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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SBJ서 예금 받아 韓 신한에 송금…금융위기 극복 구원투수로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은행 2025.07.28 17:40:462005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원·엔 환율이 100엔당 700~800원대에 머물렀다. 연 2~3% 수준의 낮은 대출금리와 환율 효과가 겹쳐 국내에서는 엔화 대출 붐이 일었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병원들도 손쉽게 엔화를 가져다 썼다. ‘이지머니’의 대가는 곧 찾아왔다.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던 엔화 가치가 치솟았다. 한때 1500원 안팎으로 뛰었던 엔화 환율은 2009년 들어서도 130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당시 한국 은행들은 주요국에서의 크레디트라인이 끊기면서 극심한 외화 자금난을 겪었다. 외화대출 금리는 갑자기 5~9%로 급등했고 차주들은 상환 압박을 받았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신한은행이었다. 2009년 9월 영업을 시작한 SBJ은행에서 서울로 엔화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 연 1.5%로 예금을 받아 한국에서 4.5%로 굴렸다. 신한이 엔화를 들여오면서 국내 엔화 사정은 급격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SBJ는 일본에서 성장하고 위기 때 모국에 도움을 줬다.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들에 외화를 나눠줬었는데 신한은 크게 손을 안 벌려도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조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오랜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 “발 하나는 한국에, 발 하나는 일본에 딛고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일본은 일본대로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어 한국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명확히 입증된 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진 회장은 28일 “한국은 지정학 리스크가 있어서 (위기 시) 늘 환율이 움직인다. 외환위기 때도 고생했다”며 “한국은 리스크가 반드시 통화 부분으로 오고, 그게 잘 처리가 되지 않으면 외환위기 때처럼 은행이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계에서도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 진출과 SBJ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일본 내 유일한 한국계 법인을 갖고 있는 은행으로 일본의 경기 둔화와 저금리에도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자리를 잡은 점만큼은 분명히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법인 못세우면 현해탄 빠져야”…오사카~도쿄 3.5만㎞ 오간 진옥동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07.28 17:37:31신한은행의 일본 법인 설립을 위한 ‘극비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08년 봄. 그해 3월 어느 금요일 글로벌사업부로 인사 발령을 받은 6명의 직원은 곧이어 걸려온 전화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 수요일 일본으로 출국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가족 외에는 해외 발령 사실을 절대 말하지 말라” “전자사전을 챙겨오라”는 말뿐이었다. 수화기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을 맡고 있던 진옥동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초기 멤버 6명은 닷새 만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떠났다. 고(故)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과 전필환 신한캐피탈 대표, 박현식 신한은행 자금본부장, 최용제 신한은행 송파지점장, 임진성 신한은행 여신관리부 팀장, 이용경 전 신한은행 부지점장이 그들이었다. 이들의 운명이 바뀐 건 한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실채권(NPL) 매매 사업을 위해 설립된 일본 SH캐피털에 대표로 있던 진 회장은 아침에 집어 든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 금융청이 미국 씨티은행에 첫 은행 인가를 내줬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진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NPL 사업으로 재미를 보게 되면서 현지 일본 은행 인수를 추진해왔는데 계속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서는 금융사 매물이 많아졌고 쓸 만한 물건도 꽤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전날만 해도 지역 은행 인수가 무산돼 관련 작업을 함께하던 옛 리먼브러더스 직원들과 술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진 대표는 그날로 친분이 있던 엔도 도시히데 당시 금융청 심의관을 찾아갔다. “우리에게도 은행 면허를 줄 수 있겠느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실무자와 함께 나온 도시히데 심의관은 “요건이 되면 가능할 것이다. 준비해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외은 지점은 타행 이체나 예금 보호가 어렵지만 당국의 허가를 받아 법인을 세우면 일본 은행과 동일한 지위를 갖고 영업할 수 있다. 일본 금융 당국이 2007년에야 처음으로 씨티에 법인 설립 허가를 내준 이유다. 진 대표는 해당 사실을 본점에 보고했다. 동시에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은행 내부에서도 “일본 금융청이 어떤 곳인데 승인을 내주겠느냐”라거나 “금융청의 반응이 정확한 것이냐” 같은 회의론이 많았다. 진 대표는 6개월에 걸쳐 라 회장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결국 2008년 2월 현지 법인을 추진하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진 대표는 오사카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설립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라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 오사카지점장이었던 진 지점장은 초기 멤버 6명에 보강받은 정보기술(IT) 부문 인력을 도쿄에 두고 매주 오사카와 도쿄를 왕복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사카에 머물고 금요일 오전 일찍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넘어가 법인 설립 업무를 본 뒤 다시 일요일 밤에 오사카로 되돌아오는 강행군이 지속됐다. 편도 570㎞의 거리를 매주 왕복하는 일정이 7개월간 계속됐다. 혼자서만 3만 5000㎞가 넘는 거리를 오간 셈이다. 직원들도 절박했다. 내부에서는 “현지법인을 못 만들면 현해탄에 빠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편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택시 탑승도 하지 않고 지하철과 버스만 이용했다. 가족 없이 홀로 파견돼 2인 1실 생활을 했다. 근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이뤄졌다. 강요한 사람도 없었는데 모두가 일요일 근무를 자처했다. 1분이라도 지각하면 1000엔의 벌금을 걷어 이 돈으로 한 달에 한 번 도쿄 신오쿠보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법인 설립의 부담감을 이겨냈다. 진 회장은 28일 “30대 직원들인데 18평(59.5㎡) 아파트에 몰아 넣고 준비를 했다”며 “실패한 사람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금융 당국은 생각보다 더 깐깐했다. 일본 금융청과의 면담은 철저히 사전 약속제로 운영됐고 한번 만나려면 최소 3~4주 전에 일정을 잡아야 했다. 검증 수준도 매우 높았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금융청 검증의 칼날은 신한은행에서 신한금융지주로,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대됐다. 