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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이번에 '안보족쇄'도 풀자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11.11 17:56:09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미동맹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0억달러(약 5조8,300억원)를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으며 생긴 일이다. 올해 1조389억원이었던 한국 방위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관련기사 5면 당장 이달 중 서울에서 열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에 앞선 미국의 파상공세가 거칠다. 특히 다음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연계해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1조원과 50억달러,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은 현재 한미동맹의 머나먼 거리를 웅변한다. 그러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SMA 협상에서 다년 계약을 복원해 신뢰의 틀을 만드는 한편 서로 양보하고 조정해 ‘주고받기’식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양보’를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들로는 핵 공유협정 체결, 원자력협정 개정, 미사일지침 폐지 등이 꼽힌다. 우선 미국의 핵우산 확장 억제를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핵 공유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핵 방어에는) 핵 공유 협정이 최선”이라며 “북한을 어떻게 방어하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우라늄 농축을 더 할 수 있게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을 더 하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한계를 둔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 또는 폐기해 우주항공 분야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과학계에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SMA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요구하는 5배 이상 증액을 다 들어주지는 못하지만 다년 계약으로 최소한 미국의 요구를 적정 수준에서 수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면서 “(눈앞의 감정에 휘둘리는) 장사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
지소미아 이어 방위비 갈등...'新애치슨 선언' 현실화하나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11.11 17:49:59한국이 미국의 방위선 밖으로 밀릴 수 있다는 이른바 ‘신(新)애치슨 선언’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최근 한미일 삼각 동맹의 미묘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담긴 공문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2016년 10월23일 체결한 지소미아는 양국 간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협약이다. 동시에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의 상징이기도 한다. 이런 의미를 가진 지소미아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23일 0시에 정식 종료된다. 이와 동시에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기 싸움’이 한창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규모로 50억달러를 제시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방위비 공세가 비단 우리만을 향한 것은 아니라지만 지소미아 폐기,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 겹치면서 우리의 동맹 입지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나 태평양방위선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신애치슨 라인이 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50년 1월 당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미국 태평양 지역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선으로 정했다고 선언했고 이는 결국 6·25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현 정부가 선택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자칫 신애치슨 선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지소미아 폐기→한일 안보공조 약화→한미동맹 균열’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이들은 오는 1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우리 정부와 대화를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가 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동맹의 핵심 사안을 지소미아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지소미아 종료일을 연기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중장)은 “2017년 현 정부가 중국과 합의한 ‘3NO’ 정책(△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체결부터 지소미아 폐기까지 현 정부가 친(親)북한·친중국 쪽으로 흐르면서 신애치슨 선언과 같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문재인 정권에 강경한 신호와 함께 선택지를 제시한 듯 보인다”며 “핵심은 지소미아로, 정부가 현 입장에 대한 변화가 없을 때는 미국 정부도 단호히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덕·김인엽기자 always@@sedaily.com -
원자력협정 개정...日처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할수있어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11.11 17:49:51한미 고위급 인사가 연이어 양국을 오가는 배경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복잡한 외교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국무부 고위급 3인방에 이어 오는 14일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한국을 찾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방미단을 꾸려 늦어도 이달 말까지 미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양국 고위급 인사가 방미·방한 과정에서 주요하게 논의할 부문 가운데 하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가 크게 확대돼야 한다며 기대하는 분담금 규모로 50억달러(약 5조8,30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분담금 규모(1조389억원)를 5배나 웃도는 액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앞으로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다 그가 내년 재선을 앞둔 터라 연내 한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관철한다는 계획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에 이어 일본·유럽 등과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양측이 양보할 수 없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아울러 미국으로부터 플러스 알파(α)를 얻어내는 데 협상력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 대 강 구도로 맞설 경우 자칫 한미동맹 악화라는 최악의 결과만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협상의 묘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앞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만족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트럼프 정부는 협상을 단기 1년으로 해 새로운 협상 틀에서 내년 협상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SMA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위에 있는 특별법으로, 미국의 요구를 여러 항목으로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MA의 특성상 기존 방위비 항목인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전략자산 전개비용, 미군 인건비, 남중국해 항행작전, 호르무즈해협 호위 파견 등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공공재까지 포함해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려 제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방위비 분담금을 50억달러로 올린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으로, 미국 측은 다 받기보다는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협상력을 집중할 수 있다”며 “인상률이 두자릿수를 넘어설 수 있는 만큼 현 정부는 대신에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미국 정부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의 증가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단순히 액수를 줄이기보다는 조건을 내거는 식으로 무언가를 받아내는 복합적 협상 전략을 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재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이른바 플러스 알파는 ‘확장 억제’다. 