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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 건보재정 고갈 부채질...적립금 5년만에 20조 → 11조
산업 바이오 2020.09.09 17:46:13‘문재인 케어’가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곳간을 메우기 위해 매년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이 비급여항목의 가격을 인상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 의료소비자의 부담은 여전하다. 게다가 건강보험 적립금이 5년 내에 소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립금은 지난 2018년 20조5,955억원의 절반 수준인 11조807억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2024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병원을 찾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해 지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징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간 65세 이상 환자의 총 진료비는 현재 31조6,527억원에서 2025년 57조9,446억원, 2030년에는 87조6,130억원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비급여항목을 급격히 줄이는 ‘문재인 케어’는 건보공단의 재정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2인 병실 등의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6년 62.7%에서 2023년 80%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정책 시행 이후 하위 40%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등 일정 부분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상급병원 쏠림현상과 ‘의료쇼핑’도 함께 급증했다. MRI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뇌·뇌혈관 등에 MRI 보험 적용을 확대해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자 MRI 기기를 보유한 상급병원에서의 MRI 촬영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MRI를 촬영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건보 재정 지출이 예정보다 50% 이상 늘었고 복지부는 서둘러 일부 환자에 한해 본인부담률을 높이기로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건강보험보장률은 증가했지만 의원급 보장률은 감소하고 병원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는 중증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로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해명하지만 중증질환뿐 아니라 일반진료에서도 보장성이 강화됐으며 이는 상급병원 쏠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의 안정적 재정 운영을 위해서는 건보료 인상보다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7.1회지만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16.6회로 두 배가 넘는다”며 “저출산으로 보험료 부담 주체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재정적자 98조로 돌아온 추경 부메랑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9 07:45:00정부의 나라 살림 적자가 지난 1~7월 98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금이 20조 8,000억 원 덜 걷히는 등 세수 여건은 계속 악화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지출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7조 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달 집행될 경우 재정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이 장기화하는데다 코로나 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향후 세수 확보도 쉽지 않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정부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는 올 1~7월 전년 동기 대비 49조9,000억원 늘어나 9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7월 관리재정수지는 세정지원 납부 효과 등으로 올 상반기(110조5,000억원) 대비 줄었지만 정부의 3·4차 추경 등을 감안하면 또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3차 추경 예산안에서 “올해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4차 추경까지 감안하면 재정 급증 추이가 정부 관리범위를 넘어섰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재정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정부 수입이다. 코로나19 세정지원에 따른 납기 연장 9조2,000억원과 하반기 근로장려금 지급액 6,000억원 등이 집행되면서 세수가 줄었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법인세가 전년 대비 13조6,000억원 감소했으며 부가가치세는 4조5,000억원 줄었다. 소득세는 3조원, 관세는 8,000억원씩 각각 줄었다. 올 1~7월까지 국세수입 진도율은 60.3%로 최근 5년 평균 진도율인 63.8% 대비 3.5%포인트 낮다. 그만큼 세입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법인세는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에 진도율이 세목 중 가장 낮은 52.7%에 머물렀다. 7월만 놓고 보면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2조4,000억원 늘기는 했지만 납기일을 연장해줬던 세수 일부(3조6,000억원)가 수입으로 잡힌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근로소득세 또한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 늘었지만 정부 재정이 투입된 공공일자리 등으로 상용직이 늘어난 것 외에 물가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임금 상승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로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소비활동 추이를 엿볼 수 있는 7월 부가가치세는 경기 불황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1조원 줄었다. 정부 수입은 줄었지만 돈 쓸 곳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1~7월 정부 총지출은 35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조8,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집행 속도를 높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7월 재정집행률은 71.7%이며 이 중 중앙정부 집행률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증가한 73.2%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75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51조3,000억원 급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대비 49조9,000억원 증가한 9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며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7월 말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3차 추경 집행 등에 따라 781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2조1,000억원 급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비효율적이거나 성과가 없어 보이는 곳에 재정을 집행하는 사례가 엿보이는데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 같은 재정 확장 기조가 유지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재정동향에서도 4차 추경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내년에도 추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 재정건전성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급격한 재정지출 증가세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기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재정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관리 가능하지 않은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증가 속도를 관리할 수 있는 재정준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하정연·양철민 기자 ellenaha@@sedaily.com -
