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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 잡힌 '등록금 반환법'…국가가 재정 지원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09.17 07:00:00여야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가가 대학 등록금 환급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16일 합의했다. 교육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재난으로 인해 학교 시설 이용 및 실험·실습에 제한이 생기고 수업 시간이 감소하는 등 대학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학교가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대학 측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게 된다. 소속 대학에 따라 학생이 받을 수 있는 환급액에 편차가 나타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다만, 구체적인 등록금 지원 방식과 재정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등록금 면제·감액 규모는 각 대학에 있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교육부령에 따라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할 전문가 위원은 학교와 학생을 대표하는 측이 합의를 통해 선임해야 한다. 이로써 등록금 환급 규모에 대한 학생 측 입장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반영될 여지가 생긴다. 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요청한 관련 자료를 요청받은 날부터 7일 이내로 제출해야 한다. 나아가 학교 경영자 및 설립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의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추가됐다. 이날 의결된 ‘등록금 반환법’은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번 더 심사를 거친 뒤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시행은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세부적인 체계 자구는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늘 논의한 내용 거의 그대로 본회의까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며 “빠르면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
재정전문가의 고언 "국가채무증가속도 너무 빨라, 재정여력 회복 노력 시작하라"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9.17 06:00:2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과감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지출 증가율 8.5%로 555조원 규모의 2021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나랏빚이 2년 뒤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됨에 따라 효율적인 예산편성과, 위기 이후의 재정관리 등 재정정책이 중요해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재정특위 위원),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재정정책학회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 등 재정전문가 3인(가나다순)에게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고언을 들었다. /편집자주 ●참석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나다순) -4차 추경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염 교수=추경은 숨이 넘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약업종 실업자 등 소득이 급감한 계층을 대상으로 집중적 핀셋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경제 살리기가 목적이라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 옳겠지만, 지금은 4차 추경 전액을 당장 생계위협을 받는 계층 지원에 써야 합니다. △홍 교수=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인해 매출 감소, 고용 불안, 일자리 상실 등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직종과 계층을 일차적인 지원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7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한 것은 재정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적자 비율을 6%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김 교수=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위험의 가중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방안이라고 판단합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직접 피해를 입는 분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제공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까 △김 교수=지원 대상의 폭을 넓게 잡는 바람에 지원 수준이 너무 낮아진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통신료 지원이 대표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고, 청년 50만원 지급도 현재의 경제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주는 것이 적절합니다. △홍 교수=만 13세 이상 통신료 2만원 지원은 무슨 목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결정했는지 이해되지 않기에 원점에서의 재고가 필요합니다. △염 교수=청년, 초등학생 학부모, 전 국민 대상 통신료 감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소비 측면의 무차별 지원은 지양해야 합니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쟁이 제기됐습니다. 1차 때와 같은 전국민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교수=현재 우리나라 재정상태가 전 국민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된다면 정말 생계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취약계층이 크게 늘어납니다. 재원을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홍 교수=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과 보편 논쟁은 기본소득 문제와 맞물려 있는 데다, ‘정도’와 ‘정책’보다는 ‘여론’과 ‘정치’에 민감한 정치인과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지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을 계기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기본소득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을 경계합니다. 2차 추경 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이 채택된 것은 향후 재정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경제적 한계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중위소득 이하 계층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라는 원칙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면 정책 실효성은 물론, 사회적 배려와 연대의 증진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 차원에서도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염 교수=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 재정확대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급하니까 무조건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재정을 살포해서는 안됩니다.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명한 지출(wise spending)’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되돌려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합니다. △홍 교수=정부의 재정운용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내년까지는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확장 재정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재정을 어느 분야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 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뉴딜과 관련한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에 재정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디지털과 녹색을 결합한 SOC 사업(물 관련 치수 및 이수, 전력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은 산업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큽니다. -정부가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뉴딜 사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교수=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단기간에 사업들이 기획되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단순 재정투입 위주로 정책을 짰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환경보존과 연결되는 공공성으로 인해 정부개입이 필요하고, 그나마 재정투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보기술(IT)분야의 경우 민간 기업들이 미래 시장과 이익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정부가 재정을 이용해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원이 낭비될 위험이 높아 비효율적입니다. 재정보다는 제도와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일이 더 중요한 정부 역할입니다. △홍 교수=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디지털 분야는 민간이 훨씬 잘 할 수 있고 이미 세계적인 테크(tech)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섣불리 재정을 특정 부문에 사용할 경우 민간 투자를 포함해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녹색 분야는 많은 시장실패가 존재합니다.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및 에너지효율 제고 정책,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도시·하천·해안 인프라 구축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재정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재량지출 구조조정과 재정집행 관리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홍 교수=재정지출 구조조정 노력은 바람직합니다. 신규 도로건설 사업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SOC는 노후시설에 대한 재투자 관점으로 바꿔야 합니다. 