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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수신경쟁에 건전성 우려…기업·PF 대출 부실도 급증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3.12 18:00:07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수신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수신 금리를 무리하게 올렸다가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기업대출 연체를 둘러싼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연금도 SVB가 속한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작년 말 기준 10만795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주가 기준으로 2300만달러(약 304억원) 규모다. SVB가 사실상 파산하면서 전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예금 급증했지만 건전성 ‘빨간불’ SVB가 공격적으로 유치한 예금을 장기로 묶인 자산에 투자하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만큼 국내에서도 무리하게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끌어모은 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저축은행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협에 몰린 수신 잔액은 총 123조 원으로 6개월 만에 6.79%(8조 2621억 원) 급증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수신 잔액도 지난해 상반기 말보다 각각 3.2%씩 늘어난 약 120조 원, 459조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잔액 상승률(0.95%)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보호해야 할 예금과 고객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지만 건전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로 지난해 상반기 말 대비 0.4%포인트나 급증했다. 합산 연체액도 같은 기간 2조 9772억 원에서 3조 4344억 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액이 3조 원을 넘긴 것은 2016년 상반기 말 이후 처음이다. ‘PF대출 부실’ 불씨 여전 한은의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나타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도 직전 분기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0.61%를 기록하며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나타냈다. 2021년 말 2만 가구에 미치지 못하던 미분양 주택이 올해 1월 7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주택 시장 침체가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증권사·저축은행 등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대출 연체 잔액은 총 3638억 원, 연체율은 금융 업권 중 가장 높은 8.16%에 달했다. 연체 잔액이 3000억 원인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은 두 번째로 높은 2.80%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급등 영업 활동으로 번 돈을 다 합쳐도 이자를 낼 수 없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늘면서 연체율도 뛰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코스피·코스닥) 1664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4.9%(581개)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서병호 한국금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이 대기업 위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로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적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며 “부실채권 중 기업 여신이 80%를 상회하는 데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중소기업의 비중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단 금융 당국은 SVB 사태와 국내 은행 간 직접적 연관이 없고 자본 건전성도 강화된 상태인 만큼 관련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거시경제·금융현안 관련 정례 간담회’를 열어 SVB 사태에 따른 파장을 집중 점검하고 관련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
고금리→자산가격 하락→뱅크런 악순환…다음 '부실 뇌관'은 모기지 주력 은행
국제 경제·마켓 2023.03.12 17:58:4610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주가는 이날 하루 15% 하락했다.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될 수 있다고 지목 받으면서다. 모기지 대출 사업을 중심으로 고성장한 퍼스트리퍼블릭의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날 “어떤 단일 분야도 전체 예금원의 9%를 넘기지 않는다”며 “테크 분야 예금주의 예금액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SVB의 실패 이후 금융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 은행까지 붕괴하는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지역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을 비롯해 팩웨스트뱅코프·시그니처뱅크 등이 위기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지목된다. 모두 SVB와 부동산이나 암호화폐, 기술 기업 등 특정 분야에 고객 층이 집중되거나 미실현 손실이 큰 곳이다. 팩웨스트의 경우 부동산대출이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그니처뱅크는 암호화폐 업체가 주 고객이다. 모두 금리에 예민한 분야기도 하다. 모닝스타의 에릭 콤프턴은 “SVB는 유동성과 미실현 손실 점수에서 우리가 다루는 여러 은행 중에서도 특히 낮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사안이 점점 진화 중이며 금융권의 자금 압력 변화 양상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같은 불확실성이다. WSJ에 따르면 SVB는 문제가 불거지기 전날인 8일까지만 하더라도 현금 잔액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튿날 잔액은 -10억 달러로 줄었다. 9일에만 전체 예금의 4분의 1 규모인 420억 달러의 인출 요청이 발생하면서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10일 아침 SVB파이낸셜그룹의 폐쇄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는 은행의 손실 우려를 키우는 근본 원인이다. PGIM의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 마이클 콜린스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뭔가가 부서질 때까지 계속 움직인다”며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리스크보다 뭔가 붕괴될 위험이 더 크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감에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10일 미국 2년물 국채의 경우 전날 4.9%였던 수익률이 31bp(1bp=0.01%포인트) 급락해 4.59%에 마감했다. 2008년 9월 29일 이후 최대 일일 수익률 하락이다. WSJ에 따르면 SVB 사태가 발생한 이틀간 미국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다만 시스템 위기까지는 가지 않는 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분명히 실리콘밸리와 벤처 부문 특유의 동력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며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다만 바클레이스의 이코노미스트팀은 “SVB 사태는 은행 시스템 내에서 더 광범위한 위기의 위험을 제기한다”며 “실제로 다른 기관의 자본 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SVB의 인수전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가 디지털 은행이 되기 위해 SVB를 인수해야 한다’는 이용자 트윗에 “그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WSJ는 여러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헤지펀드인 오크트리와 투자은행인 제프리스가 무보험 예금 1달러당 각각 60센트와 70센트에 인수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
SVB發 증시 급랭…中수혜주 피난처 될까