확장 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제 보장이 초기 수준에 머물고 있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계기로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현 정부가 탈(脫)원전을 꾀하고 있기는 하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또 하나의 카드로 꼽힌다. 한국은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저(低)농축할 수 있다. 또 군사적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농축률을 높일 경우 효율적 에너지 활용으로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과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미사일 지침이나 원자력협정 개정 등과 연계한 것처럼 이번에도 숫자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국회에 보여줘야 비준 등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도 “재처리 시설이 없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라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일본 수준까지 한미 원자력협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미사일협정을 폐기·개정하는 부분도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조정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으나 중국 등 이웃 국가와의 외교 마찰 우려가 있어 다소 조심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원자력협정과 같이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허용해 줄 수 있다”며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이런 기회에 원자력협정 개정 등 전략적 가치를 얻어내는 것이 한국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경제적 분야로 확대해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한쪽에서는 금액을 낮추고, 반대급부를 얻으면서 한편으로는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 등을 거론하는 양방향 협상 전략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무역적자 누적을 이유로 동맹국에 방위비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요청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말부터다. 양국은 1988년에 열린 2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거쳐 방위비를 분담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한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지원 등이 SOFA 협정에 어긋나는 탓에 양국은 3년 뒤인 1991년 SMA를 체결했다.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한 SOFA 제5조 1항에 대한 특별조치를 만든 셈이었다. 이후 방위비 분담금은 IMF 위기에 직면한 1999년 등을 제외하고 해마다 올랐으나 그 폭은 10%를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협상에서 이 같은 흐름은 180도 뒤집어졌다./안현덕·방진혁기자 always@@sedaily.com -
'한미동맹 3대 위협 요인'...혈맹이 흔들린다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11.10 17:18:04한국이 자주를 외치고 미국이 그런 한국을 압박하면서 한미동맹이 66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다음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우리를 무겁게 누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의 한미동맹을 위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북미협상의 와중에 벌어진 한미의 간극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북한의 이간질이 동맹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미동맹보다 전작권 전환 추진 등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노선은 북한에 심정적으로 마음이 가 있다”며 “한미관계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균열이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경제단체의 핵심관계자는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인데,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한미동맹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국내외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동맹 와해가 한국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론까지도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지금 한미동맹은 붕괴 직전”이라며 “한미동맹이 깨지면 우리 경제는 큰일이 난다. 해외투자가들 중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끊임없는 이간책 속에서 한국이 한미일군사동맹 불참을 중국에 확약하는 등 친중배일(親中排日) 행보를 보이는 반면 미국은 일본과 밀착해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70년대 ‘닉슨 독트린’에서 ‘일본의 안전은 미국의 안전에 결정적(vital)이고,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에 필수적(essential)’이라고 언명했던 미국의 기본성향을 문재인 정부가 몰이해한 결과로 자칫 안보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와 미일동맹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면 미일동맹으로 좀 더 비중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과 전략의 정합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미국의 압박과 북한의 도발에서 한미동맹을 지켜내는 처방은 ‘조국 사태’로 인한 국론분열 못지않게 엇갈림이 극명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미 때늦을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전작권 전환 포기를 선언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적당히 올려준다고 하는 한편 미국이 더 이상의 압박을 가하기 전에 지소미아도 복원해야 한다”면서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동맹은 국방력 보완의 수단이지 근본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맹의 전통적인 의미도 바뀌고 있다”며 “한미동맹으로 미국이 얻는 이득도 있으니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
[위기의 한미동맹]"文·트럼프 모두 한미동맹 중요하게 생각 안해"
국제 정치·사회 2019.11.10 17:08:11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신고립주의’가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지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기반은 굳건하다면서도 정치적인 측면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인식의 차이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군대와 정책입안자들은 강하고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교적 차이가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자신들의 전임자와 달리 한미동맹의 가치를 중요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가혹한 평가, 지속적인 주한미군 보상 요구가 두 나라의 관계를 긴장시키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정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먼 아시아 담당 디렉터의 판단도 비슷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핵 문제와 같은 동북아시아 안보 이슈에 접근하는 생각의 차이가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계속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마찰이 최근에는 가시적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현재 미국과 한국 정부는 그들의 이익과 목표·전략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반도 안보 지형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미국의 신고립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보였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을 임의로 갑작스럽게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일각에서 나온다”며 “동맹의 가치는 달러나 센트로 측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동맹의 가치는 한미동맹의 정신인 ‘같이 갑시다’이어야 하며 ‘충분한 현찰과 함께라면 같이 갈 수 있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 전문가는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요건으로 △적절한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 동참 △대북 관계 조율 등을 꼽았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한 것은 한국이 이제 국방력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전략은 미국과 대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미국은 동맹과의 비용분담의 균형점을 조정하면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게 핵심”이라고 양측의 인식 차를 전했다. 