특히 부처 간 고질적인 칸막이로 인해 발생하는 중복사업들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또 부처 간 협업을 극대화함으로써 사업효과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부처 간 협업 성과 모니터링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 추경과 내년 본예산에 소비쿠폰 예산이 늘었습니다. 승수효과 등 실효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교수=소비쿠폰으로 소비가 과도하게 침체될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위기 발생 시 소비의 총량이 줄어드는데, 쿠폰제도는 줄어드는 소비 가운데 일부를 소비자가 자신의 돈이 아닌 정부재원으로 지출하는 것 뿐입니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한 GDP확대로 세수가 증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염 교수=‘좋은 부채(착한 빚)’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 이론이 들어맞기 위해서는 재정승수가 1보다 커야 하는데 실제로는 구축효과 등으로 인해 1보다 작게 나옵니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복지지출은 승수효과가 0.16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빚을 내서 정부지출을 할 경우 현실적으로 빚을 갚을 만한 충분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홍 교수=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성장률 하락으로 추가 세입경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정부가 제시한 43.9%보다 늘어난 44.5%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최고 속도의 확장 재정정책을 사용한 정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문제는 2021년입니다. 경기활성화와 경제회복의 물꼬를 터야 2022년 재정운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0%에서 올해 43.9%까지 상승합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빚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빠른 점이 우려됩니다. △염 교수=확장재정의 팽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대 벽을 뛰어넘으면서 10% 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었던 때에도 과도하게 재정을 확대했습니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은 이전에는 잘 살았지만 포퓰리즘식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지금은 극심한 재정파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위기를 맞았을 때 재정이 제대로 된 방파제와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튼튼하고 건실하게 구축해 놓아야 합니다.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건전한 재정 덕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 교수=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재정정책 운용의 원칙은 경제 펀더멘탈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현실적 제약 하에서 재정여력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추경과 내년 지출증가세는 불가피한 점이 있습니다. 재정건전성 유지가 위기국면에서 정책의 제약요인이지 목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채무 증가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적어도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재정안정화를 통해 크게 소진된 재정여력을 회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채무관리 목표 수준을 고려한다면, 관리재정적자의 장기적인 균형수준은 3%입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재정적자를 이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적자 3%를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적정수준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정부가 수립한 재정운용계획에서도 5년 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저금리에 의존해, 누적되는 국가채무의 잠재적 심각성을 무시한다면 안이한 재정운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염 교수=우리는 GDP의 60% 수준인 유럽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근거로 거기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통일비용 10%포인트+연금부담 10%포인트)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40%를 적정 채무비율로 지켜왔습니다. 재정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안에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비율이 50%를 넘어가면 더 이상 통제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출개혁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은 가급적 줄이고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는 지출로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합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10%와 비교해 절대적인 수치가 양호하긴 합니다만, 국가채무비율 증가 추세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김 교수=현재 다른 OECD 국가들도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급등을 직면하고 있기에, 우리나라만 재정악화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중기재정운용계획 상의 예상 비율(2024년 58%)을 넘어서게 되는 시점에서는 우리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증가 속도라는 판단으로 인해 국가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염 교수=올해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부채가 늘었다는 점에서 46%가 넘었다고 바로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기대응을 위한 부채 증가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면 신용등급 강등 사유가 됩니다. 우리가 OECD 평균에 비해서 채무비율이 절대적으로 양호하니 안심해도 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OECD 평균에는 미국, 일본, 영국, 유로존 국가 들과 같은 기축통화국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지간히 국가부채가 높아도 자국 통화력을 이용해 버틸 수 있습니다. △홍 교수=팬데믹이 초래한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 증가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정부가 OECD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절대적 수치가 양호하다는 식의 안이한 방어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채무비율 증가 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입니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경직성 이전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앞으로 재정지출은 일정 수준 확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세출에 맞춰 세입확대 부분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증세가 필요합니까. △홍 교수=현재보다 복지수준을 높이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세수 탄력성에 따라 조세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중부담/중복지라는 표현은 잘못됐습니다. 중복지/중부담이 맞는 말입니다. 먼저 복지수준과 범위에 대한 국민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얼마나 세금을 걷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합니다. △염 교수=재정지출 증대로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증세가 원칙입니다. 다만 증세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가급적 이 방법을 피하고 증세를 하더라도 소수층인 고소득층이나 투표권이 없는 기업 등에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부자증세’도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해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제개편을 한다면 가장 먼저 소득세를 개편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다음이 재산세라고 봅니다. △김 교수=우리는 현재 사실상 6% 재정적자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복지확대와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으로 재정지출 규모가 크게 그리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6% 적자는 유지 가능하지 않기에, 세입확충은 필연적입니다. 위기의 파급효과로 당분간 세수 증가세가 위기이전 상태로 회복되기는 힘들어, 정부 재정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개인소득세 부담의 정상화가 우선 시급하고, 투기 대응용으로 전락한 부동산 보유세의 세원을 넓히는 합리화, 필요하면 최종적으로는 낮은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금과 기금 고갈 문제도 짚어봐야 합니다 △염 교수=연금과 기금 고갈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묘방이 없습니다. 정공법으로 가야지요. 정공법이란 더 많이 받으려면 더 많이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미래의 피부양자인 현 세대가 자신이 받을 연금을 더 많이 마련해놓아야 합니다. △김 교수=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2057년)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어, 현재의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저출산 현상 심화로 적립금 소진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30.35%)은 현재 요율의 3.4배로 비현실적 수준으로 급등합니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혼란과 시간 낭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는 먼저 연금제도 개편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적인 절충안이 아닌 개혁적인 개편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재정건전성 우려에 따른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에 솔직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봅니다. 