"남 일 아니다" 재정 포퓰리즘에 몰락한 아르헨의 교훈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9 05:16:40“아르헨티나를 빈곤으로 몰아넣은 페론주의는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위력을 발휘하며 나라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격주간지인 내셔널리뷰는 한때 경제 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몰락을 진단하면서 과도한 재정지출로 상징되는 페론주의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에 대해 산업구조 변화,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 이후 정치인의 실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재정지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페론의 포퓰리즘이 결정타였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 1946년 페론 정권이 들어선 후 공공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46년 국내총생산(GDP)의 25%였던 정부지출은 1948년에는 40%를 넘어섰다. 시중에 어마어마한 돈이 풀리자 물가 상승도 뒤따랐다. 1946년 19% 미만이었던 물가상승률은 5년 만에 50%를 넘어섰다. 재정이 파탄 나면서 1955년 페론 정권은 실각했지만, 페론주의의 불꽃은 꺼지지 않은 채 지속됐다. 이미 정부 지원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다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론주의 기반 좌파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부부 집권기인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아르헨티나 경제는 더 피폐해졌다. 이 기간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과 월급은 두 배로 올랐으며, 정부에서 연금이나 월급을 받는 국민은 40%에 달했다. 저소득층에는 매월 일정액이 지급됐다. 모든 학생들에게 최신 모델의 넷북이 무상지급되기도 했다. 페론주의의 여파 등으로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여덟 번째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포퓰리즘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2015년 정권 교체를 통해 친기업 정책을 기치로 내건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또다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당선됐다. 내셔널리뷰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비대해진 정부, 시장을 왜곡시키는 보조금 제도 등이 떨쳐 버릴 수 없는 인기영합적 유산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웃국가 베네수엘라 역시 한때 세계 1위의 석유 자원국이면서,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으로 남미의 최부국으로 떠올랐지만 포퓰리즘의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1998년 우고 차베스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베네수엘라 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 석유를 이용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을 시행하며 빈민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의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무상주택 공급 약속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가난이었다. 화폐가치 폭락과 2,000%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 물가상승률로 자력 갱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포퓰리즘의 흔적은 남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리스는 유럽국가 가운데 재정이 튼튼한 편에 속했다.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대로 영국 등 다른 국가의 절반에 불과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이끄는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부터다. 총선 직후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고 지시한 것은 포퓰리즘 정책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그리스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공무원 증원, 노동자 해고 제한 등의 정책을 폈다. 결국 그리스는 2010년 IMF와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그리스 역시 아르헨티나처럼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포퓰리즘의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통계 웹사이트인 ‘하우머치닷넷’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그리스의 국가부채비율은 GDP의 182%로 유럽 국가에서 가장 높다. 세계 8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 중 3위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이탈리아 역시 과도한 재정지출 등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스 다음으로 유럽에서 재정 건전성이 안 좋은 이탈리아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채 비율이 1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적자도 지난해 GDP 대비 1.6% 수준에서 올해는 11%선을 넘겨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재정위험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로 과다한 사회복지비용 지출을 꼽는다. 특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집권 당시 복지 예산을 확대하며 이탈리아의 부채를 크게 늘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이탈리아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OECD 평균치인 19.2%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24.9%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지표)는 2008년 0.317에서 2016년 0.328로 악화했다. 