당시 실무 작업을 했던 한 관계자는 28일 “한국 경제에 대한 검증까지 이어지면서 당분간 설립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현미경 검증에서도 큰 문제가 없자 일본 당국은 2009년 7월 27일, 신한은행 일본 법인 인가 통보를 내줬다. 1982년 재일동포들이 100% 출자해 한국에 설립한 신한은행이 27년 만에 재일동포들의 오랜 숙원이던 일본 현지 은행 설립에 성공한 것이다. 씨티은행에 이어 현지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두 번째 외국계 은행이라는 쾌거였다. 이때부터 실무진은 SBJ의 성공적인 출범에 공을 기울였다. 보수적인 일본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대장성 관료 출신인 미야무라 사토루를 SBJ은행 초대 은행장으로 선임하고 현지 직원을 적극 채용했다. 목표치(700억 엔)의 3배 가까운 예금을 끌어들인 우편예금 ‘대박’을 시작으로 영업망도 확충했다. 외은 지점 시절 때부터 있던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지점을 바탕으로 우에노지점(2009년)과 요코하마지점(2010년), 고베지점(2011년), 나고야지점(2012년), 신주쿠지점(2013년), 도쿄 본점 영업부(2015년) 등 일본 거점 도시를 대상으로 지점을 확충했다. 환전 특화 전략도 전개했다. 도쿄 하네다공항과 후쿠오카공항·하카타항구 등 일본의 주요 관문에 현지 특화 환전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당시 외국계 은행의 공항 환전소 진출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SBJ는 하네다와 후쿠오카공항 내 지점을 확보했다. 이는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본 내 공항에 외국계 은행의 환전소가 들어간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법인 설립 초기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은행이 실재하는지 의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채용 제안을 했던 직원의 가족이 직접 은행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러 사무실을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본 금융 당국 출신의 직원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일본 내 SBJ의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 이후 진 지점장은 SBJ법인장을 맡으며 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SBJ보다 먼저 일본 내 은행 설립 인가를 받은 씨티는 일본의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2015년 리테일 부문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매각한 뒤 철수했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도 SBJ는 영업 기반 유지를 위해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예금 상품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대고객 캠페인으로 기반 고객을 확보해 예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SBJ은행을 있게 한 기초 공사를 진 회장이 한 셈”이라며 “신한은행의 문화와 철학을 이식해 SBJ은행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양국 가교 역할하는 '퓨처스랩'…韓 스타트업 24곳 日 진출 지원[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8 17:37:29SBJ은행은 금융 서비스를 넘어 한일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양국 생태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도 힘을 쏟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SBJ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 퓨처스랩’의 일본판인 퓨처스랩 재팬을 2022년부터 운영, ‘연결과 확장 및 공동 성장’이라는 기조 아래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해오고 있다. 신한 퓨처스랩은 201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시작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초기 스타트업 성장 가속화를 위한 투자 유치 컨설팅과 사업 설계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투자 금액 1023억 원 △협업 비즈니스 311건 △예비 유니콘 26개사 배출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퓨처스랩 재팬은 파트너 기관 협력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일본 진출 지원 업무협정을 통해 2023년 9곳, 2024년 15곳을 선발해 일본 진출을 지원했다. 퓨처스랩이 추천한 한국 스타트업 7곳이 도쿄도의 해외 기업 유치 사업에 선발돼 최대 1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일본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랩 재팬은 한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일본 스타트업 10개사를 선발해 12월 열린 국내 스타트업 행사 출전을 지원하고 사업 협력을 주선했으며 대기업·파트너사와의 교류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2023년에는 신한금융과 일본 벤처캐피털(VC) 기업 글로벌브레인(GB)이 공동 출자한 ‘신한·GB 퓨처플로우 펀드’를 조성, 혁신 기술을 갖춘 양국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투자를 진행 중이다. 총 50억 엔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는 한일 최초로 결성된 스타트업 투자 펀드다. SBJ은행은 일본에 진출해 금융 업무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계 기업을 위한 실무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계좌 개설과 법인카드 발급, 해외 송금, 융자 등의 금융 업무는 물론 회계사나 행정사 연계를 통한 법인 설립 및 행정절차까지 지원하며 현지에서 실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 내 한국계 은행으로서 한일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식 RM영업·DX 통했다…日 저금리에도 연 10%씩 성장[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07.28 17:32:57일본은 금융계가 보수적인 것으로 이름이 높다. 은행 역시 실무자부터 단계를 밟아 꼼꼼하게 따진 뒤 일 처리를 한다. 이런 일본 은행권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SBJ은행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SBJ는 기업금융 담당자(RM·Relationship Manager)를 내세웠다. 각 영업점에 고객 전담 매니저를 배치해 수요에 맞는 해결책을 제공했다. 특히 SBJ는 한국식 속도를 가미했다. 의사 결정 속도가 느린 일본 시장에서 적극적이고 빠른 업무 처리를 해줬다. 그렇게 SBJ는 현지 고객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6주년을 맞는 SBJ는 일본 금융권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현재 일본에는 메가뱅크라고 불리는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미즈호은행 등 도시은행과 지방은행 97개, 신탁은행 13개, 기타은행 17개 등 131개 은행이 금융청으로부터 은행업 면허를 받아 영업하고 있다. SBJ는 한국계 법인 은행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국식 영업 요소를 더해 영업을 확대했다. 거래 고객의 약 90%가 일본 국적 고객으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BJ의 본점이 위치한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바는 일본과 외국계 법인이 들어서 있는 비즈니스 중심지다. 법인 출범 당시 248억 엔(약 2300억 원)이던 SBJ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1조 7000억 엔 수준으로 불어났다. 장기 저금리가 지속하고 있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연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는 드물다. 권순박 SBJ은행 법인장은 28일 “성장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대외적인 평가 지표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장을 거쳐오면서 시장 지위가 크게 높아졌으며 일본 금융 매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BJ는 수익성이 상당히 높다. 