실효성 있는 채무준칙이나 수지준칙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으며, 결국 일반적 수준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순차적, 단계적 접근을 제안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으로 ‘다년도 기준 지출준칙’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이미 OECD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정권 임기 동안 지출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재정준칙을 운용한다면 보다 책임 있게 재정운용을 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고, 추후 수지준칙이나 채무준칙을 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유연한 재정준칙으로 모범적이거나 성공한 다른 나라 사례는 사실 아직 없습니다. 엄격한 준칙도 실제 운영해보면 성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코로나19 위기로 재정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부터는 구체적이고 법제화된 경성 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 재정적자를 3%로 축소하는 것이 재정 관리의 관건인데, 정치의 재정개입이 일상화된 현재 유연한 준칙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재량지출을 명목성장율 이하로 제한하는 ’지출준칙‘과 재정적자를 3% 이내로 통제하는 ’수지 준칙‘이 채무비율의 상한을 명시하는 ’채무준칙‘보다 바람직합니다. 채무비율 상한선은 단기적 시계 하의 목표로 설정돼야 재정통제력이 생깁니다. 너무 먼 시기의 목표를 잡아 놓으면 구속력이 없습니다. △염 교수=재정지출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마련돼야 합니다. OECD국가에서 가장 많이 도입된 재정준칙은 예산(재정)수지준칙과 부채준칙입니다. 가장 강한 준칙은 국가채무비율 혹은 연간 부채 증가액(규모)을 확정해 놓는 것이고 그보다 조금 신축적인 것은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증가율을 일정 범위 안에 두는 것입니다. 준칙 자체는 강한 수준으로 정하고 다만 상황 및 여건 변화에 따라서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단서·유보조항을 조건별로 명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떤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하시겠습니까. △김 교수=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제시한 내년 지출증가율은 수용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시기의 재정정책도 엄연히 재정유지 가능성이라는 중장기적 제약 하에서 운영돼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정부가 재정안정화 드라이브(Drive)를 통해 6%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반드시 3%로 줄여야 합니다. △염 교수=나랏빚 늘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번 고삐가 풀리면 그것을 제어하기가 좀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그 빚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전가됩니다./정리=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
OECD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 구조조정 방해"...경기회복기 구조개혁 필요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9.16 19:29:1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 회복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근로자와 기업의 지원에 구조개혁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 및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재정집행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한 달 만에 0.2%포인트 낮춘 -1.0%로 전망했다. OECD는 16일 공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임금 보조금이나 단기 일자리 프로그램은 기존 일자리를 보존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위기 이후 바람직한 구조조정 및 적응을 방해할 수 있다”며 “특히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 유연성이나 일자리 이동 등을 제한하는 장벽을 낮추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는 일자리 재분배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내년에 일자리 창출에 8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며 이 중 103만개의 공공일자리 창출에 투입되는 예산만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의 확장 일변도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되레 낮아졌다. OECD는 관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1.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 대비 0.2%포인트 높아진 수치이지만 지난달 내놓은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와 비교하면 0.2%포인트 하락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 또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하향 조정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7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상했지만 관련 보고서가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석 달 새 크게 높아졌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석 달 전 전망치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2.6%→1.8%), 미국(-7.3%→-3.8%), 유로존(-9.1%→-7.9%) 등의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됐다. 일본은 성장률 전망치가 석 달 전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5.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측은 이번 OECD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 G20 국가 중 2위로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우리나라의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3.1%로 유로존(5.1%), 미국(4.0%), 중국(8.0%) 등과 차이가 크다. 일본(1.5%)보다는 예상성장률이 높지만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년 새 7.3%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4.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한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주요국 대비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멕시코(3.0%), 호주(2.5%), 일본(1.4%), 남아프리카공화국(1.4%) 등에 이어 뒤에서 5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양철민·황정원·하정연기자 chopin@@sedaily.com -
대학 등록금 반환 지원도 나랏돈으로…재원조달 방안도 없어
사회 사회일반 2020.09.16 17:44:04여야가 16일 재난 발생 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학 등록금 환급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이 청년층 불만 해소 차원에서 대학등록금 반환을 장려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또다시 포퓰리즘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재난으로 대학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학교가 등록금을 면제·감액한 뒤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또 등록금 감액 규모를 정할 때 각 대학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도 마련했다. 그러나 여야는 대학 지원을 위한 재정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재정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대학 지원에 합의한 것이다.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오늘 의결한 내용이 교육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된다고 보면 된다”며 “빠르면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
"정치권 지나친 개입으로 혼란…재정지출에 '선택과 집중' 필요"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9.16 17:43:5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과감한 재정 투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과 555조원 규모의 2021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나랏빚이 2년 뒤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인 만큼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위기 이후의 재정관리 등 재정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재정특위 위원),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재정정책학회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 등 재정 전문가 3인(가나다순)에게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고언을 들었다. /편집자주 ■참석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나다순) 효과 거의 없는 ‘통신료 감면’ 같은 무차별적 지원은 지양 ‘전국민 재난금’ 재정여력 없어…취약계층 핀셋지원 우선 단순 국비투입 ‘한국판 뉴딜’도 한계…제도개편 등이 중요 -4차 추경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염명배 교수=추경은 숨이 넘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약업종 실업자 등 소득이 급감한 계층을 대상으로 집중적 핀셋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경제 살리기가 목적이라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 옳겠지만 지금은 4차 추경 전액을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계층 지원에 써야 합니다. △홍종호 교수=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매출 감소, 고용불안, 일자리 상실 등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직종과 계층을 일차적인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7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한 것은 재정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6%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김우철 교수=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위험의 가중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방안이라고 판단합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직접 피해를 입는 분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제공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까 △염 교수=청년, 초등학생 학부모, 전 국민 대상 통신료 감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소비 측면의 무차별 지원은 지양해야 합니다. △김 교수=지원 대상의 폭을 넓게 잡는 바람에 지원 수준이 너무 낮아진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통신료 지원이 대표적으로 시정돼야 할 대목이고 청년 50만원 지급도 현재의 경제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주는 것이 적절합니다. △홍 교수=만 13세 이상 통신료 2만원 지원은 무슨 목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결정했는지 이해되지 않기에 원점에서의 재고가 필요합니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쟁이 제기됐습니다. 