실업률은 2008년 6.7%로 당시 OECD 평균(5.9%)과 비슷했으나 2018년에는 10.6%로 OECD 평균(5.3%)의 2배가 됐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웃도는 국가부채를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아베 신조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급격하게 불어났다. 지난 2012년 말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대규모 부양책과 금융완화(양적완화)를 통해 경기회복을 꾀했다. 하지만 과도한 돈 풀기로 인해 부채는 점차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무려 237.1%에 달했다. 고질적인 부채 문제는 코로나19로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결과 올해 국가 지출은 사상 최대 규모인 160조3,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90조2,000억엔을 신규 국채발행으로 메우기로 하면서 국가재정의 부채의존도가 사상 최악인 56.3%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낸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대표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를 평가하면서 “금융완화가 결과적으로 거액의 재정지출을 야기해 국가빚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은 5년이나 미뤄놓은 기초적 재정수지의 2025년도 흑자화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다음 세대에 많은 부채를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돈 풀기에 집중한 나머지 구조개혁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내수시장 축소를 막겠다며 저출산 대책을 정책 우선순위에 뒀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86만5,234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시장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소비 활성화가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은 2013년 1월 약 26만9,937엔에서 올 5월 26만8,789엔으로 되레 감소했고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7월 기준 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조개혁과 디지털화를 서둘러 주요7개국(G7)에서 가장 낮은 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사의를 밝힌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를 통해 20년 동안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고 40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엔화 가치 하락과 주가 부양 같은 인위적 부양책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긴 경기 호황을 이뤄냈다”면서도 “대기업 실적만 개선됐을 뿐 대다수 국민은 실감하지 못한 호황”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최근 내놓은 ‘2020~2030년 예산안 전망’을 보면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98.2%인 연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오는 2030년 108.9%로 급등한다. 10년 만에 무려 10%포인트 이상 뛰어오르는 셈이다. 이는 GDP는 40.8% 성장하는 데 반해 부채가 65%나 폭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20조2,700억달러였던 부채는 2030년에 33조4,570억달러로 눈덩이처럼 커진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포함한 쌍둥이 적자 문제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수조달러대의 경기부양책과 셧다운(폐쇄)에 따른 세수감소로 올해 재정적자만 3조3,1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그 폭이 1조8,10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지만 향후 10년 동안 매년 1조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게 CBO의 분석이다. 월가에서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인데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0.6~0.7%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부채위기가 단기간에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높은 부채비율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향후 위기 재발시 충분한 재정 집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우려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7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박성규·김기혁기자 susopa@@sedaily.com -
[사설]최악 재정적자...북유럽 채무 제동장치 배워라
오피니언 사설 2020.09.09 00:05:001~7월 정부의 국세수입이 20조8,000억원 줄어든 반면 재정지출은 37조8,000억원 늘었다.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8조1,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간한 ‘2020년 9월호 재정동향’을 보면 최악의 재정적자로 나라 곳간이 텅 비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채무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제때 제동을 걸지 않으면 후대에 엄청난 빚더미를 떠넘기게 될 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말로만 재정 건전성을 강조할 뿐 여전히 나랏돈을 많이 쓸 궁리를 하고 있다. 당장 내년 예산안은 총지출 555조8,000억원 규모로 올해 예산보다 8.5%나 늘었다. 거듭된 팽창예산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우다 보니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6.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이달 안에 만들겠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조항을 둬 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확장재정을 펼 수 있게 할 모양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나라 곳간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는가. 북유럽 국가들은 무턱대고 나랏돈을 쓰지 못하도록 철저한 국가채무 제동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복지 모범국가인 스웨덴은 재정준칙에 ‘GDP 대비 1%의 재정수지 흑자’를 내도록 못 박았다. 스웨덴의 국가채무 비율이 35.1%로 유로존 평균인 84.1%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이처럼 뼈를 깎는 절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위스와 독일은 재정 건전성 원칙을 아예 헌법에 명시했다. 특히 스위스는 수입총액을 넘는 지출초과액의 경우 후속 연도에 상환돼야 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 채무 제동장치에 강한 실효성을 부여했다. 이 정도의 브레이크 기능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재정의 추가 악화를 미리 막을 수 있다. 현금을 살포하는 선심정책으로 표를 얻으려는 재정 포퓰리즘에 중독돼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오직 하나다. 북유럽의 스웨덴 같은 채무 제동장치를 배워 튼튼한 재정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
