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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2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축...'한샘 시화공장'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5.27 14:03:36곳곳에 육면체의 반듯한 창고처럼 생긴 공장만이 도로 앙 옆에 길게 늘어선 시화공단. 조금은 휑하고 삭막하기도 하는 무채색의 느낌으로 덧칠해진 이곳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국내 1위의 가구업체인 한샘의 제3공장, ‘한샘 시화공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2년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한샘 시화공장은 수상 당시부터 화제가 된 건축물이었다. 당시 ‘청와대 별관’을 제치고 수상한 한샘 시화공장은 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 한국 건축계의 파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20세기 국내 건축계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김석철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명지대 석좌교수)의 작품으로 지난 12일 별세한 김 석좌교수의 건축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수작으로도 꼽힌다. ● 미적가치·공간효율성 두 토끼 잡다 좌우대칭 원통형에 둥근 창문…배 형상화 내부엔 기둥 없어 작업공간 여유롭게 활용 파격적인 설계로 ‘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 한샘 시화공장의 정문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공장은 좌우 대칭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입구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1층 벽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둥근 창문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폭 36m, 길이 220m의 원통형 공장에 난 창은 커다란 여객선의 선체에 줄을 지어 뚫어놓은 객실의 둥근 창을 연상시킨다. 건물 상층부의 한샘 로고가 박힌 간판은 브리지(선교·bridge)를 떠오르게 한다. 지은 지 25년 가까이 된 지금은 바래지긴 했지만 흰색과 분홍색의 외벽도 회색이나 진녹색 계열의 일반적인 공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가구를 싣느라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트럭과 작업복 차림의 공장 직원들이 없다면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한샘 시화공장을 ‘공장 같지 않은 공장’으로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건물 로비에 들어설 때까지도 이곳이 가구 공장이라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널찍한 로비를 마주 보고 왼쪽은 사무직원들의 공간이고 오른쪽은 생산라인이 있는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다. 왼쪽 한구석에는 나선형의 계단이 있어 2층의 사무공간으로 이어진다. 작업장은 보는 이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한다. 이 건물이 단지 빼어난 미적 요소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상징인 ‘매뉴펙처(기계를 이용한 대량 생산)’ 공장이 가져야 할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어서다. 고(故) 김 석좌교수는 건축주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에게 한샘 시화공장을 지을 때 효율적이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미적으로 아름다운 공장을 설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공장의 내부 공간은 기둥을 내부에 세우지 않는 ‘무주공간설계’를 적용해 공간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공장 전체를 작업 라인으로 만들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공장의 한쪽 끝에서 재료를 넣으면 ‘성형-재단-가공-포장’ 등 4가지 공정을 거쳐 반대편 끝에서 제품이 완성돼 나오는 생산라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공간 사용의 효율성이 높다. 한샘 관계자는 “준공 당시에도 작업공간이 넓어 불편함이 없었지만 지금은 공장이 더욱 자동화돼 준공 초기보다도 훨씬 여유롭게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간을 생각한 환경 친화적인 공장 천장에 아키라이트 천창 둬 풍부한 채광 중앙 집진설비로 공장 내부공기 정화 톱밥·나무가루는 냉난방 에너지원 사용 공장이 준공되기 한 해 전인 1991년은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이 일어나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던 때였다. 사회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친환경 건축물은 사치이면서 불필요한 건물로 받아들여지던 때다. 하지만 한샘 시화공장은 현재의 기준으로 봤을 때도 완벽한 친환경 공장으로 건축됐다. 바람과 빛, 그리고 재활용을 통해 조명과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분진과 나뭇가루가 수도 없이 발생하는 가구 공장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설비인 집진장비를 공장 윗공간의 가운데에 설치해 내부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게 했다. 그리고 여기서 모인 톱밥이나 나뭇가루를 태워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공장 내부를 밝히기 위한 인공조명 사용은 최대한 자제했다. 외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둥근 창으로 풍부한 빛이 들어오는 데다 천장에는 아키라이트 천창을 둬 태양광으로 채광하도록 했다. 뜨거운 햇빛이 문제인 여름철에는 자동으로 천창을 열 수 있고 천을 창에 덧대어 뜨거운 열은 차단해 공장 내부의 온도를 조절하도록 했으며 겨울철에는 그 자체로 온도 유지를 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한샘 시화공장은 준공된 지 2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내외 건축가들로부터 미적 가치와 자본주의적 효율성, 친환경 휴머니티를 동시에 만족하게 한 건축물로 인정 받고 있다. 지금도 한 해 동안 수많은 대학의 건축학도나 국내외 기업에서 한샘 시화공장을 찾고 있다. 그리고 국내 건축사에 기념할 만한 수많은 작품을 남긴 김 석좌교수 자신도 생전 한샘 시화공장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생전 한샘 시화 공장을 두고 “한샘 공장은 건축가가 아닌 휴머니스트와 엔지니어로 설계했으며 인간 중심의 설계에 신경 쓴 작품이라고 자부한다”며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설계자는...건축가이지 도시설계자 ‘故 김석철 교수’ 한샘 시화공장 이외에도 고(故) 김석철(사진)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설계를 맡은 건물 중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물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 창덕궁 옆에 위치한 ‘한샘 DBEW 디자인센터’로 한샘 시화공장과 마찬가지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김 전 위원장에게 맡긴 건축물이다. 애초 고궁과 담을 마주한 곳이어서 기존 건물의 개축만 가능한 곳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발로 뛰어 인허가를 따낸 건물이다. 한샘 DBEW 디자인센터는 조 명예회장이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도로 만든 건물이다. 그래서 디자인센터의 외관 역시 한옥과 현대적인 글라스하우스를 융합한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한옥이지만 사실 이 건물의 한옥적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창덕궁과 조화를 이루며 건물 전체가 한옥과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드는 수작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한샘 DBEW 디자인센터는 특선작으로 뽑혀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도산대로 인근에 우뚝 서 있는 씨네시티(현 청담CGV씨네시티) 역시 김 전 위원장의 작품이다. 협소한 부지에 8개의 영화관이 들어선 씨네시티는 좁은 부지 탓에 상당히 설계가 어려웠던 건축물이다. 유리벽으로 외벽을 마무리하는 커튼월 방식이 아닌 중국 흑수석을 사용해 마치 건물이 검은 수트를 입은 것처럼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외부로 난 창을 최소화하고 원형 창을 사용해 사각형의 건물을 더욱 특색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명보프라자와 올림픽 가든타워, SBS탄현제작센터 등을 설계하면서 국내 건축계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자리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명성 높은 건축가이면서 도시계획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은 도시설계자이기도 하다. 스승인 김수근 선생의 밑에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도맡았으며 이후 서울대 캠퍼스 마스터플랜과 경주보문단지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예술의전당 프로젝트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건축과 도시] 9·11 상처 위에 희망을 세우다...美맨해튼 '원 월드트레이드센터'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16.05.20 14:05:50지난 2001년 9월11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날이다. 그날의 테러로 쌍둥이빌딩을 포함한 7개 빌딩으로 이뤄졌던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는 물론 그 주변 건물까지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4년 11월. 세계무역센터 재건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건물이 개장했다. 바로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로도 불리는 이 건물은 테러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다시금 우뚝 섰다. 재건 프로젝트는 ‘추모와 첨단’을 모토로 15년째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그라운드제도’ 5개의 첨단 건물에 메모리얼관까지 조성 2WTC 등 사업부진 … 15년째 공사중 미국 뉴욕주 뉴욕시 로어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 부지는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불린다. 그라운드 제로는 폭발이 있었던 지표의 지점을 뜻하는 용어다. 쌍둥이빌딩이 무너질 때 그 파편 등이 주변으로 튀어 기존 7개 빌딩이 같이 붕괴·손상돼 부지 전체가 폐허가 된 탓이다. 이때 생겨난 잔해를 치우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자리에 새로운 세계무역센터를 짓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부지의 소유자인 ‘뉴욕 뉴저지 항만청’은 옛 세계무역센터를 장기임대한 부동산개발업자 ‘래리 실버슈타인’과 함께 계획을 수립했다. 세부 내용은 1WTC를 포함한 5개의 초고층 건물과 9·11 메모리얼과 박물관, 그리고 뉴욕 지하철 환승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폐허가 된 세계무역센터를 복합개발을 통해 추모와 희망이 담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복합개발을 통한 재건 프로젝트는 이후 여러 암초를 만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침체 등이 원인이다. 실제로 2011년 실버슈타인은 재건사업의 완공 시기를 올해로 잡았으나 아직 고층건물 2개는 골조공사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다시 찾은 미국 최고빌딩 104층 높이 전망대 서면 맨해튼 한눈에 73개의 엘리베이터 설치 등 진기록도 현재까지 복합개발 재건 현황을 보면 5개의 고층빌딩 중 1WTC(104층)와 4WTC(74층), 7WTC(29층)가 준공됐으며 9·11 메모리얼과 박물관도 2014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중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1WTC이다. 2006년 착공해 2013년 준공된 1WTC는 높이가 541m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다. 그전까지의 최고층 건물은 1974년 준공된 시카고의 윌리스타워(442m)였다. 이로써 미국 최고 높이 건물이라는 지위를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탈환하게 됐다. 무너진 쌍둥이빌딩은 준공 당시 미국 최고 높이였으나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윌리스타워에 그 지위를 빼앗긴 바 있다. 1WTC의 연면적은 32만5,279㎡에 달한다. 이 빌딩에 들어간 철제 H빔만 181.4톤에 달하며 엘리베이터 역시 73개가 설치되는 등 건설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진기록을 냈다. 현재 100~104층은 전망대(ONE WORLD OBSERVATORY)로 사용된다. 건물 서쪽에는 전망대 전용 출입구가 있다. 기자가 직접 올라가 보니 왼편 월스트리트는 물론이고 저 멀리 센트럴파크까지 맨해튼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뿐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과 브루클린과 뉴저지주, 그리고 대서양까지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세계무역센터 과거, 현재 그리고 비판 침체된 도시재생 위해 건립된 옛 WTC 미흡했던 주변과의 연결성 회복할지 주목 그라운드 제로 재건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먼저 3WTC(80층)는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2014년에 잠깐 공사가 중단됐으나 최근 다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8년 준공 예정이다. 2WTC(76층) 역시 수년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뉴스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과 ‘21세기폭스’가 빌딩 대부분에 대한 임차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올 들어 결정을 번복했다. 