1차 때와 같은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교수=현재 우리나라 재정 상태가 전 국민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된다면 정말 생계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취약계층이 크게 늘어납니다. 재원을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홍 교수=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과 보편 논쟁은 기본소득 문제와 맞물려 있는데다 ‘정도’와 ‘정책’보다는 ‘여론’과 ‘정치’에 민감한 정치인과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지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계기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기본소득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을 경계합니다. 2차 추경 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이 채택된 것은 향후 재정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경제적 한계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중위소득 이하 계층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라는 원칙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면 정책 실효성은 물론 사회적 배려와 연대의 증진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 차원에서도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홍 교수=정부의 재정운용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내년까지는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확장재정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재정을 어느 분야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뉴딜과 관련한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에 재정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디지털과 녹색을 결합한 SOC 사업(물 관련 치수 및 이수, 전력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은 산업 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큽니다. △염 교수=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 재정확대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급하니까 무조건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재정을 살포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명한 지출(wise spending)’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되돌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합니다.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교수=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단기간에 사업들이 기획되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단순 재정투입 위주로 정책을 짰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환경 보존과 연결되는 공공성으로 인해 정부 개입이 필요하고, 그나마 재정투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민간 기업들이 미래 시장과 이익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정부가 재정을 이용해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원이 낭비될 위험이 높아 비효율적입니다. 재정보다는 제도와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일이 더 중요한 정부의 역할입니다. △홍 교수=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디지털 분야는 민간이 훨씬 잘할 수 있고 이미 세계적인 테크(tech)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섣불리 재정을 특정 부문에 사용할 경우 민간 투자를 포함해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녹색 분야는 많은 시장 실패가 존재합니다.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효율 제고 정책,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도시·하천·해안 인프라 구축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재정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한 GDP 확대로 세수가 증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교수=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성장률 하락으로 추가 세입경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정부가 제시한 43.9%보다 늘어난 44.5%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최고 속도의 확장재정정책을 사용한 정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문제는 2021년입니다. 경기 활성화와 경제 회복의 물꼬를 터야 2022년 재정운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염 교수=‘좋은 부채(착한 빚)’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 이론이 들어맞기 위해서는 재정승수가 1보다 커야 하는데 실제로는 구축 효과 등으로 1보다 작게 나옵니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복지지출은 승수 효과가 0.16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빚을 내 정부 지출을 할 경우 현실적으로 빚을 갚을 만한 충분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구체·법제화된 재정준칙 도입…6% 재정적자, 3%로 줄여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0%에서 올해 43.9%까지 상승합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빚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빠른 점이 우려됩니다. △염 교수=확장재정의 팽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대 벽을 뛰어넘으면서 10% 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니었던 때에도 과도하게 재정을 확대했습니다. 위기를 맞았을 때 재정이 제대로 된 방파제와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튼튼하고 건실하게 구축해놓아야 합니다.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건전한 재정 덕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 교수=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재정정책 운용의 원칙은 경제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현실적 제약하에서 재정 여력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추경과 내년 지출 증가세는 불가피한 점이 있습니다. 재정건전성 유지가 위기 국면에서 정책의 제약요인이지 목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채무 증가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적어도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재정 안정화를 통해 크게 소진된 재정 여력을 회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채무관리 목표 수준을 고려한다면 관리재정 적자의 장기적인 균형 수준은 3%입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재정적자를 이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3%를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적정 수준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정부가 수립한 재정운용계획에서도 5년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입니다. 저금리에 의존해, 누적되는 국가채무의 잠재적 심각성을 무시한다면 안이한 재정운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염 교수=우리는 GDP의 60% 수준인 유럽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근거로 거기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통일비용 10%포인트+연금 부담 10%포인트)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40%를 적정 채무비율로 지켜왔습니다. 재정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안에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비율이 50%를 넘어가면 더 이상 통제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출개혁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은 가급적 줄이고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는 지출로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합니다. 채무증가 속도 너무 빨라, 소진된 재정여력 회복 필요 복지수준 높이려면 세금 얼마나 걷을지부터 합의해야 나랏빚 고삐 풀리면 제어 쉽잖아…미래세대 전가 불보듯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경직성 이전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앞으로 재정지출은 일정 수준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세출에 맞춰 세입 확대 부분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증세가 필요합니까. △염 교수=재정지출 증대로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증세가 원칙입니다. 다만 증세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가급적 이 방법을 피하고 증세를 하더라도 소수층인 고소득층이나 투표권이 없는 기업 등에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부자 증세’도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해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제개편을 한다면 가장 먼저 소득세를 개편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다음이 재산세라고 봅니다. △홍 교수=현재보다 복지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세수 탄력성에 따라 조세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 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중부담·중복지라는 표현은 잘못됐습니다. 