시먼 디렉터도 주한미군 분담금에 대한 더 많은 기여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첫 번째 순위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전적으로 동참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위배되는 만큼 협정 연장을 통해 미국에 신호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시먼 디렉터는 “한국 정부가 오는 22일 만료 전까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이를 연장하더라도 한일 간 무역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휘통제통신과 감시정찰(C4ISR) 보완 전에 이뤄지는 섣부른 전작권 전환은 전시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서둘러 전환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는 시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주한미군 완전철수?…더 강력해지는 美 신고립주의
국제 정치·사회 2019.11.10 17:04:47시리아 철군·파리협약 탈퇴 등 美 전통의 ‘세계경찰 역할’ 거부 천문학적 국방비에 부채 눈덩이 미국민들도 “美 혼자 방어 반대” 韓 등 동맹에 거액청구서 내밀어 안보전문가 “이해관계 유지해야” “지금부터 오직 미국만 우선된다. 미국은 다른 나라를 방어하지만 미국 혼자 방어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 지난 2017년 1월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신고립주의(미국 우선주의)’의 시작을 선포했다. 사흘 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이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나프타) 재협상 등을 줄줄이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 또렷해지고 있다. 연초 유네스코(UNESCO)에서 빠져 나온 데 이어 지난달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미군 철수를 발표했고 이달 초에는 파리기후협약 공식 탈퇴 절차에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만든 자유무역의 틀을 스스로 흔들고 동맹에 군사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이 같은 미국 우선주의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 지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한국과 미국의 전통적 동맹 강화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반도 안보와 한미동맹 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자칫 한미동맹 고리가 약화하면 한반도 지형도 급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과 미국의 한반도 안보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을 염려하게 된 근본적 배경에는 대내적 이유와 함께 미국 정치·경제 변화 흐름과 같은 대외적 요인도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양자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문제를 키운다는 분석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고립주의로 나아가는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석유가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지난해 말 석유 순수출국이 되면서 과거 국가의 핵심 이익으로 꼽히던 안정적 석유 확보에 나설 필요가 사라졌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24년 하루 평균 900만배럴을 수출하며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은 9일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다”며 “중동을 비롯해 대외개입에 나설 이유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중동의 석유·가스가 필요 없다”고 할 정도다. 세계의 경찰 역할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올 초 유라시아그룹재단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4.2%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해외개입 대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29.8%는 경제협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해외 파병을 선택한 이들은 18.1%에 그쳤다. 천문학적인 국방비에 돈을 쏟아붓기보다 이를 감세와 복지에 쓰자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예산안은 4조7,000억달러(약 5,330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년 대비 국방예산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국방예산 요청액은 7,500억달러(약 868조1,200억원)에 달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2019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9,840억달러로 1년 새 26%나 급증했다. 국가부채도 2013년 16조7,000억달러에서 현재 22조달러대까지 불어났다. 책 ‘정글의 귀환’을 쓴 로버트 케이건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 후의 안정적인 자유무역질서는 역사적으로 예외적이며 그동안 자유의 거품 속에 살아왔던 것”이라며 “미국민들은 자유질서를 지지하면서 높은 세금을 부과받는 데 지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는 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님에도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을 잡으면 지금의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신고립주의의 기저에는 이런 흐름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대(對)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며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정면으로 거스른데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도 주한미군 6,000명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턱밑에서 견제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유리함에도 6·25전쟁을 불러온 애치슨 선언 때처럼 미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동북아시아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확률도 높다. 이대로라면 10~20년 내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경우 중국과 일본·북한 사이에 낀 한국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지정학자 자이한은 “한국은 일본과 중국·북한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모든 국가와 (일부 측면에서)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제국주의를 막으면서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고 있는 미군에 기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을 더 단단히 다지면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해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관계가 한 번 끊기면 이를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단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면 향후 분쟁이 생기더라도 돌아올 것 같지 않다”며 “한미동맹이 깨지면 미국이 (다시) 한국의 파트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文 '자주'·트럼프 '美우선' 틈새서 金 '이간책'...아슬아슬 한반도