증권 국내증시 2023.03.12 17:58:21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시장이 바짝 얼어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중국발 수요가 폭발할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증시가 13일 개장하면 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자 그나마 중국의 경제 재개(리오픈닝)와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수혜주가 대피처라는 분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중국 관광객 증가에 따라 항공과 카지노, 화장품을 비롯해 중국 경기 개선 시 수혜가 가능한 철강과 비철금속, 의류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가 11일부터 중국발(홍콩·마카오 포함) 입국자의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의무를 해제했고, 중국이 아직 단체 관광을 한국에 허용하고 있지 않으나 시간이 지나면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주가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2월까지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일본 탑승객 급증이 호재였는데 4월부터는 중국 관광객 증가가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 검사 의무 등을 모두 없애면서 항공 노선 운항 횟수도 양측은 주 608회로 증편했다. 주요 항공사들은 한중 노선을 주 200회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어서 2월 말(주 62회)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003490)은 한국~중국(본토) 노선 왕복 운항을 현재 주 13회에서 오는 6월까지 주 99회로 늘린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4월까지 주 10회 운항을 주 89회로 늘린다. 대신증권은 10일 “항공운송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연휴가 없고 영업일수가 줄어도 탄탄한 국제여객 수요는 3월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카지노·리조트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카지노 고객 접근성을 저해하던 모든 요인이 해소됐다”며 “3월 한·중 항공 노선 증편 후 중국 일반 고객 중심의 보복 소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034230), GKL(114090) 등이 대표 종목이다. NH투자증권도 파라다이스를 업종 내 최선호 종목으로 뽑고 “복합리조트가 빛을 발할 시점으로 일본에 이어 중국 단체 관광객을 통한 카지노 및 비카지노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지노 업체 GKL에 대해서도 NH투자증권은 10일 목표주가를 2만 2000원으로 11% 상향했다. 화장품주는 중국 관광객 증가뿐 아니라 중국 내수 회복 수혜를 동시에 볼 것으로 봤다. 교보증권은 7일 색조화장품 업체 클리오(237880)의 목표주가를 2만 4000원에서 2만 6000원으로 8.3% 상향했다. 정소연 애널리스트는 “중국인 인바운드의 회복에 따라 따이공 중심 면세점 매출 회복이 전망된다”며 “K뷰티를 선호하는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여행객 수요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016610)는 코스맥스(192820) 목표주가를 10일 8만5000원에서 11만 원으로 29.4% 상향했다. 면세점주도 주가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유통 업종 중에서 호텔신라(008770)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2분기부터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실적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민항국이 한중 노선 증편과 관련해 세부 지침을 아직 전달하지 않은 상태로 중국 운수권을 가지고 있어도 중국 민항국의 항공 허가가 있어야 취항이 가능하기에 한중 관계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 쿼드 실무그룹 참여로 한중 관계 경색될 가능성은 위험(리스크)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
고금리의 역습…금융시스템이 흔들린다
국제 경제·마켓 2023.03.12 17:57:16캘리포니아주 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 전격적으로 영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 기조로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의 자산 수익률이 떨어지고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도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무리하게 올렸다가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2일 SVB 폐쇄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이른바 ‘리먼 모먼트(Lehman Moment)’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조기에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 시간) SVB 영업을 중단시키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자산 규모로는 2008년 당시 워싱턴뮤추얼(3070억 달러)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2120억 달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금보호 범위(25만 달러)를 벗어나는 예금이 전체의 86%인 1515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른다. 후폭풍은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있다. 180여 곳의 영국정보기술(IT)기업연합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에게 예금 보전 등 적극 개입을 촉구했으며 재무부는 예금 규모 등 현황 조사에 나섰다. 캐나다와 중국·인도 등 SVB가 진출한 9개국에서도 대응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중소형 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도 현실화될 수 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JP모건 등 대형 은행이 SVB를 인수하지 않거나 예금 전체를 정부에서 보증하지 않으면 주요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25만 달러 이상의 예금을 인출하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암호화폐·부동산 등 특수 분야에 고객이 몰린 은행들의 추가 붕괴 가능성도 거론된다.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비롯해 웨스턴얼라이언스·팩웨스트 등이 유동성 부족 우려가 있는 곳으로 지목됐다. 이에 연준과 FDIC 등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SVB 사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신호일까[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03.12 17:04:23지금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고통은 단연 40년 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이지만 이는 고통의 최종 형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단면일 뿐일 수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장관은 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지난 10년간 주장해오던 구조적 장기 침체론(secular stagnation)을 공식 철회했다. 구조적 장기 침체론은 투자와 수요가 바닥을 기면서 고질적인 저성장을 겪는다는 1930년대의 이론인데 서머스 전 장관은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부터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와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다시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던 그가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져 이제 세계경제는 고금리·고물가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물가 안정의 선봉장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고물가 고착화 우려가 조금씩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와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임금과 물가는 낮게 유지됐다. 수요가 적다 보니 각국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 등 성장을 부양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세계의 가격 인하 경쟁은 줄고 있으며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비와 생산비가 늘어 나고 있다. 수요가 낮아도 공급과 생산 비용 증가로 고물가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연은 역시 지난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보다 더 높고 지속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표현의 차이일 뿐 세계가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될 것이라는 서머스의 진단과 비슷하다. 1년 반째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이 고물가 구조의 단면이라면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영업정지 사태는 고금리 구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의 파편일 것이다. SVB 사태의 시작점은 예금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함부로 실행한 대출에서 비롯됐던 것과는 다르다. 이 말은 평상시였다면 문제가 없을 일이 고금리 때문에 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금리가 올라 기업 고객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맡겨뒀던 예금을 찾기 시작했고 SVB는 이 돈을 내주기 위해 보유 채권을 팔려고 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에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현재로서는 SBV 사태의 파장이 어느 정도 일지, 유사 사태가 잇따를지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고물가·고금리 시대로의 전환과 SVB 사태 악화가 맞물려 돌아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제2, 제3의 SVB 사태가 발생한다면 스타트업과 지역 은행 등의 부실로 경제성장은 둔화될 것이다. 이는 경제의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수요가 줄더라도 공급망과 인력 등 고비용 구조가 고착되는 것이라면 정작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 수요는 줄지만 물가는 높은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일 수 있다. SVB 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친다 해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반도체를 미국에서만 만든다면 아이폰14의 가격이 지금보다 100달러 더 오른다고 한다. 아이폰이 100달러 오르면 다른 스마트폰이나 PC·자동차·전자기기의 가격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이에 여러 직종의 임금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변화도 뒤따른다. 고금리·고물가 시대로의 진입은 곧 세계가 오랜 저금리 관행을 바탕으로 쌓았던 그동안의 경제 성과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서머스 전 장관을 비롯한 연준 일각의 전망이 틀리는 경우다. 고물가, 고금리, 만성적 인력난이 빠르게 풀리고 여기에 SVB 사태도 파장 없이 마무리될 경우 세계는 골디락스(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정한 상태) 경제도 노릴 만할 것이다. 이런 달콤한 시나리오를 배제한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인플레이션 고통이나 SVB 사태는 단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적어도 지난 한 세대간 볼 수 없었던 형태일 것이다. 위기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