설계안은 확정돼 있는 상태로 기존 노먼포스터에서 덴마크 건축업체 BIG로 바뀌었다. 5WTC는 아직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1WTC 바로 오른쪽에 예정된 ‘퍼포밍아트센터(PACWTC)’ 사업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브루클린의 REX사가 설계회사로 선정됐다. 2019년 준공 예정인 PACWTC는 뉴욕의 최신 예술 동향을 소개하고 전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한 재건 사업은 2020년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센터 부지는 대지면적만 6만4,749㎡에 달한다. 기존에 ‘라디오 로(Radio Row)’라 일컬어지던 전자제품 시장 거리가 전면 재개발된 것. 1950년대 당시 인근 무역항이 쇠락하면서 로어 맨해튼이 침체되자 ‘체이트맨해튼은행’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도시재생 차원에서 뉴욕 뉴저지항만청에 세계무역센터의 건립을 제안하고 주도한 것. 이렇게 탄생한 것이 옛 세계무역센터다. ‘9·11테러’ 이후 새롭게 재건되는 세계무역센터가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완공될지 주목된다. 과거 무역센터는 오밀조밀한 블록이 특징인 맨해튼 골목의 흐름과 연결성을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재건되는 신세계무역센터가 도시적 맥락과 연결성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데 건축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뉴욕(글·사진)=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박스 - 9·11 메모리얼 무너지 쌍둥이 빌딩 자리에 거대한 인공우물 조성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과 관광객으로 가득한 뉴욕의 로어 맨해튼. 그곳의 중심부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중앙광장에는 거대한 인공우물 2개가 들어서 있다. 각각 면적이 4,000여㎡에 달하는 이 인공우물로 다가서면 중앙의 구멍으로 쏟아져내리는 물소리에 주변 소음이 덮이며 고요해진다. 바로 ‘9·11테러’로 생사를 달리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한 ‘9·11 메모리얼(The 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이다.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의 자리를 그대로 인공우물로 조성했다. 우물 난간의 동판에는 알파벳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약 3,000여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이름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빨갛고 하얀 장미꽃들을 꽂아두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건계획 수립 당시 쌍둥이건물 부지를 두고 어떻게 쓸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는 전언이다. 국민들과 유족들은 추모시설로 활용하기를 요구했으나 뉴욕시와 사업자들은 추모시설을 지하로 넣는 등 절충안을 내세운 것. 결국 국민 여론에 따라 온전한 추모공간으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우물을 포함한 9·11 추모공원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는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와 조경건축가인 피트 워커가 설계했다. 2003년 국제경쟁공모 당시 63개국에서 제출된 5,201개 작품 중 하나였다. 두 인공우물 사이에는 ‘9·11 박물관(National September 11 Museum)’이 자리했다. 9·11의 비극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함이다. 2014년 개장한 이 박물관은 9·11 테러의 배경과 당시 국내외 반응을 연대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건축과 도시] 한국 현대사의 자화상 ‘서울스퀘어’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5.13 13:53:27서울역은 KTX역과 버스환승역 등 다양한 대중교통의 집결지여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특히 서울역은 지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은 거쳐 가야 하는 관문 중 하나다. 역사를 나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붉은색 건축물이 바로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빌딩)’다. 서울스퀘어는 주변의 모든 풍경들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울에 도착한 시골 청년들은 이 거대한 건축물의 위용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역시 서울은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 개발시대 상징 대규모 건축물 지하 2층~지상 23층...용적률 1,100% 준공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오피스빌딩 서울스퀘어는 애초 교통센터로 지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닌 7층짜리 건물이었다. 이후 지난 1973년 8월 김우중 당시 대우실업 대표가 약 47억원에 교통센터를 인수했으며 1976년에 지금과 같은 지하 2층~지상 23층 규모의 매머드급 빌딩으로 재탄생했다. 이름도 ‘대우센터빌딩’으로 바뀌었다. 대우센터빌딩은 완공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빌딩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기준으로 보더라도 흔치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가로·세로 100m 길이의 정사각형 모양의 건축물은 현재 건축법상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다. 2009년 서울스퀘어 리모델링 디자인을 맡았던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는 “서울스퀘어는 용적률이 1,100% 이상인데 새로 짓게 되면 800% 이상으로 지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산 쪽을 향해 있는 건축물은 10층 이상일 경우 입면의 폭이 55m를 초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징가제트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근 ‘포스트타워’와 같이 중간을 비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스퀘어에 대한 건축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대부분의 건축가나 교수들이 ‘지금이라면 절대로 지어서는 안 되는 건축물’이라고 강조한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규모와 실용성만을 강조한 건축물로 서울을 상징하는 남산을 가리고 서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평가 때문인지 실제 애초 설계자를 찾기도 어렵다. 대우건설과 서울건축 등에 따르면 서울건축의 전신인 옛 동우건축이 설계를 했지만 설계자는 찾을 수 없었다.일각에서는 과거 김우중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김종성 전 서울건축 대표나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인 김수근 씨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종성 씨는 자신이 설계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김수근씨의 제자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김수근씨가 설계한 것은 서울스퀘어 지하에 있는 ‘대우 아케이드’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스퀘어는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오피스빌딩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빌딩으로 남아 있다. ● 여전히 기억되는 이름 ‘대우빌딩’ 70~80년대 불 꺼지지 않는 건물로 유명 한국경제 성장·대우 흥망성쇠와 함께 해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스퀘어는 여전히 대우빌딩으로 기억되고 있다. 실제 서울스퀘어로 가기 위해 잡아탄 택시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택시 기사는 서울스퀘어를 가리키자 대우빌딩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이면에는 이 빌딩이 대우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대우빌딩은 당시 본격적으로 신사옥을 짓기 시작했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건물 중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컸다. 1970~1980년대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으로도 유명했으며 국내를 넘어 세계 경영을 목표로 성장하던 대우그룹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우그룹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건물”이라며 “대우가 삼성과 현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기업이었지만 사옥에 있어서는 임팩트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대 말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계열사들이 흩어진 다음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대우빌딩의 주인이 바뀌었고 2007년에는 모건스탠리가 인수했다. 이후 2009년 2월 현재와 같은 서울스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는 싱가포르계 투자가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대우빌딩의 역사는 1970년대부터 고속성장을 구가하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은 뒤 외국계 자본의 진출이 본격화된 한국 경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 리모델링으로 이미지 변신 외부 ‘미디어 파사드’ 내부는 곡선 디자인 부드러우면서 경쾌한 ‘열린 공간’으로 바꿔 서울스퀘어는 2007년 9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권위적이고 닫힌 건물 이미지를 보다 부드럽고 열린 이미지로 바꾸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당시 아이아크와 공동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기획했던 김진구 정림건축 CM운영본부 대표는 “건축물은 도시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서울스퀘어는 딱딱하고 단절된 이미지가 강했다”며 “건축물은 이미지와 공간을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데 서울스퀘어는 이미지를 새롭고 경쾌한 형태로 바꾸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애초 계획은 건축물 전면부를 전부 유리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허용이 되지 않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김정임 대표는 “건물 전면부 1.5m 정도의 거리에 글라스 파사드를 설치하고 그 사이에 삼각형 블라인드를 넣어 캔버스를 구현하려고 했지만 서울시 인허가 과정에서 무산됐다”며 “서울시는 이를 재개발로 판단했는데 재개발의 경우 주변 부지를 매입해서 기부채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박아 미디어 파사드 형태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외관뿐만 아니라 건축물 내부에서도 외부에서 보는 딱딱한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김진구 대표는 “사람들이 건물의 외관만 보고 판단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부 디자인에 곡선을 많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드라마 ‘미생’ 촬영장소...상사맨들의 애환 간직 서울스퀘어는 드라마 ‘미생’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건축물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근무하는 회사 ‘원인터내셔널’은 종합상사인데 실제 서울스퀘어는 옛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본사가 있었던 건물이기도 하다. 지난 1967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이 어려워지면서 2000년 말 대우에서 인적 분할됐다. 이후 2008년 본사를 인근 ‘연세재단세브란스’ 빌딩으로 이전했으며 2014년까지는 서울스퀘어에서도 일부 공간을 임대해 사용했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 앞에서 잔뜩 움츠러든 주인공 장그래의 어깨와 그의 상사인 오상식 부장이 옥상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인상을 쓰는 모습 등을 그리며 상사맨들의 애환을 다뤘던 미생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촬영 당시 실제 서울스퀘어의 빈 사무 공간 일부를 세트장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으며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도 주 촬영장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 서울스퀘어에서 상사맨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후 지난해 인천 송도로 본사를 이전했다. 사명도 포스코대우로 바꿨다. 현재 서울스퀘어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떠난 자리를 메르세데스벤츠·지멘스·엑슨모빌 등 외국계 기업들과 LG전자·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알립니다]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응모작 접수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5.02 09:10:48서울경제신문과 국토교통부·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올해 주인공이 될 작품을 찾습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리나라 건축문화 발전과 건축인의 창작의욕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동시에 신인 건축가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준공건축물 부문의 경우 2014년 5월 1일부터 2016년 5월 1일 사이에 국내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이 대상입니다. 오는 6월 3일까지 인터넷(kaa.kira.or.kr)을 통해 참가신청을 받습니다. 또 건축과 도시에 관심 있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계획건축물 부문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건축(Social platform)’을 주제로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됩니다. 준공건축물 부문의 경우 사회공공·민간·일반주거 부문 대상 설계자와 공동 주거 부문 대상 시공자에게 각각 대통령상이 수여됩니다. 주최: 서울경제신문·국토교통부·대한건축사협회 주관: 대한건축사협회 후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문의: 대한건축사협회 기획홍보실 홍보편찬팀 (02)3415-6841 -