중복지·중부담이 맞는 말입니다. 먼저 복지 수준과 범위에 대한 국민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얼마나 세금을 걷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합니다. △김 교수=우리는 현재 사실상 6% 재정적자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복지 확대와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으로 재정지출 규모가 크게, 그리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6% 적자는 유지 가능하지 않기에 세입확충은 필연적입니다. 위기의 파급 효과로 당분간 세수 증가세가 위기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는 힘들어 정부 재정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개인소득세 부담의 정상화가 우선 시급하고 투기 대응용으로 전락한 부동산 보유세의 세원을 넓히는 합리화, 필요하면 최종적으로는 낮은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금과 기금 고갈 문제도 짚어봐야 합니다. △김 교수=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2057년)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어 현재의 연금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적립금 소진 이후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면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30.35%)은 현재 요율의 3.4배로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급등합니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혼란과 시간 낭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는 먼저 연금 제도 개편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적인 절충안이 아닌 개혁적인 개편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재정건전성 우려에 따른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에 솔직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봅니다. 실효성 있는 채무준칙이나 수지준칙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으며 결국 일반적 수준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순차적·단계적 접근을 제안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으로 ‘다년도 기준 지출준칙’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정권 임기 동안 지출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재정준칙을 운용한다면 보다 책임 있게 재정운용을 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고 추후 수지준칙이나 채무준칙을 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유연한 재정준칙으로 모범적이거나 성공한 다른 나라의 사례는 사실 아직 없습니다. 엄격한 준칙도 실제 운영해보면 성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코로나19 위기로 재정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부터는 구체적이고 법제화된 경성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적자를 3%로 축소하는 것이 재정관리의 관건인데 정치의 재정개입이 일상화된 현재 유연한 준칙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재량지출을 명목성장률 이하로 제한하는 ‘지출준칙’과 재정적자를 3% 이내로 통제하는 ‘수지준칙’이 채무비율의 상한을 명시하는 ‘채무준칙’보다 바람직합니다. 채무비율 상한선은 단기적 시계하의 목표로 설정돼야 재정통제력이 생깁니다. 너무 먼 시기의 목표를 잡아놓으면 구속력이 없습니다. △염 교수=재정지출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마련돼야 합니다. OECD 국가에서 가장 많이 도입된 재정준칙은 예산(재정)수지준칙과 부채준칙입니다. 가장 강한 준칙은 국가채무비율 혹은 연간 부채증가액(규모)을 확정해놓는 것이고 그보다 조금 신축적인 것은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증가율을 일정 범위 안에 두는 것입니다. 준칙 자체는 강한 수준으로 정하고 다만 상황 및 여건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단서·유보조항을 조건별로 명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떤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하시겠습니까. △김 교수=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제시한 내년 지출 증가율은 수용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시기의 재정정책도 엄연히 재정 유지 가능성이라는 중장기적 제약하에서 운영돼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정부가 재정 안정화 드라이브(drive)를 통해 6%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반드시 3%로 줄여야 합니다. △염 교수=나랏빚 늘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번 고삐가 풀리면 그것을 제어하기가 좀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그 빚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됩니다./정리=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
獨, 헌법에 '재정준칙' 명시..."韓 '고무줄'조차 없어"
경제 · 금융 정책 2020.09.16 08:30:31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에 재정을 총동원해 대응하면서 국가 채무 비율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영국·독일·스웨덴 등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 건전성을 엄격히 관리하는 사례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는 총 85개국이다. 재정준칙이란 재정수지 혹은 국가채무 등에 일정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준수하게 하는 것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재정준칙을 명문화 하지 않은 국가는 터키와 우리나라뿐이다. 85개국 중 63개국은 나랏빚 증가율을 관리하는 ‘국가채무 준칙’을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에 ‘신규 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바꾸려면 개헌을 해야 할 만큼 엄격하다. 영국은 ‘GDP 대비 공공 부문 채무비율을 전년보다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아예 법제화하고 있다. 재정적자 관리를 강제화하기도 한다. 스웨덴은 ‘GDP 대비 1%의 재정수지 흑자를 내야 한다’는 ‘재정수지 준칙’을 채택했다. 네덜란드는 세수가 목표치를 초과해 걷히면 초과분의 50%를 나랏빚을 갚는 데 쓰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관리하는 수지준칙과 함께 초과 세수(수입)가 발생할 경우 재원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수입준칙’, 국가채무 이자비용을 뺀 정부지출을 물가상승률까지만 늘릴 수 있게 하는 ‘지출준칙’ 등 3개 부문에서 준칙을 운영한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모든 회원국이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의 준칙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명문화된 재정준칙 없이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재정준칙을 참고해 국가채무비율 40%를 유지해왔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정한 국가채무비율 60%에 통일비용과 빠른 고령화 속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40%룰’을 불문율로 지켜온 것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경제 체질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헌법으로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설정하고 ‘균형재정’ 원칙을 지켜온 독일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재정 신뢰 낮아…예산·추경 때마다 채권시장 요동
증권 채권 2020.09.15 17:20:23믿을 만한 재정 준칙이 없다 보니 예산안 발표가 다가오거나 추경 편성의 조짐이 감지되면 채권시장은 번번이 요동친다.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인 555조8,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지난 1일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3.7bp(1bp=0.01%) 오른 0.977%, 국고채 10년물은 전일 대비 6.6bp 오른 1.582%, 국고채 30년물은 전일 대비 5.9bp 오른 1.722%를 기록했다. 3년물은 지난 4월 말, 10년물과 30년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급락한 3월 말 이후 최고치다. 국고채 총 발행 규모는 시장 예상보다 10조원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산안에 시장이 요동을 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내년도 예산안 발표가 다가오며 외국인이 선제적인 국채 선물 매도세에 나선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3년 국채 선물을 5조8,042억원, 10년 국채 선물은 3조1,71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현 정부의 재정에 대한 신뢰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평가다. 김지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목표제 변경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추가 상승 우려도 있지만 국고채 공급 물량 증가에 대한 경계감 등이 외국인 선물 매도의 주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국채 발행 규모에 압박을 받은 채권시장은 10일 정부가 국채조달분 7조5,000억원을 포함한 총 7조8,000억원의 규모의 4차 추경안을 발표하며 휘청였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까지 정부 지출은 늘어나고 세수입은 감소가 예상되면서 국채 발행 증가 기조가 이어질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당정이 원금보장 효과를 강조하며 내놓은 정책금융(뉴딜펀드)은 구축 효과를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발행이 증가한 상황에서 매년 4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는 대규모 국고채 발행에 따른 민간 부문 채권의 수요 구축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공공부채 확대로 인한 구축 효과 발생을 경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공부채는 민간투자를 구축하고 부채상환을 위해 왜곡적 조세를 부과할 유인을 높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규율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獨 '신규채무 GDP 0.35% 이내로' 헌법에 명시