"200조 돈줄 막히고 해고통지서 받고…" 스타트업 줄도산 공포 [美 SVB 파산]
산업 중기·벤처 2023.03.12 15:24:4610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파이낸셜그룹 본사. 굳게 잠겨 있는 출입문 앞에는 보도 자료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이날로 SVB가 문을 닫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의 자산과 예금 전체를 인수해 13일 월요일부터 예금 업무를 이어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은행 폐쇄 소식에 고객들과 투자자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본사 출입문 앞을 서성거렸다. 출입문 오른편에는 SVB 각 지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는 안내가 쓰여 있지만 이날 은행 폐쇄 지침으로 과거의 일이 됐다. 출근 시간이 지난 시각이었지만 주차장도 썰렁했다. 회사를 오가는 소수의 직원들은 표정이 어둡고 말이 없었다. 상황 수습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출근했다는 설명이다. 평소 직원들이 야외 휴식 공간에 입주한 카페에 모여 삼삼오오 커피챗을 하거나 탁구 등 오락을 즐기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이미 많은 직원들이 핑크 슬립(Pink Slip·해고 통지서)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회사에 위치한 카페도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SVB는 특히 주택자금대출 등 창업자들을 위한 상품이 특화돼 있어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도 많이 거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SVB에 자금을 넣어둔 한국의 여러 스타트업과 VC도 SVB의 갑작스러운 폐쇄에 당황해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전 11시께가 되자 출입문이 열렸다. 서류 뭉치를 든 한 남자가 보안요원의 허가하에 출입문에 들어섰다. 허리의 벨트에는 연방정부 공무원증이 걸려 있었다. 한참을 서성거리다 돌아선 한 투자자는 “분명 지난해까지만 해도 SVB파이낸셜은 굉장히 탄탄한 곳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파산 소식에 황망하고 당황스럽다”며 “부디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기를 바란다”고 한탄했다. SVB파이낸셜은 스타트업을 주 고객으로 삼아 대출·예금·프라이빗뱅킹 업무를 진행하면서 실리콘밸리 내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팬데믹 이후 투자 생태계가 호황을 맞으며 예금 잔액이 2021년 말 기준 1892억 달러(약 250조 원)를 기록해 한 해에만 86% 성장했다. 또 2021년 6월 말 기준 예적금 규모 6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실리콘밸리 지역 내 1위를 차지했다. 이 시기 늘어난 예금 자산을 채권 등 장기로 묶여 있는 자산에 투자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 이 때문에 미 금융 당국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는 “파월은 어디에 있나? 옐런은 또 어디 있느냐”며 “13일 월요일에 다시 예금 인출 거래가 재개되기 전에 SVB 예금을 상위 4개 은행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VB의 파산으로 테크 업계의 대규모 해고 바람에 또 한 번 태풍이 불어닥쳤다. SVB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553명에 달한다. 2020년만 해도 직원 수가 4461명 수준이었으나 팬데믹 기간에 두 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들 중 일부는 남은 은행 업무를 처리하지만 한 달가량이 지나면 실업자 신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VB의 예금 자산을 관리할 새 주체인 샌타클래라예금보험국립은행(DINBSC)은 이날 SVB 직원들에게 성명을 보내 “45일간의 고용 기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재 SVB의 총 예금 자산 1754억 달러(약 232조 원) 가운데 예금보험 한도(25만 달러)를 벗어나는 금액이 86%인 1515억 달러(약 200조 원)에 달한다는 점도 잠재적인 뇌관이다.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자금줄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예금 손실은 스타트업 생존에 치명적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의 개리 탄 최고경영자(CEO)는 “SVB와 거래하는 회사가 3000곳에 달한다”며 “긴급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의 400곳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위험에 노출됐고 이 중 100곳 이상은 당장 다음 달 직원들에게 줄 월급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폐쇄 전날 무사히 돈을 인출한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표는 “운이 좋게 예금 잔액을 인출할 수 있었지만 인출하지 못한 이들도 있어 지금 우려가 크다”며 “당장 월급을 주지 못할 위기에 처한 곳들이 급하게 자금 융통을 알아보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스타트업의 줄도산 가능성도 우려된다. 실리콘밸리 대표 VC인 퍼스트마크캐피털의 릭 하이츠만 창업자는 “지난 4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둥 역할을 했던 SVB가 36시간 안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이런 상황도 가능한데 진짜 바닥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
정부, SVB 사태 집중 점검…“금융·실물 영향 배제 못 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3.12 14:48:39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12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24시간 모니터링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SVB 사태가 미국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더라도 고강도 긴축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국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경제수석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관련 정례 간담회를 개최하고 SVB 사태를 집중 점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참석차 해외 출장 중이다. SVB는 밴처캐피탈 및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으로 유동성 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미국 금융당국이 은행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으로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 여건 등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지역은행에서 뱅크런이나 자산 투매 등이 확대될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긴축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실물경제 등에 대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관계기관은 관련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해 우리 경제의 부작용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
대응 나선 각국… 英 재무 "SVB 거래한 IT 기업들 유동성 지원"
국제 정치·사회 2023.03.12 14:45:59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의 후폭풍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자 영국 등 각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아침 성명에서 “영국의 유망한 기업들에 미칠 피해를 피하거나 최소화하겠다”며 “SVB 고객들의 단기 운영자금이나 유동성 수요가 충족되도록 바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정보기술(IT)·생명과학 분야 영국 기업들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원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이르면 13일 SVB와 거래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헌트 장관은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리시 수낵 총리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영국 IT 기업 대표 250여명은 전날 헌트 장관에게 “기업 생태계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다”며 개입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은행이 문을 여는) 13일부터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이 당장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링구미’ 관계자는 “예치한 금액 일부를 인출하려고 했지만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BOE 측은 SVB 영국지점도 파산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도 SVB와 거래한 스타트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번지고 있다. SVB 캐나다 지점의 경우 현지 산업계에 돈줄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대출 규모를 두 배나 늘렸다. 중국 내 SVB 합작법인도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지 고객들 달래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SVB가 중국·덴마크·독일·인도·이스라엘·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해 이번 사태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르포]SVB 파산…8500명 36시간만에 직장 잃었다