설립 이듬해부터 순익을 낸 SBJ는 규모도 지난해 157억 엔까지 커졌다. 올해는 170억 엔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목표다. SBJ의 순익은 웬만한 국내 계열사보다 많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10곳의 손익 가운데 SBJ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신한베트남은행(36%)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SBJ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일본 전체 131개 은행 중 자산 순위가 94위지만 자산수익률(ROA·0.94%)과 자기자본이익률(ROE·12.5%)에서는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SBJ는 일본 내 유일한 한국계 은행 현지법인”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SBJ는 일본 금융청이 2016년 만든 지표인 ‘본업수익’은 최상위권 수준이다. 본업수익이란 대출과 컨설팅, 금융상품 판매 등 수입에서 경비를 차감해 산출하고 유가증권 운용에 따른 수익을 제외함으로써 은행이 금융기관 본연의 활동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금융청은 매년 본업이익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SBJ는 지난해 3월 기준 100개에 달하는 지방은행 중 약 13~14위 수준에 해당하는 본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셈이다. SBJ의 기업대출 비중은 약 58.4%다. 도쿄와 오사카·요코하마 등 현금화가 쉬운 지역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일본 은행들과 함께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프로젝트성 대출을 내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태양광 사업 관련 대출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요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 4월에는 신한은행 및 신한자산운용과 함께 일본 미야기현 와타리 지역에 약 20㎿ 규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개발하는 와타리 BESS 사업에 금융 주선 및 대주단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계 금융기관으로서는 최초다. SBJ는 12억 2500만 엔의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 가계대출은 ‘아베노믹스’ 시절 크게 불어났다. 2012년 말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이 부동산 시장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2013년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했다. 한발 앞선 예측은 법인의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됐다. 신한의 디지털과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고효율 시스템도 SBJ만의 강점이다. ‘신한 SOL’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편의성이 높아 고객들이 영업점을 찾아오지 않고도 편리하게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주력 상품인 ‘애니(ANY) 주택론’의 100% 비대면화에 성공, 일본 업계 최초로 방문 없이 신청에서 실행까지 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 물론 현지 시장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메가뱅크인 도시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인터넷은행의 급성장으로 중소형 외국계 은행에 대한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 메가뱅크를 중심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같은 새로운 실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이용 확산은 개인 송금이나 환전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17년 만의 정책금리 인상과 마이너스금리 해제 등 일본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SBJ도 디지털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 설립한 디지털 자회사 SBJ DNX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SBJ DNX는 신한의 글로벌 뱅킹 시스템 ‘AiTHER’를 기반으로 일본 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 풀뱅킹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도쿄 기라보시금융그룹 산하의 인터넷은행 UI뱅크에 뱅킹 시스템을 제공했다. SBJ DNX는 UI은행 이외에도 SBJ은행과 연계해 SBJ DNX의 사업 라인업 확대를 위한 새로운 사업 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SBJ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전면 비대면(DX)화 프로젝트를 비롯해 법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구축을 통해 향후 일본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사업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권 법인장은 “급변하는 국제 및 일본의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운용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자금 조달 구조 개선 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 기업으로서 일본에 선도적인 금융 IT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계 은행으로서 한일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SBJ가 중간에서 양국 기업들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태원 "소각 의무화 땐 자사주 매입 위축될 것"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41:39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정부와 국회에 재개정이나 대응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한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17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에 대해 “일단 받아들이고 실제로 운용하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고치거나 다른 대응책을 낼 수 있도록 건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상법 추가 개정을 추진 중인데 재계는 반대 입장이다. 최 회장은 또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자사주 프리덤(자유)을 가져가지 말라는 이야기로 이해한다”며 “(기업이) 자사주를 사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앞으로는 (자사주) 매입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반대보다 후속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정적 영향을 막아보겠다며 1대 1로 대응하기보다는 다른 것들을 풀어 재계 전체로 더 나아지는 상황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 성장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면 경영을 제약하는 새 입법을 상쇄할 ‘당근’도 내놓을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는 “정부가 친기업을 계속 강조하는데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업이 원하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한국이 이제부터 성공 방정식으로 성장을 제대로 하려면 민관이 완전히 원팀 형태로 가야 한다”며 “새 정부가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재계도) 서포트(도움)를 드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대한상의 하계포럼’은 예년과 달리 제주가 아닌 경주에서 열렸다. 