[건축과 도시] 제주와 함께 숨쉬는...‘파우제 인 제주’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4.29 14:30:25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수십 명의 신사가 주택가에 차렷 자세로 서 있다. 하지만 서 있는 장소가 기묘하다. 건물 옥상에, 2층 앞쪽에, 혹은 하늘 위에 중절모를 쓴 남성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그림 제목은 ‘겨울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다. 마그리트는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을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듯하면서도 모순·역설 등의 상황으로 비틀어 표현하는 작가다. 이에 따라 틀을 벗어나는 낯선 모습이 창조된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중산간지대에 위치한 ‘파우제 인 제주’는 마그리트가 만들어내는 ‘낯섦’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임영우 코엠홀딩스 대표는 “방문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 낯선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건축 현관에서 두세개 계단 내려가야 침실 ‘수직적 공간 이동’ 등 또 다른 재미 파우제 인 제주는 △마운틴블록 △오션블록 △커뮤니티센터 △아트파우제 4개 블록 376가구로 이뤄진 레지던스형 임대주택단지다. 이 중 주거동인 마운틴·오션블록은 모든 건물이 네모 반듯한 형태로 곡선과 직선, 경사로가 불규칙하게 얽힌 땅의 모양과 대비를 이룬다. 주거동은 일반주택과 달라 낯설면서도 동시에 또 다른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 전용면적 26.13㎡인 C타입의 경우 현관 앞쪽 주방에서 반대편 침실로 이동하려면 가운데 놓인 두세 개의 계단을 밟고 내려가야 한다. 이는 수평적인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수직적 공간 이동을 하는 낯선 재미를 제공한다. 전용 49.42㎡의 D타입은 발코니가 앞쪽 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방이 곧 주방이 되는 등 각 요소가 기능적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방은 방문객들이 대부분 휴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디자인됐다. 박화연 바이스텔라 대표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일랜드 식탁 등 주방 시설이 보이는 구조”라며 “밥을 해먹는 공간보다는 차 한 잔 할 수 있는 바(bar)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방문객들의 거주 패턴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자연을 끌어들이다 한라산·바다 전망 극대화해 공간설계 ‘넓은 바위’ 빌레가 전체 단지 정원 역할 파우제 인 제주는 북쪽으로 한라산을, 남쪽으로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제주 지역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꼽는 여인의 얼굴 곡선 모습. 이에 따라 파우제 인 제주 전체 건물 설계의 1순위는 조망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었다. 마운틴·오션블록 전체에 앞뒤 모두 통유리창을 내 한라산과 바다 조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 대표는 “조망권을 최대한 해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을 아예 중앙에 놓거나 욕조가 들어간 욕실도 통유리창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센터 역시 조망이 중점적으로 고려됐다. 전체가 유리창으로 설계돼 3층에서 한라산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직사각형으로 정적인 느낌을 주는 주거동과 달리 대지의 흐름에 맞춰 부드러운 ‘디귿(ㄷ)’자 형태로 건물이 지어져 양쪽 끝 부분에서 반대편 내부를 조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경락 아뜰리에17 대표는 “건물 자체가 마당을 중심으로 감싸 안는 형태여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데다 단지 내외부 조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센터 앞쪽에 자리 잡은 ‘빌레’는 건축주와 설계자 모두 보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빌레는 넓은 바위를 의미하는 제주말이다. 당초 건축주가 약 8년간 거주하면서 직접 가꾼 현무암 빌레 정원이 파우제 인 제주에서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처음 설계를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자연환경이 정말 잘 갖춰져 있어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다”며 “현무암 빌레는 전체 단지의 정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없던 13월의 휴가 느긋한 섬의 일상 체험하게 임대운영 반려견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전용동도 여행 문화가 유명 관광지 몇 군데를 둘러보는 것에서 그 지역의 주민으로 살아보는 것으로 바뀌면서 파우제 인 제주 역시 ‘13월의 휴가’를 내걸고 한 달 이상의 장기임대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현지의 일상을 느긋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이미 알려진 관광지 대신 이곳에서 일상을 즐긴다. 임 대표는 “건물 안에서 오전을 여유롭게 보내다가 인근 한라산 둘레길을 산책하고 오는 등 기존과는 다른 여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임대를 원하는 수요는 늘어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없었던 상황에서 파우제 인 제주는 처음으로 장기임대를 위한 서비스·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전용동을 마련했으며 스포츠·레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제주=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설계자 인터뷰 - 파우제 인 제주를 만든 사람들 “가장 제주스러운 곳에 들어선 가장 도시적인 건축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경락(사진) 아뜰리에17 대표가 건축물 설계를 할 때마다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무조건 화려한 것보다는 건축물을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파우제 인 제주’ 역시 제주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바깥 마당에서 1층 문을 거치지 않고 아트파우제 건물 지하로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 있는 낮은 경사로를 만드는 등 이용자들의 걸음까지 신경 썼다. 커뮤니티센터를 배치할 때도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고민했다. 이 대표는 “전체적으로 단지가 조밀하게 구성돼 있어 커뮤니티센터는 가능한 한 뒤쪽으로 배치했다”며 “건물 앞 빌레(너럭바위) 정원을 이용해 빈 공간을 둬서 자연과 잘 어울리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건축물의 외형을 담당했다면 전체적인 이미지는 박화연 바이스텔라 대표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박 대표는 단순히 내부 공간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서 가치를 나타내주는 브랜딩(branding)까지 함께 담당한다. 브랜딩을 기반으로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적합한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 박 대표의 역할이다. 박 대표는 파우제 인 제주를 “가장 제주스러운 곳에 들어선 가장 도시적인 건축물”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건물 자체가 이미 현대적이기 때문에 딱딱한 이미지보다는 이 공간에 감성을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파우제 인 제주의 상징인 지팡이를 짚고 어딘가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는 인물 그림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내부 인테리어 소품 역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로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건축과 도시] 산을 뒤집은 건물...‘송도 트라이볼’
부동산 정책·제도 2016.04.22 13:43:45#“파빌리온(pavilion)의 원래 의미는 온전한 건축물이 아닌 가설 건물이나 임시 구조체를 뜻하는 말이다. 영구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모호하고 용도가 변화무쌍한 건축물이다.-‘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파레르곤포럼 지음, 홍시 펴냄)’ 지난 2009년 인천 세계도시축전에 맞춰 상징 건축물로서 설계됐던 송도 트라이볼은 ‘파빌리온’ 건축물이다. 막상 행사보다 한 해 늦은 2010년에 완공됐지만 독특한 외관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물이다. 현재는 ‘공연·전시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며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형태가 용도를 만든다’ ‘아랫면은 뾰족, 천장은 평평’ 독특한 외관 거주공간 활용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제공 최근 기자가 찾아간 인천 송도신도시는 한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간척지 특유의 강한 바닷바람이 들이치고 건축모형처럼 단정하게 정돈된 거리 사이 황무지처럼 막막하게 비어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40만㎡ 면적에 해수를 끌어들여 1.6㎞의 수로를 조성한 중앙공원 송도센트럴파크가 단연 돋보였다. 일본 후쿠오카의 커낼시티를 벤치마킹해 유럽식 가로 쇼핑몰 내부에 540m의 인공수로를 연결한 커낼워크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송도 트라이볼은 바로 그 송도센트럴파크가 호수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강한 개성을 뿜어내는 외관에서도 느낄 수 있듯 파빌리온의 성격이 강하다. 바닥 분수처럼 얕은 물 위에 떠 있는 형태로 3개의 다리가 이어지고 아랫면은 뾰족하면서 천장은 평평한 이 건물에서 실용적인 측면의 고려는 느끼기 어렵다. 설계자인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는 트라이볼을 ‘산을 뒤집은 형태’라고 설명한다. 그의 표현대로 ‘가만히 생각하면 자연은 울렁 불렁’ 하고 익숙한 능선의 산을 통째로 땅에서 들어내 뒤집으면 지금의 모양이 나온다. 유걸 대표는 이에 대해 “보통 흠잡을 데 없는 건물이란 최적화된 기능을 가진 건물이고 이는 거주자의 삶과 생활이 변하는 순간 용도 폐기된다”며 “하지만 형태가 우선이면 거주자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용도가 아닌 형태를 우선시했다는 설명이다. ● 3개의 다리로 연결된 수변 위 공연장 다양한 동선으로 중앙무대 실내 공연장 연결 기획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살아나는 공간 익숙한 건축형태에서는 멀어진 셈이지만 현재 이 공간을 운영·기획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의 김세진 대리는 예술 공연·행사장으로서는 더없이 창의적인 공간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여름 음악페스티벌 때는 물 위에 놓인 다리와 수변 공간을 활용한 야외 무용공연을 치렀고 내부 공연장에서는 상설 뮤지컬 공연 ‘비밥’과 클래식 연주회가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2년 만에 연간 300일 이상 행사가 진행되고 연간 4만명에 달하는 관객이 이곳을 찾는다. 무대를 설치하고 정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쉴 틈 없이 이용되는 셈. 그는 “수변 공간 위 3개의 다리를 통해 건물로 들어오게 돼 있고 실내 공연장은 다양한 동선으로 연결된 중앙무대 앞에 원형경기장처럼 좌석이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다”며 “트라이볼은 기획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살아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통상 350석, 최대 500석까지 확장 가능한 메인 공연장은 아늑하면서도 소리의 울림이 좋았다. 철골 구조로 노출된 천장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소규모 공연이나 쇼케이스 공간으로 적합했다. 관객 반응도 좋아서 제대로 된 홍보 없이도 매 공연 현장에서 전체 입장권의 3분의1가량이 팔려나간다. 유걸 대표도 이 같은 활용에 큰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는 “사실 트라이볼이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가니 연주자 앞으로 관객이 둘러앉은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 3D 설계로 구현한 곡선 디자인 시공사도 두 손 든 비정형적 자유곡면 구조 콘크리트형틀부터 마감재까지 설계자 손 닿아 처음에는 낯선 외관에, 안으로 들어가면 공연장으로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트라이볼. 