산업 중기·벤처 2023.03.12 10:08:5310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이낸셜 본사. 굳게 잠겨 있는 출입문 앞에는 보도자료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의 자산과 예금 전체를 인수해 새롭게 예금 인출 업무를 담당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출입문 오른편에는 SVB 각 지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는 안내가 쓰여있었지만 이날 은행 폐쇄 지침으로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회사를 오가는 소수의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이미 일부 직원들을 해고를 통보받아 출근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인원만 남은 대응을 위해 출근한 상태였다. ㄷ자형의 회사를 둘러 싸고 있는 주차장도 썰렁했다. 평소 같으면 야외 휴식 공간에 입주한 카페에 모여 삼삼오오 커피챗을 하거나 탁구 등 오락을 즐기던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전 11시께가 되자 출입문이 열렸다. 서류 뭉치를 든 한 남자가 보안요원의 허가 하에 출입문에 들어섰다. 허리춤의 벨트 옆에는 연방 정부 공무원증이 걸려 있었다. 뒤따라 입장하려 하자 보안요원이 미리 약속된 경우가 아니면 입장할 수 없다며 막아섰다. 취재를 요청하자 대표 메일 주소만 알려줬다. 출입문 앞에는 기자처럼 서성거리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자신을 이곳의 투자자라고 밝힌 이는 파산 소식에 상황을 보러 들렸다고 전했다. 그는 "분명 지난해까지만 해도 SVB 파이낸셜은 굉장히 탄탄한 곳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파산 소식에 황망하고 당황스럽다"고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2009년과는 다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붐 때 예금도 인원도 두 배 성장 SVB 파이낸셜은 스타트업을 주 고객으로 삼아 대출, 예금, 프라이빗 뱅킹 업무를 진행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과 궤를 함께 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투자 생태계가 호황을 보이며 예금 잔고가 2021년 한 해 동안만 86% 상승한 18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직원 수도 급격히 늘었다. 2020년만 해도 직원 수는 4461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8553명으로 두 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들 직원들은 SVB의 폐업으로 당장 실업 신세가 됐다. SVB의 예금 자산을 관리할 새 주체인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SC)은 이날 SVB 직원들에게 성명을 보내 “45일 간의 고용 기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남아서 예금 업무를 진행할 직원들에게는 월급의 1.5배에 달하는 급여를 제공한다. 45일이 지나면 직원들은 급여와 보험, 취업 비자 혜택을 제공받을 수 없다. 3000곳 거래…400곳 위험 노출 SVB를 주요 자금 조달처로 삼았던 스타트업도 패닉에 빠졌다. 당장 예금 손실 외에도 연쇄적으로 생태계에 미칠 타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YC 컴비네이터의 개리 탄 최고경영자(CEO)는 SVB와 거래를 트고 있는 회사가 3000곳에 달한다"며 “긴급 조사를 해본 결과 거의 400곳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위험에 노출됐고 이중 100곳 이상은 당장 다음 달 직원들에게 줄 월급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폐쇄 전날 무사히 돈을 인출한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표는 “운이 좋게 예금 잔액을 인출할 수 있었지만 인출을 못 한 이들도 있어 지금 우려가 크다”며 “당장 월급을 주지 못하는 곳들도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인 퍼스트마크 캐피털의 릭 하이츠만 창업자는 “지난 40년 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둥 역할을 했던 SVB가 36시간 안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이런 상황도 가능한데 또 어떤 바닥이 예상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보였다. 13년 간 SVB에서 일했던 사미르 카지 얼로케이트 CEO는 “팬데믹 이후 늘어난 예금 잔액과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상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스타트업의 패닉으로 인한 뱅크런이 이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며 “SVB는 40년 간 VC와 스타트업 생태계에 많은 일들을 했는데 몇 시간 만에 허무하게 사라진 것을 보면 슬프다”고 말했다. -
SVB 회장, 파산 11일 전 지분 대거 매각 ‘논란’
국제 경제·마켓 2023.03.11 17:18:13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 직전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SVC 공시 자료를 인용해 그레그 베커 회장 겸 CEO가 지난달 27일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1만2451주(47억6000만원)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파산이 공식 발표되기 불과 11일 전이다. 앞서 베커 CEO는 1월 26일 자신의 지분 매각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1년여 전 주식을 판 후 처음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SVB가 채권 매각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20억달러 이상의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 조달에 나선다는 내용의 서한을 주주들에게 보낸 것을 계기로 회사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주가 하락세가 커지자 베커 CEO는 고객들에게 예치금이 안전하다며 진정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당일 하루에만 주가가 60.41% 하락했다. 이어 폭락사태 하루 만인 이날 금융당국이 SVB 폐쇄를 선언하며 파산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베커 CEO가 주식 매각 계획을 제출할 당시 SVB의 자본 조달 방침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블룸버그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SVB도 응답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2000년 기업 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내부자 거래' 방지를 위해 임직원의 지분 매각 시 미리 정한 날짜에 거래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됐고, 베커 CEO도 이를 거친 만큼 지분 매각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지적했다. 베커 CEO가 주가 폭락을 직전 주식을 처분한 기막힌 '타이밍'도 우연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규정 자체가 지분 매각계획을 보고하는 시점과 실제 거래 시점까지의 '냉각기간'이 너무 짧게 설정된 허점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댄 테일러 교수도 "베커가 1월 26일 매각 계획을 알렸을 때 SVB가 자본 조달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우려로 인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임직원이 지분을 매각하기 최소 3개월 전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는데, 새 규정은 오는 4월 1일부터 적용되기에 베커 CEO는 해당 사항이 없다. -
“3월 금리 CPI가 최종결정”…“SVB 영업정지 시스템 리스크X”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증권 해외증시 2023.03.11 07:00:44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을 웃돈 2월 고용보고서와 실리콘밸리 은행(Sillicon Valley Bank·SVB) 영업정지 여파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7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5%, 1.07% 떨어졌는데요. 이날 핵심 이슈는 고용과 SVB였습니다.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000개로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는데요. SVB는 개장 전 또다시 60% 넘게 폭락했고, 증자 작업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전격 영업정지됐습니다. 국채금리는 SVB 사태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고용보고서상 낮은 임금 상승률에 크게 하락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68%까지 내려갔고, 어제만 해도 5%를 넘었던 2년 물은 4.56%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어제오늘을 따지면 2년 국채는 2001년 이후 최대 하락이라는데요. 오늘은 2월 고용과 기준금리, SVB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30만 넘는 고용+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 0.2%로 하락”…“0.5%p 해야 만 해 vs 0.25%p 유지 이유 충분” 우선 2월 고용부터 보죠. 