석 달 뒤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을 사전 점검하고 국민적 관심을 이끌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CEO 서밋 의장으로서 행사 성공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하드웨어(숙소·행사장 등), 물리적인 거는 어떻게든 맞춰낼 거라고 생각한다”며 “잘 치러내려면 조금 더 소프트적인 것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 기업 간 여러 성과물이 APEC 기간에 나타나기를 희망했다. 최 회장은 “관세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며 “먼저 풀리면 더 좋겠지만 APEC도 좋은 타이밍으로 당장의 위협과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조선·철강·자동차 등도 기대할 협력 거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영 승계 준비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은 장남 인근(30) 씨의 컨설팅회사 입사에 대해서는 본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장남의 이직을 권유했는지 묻자 “밖에서는 후계 수업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본인이 원했다. 그래서 ‘그래, 그러면 가라’고 한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그래도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
AI 반도체 상위 5%가 이익 독차지…"민관 원팀으로 표준 선점해야"[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0 18:11:50‘1590억 달러 VS 50억 달러.’ 지난해 상위 5%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중위 90%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시장의 ‘룰세터(규칙 설립자)’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전체 이익을 엔비디아와 TSMC·SK하이닉스(000660)·브로드컴 등 상위 5% 기업(연간 매출 기준으로 산정)이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 기업이 차지한 경제적 이익은 1590억 달러에 달했고 중위 90% 기업의 이익은 50억 달러에 그쳤다. 하위 5% 기업들은 오히려 37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상위 5% 기업이 전체 반도체 시장이 창출한 경제 이익(1470억 달러)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시장 판도가 바뀐 것은 불과 2~3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1년~2022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중위 90% 기업들이 가져간 경제적 이익은 연간 300억 달러를 웃돌았다. 기업당 평균 이익으로 환산하면 1억 30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AI 반도체 붐이 일기 시작한 2023년 이들 기업의 평균 이익은 3800만 달러로 급격히 내렸다. 지난해에는 1700만 달러까지 하락하며 2년 만에 88%가량 이익이 줄었다. 승자독식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신규 반도체 제품의 표준을 선두 업체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의 경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먼저 표준을 만들고 이에 맞춰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지만 전혀 다른 규격의 반도체는 진입 업체가 앞장서 표준을 정립한다.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 ‘룰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진입을 막을 특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2013년 처음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1세대의 경우 개발과 표준 정립이 동시에 진행됐다. 최근 엔비디아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대중화라는 목표를 앞세우고 추진하고 있는 특수 D램 모듈인 소캠(SOCAMM)도 특정 업체가 독자 메모리 표준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고객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칩을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뀐 만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계에서 제2, 제3의 HBM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유일한 옵션으로 취급받지만 경량화와 저전력 구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만큼 반격의 기회는 열려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는 발열은 낮지만 속도는 비교적 빠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저전력압축메모리모듈(LPCAMM) 등의 수요를 눈여겨보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CXL의 경우 HBM과는 반대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신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 새로운 형태의 경쟁 판도가 펼쳐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 산업의 승자독식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대만이 민관 원팀 체제로 40년간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듯 자금·생태계 조성 면에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세액공제 중심에서 보조금이나 지분 투자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금전 지원책이 거론된다. 또한 국산화가 어려운 기술 등에 대해서는 해외 기업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은영 삼일PwC 경영연구원 상무는 “AI 반도체에 활용되는 부품들의 국내 역량이 제한적”이라며 “R&D 투자·기술력·인력·투자유치 부분이 모두 부족해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돈 빨아들이는 제2스마트폰"…부품사들도 휴머노이드 참전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08:16국내 부품 기업들도 앞다퉈 로봇 산업 선진화에 합류하고 있다. 자동차·전자 등 기존 산업에서 쌓아온 센서·제어·고밀도 부품 기술을 로봇 산업으로 확장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용하는 부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4월 기관투자가 설명회에서 휴머노이드 부품 개발 계획을 공개한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이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룹의 로봇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예고한 만큼 속도를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2의 스마트폰’이라고 불릴 만큼 범용성이 큰 것은 물론 시장 가치도 큰 분야”라며 “부품 업계도 시장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마켓리포트에 따르면 로봇 부품 시장은 지난해 124억 달러(약 17조 2670억 원)에서 2033년 238억 달러(약 33조 1415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업계도 로봇 산업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부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정보기술(IT) 중심이던 포트폴리오를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핵심 사업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일정량씩 내보내는 부품으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로봇 산업이 팽창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곤 삼성전기 상무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MLCC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품 업체 간 협력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시각 감지 체계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LG이노텍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장착할 시각 감지 장치를 개발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기존 스마트폰에 묶여 있던 기술력이 로봇 분야로 확대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로봇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의 매출 5조 9805억 원 중 대부분은 12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매출 1억 원 미만 기업이 50% 이상이며 10억 원 미만 기업을 포함하면 80%에 육박한다.