이 얇아졌으며 성당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부벽들이 사라지면서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게 됐다. 이 건축가는 최근 한 기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과 타일·철물로 만들어낸 기괴한 형태에만 관심을 둘 뿐 가우디의 건축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자연을 닮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가우디는 자연의 장식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합리적인 본성을 건물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우디는 자연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완공 시 최고 높이는 170m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인간의 작품은 신의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이유로 최고 높이를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173m)보다 낮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b>괴짜 천재를 품어 행복한 바르셀로나</b>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주는 인상은 유럽의 여느 도시와 다르다. 유럽을 꿈꾸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흔히 포르투갈 리스본의 좁고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골목길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다르다. 대성당을 중심으로 옛 거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딕지구·보른지구 등을 제외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계획된 반듯하고 넓은 도로가 뚫려 있는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다. 이 같은 도시계획의 기초는 지금으로부터 1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세기 전 유럽에 전염병이 창궐한 것이 바르셀로나 도시계획의 계기가 됐다. 1853년 인구밀도가 높았던 바르셀로나는 기존 성벽을 허무는 '에이샴플라(L'Eixample)'라고 이름 붙인 도시계획 공모전을 연다. 이때 채택된 것이 일데폰소 세르다라는 토목기사의 계획안이었다. 그의 계획은 바르셀로나 도시 전체를 20m 폭의 도로로 둘러싼 정사각형 모양의 주거 블록으로 채우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현대적인 도시계획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쳤다면 바르셀로나가 지금과 같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도시가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계획도시 바르셀로나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를 포용했기 때문이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할 당시 교장은 졸업장을 건네주며 "우리가 천재를 보게 될지, 미치광이를 보게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정도로 가우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우디는 후원자 구엘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바르셀로나에 그의 발자취를 뚜렷하게 남길 수 있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포함해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바르셀로나에 남기며 그를 포용한 도시의 은혜에 보답한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멋진 건축물이 즐비한 바르셀로나에서도 개성 강한 외관과 독보적인 높이로 확실히 튀는 건물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 바르셀로나와 개성 강한 가우디의 만남은 행복한 결말을 남겼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매력적인 도시는 지역적으로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며 "유럽 대부분의 도시가 그러하듯이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통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가우디의 예술작품 같은 건축물로 인해 개별 건물의 개성도 부각되면서 도시 전체가 살아나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table width="100%" border="0" cellspacing="3" cellpadding="12" bgcolor="#d9d193" align="center" style="line-height:160%;"> <tr><td bgcolor="#faf8e9" style="padding:15px; font-size:15px; font-family:굴림;"> <p align="center"><span style="font-weight:bold; font-size:18px; line-height:170%;">카탈루냐의 두가지 보물 '가우디와 FC바르셀로나'</span></p><br /> 스페인은 지역색이 강하다. 한국의 지역감정은 저리 가라 할 정도다. 특히 카탈루냐와 마드리드 지방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도 독립 찬반을 묻는 투표가 실시됐고 시내 곳곳에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깃발이 걸려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논쟁은 축구장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최근 조르디 산체스 카탈루냐 국민회의 대표는 "카탈루냐인의 정체성을 어디서 보여줘야 하는지 지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에서 카탈루냐 깃발을 나눠주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FC바르셀로나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공개적으로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해 스페인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특히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카탈루냐 지방과 마드리드 지방은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유명한 축구 경기 '클래식 더비'를 통해 직접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한 카탈루냐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면 아마도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와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가우디와 FC바르셀로나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우디와 FC바르셀로나 모두 그 무엇보다 카탈루냐인들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FC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로 활동하거나 현재도 뛰고 있는 카를로스 푸욜, 피케 등이 모두 카탈루냐 출신이다. 가우디 역시 카탈루냐 지방의 레우스가 고향이다. 그리고 가우디는 자신의 고향 레우스에서 본 몬세라트산의 기괴한 바위들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설계에 응용하기도 했다. 가우디의 작품 세계에서 카탈루냐 지방의 자연은 가우디 건축물을 낳은 영감의 원천과도 같은 것이다. 자신들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카탈루냐인들이 가우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td></tr></table> /바르셀로나=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
한국건축문화대상 영예의 수상자
부동산 주택 2015.11.05 18:01:16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이 5일 서울 서초동 건축사회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유일호(왼쪽 다섯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통령상·국무총리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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