'추경 부메랑'… 올 7월까지 재정적자 98조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8 17:57:30정부의 순수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지난 1~7월 9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금이 20조8,000억원 덜 걷히는 등 세수 여건은 계속 악화하는데 7조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까지 공식화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협이 한층 커지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1∼7월 총수입은 280조4,000억원, 총지출은 356조원으로 집계됐다. 지출의 경우 기존 확장재정 정책에 더해 3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의 영향이 반영되며 전년동기 대비 31조9,000억원 늘어났다. 그 결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5조6,000억원 적자였고 연금 등 4대 보장성기금을 제외해 실질적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8조1,000억원에 달했다. 7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781조원으로 6월 말보다 16조9,000억원 증가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연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5,000억원,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에 이른다. 여기다 7조원의 4차 추경을 적자국채로 채울 경우 적자는 1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입 가운데 국세 수입은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이 모두 크게 감소하며 지난해보다 20조8,000억원 줄어든 168조5,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법인세 수입이 전년동기 대비 13조6,000억원 줄어든 30조8,000억원에 머물렀다. 부가세와 소득세도 각각 4조5,000억원, 3조원 덜 걷힌 48조4,000억원, 4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계획 대비 걷힌 세수 비율을 나타내는 국세수입진도율은 60.3%로 지난해(64.5%)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文대통령 이어 김상조도 "재정 건전성 우려"
정치 대통령실 2020.09.08 17:56:14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원’과 관련한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연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전례 없는 4차 추가경정예산으로 국가부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지사를 개인적으로도 잘 안다. 그분들의 논리나 진정성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정책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을 감안해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4차 추경이 끝나면 지난해 본예산에 비해 지출 규모가 18% 정도 증가한다.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고 이를 경기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동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다만 그 국가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우려도 사실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특히 “(재정 건전성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올 수도 있다”면서 “분명히 그건 부인할 수 없다”고 국가부채 위기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는 중장기 전망이라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국가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거듭 강조해온 청와대가 ‘위험한 상황’을 언급한 것이어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원칙을 밝히면서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 4차 추경의 재원을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 실장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안정세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지역의 시장 불안에 따른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한 4주 동안 서울 전체의 집값 상승률이 거의 0에 가까웠다”면서도 “분명히 일부 지역, 일부 유형의 주택인 경우에는 또 튀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관리하기 위해 선별대책들을 정부가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美도 코로나 여파로 올 3.3조弗 재정적자
국제 경제·마켓 2020.09.08 17:17:08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최근 내놓은 ‘2020~2030년 예산안 전망’을 보면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98.2%인 연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오는 2030년 108.9%로 급등한다. 10년 만에 무려 10%포인트 이상 뛰어오르는 셈이다. 이는 GDP는 40.8% 성장하는 데 반해 부채가 65%나 폭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20조2,700억달러였던 부채는 2030년에 33조4,570억달러로 눈덩이처럼 커진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포함한 쌍둥이 적자 문제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수조달러대의 경기부양책과 셧다운(폐쇄)에 따른 세수감소로 올해 재정적자만 3조3,1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그 폭이 1조8,10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지만 향후 10년 동안 매년 1조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게 CBO의 분석이다. 월가에서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인데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0.6~0.7%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부채위기가 단기간에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높은 부채비율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향후 위기 재발시 충분한 재정 집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우려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7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국가재정 빨간불인데…‘예타기준 완화’ 추진하는 민주당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8 06:31:00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낮추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채무 비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까지 낮출 경우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한 브레이크 기능이 완화돼 무분별한 추가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7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닌 각 중앙부처 장관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지역균형발전 사업의 경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의 ‘기재부의 힘빼기’인 셈이다. 