하지만 상부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역삼각형 구조에 외벽은 곡면으로 처리된 비정형적 디자인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떠올리게 하는 이 건물은 비행기·자동차 등 구상할 때 사용하는 3차원(3D) 설계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유걸 대표는 “일반 건축물은 가로·세로·높이 세 축을 잡고 벽과 천장을 세우지만 자유곡면을 사용하면 매 지점의 축이 바뀌죠. 시공사도 이 부분을 어려워해 결국 우리가 콘크리트 형틀에서 내부 마감까지 모두 설계해줬습니다.” 나아가 그는 지금처럼 시공사 중심이 아닌 설계자가 여러 전문건설업체와 협업해 건축 전 과정을 이끄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건축가는 집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별 유닛을 설계하고 전문업체가 자재를 공급하거나 조립해주는 형태다. 그는 설계 도면과 건축 방법을 온라인으로 공개해 비전문가도 집을 지을 수 있게 돕는 ‘위키하우스’를 예로 들었다. “건설 자재는 3D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합판으로 잘라 만듭니다. 기존 건축비용의 절반 정도면 비전문가도 얼마든지 집을 지을 수 있죠. 건축가가 건축물 외관 틀과 화장실·부엌·욕실 등 컴포넌트를 각각 설계하고 전문업체는 이를 생산·조립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송도=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 [설계자 인터뷰]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 “남들 하려는 걸 하니 힘들어 … 젊은 건축가들 자신만의 건축했으면” “젊은 건축가들이 좀 더 자신감과 의욕을 갖고 자신만의 건축을 했으면 합니다. 너무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한 건축물보다 좋아하는 형태 하나를 만드는 게 낫죠. 남들과 같은 걸 하려니 힘들어지는 겁니다.” 송도 트라이볼을 설계한 유걸 아이아크건축가들 공동대표는 조화보다는 차별화를 강조한다. 주변 환경과의 맥락, 익숙하고 실용적이어서 편한 건축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색, 목소리가 없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비슷한 목소리로 훌륭한 조화를 이룬 합창단보다 각자의 소리가 살아 있는 합창이 더 생동감 넘치고 박력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철저히 공동작업일 수밖에 없는 건축설계 과정에서도 역량을 갖춘 건축가 각각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그가 젊은 건축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도전정신이다. 유 대표는 “저는 건축과 졸업생들에게 빨리 사무실을 차리고 집을 지으라고 충고한다”며 “어중간한 설계사무소에 취직해 5~6년 일해봐야 기술은 계속 바뀌고 아무 의미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김수근 선생님 밑에서 일할 때 ‘여기서 5년 일했는데 더 배울 게 있을까 싶어 계속 일하려 한다면 건축 그만둬야 한다’고 하신 게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자신감과 의욕을 갖고 하다못해 개집이라도 지으면서 생각하는 게 낫다. 보통 집 지을 때 전문가를 찾는 것은 ‘경험’ 때문이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자료가 널려 있다. 그냥 어떻게 조합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기술이 좋아져서 역량만 있다면 얼마든지 혼자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
[건축과 도시] 건폐율 34%의 미학…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
부동산 주택 2016.04.15 14:01:04성냥갑 아파트 단지가 아닌 마당이 딸린 주거 공간이 모여 있는 마을. 지금이야 많은 소비자들이 ‘타운하우스’라는 개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수도권 일대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된 1세대 타운하우스 분양이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도 수요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낸 곳이 있다.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단지 중에서도 지난 2008년 공급 당시 가장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던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 건폐율·용적률 낮춘 설계 바닥면적 줄이는 대신 녹지공간 늘려 단지 들어서면 숲속길 걷는 듯한 느낌 청도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맡고 ‘디안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는 사람과 자연을 단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삼고 지어졌다. 집을 짓고 녹지 공간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게 땅을 내주고 그 빈자리에 집을 세운 것이다. 사업주가 사업성을 과감히 양보하면서 100%까지 허용되는 용적률을 61%까지 낮췄다. 아울러 건폐율(바닥면적)도 법정 기준인 50%보다 낮춰 34.8%를 적용, 녹지율을 높인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로 단지 내부로 들어서서 길을 걸으면 마치 정원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렇게 길에서부터 시작된 자연은 개별 가구의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내부로까지 연결된다. 아파트와의 차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거주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단지의 설계자인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당시만 해도 아파트에 익숙하던 수요층에게 타운하우스를 선택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파트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어야 했다”며 “단지를 비워낸 공간에 녹지를 재생하고 마당을 만듦으로써 자연을 느끼며 거주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주택 입주자들이 스스로 꾸며가는 공간 제공 주택 전체 이어주는 ‘소통의 계단’ 눈길 주택 내부는 비워짐의 여유를 통해 거주자의 개성과 시간이 채워질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사람과 주택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 이를 위해 먼저 주택의 위치에 따라 다른 구조를 가질 수 있게끔 총 5개의 타입을 선보였다. 기존의 타운하우스들이 대부분 한두 가지 타입만 가진 것과 비교하면 과감한 시도였다. 서 대표는 “원래 목표는 10개가 넘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분양성과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다섯 가지의 형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각 타입에는 거주자의 성장을 도울 공간을 하나씩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공간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수요자들은 오히려 기존의 주택들과 다른 새로운 가치로서 이를 받아들였다. 입주자들은 제공된 공간을 스스로 꾸며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즐기는 등의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계단 역시 일반적인 동선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복층구조의 주택에서 보통 가장 단순한 위치에 배치되는 계단을 내부 중앙으로 끌어오며 주택 전체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소로 쓰이게끔 한 것이다. 가장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공간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며 복층에 대한 입주자들의 선입견을 줄일 수 있었다. ●건강한 건축이 건강한 도시 조성 쾌적한 주거로 도시 전체에 긍정적 영향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대상 영예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는 건강한 건축이 건강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설계자의 믿음 아래에서 지어졌다. 아파트에서 거주할 경우 집 밖을 나서는 길은 삭막한 복도와 층간 소음 등에 시달리는 과정이지만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마당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고 길을 나서도 자연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거주민들의 행복이 결국은 도시 전체의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도시의 건강함을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거주하는 공간의 쾌적함인데 이런 측면이 지나치게 소외되던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서 대표의 철학은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가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 부문 대상을 받을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서 대표는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타운하우스를 거주자의 주거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게 설계하며 도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끔 연결하려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화성=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설계자 인터뷰 =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 “집은 삶의 행복 높이는 공간…더 다양한 설계 못해 아쉬워” “최근에 건축학과 강의를 나가 학생들에게 주거의 개념을 설명하게 되면 ‘갖다, 보다, 즐기다’라는 순서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초창기의 집은 가지는 것이 목표였고 그다음에는 보여주는 개념,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줄어들면서 거주를 본인이 온전히 즐기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를 설계한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 수단이었던 집이 삶의 행복을 높여주는 공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8년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를 선보일 때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는 “만약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를 지금 분양한다면 당시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을 설계할 때 거주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물을 목표로 한다. 서 대표는 “건물을 지을 때는 용도에 맞는 설계를 정성껏 하고 그 정성에 맞는 시공을 시공사가 해줘야 비로소 긴 수명을 가진 건축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주거 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회적 인정을 받은 작품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더 다양한 타입을 짓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 너무 많은 타입을 짓는 것은 무리였고 주택 규모 역시 전용 230~260㎡의 대형으로 맞춰야 했다”면서 “더 많은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인데 설계 과정에서 100% 만족하는 작업은 없기 때문에 언제나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
[건축과 도시] 소통과 균형의 美가 만난 건축물…‘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4.08 13:58:46광장은 다양한 욕망의 분출구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광장은 대부분 ‘선(善)’한 곳이다. 화성행궁은 조선시대 최대 ‘행궁’이라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아버지를 잃은 ‘정조’의 슬픔을 품고 있는 우리 선조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이다. 모두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는 곳이지만 이 둘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 사이에 지어야 하는 현대 미술관의 입장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광장의 자유로움과 어수선함을 정돈할 정도로 위엄도 있어야 하지만 행궁의 그것을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전통에 머리를 숙여야 하지만 너무 위축돼서도 안 된다. 수원 최초의 시립 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그 경계에 있으면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동시에 로비를 없애는 등 도시와 바로 소통하는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 광장·행궁 사이 균형 잡은 미술관 삼면이 통유리 … 울타리 없는 동네 사랑방 설계자인 진교남 간삼건축 디자인2부문장은 우선 미술관에서 권위를 벗겨냈기를 원했다.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동네 사랑방 같은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것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첫 번째 특징이었다. 삼면을 둘러싼 통유리와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 그리고 내부를 통하지 않고서도 미술관의 외부 꼭대기까지 ‘쭉’ 이어진 계단은 미술관에 오고 감을 막는 울타리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시그널’이다. 두 번째는 행궁과 광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술관의 역할을 정하는 일이었다. 