경제 · 금융 정책 2020.09.15 17:20:18영국·독일·스웨덴 등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재정준칙을 도입해 국가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15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는 총 85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재정준칙을 명문화하지 않은 국가는 터키와 우리나라뿐이다. 85개국 중 63개국은 나랏빚 증가율을 관리하는 ‘국가채무 준칙’을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에 ‘신규 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바꾸려면 개헌을 해야 할 만큼 엄격하다. 영국은 ‘GDP 대비 공공 부문 채무비율을 전년보다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아예 법제화하고 있다. 재정적자 관리를 강제화하기도 한다. 스웨덴은 ‘GDP 대비 1%의 재정수지 흑자를 내야 한다’는 ‘재정수지 준칙’을 채택했다. 네덜란드는 세수가 목표치를 초과해 걷히면 초과분의 50%를 나랏빚을 갚는 데 쓰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관리하는 수지준칙과 함께 초과 세수(수입)가 발생할 경우 재원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수입준칙’, 국가채무 이자비용을 뺀 정부지출을 물가상승률까지만 늘릴 수 있게 하는 ‘지출준칙’ 등 3개 부문에서 준칙을 운영한다. 유럽연합(EU)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모든 회원국이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의 준칙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명문화된 재정준칙 없이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재정준칙을 참고해 국가채무비율 40%를 유지해왔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정한 국가채무비율 60%에 통일비용과 빠른 고령화 속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40%룰’을 불문율로 지켜온 것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경제 체질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헌법으로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설정하고 ‘균형재정’ 원칙을 지켜온 독일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정치권 입김에 나라곳간 '바닥'…"재정준칙, 법으로 강제해야"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9.15 17:20:12‘재정 브레이크’라고 불리는 재정준칙 발표를 앞두고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정준칙이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것이라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부터 “재정준칙이 차일피일 늦춰지면 문재인 정부에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재정준칙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 씀씀이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정치권의 입김에 재정이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기백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은 일정 정도 법으로 강제될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외국인투자가 등 한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라도 실효적인 준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4차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정부 부채가 급증하며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으로 정부 총지출은 554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재정수지 적자비율은 0.4%포인트 늘어난 6.1%, 국가채무비율 또한 0.4%포인트 늘어나 4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재정 확대 추이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 확장 기조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재정준칙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1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재정준칙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준칙이 어느 정도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형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한 확장적 재정정책 압박에 ‘고무줄 준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은 물론 최근 ‘기본대출’ 도입 필요성까지 제기하며 정부 재정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아예 대놓고 “기재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 시점에서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정치권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재정 지출의 추가 확대를 주문하기도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준칙의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준칙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며 “이미 내년 예산까지 짜여진 상황이지만 재정준칙을 통해 가팔라지는 재정지출 속도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경제통’ 의원들 또한 지금과 같은 재정 지출 확대를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경제혁신위원장은 재정수입과 지출의 균형관리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을 발의하며 “문재인 정부는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재정 지출을 당장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정 확장 기조를 방어해줄 재정준칙이 보다 구속력 있는 법적 근거 하에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상황에 재정확장 정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지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오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일정까지 감안하면 정부의 선심성 재정 풀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부채 증가 추이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는 셈이다. 또 선진국 입장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은 ‘인구구조 고령화, 복지지출 증가 추세, 통일’ 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재정운영 기조를 보다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재정 적자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준칙이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재정지출 속도라면 향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늦어진 재정준칙 도입이 문재인 정부의 재정지출에는 손도 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중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표된다 해도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 법제처 체계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12월이나 돼야 국회로 법안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내년 중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재정준칙이 처음 적용되는 것은 2022년 예산 편성부터다. 그 해 5월에는 대선이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지킬 필요가 없는 셈이다. 재정준칙 속 ‘유연성’도 논란이다. 기재부는 경기 대응성이 높은 재정준칙을 만들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지출 증가율+5%포인트’로 제한하는 식이다. 재정적자 관리 목표도 매년 지키도록 하기보다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경제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둘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재정준칙은 있으나 마나 한 기준이 된다. 또 의무보다는 권고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재정준칙의 적용기간을 5년으로 한다면 재정준칙의 준수 여부를 5년 후에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4% 성장 '낙관론 함정' 빠진 정부...재정적자·국가채무 비율 과소추산
경제 · 금융 정책 2020.09.14 17:32:56정부가 지난 1일 중기재정수지를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낙관론의 함정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재정수지의 기준이 되는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재정운용계획의 적자비율도 국가채무비율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낙관적 성장률 전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이 정부 전망대로 통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기획재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적자비율을 5% 중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는 2024년 기준 50% 후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중기재정수지 전망에서 전제로 둔 경상 성장률 전망치는 2021년 4.8%, 2022~2024년 4.0%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어도 1~2년 동안 실질 성장률 1%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전망과는 상반되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전망과 달리 성장률이 조금이라도 하향 조정될 경우 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세수 추계에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경기가 좋아지면 곳간 사정도 좋아지는 것처럼 통상 세수는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늘어나는 경향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제성장률이 전망치에 못 미칠 경우 적자 규모와 국가채무비율도 덩달아 악화해 정부의 재정관리 전망 자체에 큰 구멍이 생긴다. 급격하게 재정수지가 악화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보통 성장률 전망을 할 때 목표치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대체로 낙관적인 편”이라며 “4%대면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을 전제로 돌아간다고 보는 것인데 이렇게 했는데도 적자 규모 전망치가 5%대로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상 성장률 전망치가 달라지면 적자비율·국가채무 등이 전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4% 성장률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낙관적 경제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매번 하향 조정을 거쳐 전망치를 밑돌았다. 