지난 6월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역시 예바타당성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안을 추진한 바 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가재정지원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처들이 각각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질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예비타당성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각 부처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넘기려고 하는 것은 지역균형개발 명목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비용 대비 편익’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1년6개월 앞둔 시점에서 ‘곳간 지기’로 비유되는 기재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의 균발위가 예타조사를 실시할 경우 지역 선심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이 늘어나 국가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각 부처가 예타조사를 실시할 경우 부처 중심 사업을 키우기 위해 사실상 예타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재부 힘 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난 1999년 이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예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KDI는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이 1보다 클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정치 논리에 의해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예타조사를 두고 “경제성이 평가의 중심이어서 지방은 사업이 좌절되는 실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예타조사 기준에는 경제성·정책성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이 포함돼 있다. KDI는 지역균형발전 분석을 통해 지역 낙후도 개선, 지역 경제 파급 효과, 고용유발 효과 등 지역 개발에 미치는 요인을 평가한다. 정부는 이미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비수도권 예타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기재부는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해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없애고 경제성 평가를 기존 35~50%에서 60~70%로 높였지만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을 기존 25~35%에서 30~40%로 올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의원은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기재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구에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가져가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기재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누구도 예타에 쉽게 손댈 수 없었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예타 문턱이 낮아질 경우 국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7월 88조원을 기록하며 이명박 정부(60조6,000억원), 박근혜 정부(23조9,000억원)를 더한 수치를 넘어섰다. 총선을 1년 앞둔 지난해에는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타 면제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나랏빚이 다음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홍남기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9월에 (재정준칙) 검토를 마무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2021년도 예산이 이미 편성돼 있어 대통령이 바뀌는 2022년도 예산안부터 준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족쇄를 정부 스스로가 채우려 하지 않을뿐더러 내년과 내후년에도 선거가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예타조사 권한을 각 부처에 넘길 경우 사업을 ‘셀프 검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 등이 사업을 설계한 후 KDI가 아닌 별도의 연구기관에 예타조사를 맡길 경우 조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들의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부처들은 필요한 예타 기준을 따로 만들 것이고, 그렇게 됐을 때는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
[사설]무늬만 재정준칙으론 나라곳간 지킬 수 없다
오피니언 사설 2020.09.08 00:05:00정부가 악화되고 있는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재정수지 적자나 국가채무 총량을 일정 수준 이내에서 통제하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준칙 도입 시도는 늦은 감이 있다. 이미 기업·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거나 육박한데다 국가부채마저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40%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업·가계부실로 인한 경제위기와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국가 재정을 부실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고령화 현상으로 현 수준의 복지를 유지만 해도 지출이 급증하는데 인구는 오히려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돼 세수감소로 재정이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중장기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새 의무지출을 도입할 때는 재원확보 방안을 명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준칙안 발표를 앞두고 유연성을 강조하는 얘기들이 자꾸 흘러나와 이번에도 ‘맹탕’에 그칠까 걱정이다. 가령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확장재정이 가능하게 예외조항을 둔다는 것이다. 경기상황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 정권이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재정준칙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법제화를 포기하고 아예 지침 수준으로 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준칙을 헌법에 규정한 독일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추상적으로 규정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2016년에 국가채무 총량을 관리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번에도 법안만 내고 흐지부지되는 일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구속력이 약한 고무줄 재정 잣대를 만든다면 무늬만 재정준칙이 된다. 21대 국회에서 진정한 재정준칙이 들어간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해 실천해야 나라 곳간을 지킬 수 있다. -