행궁 앞쪽으로 펼쳐진 황량할 정도의 넓은 광장은 시민 문화생활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했다. 대신 행궁에 대해서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 설계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행궁과 비교해 훨씬 큰 건물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서적이거나 제도적으로 행궁보다 더 웅장하거나 규모가 커서는 안 됐다. 결국 미술관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화성행궁 주변의 고도제한이 11m였기 때문에 이 이상 높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전반적인 건물 외관은 단순한 형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목한 육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두 개의 사각형을 겹친 듯한 모습이지만 아주 특색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도로변에 접한 부분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올려놓은 듯 웅장하다. 하지만 반대편인 행궁과 맞닿은 부분은 스스로를 낮추고 있었다. 시(詩)적 표현 기법에 점강법이 있듯 건물의 높이도 도로변에서 행궁으로 다가오면서 마치 계단처럼 조금씩 낮아졌다. 대체로 건물 위쪽은 콘크리트인 반면 아래 부분은 통유리창으로 디자인했다. 진 부문장은 “미술관 부지는 해바라기가 여기저기 심어져 있는 정리가 안 된 나대지였다”며 “옛 지적도와 지도를 참고해 미술관이 행궁과 광장을 ‘위요’하는 모습으로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 분절된 공간과 통로…미술관 속으로 이어진 도시 1층부터 꼭대기까지 골목 같은 통로 이어져 미술관 안팎은 모두 송판 무늬가 새겨진 콘크리트로 마감됐다. 딱딱함과 차가움 등 콘크리트가 주는 여러 가지 느낌에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 무늬가 더해져 건물 전체가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들게 한다. 건물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1층에서 건물의 꼭대기와 하늘까지 이어진 통로(골목)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통로에 서 있으면 미술관 어느 곳에서든지 밖으로 난 창을 통해 미술관을 둘러싼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미술관의 복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원 어느 동네의 좁은 골목에 서서 수원시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미술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자연광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선의 벽면에서 천장까지 시선을 이동하면 천장의 일부가 투명하게 뚫려 있다. 이 부분에서 스며드는 빛이 미술관 내부를 은근하게 밝혀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에는 지형과 기능에 따라 구획이 나뉜다. 공장이 몰려 있는 곳이 있고 상가가 집중된 곳이 있다. 대부분 이런 구분은 인위적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입구 바로 다음에는 로비가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다른 정해진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는 로비가 없다. 설계자는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비켜갔다고 설명했다. 로비 대신 통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공원과 맞닿아 있는 미술관 뒷공간으로 모이게 된다. 이 공간 1층에는 카페테리아가 있고 2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로비의 역할을 카페테리아와 도서관이 대신하게 했다. 진 부문장은 “미술관의 벽은 전시를 위한 벽이고 미술관 사이의 통로는 도시의 한 부분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수원=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인터뷰- 설계자 진교남 간삼건축 디자인2부문장 “시간과 공간을 떠나 시대정신 담아내기 위해 노력”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고민은 쉽게 끝나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았습니다. 디자인이 현대적이어야 할지, 전통적이어야 할지 등 정답이 없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 끝에 두 가지 선택지 중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떠나 시대 정신을 담는 것에 가장 큰 무게를 뒀습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설계자인 진교남(사진) 간삼건축 디자인2부문장은 이같이 건물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그의 건축은 이타미 준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특히 이타미 준의 뛰어난 조형미는 그의 작품에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그는 이런 의견에 대해 “건축가에게 어느 학교, 어느 선생에게 배웠는가는 상당히 중요하다. 건축가에게 있어 전체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결정하고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이타미 선생에게 물성(物性)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을 통째로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물성에 대한 사유는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건축 재료에 대한 선입견이 아니라 재료가 어떤 상태 혹은 어떤 공간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라고 하더라도 주방에서 보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모래 위에 덩어리째 놓여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무게감이나 질감, 그리고 존재감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진 부문장은 “이타미 선생이 감성을 일깨워줬고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며 “또 다른 건축의 영역이었으며 제 나름대로의 사고방식과 관점으로 계속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름다운 것과 훌륭한 디자인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한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설계자의 의도대로 모두 승인을 해주는 건축주 아래에서는 순수한 예술품은 나올 수 있지만 훌륭한 디자인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이든, 기능적이든, 미적이든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알립니다]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모 요강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4.05 16:43:46● 응모 부문 및 자격 ◇준공건축물 부문=△응모작품:2014년 5월1일~2016년 5월1일 국내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건축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에 기출품한 사실이 없는 작품 △응모자격:출품건축물의 건축물대장에 명시돼 있는 대표 설계자, 시공자, 건축주 ◇계획건축물 부문=△응모작품:제시된 주제를 적용한 미발표 창작작품 △응모자격:건축·도시에 관심이 있는 내·외국인 ●응모방법 ◇준공건축물 부문=△참가신청:6월3일(금) 오후6시까지 인터넷(kaa.kira.or.kr) 신청 △1차 심사 제출내용 접수:6월8(수)~9일(목) 방문 및 우편접수(우송일 경우 마감일 도착분에 한함) ◇계획건축물 부문=△작품주제: ‘Social platform’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건축 △1팀 3인 이내, 1인당 1작품으로 제한 △참가신청:5월18(수)~27일(금)인터넷(kaa.kira.or.kr) 신청 △1차 작품 접수:6월1(수)~2일(목) 방문 및 우편접수 ●제출내용 ◇준공건축물 부문=▲1차 심사:△작품개요 및 설명서, 건축물 사진, 설계도면 등이 수록된 A4 규격의 포트폴리오 1부(표지에 작품명·접수번호를 기재하되 출품자를 확인할 수 없도록 제작) △작품사진, 기본도면, 작품개요·설명 등이 수록된 DVD 1장(건축물 사진은 300dpi 이상 JPG파일 20컷 내외, 기본도면은 배치도 및 평·입·단면도) △건축물대장 1부 △출품동의서 1부 ※공동설계 작품인 경우 공동설계자의 출품동의서(명의 동의) 반드시 제출 ◇계획건축물 부문=▲1차 제출내용:△작품계획안 A2 1부(종 방향으로 구성, 아이디어 위주의 전개과정·설계개념 등을 표현) △작품설명서 1부(A4 1장) ▲2차 제출내용:△패널 A0 1장(종 방향으로 구성) △모형(가로 80㎝×세로 80㎝×높이 50㎝ 이내) ●시상내용 ◇준공건축물 부문=△대통령상:사회공공·민간·일반주거 부문 대상 설계자, 공동주거 부문 대상 시공자 △국무총리상:사회공공·민간·일반주거 부문 본상 설계자, 공동주거 부문 본상 시공자 △국토교통부장관상:사회공공·민간·일반주거 부문 대상 시공자, 공동주거 부문 대상 설계자, 사회공공·민간·일반주거 부문 본상 시공자, 공동주거 부문 본상 설계자, 대상 및 본상 건축주 △대한건축사협회장·서울경제신문사장상:우수상 수상작 설계·시공·건축주 ◇계획건축물 부문=△대상(1점):국토교통부장관상, 상금 500만원, 해외건축 탐방 △최우수상(3점):대한건축사협회장상, 상금 200만원, 해외건축 탐방 △우수상(8점):대한건축사협회장상, 상금 100만원 △입선(20점 내외):대한건축사협회장상, 상금 30만원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우리나라 건축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자(1인)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상 수여 ◇공로상=한국건축문화대상 발전에 크게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 ●작품 접수처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317 대한건축사협회 1층 대강당 ●문의 대한건축사협회 기획홍보실 홍보편찬팀 (02)3415-6841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kaa.kira.or.kr) 참조 ● 수상자 발표 및 시상식·작품전시회 장소 및 일정은 추후 공지 -
[알립니다]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4.05 16:43:39 -
[건축과 도시] 시대에 적응하는 탄력적인 건축물...'게스트하우스 리븐델’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4.01 14:35:20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구엘 공원’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지난 1900년에 건축되기 시작한 구엘 공원은 당초 주택단지로 지을 계획이었다. 실제 에우세비 구엘 백작의 저택도 구엘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은 스페인 부유층을 위한 고급주택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엘과 가우디의 꿈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우디의 건축물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후 이 땅을 사들인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미완성으로 남은 가우디의 건축물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비록 처음 계획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구엘 공원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탈루냐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건축물이자 공간으로 남아 있다. 가우디의 건축물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건축물이 오래도록 보존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이처럼 건축물이 긴 생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시대에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이 오래도록 쓰이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하는 설계자의 바람이 깃든 건축물이다. ■ 생명력 긴 탄력적인 건축물 환경친화적 노출콘크리트 구조 계절에 따라 각양각색의 매력 발산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용도는 주택이자 숙박시설이다. 애초에는 건축주가 가족 구성원들만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설계를 의뢰했다. 하지만 설계자인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주택으로만 용도를 한정할 경우 시간이 흐른 후 건축물의 쓰임새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할 당시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많아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의 규모가 작아질 때를 생각했다”며 “이를 감안해 일부 공간을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해서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주거가 가능하면서 펜션 기능도 갖춘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이다.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외부 마감은 ‘노출 콘크리트’로 돼 있다. 노출 콘크리트는 곽 대표가 설계하는 건축물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그가 노출 콘크리트를 선호하는 것은 재료의 성질이 건축물로 하여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건축물이라는 덩어리 자체가 변하지 않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노출 콘크리트라는 재료는 중성적이면서도 주형이 가능한 유연한 재료”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변화가 생기면 조형의 느낌도 달라지는 등 주변 환경과 친화력이 좋은 재료”라고 강조했다. 