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가 고착화해 제조 가치사슬 전반에 관련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지난해지면 경제효과는 한계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중소기업의 경우 활용할 만한 기술을 가진 곳도 많지만 다른 기업과 연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조 기업의 데이터를 제공해주거나 연산, 서버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中, 팹리스만 3000개 넘는데…韓은 실력갖춘 곳 15개뿐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기업 2025.07.20 18:05:47자율주행·로봇·인공지능(AI)의 발달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한국은 메모리 쏠림 현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주류인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한국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PwC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비메모리 점유율은 단 2%에 불과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산한 전체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7%로 미국(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비메모리의 경우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대만보다 점유율이 한참 뒤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막상 글로벌 칩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비메모리 영역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셈이다. 비메모리는 주로 시스템반도체를 일컫는다. 메모리가 정보기술(IT) 기기 안에서 기억과 저장을 맡는 장치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인간의 ‘두뇌’처럼 연산을 하거나 전력을 관리하고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엔비디아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는 퀄컴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회사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필요로 한다. 2022년 말 미국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뒤 AI 반도체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AI용 비메모리 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세계 톱10 안에 드는 한국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딥엑스 등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수주는 없고 기술 경쟁력도 주요 빅테크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붐’이 일어난 중국은 3000개 이상의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활발한 제품 R&D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가 200개 이상 있다고 하지만 최신 산업과 연계해서 유의미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15개 내외”라고 평가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이다. 국내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반도체 R&D 인력은 1만 2000명 안팎인데 라이벌 회사인 미국 퀄컴의 인력은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로 인력이 편중되면서 중견 칩 설계 회사들은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만한 파운드리 공정이 부족한 점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삼성전자·DB하이텍·SK키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회사가 있지만 첨단 공정 중심이라 중소 회사들이 활용할 구형 공정이 없어 물량을 맡기기 어렵다”고 전했다. 많게는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는 최신 AI 기술 반도체 개발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개발비의 20~30%가량을 지원할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해외 설계 전문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품 들고 뛰는 현대차 아틀라스…초격차 첨병된 '피지컬AI'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03:13“우리가 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역량을 키워온 한국의 제조 기업이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제조 기업은 AI 로봇을 개발·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로 이를 가장 풍부하게 보유한 곳이 결국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로봇 및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로봇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자는 주문이 잇달아 나온다. 한국의 풍부한 산업 데이터와 축적된 생산 노하우를 이용해 로봇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다소 뒤처진 생성형 AI와 달리 로봇에 적용되는 AI는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로봇에 탑재되는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알고리즘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로봇 AI가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다. 국내 제조 기업에 근무 중인 숙련자의 위치 데이터와 작업 습관 등을 로봇 AI가 학습하면 성능 개선이 빨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미 투입된 산업용 로봇의 데이터도 많다. 국제로봇연맹이 발간한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직원 1만 명당 로봇 1012대를 도입해 로봇 밀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 싱가포르(770대), 3위 중국(470대), 4위 독일(429대), 5위 일본(419대)과 격차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화된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통신·반도체·센서 등 복합 기술도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AI 로봇이 개발된 이후 투입될 수 있는 제조 현장이 많은 만큼 로봇들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로봇 시장은 지난해 269억 9000만 달러(약 37조 6946억 원)에서 2033년 2352억 8000만 달러(약 328조 5956억 원)로 9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산업이 최근 둔화하는 제조업의 ‘성장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21년부터 3년간 자동차·전기전자·섬유 등에 로봇 716대를 투입한 결과 생산성은 60.4% 향상됐고 불량률은 58.7% 감소했다. 