정치 대통령실 2019.11.10 17:03:25한미동맹의 불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정부 때는 미국의 이탈 움직임, 노무현 정부 때는 전면적 동맹 재조정 시도 때문에 요동쳤으나 위기로 치닫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한미동맹은 한미 양측의 원심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여기에다 북한이 한미의 벌어진 틈을 집요하게 이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지금 한미동맹이 전례 없는 위기로 향하고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핵 대응능력을 독자적으로 갖는 것도 아닌데 한미동맹을 너무 경시하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나는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한미동맹은 붕괴 직전”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특히 불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세 가지 위협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과거 정부와 달리 안보전략에서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자주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 그중 하나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의 가치를 자유세계 수호라는 도덕적 명분에서 찾는 전통에서 이탈해 미국 우선주의로 치닫는 것이 또 다른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북한이 끊임없이 한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궁극적으로 동맹 와해 쪽으로 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에 있어 줄곧 미국을 밀어내는 듯한 성향을 보여왔다. 집권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대미외교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자주국방·균형외교라는 수사에 집착해 우려를 키워오더니, 급기야 지난 8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는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 실책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을 수 있게 하는 중요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발 입장을 내놓았다. 미 국방부는 종료 발표 당일인 22일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23일 더 나아가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적시하며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 안보 도전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한미일동맹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반대 및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거부라는 3불 정책을 공식화한 것도 미국의 불신을 키워놓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10월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 “미국의 MD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발언했다. 강 장관은 또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주권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거론하면서 ‘임기 내’로 시한을 못 박는 것도 문제다. 전작권 전환으로 국방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요, 주한미군의 규모를 대폭 감축시킬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철군이 이뤄질 경우 한국 눈치를 보지 않고 제한적 외과수술식 선제공격이나 타격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 테드 게일런 카펜터와 더그 밴도는 저서 ‘한국과 이혼하라’를 통해 “워싱턴은 중대한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일방적 군사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을 위기는 내모는 데는 미국발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가치보다도 돈을 더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탓이 크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으로 칭하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고 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라고 평가절하했다. 심지어 올 8월에는 한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과거 소년 시절에 아버지와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닌 일화를 언급하며 “브루클린에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며 도를 넘어서는 농담까지 던졌다. 북한은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와해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의 2인자로 평가받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최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폐기해라. 그래야 비핵화한다”고 밝힌 것은 한미동맹에서 미국을 떼어내려는 술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문 대통령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자주외교를 운운하는 것과 같은 가소로운 추태도 부렸다”고 모욕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미군 철수 관철을 통한 힘의 우위 확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주한미군만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자기들 힘으로 서울을 흔들 수 있다고 본다”면서 “자신들이 핵무기도 갖고 재래식 무기도 밀리지 않아 군사적 압박으로 서울을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미동맹의 붕괴를 막을 기회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미동맹 자체의 저변은 상당히 튼튼하다고 보고, 아직도 근본적으로 양국은 동맹을 필요로 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잠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위험요인이라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미국의 경우 궁극적으로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필요성이 강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
동맹 불안에...美, 통상압박 때마다 '韓타깃'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9.11.10 17:01:31한미동맹 약화는 외교 및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약화하면서 매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파상적 통상 압박의 타깃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오는 13일 수입차에 고율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비슷한 통상 압박이 국내 반도체나 조선업까지 정조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미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가 13일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적용에서 한국이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둘러싸고 관세 부과 결정을 유예하며 계속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기인 안보 문제를 고리로 한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이 국내 반도체나 조선업에 닥칠 가능성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당장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동차에 232조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향후 반도체나 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 경제와 산업에 큰 압박이다. 실제 시행 여부를 떠나 언급 자체만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의 활동을 소극적으로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농업계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한미 안보동맹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일본과의 무역전쟁 속에서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마당에, WTO 개도국 지위까지 계속 유지해 한국이 사실상 중국 편에 서며 미국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없다는 정부 내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재정 부담은 크게 늘게 됐다. 농업계를 달래려 현행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모든 작물에 같은 직불금을 주는 공익형 직불제를 위해 2조2,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그마저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3조원으로 증액됐다. 정부는 기업 출연으로 쌓이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역시 확대할 방침이어서 기업에까지 피해가 전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4일 한중일을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한 직후 ‘인도·태평양을 최우선 지역으로 삼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RCEP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미국 측은 중국에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다자무역합의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데 RCEP는 중국 주도로 체결된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경제 불협화음이 확산되지 않게 미국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천명한 인도·태평양 우선주의에 한국이 부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종료는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 입장에 보조를 맞춘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양준·김우보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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