실제 가평의 자연 속에 녹아든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 자본의 공공성을 추구 폐쇄적 개인 공간 넘어 공공성 추구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특별한 경험 제공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설계자인 곽 대표는 고소영·원빈 등 유명 연예인들의 건축물을 많이 설계한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곽 대표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건축주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설계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게스트하우스 리븐델도 이 같은 돈 많은 건축주의 개인적인 욕망을 구현하는 데 충실한 건축물로 비칠 수 있다. 실제 건축주가 직접 지은 이름 ‘리븐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들이 사는 아름다운 마을로 그려진다.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건축주의 염원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곽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이 사적 전유물로만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를 원했다. 그는 “갈수록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면서 최소 주택, 비용이 적게 드는 컨테이너 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평범한 직장인들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의 주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부잣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도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적 성격에서 보면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돈을 번 사람이 좋은 땅에 좋은 건물을 지어 일반인들에게 빌려주고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새로운 공간과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으로 누릴 수 있는 풍부한 공간감을 일반 사람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상생의 건축을 추구하는 것이다. ■ 무한대로 변형되는 공간, 다양한 경험을 제공 1층 공중으로 튀어나온 필로티 설계 공간을 비움으로써 무한한 상상력 자극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중으로 툭 튀어나온 ‘필로티(건축물 하단부를 기둥만 세우고 비워둔 구조)’다. 이로 인해 1층의 비어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다양한 가능성을 품게 된다. 필로티는 곽 대표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이 같은 필로티 구조로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한눈에 봐도 네모 반듯하고 재미없는 건축물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필로티를 포함해 건축물 곳곳에 ‘공간(space)’을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 그는 이 같은 건축물의 특징을 ‘공간의 트랜스포밍(transforming)’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해서 곽 대표가 사람들에게 공간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특정한 방법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곽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의 다양한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를 원한다. 그는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은 사용자들이 남향을 보도록 가리키는 등 지시하는 특징을 가진 반면 게스트하우스 리븐델은 사용자 스스로 공간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장소성을 부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인터뷰 -설계자 곽희수> 휴식 선사 하는 건축물.. ‘한국적 리트리트’ 추구 곽희수(사진) 이뎀도시건축 대표는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인물이다. 이는 그가 걸어온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곽 대표는 학부를 졸업한 후 한 대형 건축사무소에서 3년간 일을 한 후 바로 자신의 사무실을 차렸다. 대형 건축사무소의 관습적이고 반복되는 업무에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그는 ‘필로티’와 ‘노출 콘크리트’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정립해왔다. 특히 그는 필로티에 대해 한국 전통 건축물의 특징을 계승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 건축물들의 경우 모든 요소들을 세분화하는 반면 한국 전통 건축물은 통합이 특징”이라며 “필로티는 어떤 때는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비를 피하는 처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측면에서 한국 전통 건축물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곽 대표는 앞으로 그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한국적 ‘리트리트(retreat)’라고 표현했다. 리트리트는 ‘피정(避靜)’, 즉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한국에는 한국인들에게 맞는 리트리트 공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곽 대표는 “아무리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이라도 한국인의 몸에 맞지 않으면 불편하기 마련인 것처럼 펜션과 같은 리트리트 공간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국내에는 이 같은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인들에 맞는 한국적 리트리트 공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현재 강원도 홍천에서 ‘유리트리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건축과도시] 아쉽고 불편한 서울의 아이콘 ...‘세빛섬’
부동산 정책·제도 2016.03.25 13:47:05보통 한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세계 어느 곳에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중에 이만한 강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한강은 세계 다른 유명한 강들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강을 끼고 남북으로 두텁게 조성된 고속화도로(강변북로·올림픽대로)와 그로 인한 접근성 문제가 가장 크다. 지하철·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통해 강변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강을 따라 드문드문 들어선 건물도 쇠락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유람선이나 선착장, 수상 레스토랑 등 강변에 위치한 많은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여의도의 ‘서울마리나, 그리고 반포대교 남단의 인공섬 ‘세빛섬’ 정도다. ■유등을 형상화한 한강 명소 ‘세빛섬’ 무심히 지나치기 쉽지만 퇴근길 검은 강물 위에서 세빛섬이 만들어내는 야경은 남다른 데가 있다. 유리와 철골 사이 은근한 간접조명은 잠시나마 눈의 호사다. 날이 풀리면 반포대교에 설치된 조명분수와 더불어 더 근사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반포대교 위나 한강 고수부지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야경도 좋지만, 세빛섬 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새롭다. 이만큼 강 가운데로 들어선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세빛섬은 ‘가빛섬·채빛섬·솔빛섬’ 등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세(3)’빛섬이다. 현재는 다소 다른 용도로 전용되기도 했지만, 원래 설계 당시에는 각각 공연·컨벤션(가빛섬), 전시·문화행사(채빛섬), 수상레저(솔빛섬)의 용도로 조성됐다. 실제 지난해에는 가장 규모가 큰 가빛섬을 중심으로 서리풀페스티벌, 한강요트 페스티벌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렸다. 여름에 방한한 온두라스 대통령 만찬도 이곳에서 있었다. 지난 2014년 9월 전면개장 이후 지난달까지 방문자 수는 총 240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처음 세빛섬을 구상한 계기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설계자의 설명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그간 없었던 수상 인공 부유체 형식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계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 역사도시로서의 고궁·유적과 남산(타워) 정도로만 기억되는 서울에 현대적 이미지를 더해줄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세빛섬을 설계한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강물에 떠 있는 유등의 동양적인 이미지, 씨앗에서 발아해 피어나는 꽃의 이미지를 건물에 담았다. 김 대표는 “당시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었던 만큼 한강에서 문화가 피어나는 것을 ‘씨앗-봉우리-꽃으로 형상화’했다”며 “강물 속을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보행 동선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높은 안전성 요구…쉽지 않았던 건축과정 새로운 도시 아이콘을 기대하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에 새로운 형태의 건물을 시도하는 설계자의 의욕이 더해졌지만 공사는 만만치 않았다. 수면 위로 떠 있는 건물 부분보다 하부 구조물 조성에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기술, 장비가 필요했다. 섬이 기울지 않도록 상하부의 무게중심을 맞추는 것도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설계팀과 선박기술팀이 지상 건축물 공사에 함께 참여해 상하부 구조를 고치고 보완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남해의 조선소에서 하부 구조물을 여러 조각으로 만들어와서 한강 변에서 조립하고, 섬을 돌려가며 상부 건물을 지었다”며 “당시 건축비용 절반은 하부 구조물에 들어갔고, 예상보다 많은 건설 설비가 투입돼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건물이 3개 섬으로 나뉜 것은 ‘수상 건물 조명허가 요건’에 바닥면적 제한(1만㎡ 미만) 때문이기도 했지만, 건물이 커지면 무게가 늘어나 강 바닥에 부딪힐 가능성도 고려됐다. 홍수 때 섬끼리 부딪치거나 떠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던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각 180톤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강철 케이블이 섬마다 8~10개씩 연결되어 있고, 이는 강 바닥에 박힌 콘크리트 블록으로 고정되어 있다. 또 14개의 위성에서 전송되는 GPS 정보를 통해 끊임없이 위치를 재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효성 관계자는 “세빛섬은 최근 200년 빈도의 안전율을 적용해 현재 반포대교 높이인 16m까지 섬이 떠오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이는 서울시 대부분이 잠기는 수위로 사실상 평균 안전율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논란에 5년 여 공전 ‘비운의 도시 아이콘’ 이처럼 까다로운 공정과 안전성 강화에 치중하다 보니 비용은 원래 계획보다 크게 늘어났다. 2008년 662억원이던 사업비가 2009년 964억원, 2011년 1,390억원으로 증액됐다. 3년 새 2배로 늘어난 셈. 당연히 무리한 공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굳이 그만한 돈을 들여가며 그 위치에 건물을 지어야 했느냐는 것.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300여 객실을 갖춘 초특급호텔도 지을 수 있는 비용을 세빛섬에 쏟아 부었으니 수십 년이 지나도 이익을 낼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세빛섬은 2011년 1차 준공됐지만 전면 개장은 2014년 10월에야 이뤄졌다. 반짝거린다고 모두 금일 수 없고, 집에서 버린 자식이 밖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이치다. 밤마다 아름답게 빛나는 세빛섬이지만, 개장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게다가 장기간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건물인 탓인지, 서울시도 이곳의 활성화에 썩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자가용으로도 다녀오기 불편한데다, 인근 고수부지는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레스토랑·매장 13곳(효성 직영 4곳 포함)이 입점해있지만 즐길 거리도 마땅치 않다. 현재로는 지역을 넘어 서울시민 모두의 아이콘이자 랜드마크로 불리는 것은 요원한 얘기다. 특히 접근성이 가장 문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고속터미널역은 도보로 15분 , 노선 버스는 고작 한 대가 전부다. 세빛섬에 닿은 고수부지에는 노상 공연장과 잔디밭을 조성해놓아, 상대적으로 주차장이 좁다. 게다가 잠수교와 올림픽 대로 진입차량이 유입되는 길목이 연결되어 있어 주말에는 진입이 부담스럽다. 세빛섬에 입주한 점포 관계자는 “공연장 용도가 더해진 반달공원은 햇볕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사람이 없고, 가끔 오토바이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도 있어 위험천만하다”며 “주말이면 온통 불법주차 차량이라 차라리 유료주차장으로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재유기자 0301@@sed.co.kr ▲인터뷰- 설계자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시간 가도 가치 잃지 않는 세빛섬 되기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처음엔 비난받았지만, 이젠 전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건물이 됐죠. 