이날 나온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000개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과 다우존스 전망치가 22만5000개였으니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블룸버그 기준 예측치 상단이 32만50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최상단까지 나온 셈입니다. 부문별로는 서비스업에서 24만5000개가 늘어 전체 증가분의 약 78.7%를 차지했죠. 레저와 접객에서 10만5000개가 불어나면서 서비스업을 이끌었는데요. 부동산 경기둔화에도 건설에서 2만4000개가 증가했습니다.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확실히 6개월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는데요. 실업률은 월가의 생각(3.4%)보다 0.2%포인트(p) 높은 3.6%로 나왔습니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수십 년 래 최저 수준입니다. 노동시장이 강하다고 봐야 하는 이유인데요. 고용시장이 둔화한다는 신호도 약간 있었습니다. 여전히 강하지만 2월 수치 31만1000개는 전달(50만4000개)에서 감소한 것인데요. 1월 수치는 당초 51만7000개에서 하향 조정됐습니다. 제조업 일자리도 1월 1만3000개 증가에서 2월에는 4000개 감소로 돌아섰죠. 주당 평균근로시간도 1월 34.6 시간에서 2월에는 34.5 시간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무엇보다 2월 고용에서 고무적인 부분은 시간당 평균 임금에서 나왔습니다. 전월 대비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예상을 깨고 0.2% 증가로 나왔는데요. 시장에서는 0.3%를 봤습니다. 0.2%와 0.3%의 차이는 큰데, 0.2%씩 1년을 간다고 하면 2.4%가 돼 인플레이션 타깃(2%)과 얼추 비슷해지죠. 0.3%면 3.6%로 훨씬 높아집니다. 전년 대비로도 4.6%가 나와 월가 예상치(4.7%)를 밑돌았는데요. 임금 상승률 둔화는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 감소→기준금리 인상 압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전달 62.4%에서 이번에 62.5%로 오른 것도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좋은 소식인데요. 존 린치 코메리카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용보고서에서 가장 좋은 소식은 아마도 임금 압력이 둔화했다는 점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생각 때문에 증시선물이 상승 반전하기도 했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월 0.5%p 가능성은 없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0.5%p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2월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최근 3개월 평균이 35만1000개”라며 “경제활동참가율이 올라간 것도 인플레 측면에서는 좋지만 핵심은 일자리다. 3월에 0.5%p를 인상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지금까지 시간당 평균임금은 추후에 조정이 많이 돼 여러 번 속았다”며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죠. 고용보고서상의 핵심이 고용이긴 합니다. 임금은 고용비용지수(ECI)를 더 봐야만 하구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시간 감소와 시간당 평균임금 성장률 둔화에도 2월 고용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고 이는 연준이 0.5%p를 할 수 있는 길을 확실히 열어준다”고 봤습니다. CME 페드워치는 0.25%p 쪽에 더 기울어 있는데요. 이날 오후4시51분 현재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인상 확률이 60.5%입니다. 0.5%p는 39.5%인데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0.25%p 확률이 급증해 56.3%로 0.5%p를 뒤집은 뒤 한때는 70%대까지 갔다가 50.2%(0.25%p) 대 49.8%(0.5%p)까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최종금리는 5.00~5.25%로 한 단계 내려왔고 그마저도 11월에는 금리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아졌죠. 블룸버그는 “2월 고용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준에 엇갈린 그림을 제공했다”고 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2월 고용보고서 상의 시간당 평균 임금만 갖고 0.25%p를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할 것 같습니다. 고용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죠. 이를 고려하면 14일의 2월 개인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확실히 방향이 갈릴 듯한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까다로운 고용보고서다. 고용은 강했지만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고 임금 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았다”며 “다음 주에 있을 CPI 보고서가 연준의 정책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염 없으면 SVB 사태만으로는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 못 줘”…서머스 “기준금리 6% 또는 그 이상으로 갈 확률 50 대 50” 여기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SVB 사태 여파에 연준의 0.5%p 인상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기대죠. 크리스토프 리거 코메르츠뱅크의 고정금리 전략 헤드는 “광범위한 은행권의 우려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SVB 홀로는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향후 사태가 더 커지거나 CPI와 합쳐지면 모를까 SVB 자체로는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것과 같은 데요.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빌 넬슨 은행 정책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장기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 평가손실을 보는 것인데 SVB는 일반적인 이슈는 아니”라며 “연준은 SVB를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게 중요하고 갈 길이 남아있다”고 했죠.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연준에 따르면 SVB의 지난해 말 현재 자산이 2090억2600만 달러로 미국 내 16번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업정지를 당한 가장 큰 은행이라는 설명처럼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정도는 아니죠. 미국 내 1위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자산이 3조2019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2조4185억달러, 씨티 1조7667억달러, 웰스 파고 1조1717억 달러 등인데요. 4대 은행은 조달러 단위이고 10위 은행인 TD뱅크도 3867억 달러로 SVB보다 2배 가까이 많습니다. SVB는 지난해 상장 한 기술과 바이오 기업 44%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지점이 16개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타트업 위주로 거래한다는 한계성이 뚜렷한데요. 고객이 대규모이고 파산 시 지급 결제 문제가 생길 때 시스템 리스크가 있다고 합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SVB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된다면 시스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6%나 그 이상으로 올릴 확률이 50%”이라고 했는데요. SVB가 시스템 리스크라면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능하죠. 뒤집어 말하면 SVB의 영향은 그것 자체만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뜻인데요. SVB는 영업 방식이 다른 은행과 달랐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유자산 가운데 무려 절반이 넘는 50.9%를 국채와 기타 채권에 투자했었는데요. 대출은 34.9%, 현금보유는 7% 정도였죠. 채권 보유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SVB는 채권을 포함한 투자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인데요. 미국 내 72개 주요 은행 가운데 이 비율이 42%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SVB 특정사의 문제라는 게 본질에 가깝습니다. 영업정지 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벤처캐피털 피어 VC를 비롯해 파운더스 펀드, 유니온 스퀘어 벤처 등 많은 곳들이 SVB에서 돈을 빼라고 스타트업 업체에 알렸다고 하죠. 모건스탠리는 “SVB는 매우 특이한 사례”라며 “다른 은행은 그렇지 않다. 은행 산업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엘 에리언 선임고문도 “모든 은행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은행의 시스템은 견고하다”며 “(다른 은행으로의) 전염 위험과 시스템적인 위협은 대차대조표를 잘 관리하고 정책적 실수를 피함으로써 쉽게 낮출 수 있다”고 했죠. 물론 앞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닙니다. 앞으로의 위험을 예측해보면, △SVB와 비슷한 자산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에 대한 우려 확산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한 지역 은행의 뱅크런 가능성 △주가하락 같은 대형 은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지속 등이 있을 수 있는데요. 특히 언론이나 월가에서 제2의 SVB로 지목되는 곳은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죠. 사울 오마로바 코넬대 법대 교수는 “FDIC가 SVB를 넘겨 받게 되면서 이 은행에 대한 불확실성은 끝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SVB와 비슷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진 은행에 대한 우려도 끝내게 할지는 불확실하다. 