위기 때마다 주먹구구식 재정살포...급하다며 졸속·밀실 처리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7 17:46:22지난 6월 정부는 24조원의 빚을 내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경을 놓고 번번이 속전속결을 강조했지만 정작 부처들은 돈을 타간 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강한 요구로 급조된 후 졸속 심사한 데 따른 결과물인 셈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돈을 쓴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사실 3차 추경에서 너무 무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정부가 조급했다”고 꼬집었다. ◇번번이 졸속 처리=올해 처리된 추경을 보면 예산결산위원회 상정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1차 추경은 7일, 2차 추경은 역대 최단 기간인 3일이면 충분했다. 전체 국회 심의 기간은 2주일 정도였다. 3차 추경 역시 국회 심사 기간이 나흘에 불과해 시작부터 부실 추경 우려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후 단 이틀 만에 예비심사를 모두 끝냈고 대부분 2시간을 넘기지 않는 벼락치기였다. 국회 심의 과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 것은 지출 효율성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99개에 달하는 3차 추경 세부사업은 꼼꼼하게 효율성을 따져야 함에도 급하다는 이유로 밀실에서 추진됐다. 한국판 뉴딜과 공공일자리에 대한 현미경 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176석의 거대 여당이 밀어붙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판 뉴딜과 고용안전망 사업 등을 콕 찍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의 보완을 주문하기도 했다. 단기일자리 사업이 많이 들어가 있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집행 상황을 확인하는 재정관리점검회의도 지난 7월31일 이후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성급하게 내놓은 소비쿠폰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부처 돈 타기에 혈안=각 부처는 돈은 타갔지만 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을 최소화하겠다며 추경으로 1조2,060억원을 받아간 ‘희망근로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두 달 동안 9.8%에 불과했다. 고용안정을 위한 일자리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은 것이다. 애초에 이 사업은 예정처가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과 중복된다”며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그린뉴딜’을 강조하며 딴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 역시 무더기로 집행률 0%를 기록했다. 중기부는 기업 8만곳에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겠다며 3,114억원을 받아갔지만 두 달간 실제 집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예정처는 이 사업에 대해 “기업 8만곳의 수요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방부가 첨단과학교육훈련을 한다며 수백억원을 받아갔지만 대부분의 세부사업은 아예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코로나19와 큰 관계도 없는 ‘해외야생동물 관리 강화’ 사업에 51억원을 받았지만 집행률은 0%다. 이 역시 예정처에서 재검토 권고를 받았다. 백미는 전 세계가 셧다운된 와중에 ‘K방역’을 해외에 널리 퍼뜨리겠다고 받은 ‘K방역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약 14억원)’ 사업이다. 당시 “국제행사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대로 반영됐고 결국 돈은 집행되지도 못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추경을 빨리 집행해야 한다며 늘 속도를 강조하더니 특별한 아이템도 없고 집행률도 낮으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며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따져보는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매년 습관성 추경=위기 조짐만 보여도 추경 카드를 꺼내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3월 미세먼지에 여론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추경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재정집행이 막 시작되는 1·4분기임에도 추경 편성 작업에 돌입해 4월 6조7,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 저감 및 민생경제 긴급 지원’ 추경안을 마련했다. 너무 이른 추경은 하반기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재정절벽의 위기에서 정작 경기보강이 필요한 시점에는 쓸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경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집권 첫해인 2017년 일자리 추경(11조2,000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2018년 청년일자리 추경(3조8,000억원), 2019년 미세먼지 및 경기대응 추경(5조8,000억원)을 단행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59년 만에 67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추진한다. 1차 추경(11조7,000억원)의 돈이 채 풀리기도 전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이 거론됐고 2차 추경 발표와 동시에 3차 추경이 공론화됐다. 이러다가는 4차 추경이 확정되며 코로나19 5차 추경까지 거론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4차 추경 추진 과정에서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당의 요구와 대통령의 지시로 추경 작업이 시작됐고 4차 추경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섰다. 홍 경제부총리는 추경을 공식화할 때마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해 방어에 나섰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번번이 끌려갔다. /구경우기자 세종=박효정·황정원기자 jpark@@sedaily.com -
국가재정은 빨간불인데…與, 예타 완화 법안 남발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09.07 17:39:02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낮추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채무 비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까지 낮출 경우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한 브레이크 기능이 완화돼 무분별한 추가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7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닌 각 중앙부처 장관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지역균형발전 사업의 경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의 ‘기재부의 힘빼기’인 셈이다. 지난 6월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역시 예바타당성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안을 추진한 바 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국가재정지원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처들이 각각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질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