로봇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로봇을 잇달아 확대·적용하는 것도 이 같은 연장선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연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수만 대의 로봇을 수년 내 글로벌 공장에 배치할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휴머노이드에 특화된 국제 표준 제정에 처음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업계도 용접이나 조립 자동화에 로봇을 투입 중이며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냉연 강판 공정에 로봇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한국이 로봇 시장을 선도해나가려면 공급 기업(로봇 개발사)과 수요 기업(제조업체) 간 협력 강화가 필수다. 로봇 개발 기업들과 협업해 필요한 데이터들을 선별 수집하고 공동으로 설계해 관련 업무에 최적화된 로봇을 개발해 ‘초격차’ 경쟁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국내 제조 기업들이 로봇을 바라보는 시점을 대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로봇 부품 산업을 차세대 동력으로 육성하려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약 2000억 원 규모로 로봇 관련 예산을 책정하면서 연구개발(R&D)과 민간 인수합병(M&A) 및 기업투자를 합하면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이 휴머노이드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출범시킨 ‘K휴머노이드 연합’을 통한 투자가 기존에 10배 이상으로 확대돼야 AI 로봇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촉구하고 있다. -
최태원 "제조업, AI혁신 못하면 10년뒤 다 퇴출 당할것" 경고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7:42:57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10년 뒤 대부분의 기업이 퇴출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이달 17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 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석유화학은 중국과 인도·중동의 경쟁 상대도 안 되고 요새 잘나간다는 반도체도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싼 원유가 밀려들며 모든 석유화학 회사가 적자로 내몰릴 수 있고 반도체는 미국의 장비 통제에도 중국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은 탓에 추격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위기가 전략의 부재와 ‘여태까지 잘했으니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에서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성장하는 2000~2010년대 한국 제조업은 중간재 수출로 재미를 봤다. 한국이 호황에 취했을 때 중국은 차근차근 실력을 키웠고 주요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로 돌변했다. 최 회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위기를 일찌감치 내다봤다. 그는 “더 새로운 산업 정책과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여러 번 (정부·국회 등에) 주지시켰지만 불행히도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제조 시설 스케일(규모)은 작아졌고 노화됐다”고 토로했다.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탓에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희망은 AI뿐이지만 이마저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AI 경쟁력의 근간인 데이터도 중국이 훨씬 많다. 최 회장은 “아직 AI가 초기인 만큼 일본과 손잡고 서로 데이터를 교환해 조금이나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장을 통째로 모니터에 옮겨…320㎞ 밖에서도 결함 신속 확인"
산업 기업 2025.07.13 17:46:18이달 11일 경기 평택시의 LG디지털파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전시실. LG전자(066570)는 이곳에 320㎞ 떨어진 경남 창원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통째로 옮겨놓았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컴퓨터 모니터 한 대로 축구장 53개 규모(37만 9000㎡)의 창원 2공장 라인을 구석구석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모니터의 가상현실 공간은 부품이 조립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라인에 결함이 생기거나 부품이 부족하면 곧장 경고 신호가 떠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 공장 곳곳에 달아놓은 센서가 QR코드 등을 인식해 정보를 집계한다”며 “12초에 냉장고 한 대를 제조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스마트팩토리에 구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화를 이끄는 자체 제작 로봇 또한 눈길을 끌었다. 800~1200㎏ 무게의 점보롤을 거뜬하게 싣고 다니는 로봇, 팰릿(pallet) 아래로 쑥 들어가 물건을 운반하는 기기도 있었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로 생산성을 혁신하는 한편 디지털 트윈 같은 소프트웨어와 로봇까지 하나로 묶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은 이 솔루션 매출의 80%가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발생하지만 최근 제약·식품 회사에서도 스마트팩토리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사업 매출이 1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D램 시장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제조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 측은 HBM 수요가 급증하자 기존 후공정 라인을 HBM 맞춤형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 시스템은 병목 발생 공정의 생산성을 31% 개선하고 문제 되는 공정의 수율까지 21% 높여 HBM 판매 확대의 1등 공신이 됐다. SK하이닉스는 또 D램 제조에서 고가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옮기지 않고도 여러 생산라인과 연구 조직, 해외 법인까지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해 장비 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최근 생산라인에 이를 적용하는 데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9.5%로 제조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주요 목표를 두고 있다. 실제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기업은 적용 전보다 매출이 6.4% 올랐고 생산량과 일감이 늘면서 고용 역시 1.5명 증가했다고 중기부는 전했다. 산업재해 또한 4.9% 감소해 일자리 안전 강화에도 기여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75%가 여전히 기초적 수준의 스마트팩토리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여전히 심한 만큼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필요하다”며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고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0년차 베테랑 대신한 용접로봇…선박납기 당겨 수주 확대 견인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기업 2025.07.13 17:28:49이달 3일 찾은 HD현대삼호 전남 영암조선소. 패널 공장에서는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철판을 잇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기와 푸른 불꽃 사이에서 일하는 것은 팔이 달린 용접 로봇이고 담당 직원은 한 발 뒤에서 지켜만 봤다. 선박 건조 시 용접은 배의 품질을 좌우한다. 수천 개의 구조물을 균일하게 연결해야 해 노련한 용접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용접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용접이 울퉁불퉁하게 될 경우 튀어나온 부분을 갈아내는 그라인딩 작업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숙련공이라도 8~10시간의 작업 동안 일관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자칫 집중력을 잃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HD현대삼호는 이 문제를 협동로봇으로 해결했다. 