뱅크런은 심리학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전했는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견고하다”면서도 “일부(a few) 은행 상황을 매우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몇은 요주의 대상일 수 있는 겁니다. “지역은행 여진 지속 가능성 전염 확산되느냐가 관건”…“미 증시 13일 SVB 후속 상황, 14일 CPI, 15일 PPI 변수 지속” 정리하면, ①SVB 영업정지는 특수한 영업 형태가 금리인상과 맞물린 결과이며 특수 사건에 가깝고 ②SVB 자체만으로는 시스템 리스크 없으나 ③다른 지역은행으로 문제가 확산할 때는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얘기가 달라진다 등입니다. 실제 이날 대형 은행들 가운데 JP모건체이스(2.52%)와 웰스 파고(0.56%)는 상승 마감했는데요. 반면 BofA(-0.88%)와 씨티(-0.51%)는 하락했죠. 대형 은행들의 보유 채권 평가손실이 6200억 달러라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형 은행들은 시간과 여유 자금이 있습니다. 계속 버티면 나중에 금리가 떨어질 수도 있죠. 굳이 먼저 팔 이유가 없습니다. 정말 돈 많은 부자들은 집값이 떨어져도 당장 팔 이유가 없는 것처럼요. 비벡 준자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대형 은행들은 소형 은행보다 유동성이 훨씬 많고 더 광범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도 잘 돼 있다”며 “주가 하락이 과도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드린 지역 및 중소형 은행의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나마 최악에서는 회복했지만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14.79%), 팩 웨스트 뱅크 코퍼레이션(-37.91%), 암호화폐 거래가 많은 시그니처 뱅크(-22.87%) 등이 대거 폭락했습니다. 지나 볼빈 볼빈 웰스매니지먼트 그룹의 사장은 “대형 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에 더 잘 견디기 때문에 지역은행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SVB는 SVB만의 특수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봤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핵심은 불안감이 다른 지역은행으로 번지느냐 여부입니다. 지역은행 사이에서 뱅크런이 발생하거나 계속 문제가 커지면 전국단위 대형 은행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FDIC가 이날 전격적으로 SVB를 영업정지 시킨 것도 불안감이 더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경기가 둔화화는 와중에 은행들의 어려움이 확산하면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당장 SVB 영업정지로 SVB와 거래했던 일부 벤처회사들은 직원 급여지급을 걱정하고 있다고 하죠. 25만 달러 이상의 돈은 예금보호가 안 되기 때문인데요. WSJ은 작년 말 기준 SVB 은행에서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금이 1510억 달러라고 했습니다. 총 자산이 2090억 달러로 이론상으로는 청산 시 예금을 다 돌려받을 수 있지만 회수가 안 될 수 있는 자산이 있고, 자산을 정리해 현금화할 때까지 돈이 묶여 있을 수 있는데요. 다른 금융사를 통한 대출 지원이 없으면 뱅크런 와중에 돈을 못 찾아간 업체들은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불안한 요인들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SVB 사태로 은행들의 대출 규제가 세지면서 추가적으로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것 때문에 국채금리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흘러나옵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현지 미국은 순차적으로 침체에 빠지는 롤링 리세션(Rolling Recession)을 겪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경제의 모든 부문이 동시에 어려움에 빠지는 실질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하나 더 봐야 할 건 만약 지역은행에서 위기가 확산해 연준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건 시스템 리스크입니다. 이럴 때 금리를 덜 올리거나 낮추는 것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닌데요. 당분간 증시 불안감이 지속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SVB 사태가 SVB 영업정지로 끝날지, 더 번질지 봐야 하는 가운데 다음 주 화요일인 14일에는 2월 CPI, 15일에는 소매판매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연달아 나오는데요. CPI는 3월 0.5%p냐 0.25%p냐 논쟁을 확정지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다음 주 초 SVB 사태가 진정되는지 여부가 1차 관문, CPI가 2차 관문인데요. 도니 드와이어 캐너코드 제유이티의 애널리스트는 “지금 같은 단기 약세는 과매도에 따른 반등을 불러오기에 충분하지만 앞으로 몇 달 간은 약세가 지속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실비아 자블론스키 데피앙스 ETFs의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은행 영업정지”라며 “이것은 시장을 겁에 질리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변동성이 클수록 무리하지 말고 상황을 잘 주시해야겠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는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생방송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속보] 미 FDIC, “SVB 영업정지”
증권 해외증시 2023.03.11 02:01:59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의 영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10일(현지 시간) SVB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FDIC가 예금지급 업무를 대신하도록 했다. FDIC는 “예금자들은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예금을 다시 인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지점도 이때 맞춰 문을 다시 열 예정이다. FDIC는 예금자 1인당 최대 25만 달러까지 예금을 보장한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기본적으로는 보장이 안 되며 자산이 회수 가능한 선에서 나눠받게 된다. 앞서 미 경제 방송 CNBC는 SVB의 증자 추진이 실패했으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중단 조치는 매각 과정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심리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
[속보] CNBC “SVB 증자시도 실패…매각 추진”
증권 해외증시 2023.03.10 23:13:39미 경제 방송 CNBC가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SVB)이 증자 시도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10일(현지 시간) “SVB가 증자 시도에 실패했다”며 “대형 금융사들이 SVB를 사들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증자에 실패한 만큼 SVB는 자체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SVB 자금난에 20억弗 긴급수혈…기업고객 '뱅크런' 우려도
국제 경제·마켓 2023.03.10 16:48:25고금리발(發) 금융시장 위기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일까, 아니면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일부 은행들의 찻잔 속 태풍일까. 미국의 지역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지주사 SVB파이낸셜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시장 전체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SVB파이낸셜그룹은 이날 지분 매각을 통해 22억 5000만 달러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보유 금융자산을 매각했지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고금리가 직격탄이 됐다. 이는 두 가지 국면에서 SVB의 유동성과 재무제표를 갉아먹었다. 우선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SBV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 유치가 줄면서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SBV의 예금은 지난해 말 3410억 달러에서 2월 말 3260억 달러로 올 들어서만 150억 달러가 감소했다. 이에 SVB는 고객 자금을 내주기 위해 보유한 미국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도했지만 손실이 불가피했다. 고금리로 지난해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2020~2021년 저금리 시절 취득했던 가격보다 낮게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SVB는 210억 달러의 보유 증권을 매각해 18억 달러의 매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유다. 상황은 뱅크런으로 비화하고 있다. 파운더스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들은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 SVB에서 자금을 인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VB의 고객사인 아바랩스의 존 우 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누구도 마지막으로 빠져나가길 원하지 않는다”며 “전형적인 뱅크런”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SVB뿐 아니라 암호화폐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뒀던 실버게이트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9일 결국 청산을 발표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해 11월 주요 고객이던 FTX가 파산한 후 코인베이스·제미니 등 주요 고객들의 예금이 잇따라 빠져나갔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보유 국채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버게이트의 지난해 전체 순손실은 9억 4900만 달러로 이 중 8억 8600만 달러가 보유 증권 매각에 따른 손실이다. 