"교복비·취학지원금" 지자체는 수당 경쟁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6 17:04:48전라북도는 최근 14개 시군과 함께 10만6,000여 농가에 농민 공익수당 60만원을 추석 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여주시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이달 14일 나눠준다. 이미 전라남도는 지난 5월 농어민 24만명에게 60만원씩 지급했다. 농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지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도 달라”는 불만이 쏟아지며 일부 지자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시의회가 예산 부담을 이유로 농민수당 지급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자 농민단체와 마찰이 발생했고 충북 농민단체는 지난달 도청 앞에서 항의집회와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평균 910건의 사회보장제도가 신설됐다. 지자체들이 곳간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취학지원금·교복비·농민수당 등을 살포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출산장려금이다. 지난달 경북 문경에서는 여섯째 아이를 낳은 가족이 출산장려금 3,000만원을 받았다. 경북 경주시와 울진군은 넷째를 출산하면 1,200만원, 충남 청양군은 다섯째를 낳으면 2,000만원을 지급한다. 지자체별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하나 출산율과는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 서울에서도 용산구는 50만원, 서초구는 30만원 등 대다수 구가 출산축하금을 주고 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타지역에서 복지제도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민 민원이 쏟아져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정부의 무상교육에 발맞춘 교복 구입비 지원도 트렌드로 굳고 있다. 올해 경상남도 양산시는 고등학생 1인당 교복구입비 30만원(현물)을, 경상북도 구미시는 중고 입학생에게 1인당 30만원을 나눠준다. 경기 광명시의 경우 초등학교에 취학하는 신입생에게 현금 10만원을 준다. 이 외에도 장수축하금·효도수당·청년주거비 또는 교통비 지원 등의 헬리콥터식 신규 현금 복지 사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수당 명목도 금액도 지역마다 거의 유사하다. 지자체장의 힘이 한층 강해지면서 중앙정부의 제동도 사실상 없고 아동수당·국민취업지원제도·기초연금 등과의 중복 문제도 제기된다. 한번 뿌리기 시작하면 다시 없애기도 힘들다. 지자체의 포퓰리즘은 가뜩이나 낮은 재정자립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광역 대도시와 지역 간 재정자립도도 천차만별이어서 차후 지역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재정통합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국 재정자립도는 2017년 47.18%에서 올해 45.16%까지 낮아졌다. 가장 낮은 경북 영양군(6.11%)에서 열 번째로 낮은 경북 군위군(7.43%)까지는 채 10%도 못 미친다. 자체적인 충당 능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소요재원 파악도 없이…정치권 票만 보고 '현금복지' 지르기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09.06 17:03:5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정치권은 표(票)의 향배를 가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소요재원 추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선심성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가하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지급 범위와 재원 대책보다 ‘선별’과 ‘보편’이라는 선명성 경쟁만 일삼고 있는 형편이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에 정책 신뢰는 무너지고 국민분열만 야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3일까지 단 3일 동안에만 코로나19와 관련한 보상 관련 법안이 11건에 달했다. 양금희 국민의 힘 의원은 여행과 예식·외식·항공 등의 예약취소로 인한 위약금 등 코로나19로 발생한 피해금액에 대해 각각 15%씩 종합소득산출세액 공제 내용을 포함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해로 인해 농작물 등을 다시 심는 경우 현재의 종묘 대금과 비료대금 외에 그동안 투입된 모든 비용을 보조·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재해를 입은 뒤 피해액 지원금액이 종전의 종묘·비료 대금 수준에서 노임과 농업용 차입금 이자 등으로 확대된다. 이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 제한과 금지 명령 조치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소상공인의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 따른 손실 범위 산정을 통해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야 의원의 백가쟁명식 제안은 개정안 통과를 통해 국가 재정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소요재원 추계도 담겨 있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위기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요재원 추계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재정준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선별 지급과 전 국민 지급 논쟁도 국가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정치적 선명성 확보를 위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서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정이 선별적 지급에 가닥을 잡은 후 설훈 민주당 의원은 “선별에 행정적 비용이 들고 시간적 문제도 있어 오히려 불합리한 내용이 많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보다 정치적인 선명성 확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선명성 경쟁은 공무원 봉급 삭감안에서 절정에 달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공무원들의 9~12월 4개월 동안 임금 20%를 삭감하자고 주장했다./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올 현금성 지원 63兆…"한번 주면 계속, 증가속도 조절해야"
경제 · 금융 정책 2020.09.06 17:01:43문재인 정부 들어 전체 예산에서 현금성 직접 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연속 10%를 넘어섰다. 2017년 9.0%, 2018년 9.7%, 2019년 10.2%, 2020년 10.6%로 가파른 증가세다. 오는 2021년 예산안에도 저소득층 10만명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제도, 2조원 규모의 소비쿠폰과 상품권, 그리고 기초연금 대상 확대·고교 무상교육 등의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한 번 늘리면 줄이기 힘든 경직성 예산일 뿐 아니라 재정 승수 기대효과도 높지 않은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는 식의 현금 복지 재정투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초연금 확대·구직수당·쿠폰… ‘현금성 예산’ 비중 2년연속 10% 文정부 들어 직접 지원금 눈덩이 지출 따른 성장기여 효과는 ‘0’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포함된 대표적인 현금 지원 사업은 국민취업지원제도다. 일종의 구직 수당으로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한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과 청년의 경우 중위 소득 120%에 해당하는 이들이 대상이다. 2020년 기준 2,771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2021년 예산안에는 8,286억원으로 3배 넘는 수준으로 증액됐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소비쿠폰 관련 예산도 2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4대 바우처 사업으로는 저소득층에게 문화·체육·관광 활동비를 연간 10만원 지급하고 국내 관광 시 정부가 근로자 휴가비를 10만원 매칭 지원하는 사업 등이 포함됐다. 