지난 2017년의 경우 연말에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성장률을 3.0%로 제시했으나 2018년 7월 2.9%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결과적으로 2018년 경제성장률은 2.7%에 그쳤다. 2018년 말에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19년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으나 2019년 7월 2.4~2.5%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일본 수출규제 등의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10월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여러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 목표치 2.4%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2019년 경제성장률은 2.0%로 턱걸이를 하는 데 그쳤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한국판 뉴딜, 공공데이터 등 재탕...성급한 신재생은 수익성 의문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9.13 17:45:32정부의 내년 예산안(555조8,000억원)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의 높은 예산 증가율이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분야인 ‘산업·중기·에너지’ 예산은 전년 대비 22.9%나 늘어나 29조1,000억원에 달한다. 뉴딜의 또 다른 핵심인 환경(16.7%)과 사회간접자본(11.9%)의 예산 증가율 또한 평균 예산 증가율(8.5%)을 웃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이 혁신은 사라진 채 ‘억지 일자리 부양책’에 그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뉴딜 사업은 업종이 제한돼 있는데다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큰 제조업이 빠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무엇보다 손실 발생 시 이를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착상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뉴딜 관련 보고서에는 민간 기업의 투자나 혁신을 유도할 노동이나 세제 관련 규제 개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또 인재 양성 방안 등 장기적인 비전도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는 뉴딜 사업들이 단기적인 경기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편성됐는지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에 직접 집행되는 내년도 예산만 21조3,000억원으로 이 중 디지털뉴딜에 7조9,000억원, 그린뉴딜에 8조원, 관련 안전망 강화 사업에 5조4,0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뉴딜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 중 가장 큰 목소리는 사업의 취지는 혁신을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롭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은 사업들이 여기저기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공공데이터 14만2,000개 전면 개방 사업은 이미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정부혁신 실행 계획에서 밝힌 내용이며, 전체 교실에 무선인터넷 구축을 목표로 하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은 올해 교육부 업무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또 사업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편성되며 예산을 집행할 부처에서조차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3차 추경에서 뉴딜 사업 67개는 예산 편성 이후 해당 부처가 예산을 단 한 푼도 집행하지 못했다. 뉴딜 정책의 재원조달을 위해 만들어지는 뉴딜펀드의 ‘지속가능성’과 사업성도 의문이다. 정부가 언급한 뉴딜펀드 투자 대상은 △수소충전소 구축 등 뉴딜 관련 민자사업 △수소·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등 뉴딜 관련 프로젝트 △데이터 센터나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시설 등의 뉴딜 인프라 △뉴딜 관련 창업·벤처기업이나 중소·주력기업 등이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미국 셰일가스 개발로 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가 화석연료 대비 낮아지는 ‘그리디 패리티(Grid Parity)’ 시기가 갈수록 늦춰지고 있어 수년 내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47년에나 그리디 패리티 도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약 30년은 투자해야 수익이 난다. 전기차나 수소차용 전력이 정부의 탈원전 행보와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발전 효율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값비싼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여파로 4년 뒤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가 약 23조원 급증하고, 부채비율은 사상 첫 30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뉴딜 사업 확대에 따른 부담을 결국 공기업이 안고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다 정부가 민간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손실분의 10%가량을 국가재정으로 충당하기로 해 ‘수익은 개인이, 손실은 국가가’ 가져가는 펀드 구조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결국 시중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미명하에 자산가들의 ‘재산 지키기’에 세금이 투입될 수 있는 셈이다. 김광두 국가마래연구원장은 “정부는 디지털 관련 투자사업에 규제를 대폭 완화해줘 민간 주도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소요자금은 민간이 제시한 사업 계획서를 바탕으로 민간이 조달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뉴딜 외 여타 예산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각종 현금 복지성 정책 때문에 11.7%(2018년), 11.3%(2019년), 12.1%(2020년)로 매년 가파른 증가 추이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관련 예산의 내년 증가율도 10.7%로 예산 규모만도 199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예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늘어나는 복지·고용 수요에 정부 씀씀이만 커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혁신도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입되는 11조8,000억원의 예산은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 등을 두루 고려한 ‘선심성 예산’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예산 증가율은 예산 평균 증가율을 3.4%포인트 웃도는 11.9%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예비타당성조사 수정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관련 예산 증대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도 부담이다. 효과가 불분명한 각종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 보조액을 1조3,000억원으로 늘린 것 또한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연구생산성 높여 '코리아 R&D패러독스' 오명 벗어야
경제 · 금융 정책 2020.09.13 17:22:24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에 27조원에 달하지만 이른바 ‘코리아 R&D패러독스’로 불리는 효율성 문제는 여전해 개선이 시급하다. 무턱대고 R&D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자금 투입에 비해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국가 R&D 시스템에 대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8년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R&D 투자 비중은 2위, R&D 투자총액은 4위를 차지하는 등 R&D 투자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문제는 R&D에 국가 예산을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연간 R&D 투자 대비 특허 건수는 12위, R&D 대비 기술수출총액은 30위, 연구원 1인당 논문 수(SCI 기준) 및 인용도는 33위로 막대한 예산에 비해 손에 쥐는 성과는 초라하다. ‘실험실 기술’이 아닌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상용화는 더 암담하다. 정부 R&D를 통해 획득한 우수 특허 비율은 5.4%로, 민간 R&D(7.9%)보다 떨어진다. 또 대학과 공공연구기관들이 취득한 특허들 중 실제 활용된 특허기술은 34.9%, 기업에 이전돼 기술이 실제 매출로 연결된 경우는 14.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기술이전 효율성(기술이전수입/연구개발비 지출)은 2017년 기준 1.50%로 미국(4~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최대 수준의 막대한 국가 예산을 R&D에 쏟아붓고 있지만 쓸 만한 특허는 부족한 ‘속 빈 강정’ 신세인 것이다. R&D 투자의 비효율이 심각한 이유는 R&D가 산업현장 등에서 필요한 기술이 아닌 성공률 높은 기술에 치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각종 연구소들이 연구용역을 따내려면 과거 연구용역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며 “결국 기술 활용 가능성보다는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과제에 더 힘을 쏟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산업현장에서 원하지 않는 R&D가 양산되다 보니 기업들도 해당 기술을 활용한 사업화에 잘 나서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와 학계는 지금까지는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이 함께 성과를 공유하는 R&D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김철환 대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돈 쓰는 연구에서 돈 버는 연구를 통해 연구성과의 시장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 R&D를 통한 기술개발 내용을 민간이 알 수 있어야 하며, 연구 결과가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채널의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재정으로 찍어내는 직접일자리 내년엔 100만개 돌파