시장은 고금리발 위기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이 금융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지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의 고민은 주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감소에 따른 수수료 수익 둔화, 모기지 대출 감소 등 수익성의 문제였지만 이번 사태는 은행 존립과 관련된 유동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10년물 금리가 다시 4%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압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유동성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형 은행들도 대응 여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 은행 보유 증권의 미실현 손실이 2021년 말 8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6200억 달러로 80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연준 통화정책의 또 다른 결과”라며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했고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현재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틴 그루엔버그 FDIC 대표는 “늘어난 미실현 손실은 예상하지 못한 유동성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은행의 미래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소 은행들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왈렌 왈렌글로벌어드바이저 대표는 “SVB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형 은행과 달리 중소형 은행은 무자비한 고통을 받을 것이고 자본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SVB파이낸셜그룹은 이날 60.4% 급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6.2%), JP모건(-5.4%), 웰스파고(-6.2%) 등 주요 은행도 하락했다. 나스닥의 은행주 지수인 KBW나스닥은행지수는 이날 7.1% 떨어져 2020년 6월26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SVB 충격파는 유럽에도 번졌다. 장 초반 HSBC, 소시에테제네랄(SG) 등의 주가가 5% 넘게 빠졌고 도이체방크도 8%가량 급락했다. 특수 고객층을 가진 일부 은행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제라드 카시디 RBC캐피털마켓 이사는 “SVB는 기업 예금 비중이 높고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우리 회사는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 창구인) 레포 시장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은행주, SVB 파이낸셜 쇼크”…“전초전 실업수당은 20만 넘어”
증권 해외증시 2023.03.10 07:08:48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두고 SVB 파이낸셜 쇼크가 더해지면서 급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0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85% 1.66% 내렸는데요. 이날 오전 일찍 연 4.01%까지 올랐던 10년 물 국채금리는 3.94%대까지 낮아졌죠. 정책금리를 잘 반영하는 2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4.86%까지 급락하면서 달러인덱스도 한때 105.1까지 내려왔는데요. 고용보고서의 전초전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오전 증시가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결국 본게임은 10일의 비농업 일자리인데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년 간 재정적자를 3조 달러 줄이고 억만장자세 도입을 뼈대로 하는 6조9000억 달러 규모의 2024회계연도(2023. 10~2024. 9) 예산안을 공개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는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유력하다는데요. 오늘은 SVB 파이낸셜 내용과 함께 실업수당 청구와 내일 나올 고용, 금리 및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신규 실업수당, 1월 초 이후 처음으로 20만 넘어”…“추세전환 불확실 vs 3월부터 빠르게 늘 것” 우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부터 보죠. 이날 나온 미국의 지난 주(2.26~3. 4)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1000건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19만5000건을 1만6000건 웃돕니다. 다우존스 전망치도 19만5000개였죠. 전주 19만 건보다도 2만 건 이상 많은데요.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20만 건을 넘어선 것은 1월 첫째 주(20만6000건) 이후 처음입니다. 21만1000건 자체는 지난해 12월24일로 끝나는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특히 뉴욕(1만6363건)과 캘리포니아(1만489건)에서 청구가 급증했는데 이들 지역은 정보기술(IT)과 금융 등이 몰려있는 곳이죠.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은 19만7000건으로 1주 새 4000건 늘었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71만8000건이었는데요. 월가 전망치는 166만 건이었죠. 계속 청구건수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노동시장이 약간 둔화하는 모습이 드러나는데요. 하지만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역사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평균이 21만8000건인데요. 이를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은 실업수당 청구에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븐 스탠리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뉴욕시 학교 버스 운전사와 청소부들은 협상에 따라 방학 때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번 주 수치 증가는 학교 휴일 때문에 부풀려졌다”고 보기도 했는데요.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8주 만에 다시 20만 대로 올라선 만큼 증가세가 이어질 거냐 아니냐는 거죠. 취업 사이트 몬스터닷컴의 지아코모 산탄젤로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매우 타이트한 노동시장”이라며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에 해고보다는 근무시간을 줄이려고 할 것 같다”고 봤습니다. 루빌라 파르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통화긴축 효과가 커지면서 노동수요는 둔화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금은 여전히 해고가 적고 노동시장이 탄탄해 이번 실업 수당청구건수가 증가한 것이 추세적 상승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예상은 다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행법은 근로자 100명 이상의 회사가 한 작업장에서 최소 50명 이상을 해고하려고 할 때는 60일 전에 이를 알리도록 하고 있다. 뉴욕 같은 곳은 90일”이라며 “1월에 해고 발표가 많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적용되는 것이 3월 정도이므로 우리는 실업수당 청구가 3월부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뉴욕을 놓고 보면 골드만삭스가 1월 초 589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는데 이것의 실질적 효력은 4월13일에 발생한다는 거죠. 아마존의 1월18일 299명 해고 역시 4월18일까지는 효력이 없다는 겁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통보 수치가 신규 실업수당 청구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달부터 해고 통보가 많이 늘어 6월께는 노동시장이 상당히 둔화하고 있다는 근거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3월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는 반영되지 못해도 6월 FOMC(6.13~6.14)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데요. 이 경우 6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애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입니다. 이대로라면 3월과 5월, 두 번만 금리를 올리면 되는데 결국 5.25~5.50%, 3월에 0.25%p만 한다면 5.00~5.25%에서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정말 그럴지는 데이터를 봐야겠죠. 특히, 노동시장이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금리인상은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증가 2월 고용과는 무관 월가서는 22.5만 개 전망”…“아이폰, 반도체 다 미국서 만들면 가격 최대 100달러↑” 하나 궁금한 것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갑자기 늘었으니 2월 고용보고서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관계 없다”인데요. 고용보고서는 조사기간은 매달 12일이 포함된 주의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입니다. 