지역사랑·온누리 상품권 발행 규모도 2020년 기준 3,034억원에서 1조3,271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내년부터 군 장병에게는 월 1만원씩 이발비를 지급한다. 기초연금 예산도 14조 9,634억원으로 올해보다 13.6%(1조7,869억원)나 늘렸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 30만원을 적용하는 대상은 소득 하위 40%에서 2021년에는 70%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현금성 직접 지원 사업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신용현 전 의원이 지난해 국감 당시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예산안에 현금성 지원 사업은 54조3,017억원이 편성돼 2019년(48조2,762억원)보다 12.5%(6조255억원) 늘어났다. 특정 재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예산까지 포함한 현금성 지원 예산은 63조7,973억원에 달했다. 특히 전체 현금 지원 예산 중 복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41.7%로 가장 많았다. 전체 추이를 살펴봐도 2017년 36조465억원이었던 현금성 예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41조4,158억원으로 급증했다. 내년엔 복지·일자리 35% 넘어 코로나도 안끝나 재정부담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예산은 줄이고 재정을 건상하게 만들어 둬야 하지만 내년 예산안 곳곳에는 포퓰리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 이번 예산을 두고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파른 현금성 예산의 증가 속도와 이에 따른 재정 부담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전체 예산의 35%를 넘어서는 200조원이 복지·일자리 예산으로 편성됐지만 보조금을 나눠주는 이전지출 성격이기 때문에 경기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한다. 보조금 등 이전소득 성격의 정부지출은 지출에 따른 성장 기여효과, 이른바 승수효과가 ‘0’에 가깝다는 게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세부적으로 아동수당 도입 등은 정부 예산에서 현금 급여 비중을 더 빠르게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아동·가족복지 지출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복지 지출, 특히 현금급여는 하방경직성이 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경우 재정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며 “공공사회복지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 직접 지급 사업이 국민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겠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에서 현금 지급 예산이 급증할 시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 지원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일단 받게 되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한 취약성이 있다. 그렇기에 현금 지급은 타깃 계층이 최대한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나랏빚 850조원 이를까… 59년만 4차 추경에 재정건전성 경고등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9.06 10:20:1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59년 만에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이 6일 가시화하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 저소득층 등이 받은 타격에 따라 4차 추경 편성을 통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여당과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4차 추경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나랏빚이 850조에 달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년에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원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첫 추경을 편성했다. 4월에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집행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어려움이 계속되자 7월에는 역대 최대인 24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을 마련해 집행에 들어갔다.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추경을 편성하게 된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에서 추경안을 편성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민주화 이후 초유의 4차 추경 편성에 애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 정도가 커지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요구하자 고심 끝에 결국 피해계층을 대상으로 한 긴급 지원을 위해 4차 추경을 편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4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일주일 연장 후 더 이상 기존 재원으로는 지원이 불가한 수준에 봉착했다고 판단했다. 재정 건전성과 지원 효과 등을 고려해 피해가 큰 계층을 ‘핀셋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이미 세 차례 추경 편성으로 허리를 졸라매고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에서 ‘돈 나올 구멍’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4차 추경을 편성할 때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8~9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4차 추경 재원을 전액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는 더욱 커진다. 정부는 1차 추경 때 10조3,000억원, 2차 추경 때 3조4,000억원, 3차 추경 때 23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3차 추경 후 국가채무는 이미 839조4,000억원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최고치인 43.5%로 올라갔다. 4차 추경을 위해 9조원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85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43.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국가채무 전망도 수정해야 한다. 내년 국가채무 945조원과 국가채무비율 46.7%도 모두 상향 조정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 당시 “방역·경제 전시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채무와 적자를 감내해서라도 재정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 게 코로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다가가는 지름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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