모든 건물은 구설수에 휘말리기 마련입니다. 공공건물은 더하죠. 항상 한발 앞서나가는 건 매 맞게 되어 있으니 일희일비할 것 없어요. 이런저런 얘기 다 맞추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건축비·디자인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말에 익숙하다는 듯 잘라 말했다. 서울의 새로운 아이콘이자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완성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도 동시에 비쳤다. “잘 지어진 건물은 당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후 몇 세대를 위한 겁니다. 성당에서 디스코텍으로 사용자도 계속 바뀌지만, 제대로 지었다면 시간이 지나도 자기 가치를 찾기 마련이죠. 세빛섬도 그런 건물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공사비에 대해서는 과거에 참고할 만한 건물이 없어 초반 예산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중에 물이 흐르지 않는 ‘고정된 물’ 위에 좀 더 단순한 방식으로 건물을 지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만큼 큰 건물도 아니고, 각각 비슷한 부분이 없는 비정형 건물이죠. 공사도 물 위에 뜬 배(인공섬)에서 이뤄지고, 납작하고 가벼운 건물이라는 제약까지 있었습니다. 임의로 책정한 예산을 맞추기는 어려운 거죠.” 건축물이 완성된 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활성화되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레스토랑이나 컨벤션도 좋지만 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나 공연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으면 더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전시공간으로만 쓰이는 솔빛섬은 원래 요트 접안시설을 갖춘 수상레저파크로 계획됐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강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듯 산책하며 해질 녘 반짝이는 물결을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겁니다.” 접근성이 아쉽다는 지적에는 그도 공감했다. “한강 양쪽으로 고속화도로가 장벽처럼 지나가니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잠수교가 있어 그 위치로 정했습니다. 아쉬우나마 주차장과 섬을 연결하는 천장 있는 통로라도 조성해주면 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끊이지 않고 오게끔 하는 통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이재유기자 0301@@sed.co.kr -
[건축과 도시] 자연을 닮은 근린생활시설, 미메시스 아트하우스
부동산 주택 2016.03.18 17:53:26북악산과 북한산이 만나는 자락에 위치한 서울 평창동. 마을 초입에서 평창 11길을 따라 3분여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단아한 회백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에 밀착해 수평으로 펼쳐진 콘크리트 외벽을 지나면 중앙의 주차장 입구가 나타난다. 주차장 안쪽을 들여다보면 햇살이 쏟아져 내려와 눈이 부시다.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 위로 하늘이 뻥 뚫려 있고 정면에는 커다란 바위 언덕이 경사지를 따라 형성돼 있다. 건물이 바위 언덕을 중정(中庭) 형태로 품고 U자로 들어선 형태다. 평창동의 산자락을 고스란히 품은 집. 바로 미메시스 아트하우스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오피스, 지상 2~3층은 주택인 건물이다. 자연을 마당에 품다 수천년 된 바위언덕이 건물 마당 계절변화따라 다채로운 자태 뽐내 이곳에 수천년 동안 있었을 바위 언덕은 그대로 건물의 마당이 됐다. 건축주가 자연을 보존한 채 건물 짓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김준성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래는 지상부까지 언덕이 있었는데 파고 내려가다 보니 현재의 바닥 부근에서 산자락이 끝났다"며 "흩어져 있던 바위를 재배치한 것을 제외하면 그대로 형태를 보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건축물은 바위 부분을 포함한 총 대지면적 1,098㎡의 30% 수준인 325㎡에만 들어섰다. 그리고 바위 언덕은 모두의 공간이 됐다. 건물이 이 바위를 U자형으로 둘러싼 덕에 사무실과 주거시설 어디서든 바위 마당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 거주자들은 자연을 거스르거나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한 혜택을 톡톡히 받는 모양이다. 바위 언덕에 자리한 수풀들은 계절에 따라 다른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외에도 건축시 다소 힘들게 보존해낸 건물 오른쪽 모서리의 커다란 벚나무도 봄마다 연분홍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워내며 보답한다. 가끔은 건물 오른편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이 집 마당으로 들어와 오르락내리락한다. 풍성한 주거경험 선사 천정없는 복도마다 하늘이 한눈에 정겨운 옛 골목길 걷고 있는 느낌 김 교수에게 대단히 살아보고 싶은 집이라고 얘기하자 실제로 주거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궁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건물은 저층부는 사무실, 상층부는 다세대주택으로 구성된다. 주택은 총 8가구로 원룸부터 스리룸까지 다양하며 모두 임대로 거주한다. 김 교수는 설계 당시 이들 집으로 가는 경로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또 복도를 이동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넓혔고 복도 군데군데의 천장을 없애 하늘을 받아들였다. 이 덕분에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복도 자체의 공간감은 물론 바위 마당 쪽 풍경이 시시각각 변해 마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건물 중간중간의 데크와 옥상 마당을 마련해 사람들이 한숨 돌리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건물 외관까지도 유닛 단위로 여러 개로 나누어 여럿이 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게 했다"며 "왜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공간이 사방으로 열려 있음에도 거주자는 안전하게 느낀다고 말한다"고 웃으며 전했다. 좋은 건축주와 함께 빚어낸 작품 공공성 위해 공간도 재료도 아낌없이 전문가도 놀란 건축주의 철학 엿보여 재미있는 점은 건축가들이 이 건물을 방문하면 대뜸 건축주가 누군지 묻는다는 것. 그만큼 공간이나 재료를 아낌없이 쓴 덕에 건물의 특색이 생겨나고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복도의 경우 필요한 면적보다 5%만 더 사용하겠다고 미리 말했는데 흔쾌히 허락했다"며 "실제로는 좀 더 면적을 들였는데도 건축주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건물의 건축주는 바로 자신만의 건축 심미안과 철학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다. 그는 기본적으로 모든 건축물은 용도와 상관없이 공공성을 띤다고 생각하며 이 건물 역시 오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과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싶어했다는 전언이다. 김 교수에게는 좋은 건축주를 만나는 것 외에 다른 행운도 따랐다. 바로 이전 건물에서 사무실을 빼야 할 때 마침 이 건물이 비었던 것. 그래서 곧바로 바로 이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자신의 설계작에서 또 다른 설계를 해나가는 경험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사무실에 앉아 바위 마당 쪽 풍경을 바라보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사무실을 떠나기 싫을 정도"라며 웃었다. 파주 아트뮤지엄… 엑시옴 음성공장… '소통의 건축' 시리즈 '미메시스'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건물은 국내에 '미메시스 하트하우스' 외에 하나 더 있다. 바로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이는 김준성(사진)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가 스승이자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리는 '알바로 시자'와 함께 설계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단독으로 설계한 아트하우스에 아트뮤지엄의 느낌을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 아트하우스에 노출 콘크리트를 적용하고 곡선미를 살린 것은 그 때문이다.김 교수는 스승의 영향하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흡수되지도 않는 조화로운 건축을 추구해왔다. 이후에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건축 코디네이터로 7년여간 일하면서 소통을 통해 새로움을 찾아내는 데 익숙해졌다. 특히 건축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서울 평창동 산자락을 그대로 건축물로 끌어들인 '미메시스 아트하우스'는 이러한 철학과 태도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 교수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다. 오는 6월 준공되는 탁구 관련용품 제작업체 엑시옴의 충북 음성공장은 그의 또 다른 발걸음이다. 건축주는 현상공모에 내기 위해 만들어놓았던 한 설계안을 보고 "내 운명과도 같은 설계안"이라며 "꼭 그대로 지어달라"고 했다고. 김 교수는 "내부에 정원이 3개 있는 등 여유로운 공간,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설계했다"며 "이제까지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공간형식을 도입한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
[건축과 도시] 낡은 수도 가압장의 변신, 윤동주 문학관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6.03.11 17:11:15'동(冬) 섣달에도 꽃과 같은, 어름 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와 같은…'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에서 그의 선배이자 시인 정지용은 윤동주를 이렇게 기억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윤동주문학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이 글귀를 마주 보며 윤동주를 기억한다. 인왕산 자락에 살포시 안겨 제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가장 인상 깊은 방식으로 시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윤동주문학관은 윤동주와 꼭 닮았다. 우연이 만나 인연이 된 건축물 물탱크로 흘러드는 한줄기 햇빛에 감동 옥상정원 만들려던 첫 설계구상 뒤집어 윤동주문학관의 원래 모습은 낡은 수도가압장이었다. 가압장은 높은 지대로 올라오면서 점차 약해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흐르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낡고 작은 수도가압장을 윤동주문학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인물은 이소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다. 설계 의뢰를 받고 고민하던 이 대표는 "수도가압장이 자리 잡은 장소에 반해서" 프로젝트를 맡기로 결정했다. 이후 벌어진 우연의 연속으로 인해 윤동주문학관은 이 대표에게도 특별한 건축물로 남게 됐다. 처음 구상했던 설계는 건물 옥상을 활용한 큰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좁은 실내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고심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7월 집중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후 윤동주문학관의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중 감춰져 있던 2개의 물탱크를 발견하게 된다. '바닥 면적 55㎡, 높이 5.9m'의 물탱크를 발견한 순간을 이 대표는 "작은 구멍을 통해 (물탱크 안으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 자체가 시적이었다"고 회상한다. 주저 없이 물탱크 공간을 활용한 설계가 처음부터 다시 이뤄졌다. 물탱크 한 곳은 지붕을 걷어내고 '열린 우물'로, 다른 한 곳은 공간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닫힌 우물'로 재탄생했다. 열린 우물에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빼꼼히 보이는 팥배나무도 우연이 남겨준 선물이다. 공사 과정에서 뿌리가 반도 넘게 외부로 드러났지만 자체적인 생명력과 공사 진행팀의 노력으로 살아남았다. 살아난 나무는 열린 우물 안쪽으로 가지를 드리웠다. 이 대표는 "열린 우물에서 하늘만 보였으면 의도적인 느낌이었겠지만 나무가 드리워지면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고 우물 안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게 됐다"며 "치밀한 의도가 아니라 주어진 것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받은 큰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물 때 낀 전시장, 열린 우물과 닫힌 우물 詩 '자화상'속 우물 모티브 삼은 열린 우물 생 마감한 형무소의 어두움 깃든 닫힌 우물 윤동주문학관은 총 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인 '시인채'는 윤동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정지용·백석 시집 등 윤동주가 즐겨보던 책 표지부터 사진자료·육필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윤동주문학관만이 갖는 매력은 열린 우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2전시실부터 시작된다. 묵직한 철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가면 물때 낀 벽면과 그 위편을 채우는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발자국 걸어 들어가는 순간 현실 공간에서 시적 공간으로 한 차원 넘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물탱크를 발견했을 때 설계자가 받았던 극적인 느낌을 방문객들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철문도 최대한 무겁게 만들었다. 