사회 사회일반 2020.09.13 17:21:43정부가 만들어내는 직접 일자리가 내년에는 100만개를 넘어선다. 이 중 노인 일자리만 80만개에 육박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용시장에서 공공부문이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일자리를 찍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노인 일자리 등 임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일자리 예산안 30조6,039억원 중 직접일자리 부문은 3조1,164억원에 달한다. 직접일자리 예산이 3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일자리 규모도 올해 94만5,000명에서 102만8,000명으로 늘어난다.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1조2,944억원으로 총 78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 역시 올해 74만개에서 4만5,000개 늘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지난 1일 “직접일자리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 내년도에도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고용 악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직접일자리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고용정책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공공부문·단기일자리 중심이었다고 지적했다. 직접일자리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규모는 2018년 51만개에서 올해 74만개로 급증세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23만개나 늘었다. 일자리의 대부분은 노인 돌봄, 전통시장 환경개선, 하천 쓰레기 줍기 등으로 노동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변화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찍어내는 직접일자리에 의존해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정책이 공공에서 민간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일자리는 고용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임시방편”이라며 “직업훈련을 하면 인적자본이 남지만 직접일자리는 남는 게 없다. 낭비고 예산의 탕진”이라고 지적했다./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국민연금 2056년 동나는데 개혁은 하세월...나랏돈으로 메울 판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9 17:48:00“연금 재정 문제를 사전에 파악해 해결하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합니다. 재정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재정이 오는 2039년 적자 전환하고 2055년에 전액 고갈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같이 경고했다.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도 현재의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이 지속할 경우 국민연금이 2056년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급속도로 진행 중인 저출산·고령화에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급감하는데 연금 수령자 수는 늘어나며 연금 재정은 벌써부터 바닥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8년, 2008년 국민연금 개혁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아무도 나서지를 않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입법 작업을 맡은 국회 모두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폭탄만 돌리는 가운데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이대로 다음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복지 분야 법정 지출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4대 공적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 의무지출은 연평균 7.8% 증가한다. 특히 국민연금 의무지출은 올해 26조6,000억원에서 2024년 37조7,000억원으로 매년 9.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금보험료를 낼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고령화와 함께 연금을 받아야 할 인구는 늘어나는 탓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을 책임질 가입자 수는 2020년 2,234만명에서 2040년 1,825만명, 2060년 1,254만명, 2080년에는 969만명으로 반토막이 난다. 반면 수급자 수는 2020년 533만명에서 2040년 1,095만명, 2060년 1,569만명으로 고령화 추세에 맞춰 빠르게 증가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조원의 흑자가 예상되는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30년 30조원으로 흑자폭이 늘며 정점을 찍은 후 2039년 적자로 전환한다. 이후 가입자와 수급자의 언밸런스로 적자 규모는 2040년 -14조원, 2050년 -80조원, 2060년 -145조원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국민연금이 2041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56년에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예산정책처, 그리고 다수의 공적연금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앞다퉈 제시하며 경고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은 무책임한 폭탄 돌리기에 방치되는 상황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6월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지난 국회에 전달한 세 가지 개선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련한 것으로 정부가 다시 특별히 만들 안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치권이 정부에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마련해오라며 공을 넘긴 바 있으나 정부가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셈이다.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탓이다. 정부에 공을 미루던 정치권도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개혁에 앞장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나아가 관련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가 지난해 발표한 세 가지 후보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당 방안들도 연금 재원 고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2%로 높이는 다수안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동시 인상하는 구조라 그 효과가 미미하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로 즉시 인상하는 방안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연장할 뿐 근본적 대안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땜질처방 대신 연금보험료율 인상 등을 포함한 근본적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강력한 재정목표 설정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금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경사노위에서 제시한 안도 결국 2060년에는 고갈된다는 것인데 재정목표를 제대로 설정했다고 볼 수가 없다”며 “연금 제도는 결국 낸 만큼 받아야지 그 이상 받는 세대가 오래가면 제도 유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산술적으로만 봐도 알 수 있다. 연금보험료율을 올리든지 수급개시연령을 늦추는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재정 고려 않고 '사회안전망 강화' 생색...'고용보험료 인상' 결국 국민 부담으로
사회 사회일반 2020.09.09 17:47:40“중기적 관점에서는 고용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고용보험료 인상’에 대해 운을 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직급여 신청이 늘었기 때문이라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은 제쳐 두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결과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최근의 전 국민 고용보험, 특수근로종사자(특고) 산재보험 확대 등도 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중장기적 재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9일 “코로나19로 기업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고용보험료를 올리기는 어렵다”며 “다만 내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용보험료 인상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노사가 고용보험료 인상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사 모두 고용보험료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경영계는 사회안전망을 무턱대고 강화한 결과라는 점에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구직급여(실업급여) 지출액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1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이 주된 이유지만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직급여 지급액을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고 지급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렸다. 최저임금의 인상도 구직급여 지출을 늘린 요인 중 하나다. 구직급여의 최저 보장액은 최저임금의 90%에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이 29% 급등하면서 1일 기준 최저구직급여액도 6만120원으로 뛰었다. 지출액 증가 요인은 늘어나는데 정부는 지난해 10월에서야 고용보험료율을 올렸다. 지금은 재정상태가 양호한 산재보험도 최저임금과 연동되도록 설계돼 ‘덜 내고 더 받는’ 구조가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산재보험의 두 축은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다.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최저임금액(하루 8시간 기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고용부는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체로 평균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보험료 부담보다 산재보험의 혜택을 더 받는 구조에 편입된 셈으로 장기적으로 재원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특고의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 개정안은 정기국회에 제출돼 심의될 예정이다. 정부안에는 특고의 소득 감소로 인한 이직의 경우에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영계는 7월 고용보험법 개정안 입법예고기간 동안 “특고 고용보험 당연적용이 고용보험 재정 적자폭을 확대하고 사업주 비용 부담과 경영난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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