글로벌 협동로봇 1위인 유니버설로봇과 국내 로봇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메카와 협업해 용접 기술에 최적화된 로봇을 개발해 지금까지 80대를 도입했다. HD현대삼호는 실내에서 철판 등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의 자동화율도 70%까지 끌어올렸다. 평면 패널을 용접하는 협동로봇은 하루 16시간씩 일한다. 감독관은 2~6대의 협동로봇을 관리하면서 로봇의 고장 여부만 점검한다. 로봇 투입 이후 품질은 크게 향상됐다. 협동로봇은 정해진 입력값으로 움직이는지 확인만 하면 용접 결과물의 품질 편차는 거의 없다. 16시간씩 작업을 해도 완벽한 수준의 용접을 해내며 선박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작업을 더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다. 무더위나 한파같이 힘든 작업 환경에서도 완벽한 수준의 용접을 해낼 수 있다. 효율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 로봇이 평면 패널 용접처럼 쉬운 반복 작업을 맡고 경험 많은 숙련자는 고난도의 곡면 용접을 맡으면서 HD현대삼호는 선박 인도 시점까지 앞당겼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협동로봇을 감독하던 숙련 용접공이 고난도 작업에만 투입돼 효율을 더 높일 수 있고 외국인이나 여성 등이 대신 감독 업무를 맡아도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용접뿐 아니라 검사·도장 등에도 협동로봇을 투입해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제조업에 로봇을 융합한 HD현대삼호 사례는 첨단 제조업 육성의 새로운 기회를 엿보게 한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한국은 자국 내 대규모 수요를 등에 업은 중국에 선두를 내준 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20년 32.1%에서 지난해 15%까지 떨어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5.1%에서 70%로 급증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줄었지만 로봇에 기반한 스마트 공정을 통한 품질 개선과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는 리더십을 지키고 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 역시 첨단기술력 때문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군함 건조·수리를 비롯한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 중이다. 인력 등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방인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 첨단 제조업이 한미 동맹을 다지는 것은 물론 한국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은 쇠퇴하는 주력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제조 기업이 AI을 도입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4조 4000억 달러(약 6050조 원)에 이르는 생산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도 AI 기술 도입 시 한국 기업의 부가가치는 7.6%, 매출은 4%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전통 제조업의 혁신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혁신 기술을 도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중소형 협력 업체까지 혁신 DNA가 확산하면 산업 생태계는 선순환이 일면서 활력이 커질 수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일본과 달리 국내 로봇 부품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태계 구축이 안 된 상태”라며 “조선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체를 혁신하려면 중소기업까지 혁신에 적극 나설 수 있게 초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EU·日로 퍼져가는 디지털 의료기…"규제 완화해 잠재력 끌어올려야"
산업 바이오 2025.07.13 17:27:36한국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등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면서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K의료기기’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의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각 5472억 원, 3억 3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20년 생산액(1552억 원)과 수출액(1억 2000만 달러) 대비 각각 252%·178% 증가한 수치다. 전체 의료기기 생산액이 같은 기간 12% 성장하고 수출액은 되레 8% 역성장한 것과 비교해 고무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늘면서 다양한 기능의 디지털 의료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의료비 절감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질병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의료의 중심축도 점차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은 5세대(G) 통신 등 고도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디지털 의료기기의 실사용 환경을 구축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동되는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파스타’를 개발해 당뇨 환자의 식단·운동·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의료기관과 공유함으로써 만성질환 관리를 돕고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의 병상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는 병원 내 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심정지·낙상·패혈증 등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의료진에게 알려 병원의 환자 관리 부담을 줄인다. 루닛(328130)은 AI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해 폐암·유방암 등 주요 암을 보다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9월 일본에 파스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며 씨어스테크놀로지도 부정맥 진단 서비스 ‘모비케어'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루닛 또한 1억 건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보유한 미국 기업 볼파라를 인수하고 해외 의료기관 및 공공 부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정부도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월 세계 최초로 시행된 ‘디지털의료 제품법’이 대표적이다. 데이터 학습이 잦은 AI 디지털 의료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법으로 제품 허가를 받을 때 사소한 변경은 보고만 하면 되도록 하는 한편 AI 학습 데이터 정보는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다만 디지털 의료기기가 성장에 날개를 달려면 규제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허가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인, 신의료 기술 평가 등 최대 490일이 소요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최대 140일로 줄이는 ‘시장 즉시 진입 가능 의료 기술 제도’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는 식약처 인허가를 이미 받은 뒤에도 신의료 기술 평가를 다시 받는 ‘이중 규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트윈'으로 바이오 초격차에 날개…일자리 11만개 창출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바이오 2025.07.13 17:26:50“의약품 상차 마쳤습니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11일 오후 2시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제1바이오캠퍼스 2번 게이트 앞에는 8.5톤 윙바디 트럭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었다. 