열린 우물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철문을 열면 이번에는 정반대의 공간이 나온다. 깜깜하고 서늘한 느낌이 감도는 닫힌 우물이다. 왼쪽 벽면 위에 작게 난 구멍을 통해 빛 한 줄기만 내려 들어올 뿐이다. 열린 우물과 닫힌 우물에는 전시품이 채워져 있는 대신 텅 비어 있다. 닫힌 우물 한쪽 벽면에 윤동주의 삶을 담은 짤막한 영상물만 하루 네 차례 상영된다. 이 대표는 "공간 자체가 갖는 힘이 충분해 최대한 비우려고 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열린 우물은 윤동주의 '자화상'에서 언급된 우물을 모티브로 삼았다. 닫힌 우물의 거친 벽면과 어두운 내부, 서늘한 공기는 윤동주가 생을 마감했던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채우기보다는 비움을 선택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오히려 윤동주의 삶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윤동주부터 가압장까지 층층이 쌓인 기억 동네풍경의 일부 돼버린 건물 허무는 대신 최소한의 손질만으로 새로운 가치 만들어 용도 폐기된 수도가압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윤동주문학관은 '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건축 과정을 담은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문학관' 책 발간사를 통해 "무조건 허물고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는 기존의 수도가압장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최소한의 손질만을 가해 처음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역시 수도가압장이었을 때의 기억을 굳이 지워버리려 시도하지 않았다. 조준배 건축가는 추천사에서 "이소진 소장은 가압장의 기억을 이미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주민들과 생활경관을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처럼 이 대표는 같은 자리를 40년 이상 지키면서 동네 풍경의 일부가 돼버린 기존 건물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 덕분에 건축물의 물리적인 재생이 이뤄져 지역 활성화 역할을 하면서도 주민들의 과거 흔적과 기억은 그대로 남는 독특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종로 하숙집… 연희전문 다락방… 광양 목조주택… '청년 동주'의 흔적 곳곳에 윤동주와 서울 종로의 인연은 4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현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41년 후배 정병욱과 함께 종로구 누상동에 위치한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4개월가량 하숙했다. 비록 기간은 짧지만 이 시기에 윤동주는 '서시' '별 헤는 밤' '또 다른 고향' '십자가' 등 현재까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남겼다. 종로구는 이 인연을 밑바탕으로 윤동주가 즐겨 다니던 인왕산 자락에 '윤동주문학관'을 지었다. 윤동주를 기억하는 곳은 윤동주문학관뿐만이 아니다.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의 작은 어촌마을에는 윤동주의 유고 시집이 보관돼 있던 낡은 목조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윤동주와 하숙을 함께한 정병욱의 생가다. 정병욱이 학병으로 징용되면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윤동주의 자필 시집을 맡겨뒀던 공간이다. 정병욱은 해방 후 고향을 다시 찾아 어머니에게 시 원고를 돌려받은 뒤 곧바로 시집 발간작업에 돌입했다. 그의 노력으로 윤동주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난 지 3년 뒤인 1948년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정병욱 생가는 1925년에 지어진 일본식 목조건물로 2007년 등록문화재 341호로 지정됐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는 윤동주가 연희전문 재학 시절에 살았던 기숙사가 남아 있다. 1922년에 건립된 3층 규모의 석조건물 '핀슨홀'이다. 언더우드관과 스팀슨관·아펜젤러관 등이 화려한 외양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핀슨홀은 남학생 기숙사 용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주거용 건축 형식을 따르고 있다. 윤동주는 입학 후 이곳 3층 다락방에 머물며 시를 썼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층에는 현재 기념관이 마련돼 있다.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맞는 윤동주의 사진과 함께 거주하던 당시를 재현한 책상과 펜·원고 등이 눈길을 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
[건축과 도시] 새로운 캠퍼스 건축,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부동산 주택 2016.03.04 17:58:58낮고 넓게 건물 설계해 주변과 조화… 채광 위한 빈공간 둬 쾌적성도 확보 크기 높이 다른 공간들 유기적 배치 각층·건물 이어주는 경사로·발코니에 25개 넘는 출입구 설치해 안팎 소통 숭실대 학생회관의 모습은 숭실대 중문으로 들어서서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눈에 들어왔다. 겉에서 보기에는 2층의 아담한 규모.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건물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멀리서 봤던 외형과는 전혀 다른 학생회관과 마주할 수 있었다. 건물 대부분이 광장 아래에 잠겨 있듯 위치해 중문 쪽에서는 '빙산의 일각'만 볼 수 있는 탓이다. 지난 2011년 새롭게 들어선 학생회관은 독특한 설계로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이뤄내며 숭실대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출입구만 25개 이상인 이 건물은 대학 캠퍼스 건물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울했던 학생회관의 새로운 탄생 기존에 학생들이 사용하던 학생회관은 정문 바로 옆에 위치했다. 현재는 미래관이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낡은 탓에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동아리방이 들어서는 장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정씨(24·영어영문)는 "1학년 때는 동아리방이 예전 학생회관에 있었는데 건물이 낡아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축 쳐졌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내부의 벽이 어두운색으로 칠해져 있던 것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학생회관은 숭실대 대운동장 주변의 노후화된 스탠드를 철거한 자리에 들어섰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는 중앙광장보다 약 12m 정도 낮은 곳에 있는데다 땅의 넓이에 비해 예정된 건물의 연 면적이 2만㎡에 달해 전체 캠퍼스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설계자는 건물의 크기에 만족하면서 주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 결과 '낮고 넓게 펼쳐진' 현재의 숭실대 학생회관이 탄생하게 됐다. 숭실대 학생회관을 설계한 최문규 연세대 건축학과 교수는 "학생회관에 들어설 공간을 동아리실과 그 외의 기능,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고 기능적이고 유기적인 평면적, 단면적 배치를 통해 전체 건물의 실들을 구성했다"며 "이렇게 평면을 만든 덕분에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각 공간의 요구를 만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변과의 조화·공간 쾌적성까지 확보 현재의 학생회관은 대지가 광장보다 낮고 연면적이 넓다는 한계에도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이뤄냈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인 건물의 3층까지 광장 아래(지하)에 지으면서 외부에 노출되는 규모를 최소화했고 그 결과 다른 건물들의 조망과 채광을 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부 공간 자체의 쾌적성을 확보하는 것도 성공했다. 건물은 절반 이상이 땅에 묻힌 듯 위치한 탓에 자칫 과거의 학생회관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어두운 공간이 될 수도 있었다. 설계자는 토지를 100% 이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건물 동측과 남측에 삼각형 모양의 빈공간을 뒀다. 덕분에 광장 밑의 건물 내부로도 사방에서 빛이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환기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학생회관 건물을 가로지르는 중앙광장에서 운동장까지 연결되는 가운데 계단 또한 건물의 채광과 환기를 돕고 있다. 특성상 여러 목적의 공간들이 들어서야 했던 문제 또한 유기적으로 해결했다. 건물에는 큰 식당 3개와 매점, 200석 규모의 극장, 행정시설, 80개에 달하는 동아리방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면적과 높이를 요구했다. 그 탓에 모두 같은 높이를 갖는 하나의 공간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각 층이 경사로로 이어지게끔 설계되고 곳곳에 발코니를 설치했다. 공간의 용도에 따라 천장 높이가 달라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경사와 빈 공간을 이동통로와 발코니로 사용한 것이다. 학생들의 중심 동선으로 거듭난 학생회관 숭실대 학생회관은 이제 학생들이 학교 구석구석으로 향할 수 있는 일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내외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특징 때문이다. 학생회관을 걷다 보면 건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연결이 자연스럽다. 곳곳에 만들어진 발코니와 데크가 외부 공간으로의 연결선을 만들어주고 있어서다. 덕분에 학생회관에는 내외부를 잇는 출입구만 25개가 넘는다. 하나의 건물이면서 학교 전체의 공간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한데 모아주는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옥상이나 건물 곳곳에 위치한 발코니 등에서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한다. 반투명 유리를 통해 복도에서 훤히 보이는 2층의 동아리방은 과거 폐쇄적이었던 공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3층 식당도 언제나 학생들로 북적이는 공간이다.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빛이 항상 환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을 때도 토론이나 조모임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학교를 졸업한 장씨(27·정보통신전자공학)는 "학생회관이 새로 지어진 후로는 학교생활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다"며 "어떻게 보면 단순한 건물 하나가 들어선 것이지만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학생회관 설계한 최문규 연세대 교수 "학생·교직원 자유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 되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좋은 건축사는 좋은 건물을 설계하고 또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건물을 설계하면서 도시 속에 자유롭게 열린 좋은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의 도시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문규(사진) 교수는 도시 공간 속에서 건축물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건물에 대한 그의 철학은 숭실대 학생회관을 설계할 때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는 학생회관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게 계획했다. 최 교수는 "주변 건물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건물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배치를 결정했다. 특히 건물 내부에 식당·동아리방·극장 등 여러 목적을 가진 공간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서로 만나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최 교수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준공된 후 학생회관이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 학생회관에 25개가 넘는 출입구를 설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건물의 곳곳에서 내외부로 출입이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외부공간을 계획했다"며 "결과적으로 건물이 만들어진 후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이런 공간들"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학생회관이 지난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서울시건축대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장점들 덕분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아 있다. 어떤 건축물도 설계자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의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은 어려운 탓이다. 최 교수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건물이기는 하지만 사용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실내외 공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아직 공간 활용이 완벽하게 되고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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