그러니 이번 실업수당 청구증가가 2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처럼 몇 달 뒤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수단은 될지 몰라도 당장 3월 금리인상폭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2월 고용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죠. 그럼 2월 고용은 얼마나 될까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은 22만5000개, 다우존스도 22만5000개입니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는 20만5000개라고 하는데요. 실업률 예상치는 전달과 같은 3.4%로 역대 최저치 수준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에서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스티브 리스만은 “2월 고용 전망치가 22만5000개인데 이 정도가 나오면 3월 FOMC에서 0.5%p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7분 현재 3월에 기준금리를 0.5%p 올릴 확률이 72%인데요. 어제(78.6%)보다는 6.6%p 떨어졌지만 여전히 0.25%p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전망치도 여전히 5.50~5.75%인데요. 반면 3월 0.5%p 반대 목소리가 이날도 나왔습니다. 월가의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연준은 3월 회의에서 0.5%p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이것이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앞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됐다며 금리를 더 올리면 안 된다고 했었던 인물입니다. 문제는 견고한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계속 끈적끈적하다는 점이죠. 14일 나올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헤드라인과 근원이 전월 대비 0.4%로 예측됩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트는 각각 0.54%, 0.45%로 보고 있는데요. 맨해튼의 신규 아파트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감정평가업체 밀러 새뮤얼과 부동산업체 더글라스 엘리만 리얼 에스테이트는 맨해튼의 2월 신규 임대 계약 중앙값이 4095달러로 1월에 비해 고작 2달러 하락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7월 4150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빠르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맨해튼만의 특성이 있긴 하지만 좋은 소식은 아니죠.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이 아이폰 가격을 최대 100달러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아이폰14 플러스의 제조비용은 약 527달러로 추정되는데 이중 54%가량을 반도체가 차지한다고 합니다. TSMC가 만드는 코어 A15 프로세서 값이 약 81달러라고 하는데요. 반도체 외에는 카메라(98달러), 디스플레이(64달러)라고 하죠. CNBC는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 경우 인력과 장비조달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칩 제조비용이 최대 4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며 “아이폰을 예로 들면 100달러 이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애플이 비용증가분을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는 않겠지만 가격상승 요인임은 분명하죠. 가깝게는 공장 건설비용조차 대만보다 미국이 4~5배 많다고 합니다. 리쇼어링 문제, 미국의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의 비용이 하나둘씩 물가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얘기인데요. 블룸버그는 “인텔이 오하이오에 짓고있는 10개의 팹은 3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라며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법안이 노동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SVB, 금리상승에 보유 채권 매각으로 18억 달러 손실”…“건들락, 2년 국채 더 오를 여지 있어” 이제 시장 상황 보겠습니다. 이날 은행 주식들이 크게 고전했는데요. 시작은 SVB 파이낸셜 그룹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illicon Valley Bank·SVB)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면서 18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돼 22억5000만 달러의 자본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소식에 SVB 파이낸셜 그룹이 무려 60.41%나 폭락했는데요. 거래정지도 수차례 나왔습니다. SVB의 비극은 금리에서 출발합니다. SVB 은행은 스타트업들로부터 주로 예금을 받아 다른 기술과 바이오, 헬스케어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예금이 크게 줄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의 예금이 코로나19 이후 1980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했다고 했는데요. 대니얼 벡 SVB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에 관한 환경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달랐다”고 설명했죠. 예금 감소와 유동성 부족은 결국 SVB가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게 만들었는데요. 쉽게 말해 예금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달라고 했을 때 이를 내줘야 하는데 기존에 받은 예금은 기업에 나가 있거나 국채에 투자돼 있고 새로 들어오는 돈(예금)은 적으니 하는 수 없이 현금화가 쉬운 채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SVB는 부채의 89%가 예금이라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같은 대형 은행은 은행채 같은 데서 장기로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예금 의존도가 69%입니다. SVB는 매도가 가능한 증권 210억 달러어치를 팔아 치웠습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하락합니다. 만기 때까지 들고 있으면 중간에 가격이 오르내려도 평가이익과 평가손실로 처리하지만 매각을 해버리면 이익이나 손실이 확정됩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SVB가 매도가능한 증권은 대부분 미 국채였다는데요. 국채금리가 올랐으니 손실이 컸던 겁니다. 스미드 캐피털 그룹의 빌 스미드는 “(금리인상 중에)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간 첫 신호”라고 평가했는데요. SVB의 경영악화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의 추가 자금지원 가능성이 줄어드는 결과도 낳습니다. 투자자들은 한발 더 나갔는데요. “다른 은행은 괜찮을까?” 이런 생각을 한 거죠. JP모건체이스(-5.41%)와 BofA(-6.2%), 웰스 파고(-6.18%), 씨티(-4.1%) 같은 대형 은행주도 덩달아 약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다만, 대형 은행이 SVB 수준으로 자금운용을 하는 건 아닙니다. BofA는 채권 평가손이 1090억 달러지만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죠. 리스크 관리도 잘 돼 있구요. SVB의 경우 자금운용에 실패가 있었다고 보는 게 지금으로서는 맞을 텐데요. 지역 중소은행이면 모를까 대형 은행에 SVB와 똑같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제한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과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추가로 암호화폐 거래은행인 실버게이트 캐피털이 은행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한다는 소식에 42.16% 폭락했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SVB 사태에 영향을 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겠죠.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2년 만기 국채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며 연준이 3월 0.5%p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는데요. 국채금리 상승은 그것만으로도 증시에 부담을 줍니다. UBS는 “연준이 더 매파적으로 기울 수 있다. 우리는 채권을 선호한다”며 “주식은 에너지를 포함해 인플레이션이 지속해도 버틸 수 있는 가치주와 함께 미국 외에 중국이나 유럽 쪽으로 지역을 다변화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에 올 들어 증시를 떠받쳐왔던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개인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하루 1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는데요. 지난 2월에는 20억 달러에 육박했었죠. 반다리서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규모 축소는)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일부 줄어든 결과”라고 봤는데요. 이날 테슬라 주식은 4.99% 하락마감했습니다. 은행주 하락이 있었지만 모두가 10일 고용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금리와 인플레이션 부분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알렉스 손더스 씨티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일자리 증가는 시장에 나쁜 소식이며 이는 주식추가 매도와 연준의 0.5%p 금리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는데요.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오늘은 시장 전망도 조용했는데요. 내일 2월 고용보고서에 관한 깊이있는 분석과 전망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의 생방송(오전7시55분)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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