무진동 기능과 항온·항습 장비가 탑재된 화물칸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 의약품이 가득 실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관계자는 “5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납기 일정에 맞춰 하루에도 수차례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10년 사장단 회의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듬해 인천 송도에 첫 번째 공장을 착공하며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의약품 생산 경험이 전무한 삼성의 도전에 우려를 표했지만 201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대규모 수주 계약을 맺고 같은 해 2공장 착공에 돌입하는 등 빠르게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매출 9995억 원, 영업이익 4301억 원(영업이익률 43%)을 기록하며 삼성그룹 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2바이오캠퍼스를 방문해 5공장과 6공장 부지를 직접 점검한 것도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는 데 자신감이 붙은 때문으로 해석됐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케미컬 의약품과 달리 살아 있는 세포와 단백질을 활용해 정밀한 생물 반응 제어와 엄격한 운송 환경 관리가 필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을 시작으로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에 디지털 트윈, 전자 제조 기록 시스템, 자율주행로봇 등 첨단기술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넘어 ‘휴먼 에러’를 최소화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극대화하고 고객사가 실시간으로 생산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 서비스 측면에서도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2005년 셀트리온(068270)(25만 ℓ)을 시작으로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본격 진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78만 4000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032년까지 132만 4000ℓ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2027년 1공장(12만 ℓ) 가동을 목표로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30년까지 36만 ℓ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통해 10만 ℓ 규모의 CDMO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SK그룹은 SK팜테코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를 중심으로 프랑스 이포스케시와 독일 IDT바이오로지카 인수를 통해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간척지였던 송도는 첨단 제조업의 한 축인 바이오를 등에 업고 수출 기지로 부상했다. 셀트리온이 첫 공장 건설을 시작한 2002년 의약품 수출액은 3억 4395만 달러였지만 2022년 104억 8247만 달러로 급격히 불어났다. 2023년(78억 6863만 달러) 주춤했지만 올 상반기 44억 1292만 달러로 다시 100억 달러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사업체 고용 규모는 11만 1306명으로 2017년(8만 724명) 이후 매년 평균 5.5% 성장했다. 송도 비중이 60.9%인데 송도에서는 바이오 산업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고용과 경제 발전에도 혁혁한 기여를 한 셈이다. 인천광역시가 2023년 실질 경제성장률 4.8%로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한 것도 바이오의 힘이 컸다.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PwC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2023년 191억 달러에서 2029년 439억 달러로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종문 PwC컨설팅 전무는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 최고의 인재들이 있고, 수명 연장 같은 영역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면서 “지난해 2조 4000억 달러(3311조 원) 규모의 전 세계 바이오 시장은 2030년 3조 3000억 달러(4552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내 CDMO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CDMO 사업은 임상 1상부터 매출 실현까지 평균 5년 이상이 걸린다”며 “인력 확보와 장기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통합 고용 세액공제 제도의 일몰 기한을 최소 10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료 의약품 수입 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원료 확보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신약 생태계 조성도 CDMO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글로벌 CDMO 매출 1위인 론자는 신규 계약의 90% 이상이 위탁개발(CDO)로 전체 매출의 30%를 CDO에서 창출하고 있다. CDO를 하던 의약품이 상업화되면 자연스럽게 위탁생산(CMO)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매출을 소폭 앞지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역시 매출의 40%가량이 CDO에서 나온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 비중이 아직 10%에 못 미치고 대부분 CMO에 집중돼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은 바이오텍 중심의 신약 개발이 활발해 CDO에 대한 수요도 크다”면서 “국내 CDMO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려면 신약 생태계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HBM 더 얇게 만든다…LG '꿈의 장비' 도전
산업 기업 2025.07.13 15:21:58LG전자(066570)가 ‘꿈의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인공지능(AI) 사업과 관련해 HBM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LG전자의 최근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와도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HBM 제조 장비 시장에 참여 중인 삼성전자(005930)·한화(000880)세미텍·한미반도체(042700)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여 첨단 제조업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이 차세대 HBM 제조에 핵심이 되는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2028년 하이브리드 본더를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는 일부 조직을 두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서면서 이를 확대하고 반도체 패키징 분야 고급 인력들을 새로 영입하는 한편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붙일 때 쓰는 장비인데 기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활용하던 열압착(TC) 본더와는 기술적 차원이 다른 꿈의 장비로 불린다. 현재까지는 칩과 칩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인 ‘범프’를 놓고 수직 결합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 없이 칩을 포개어 붙일 수 있다. 결합된 칩의 두께가 한층 얇아지고 발열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여러 층으로 D램을 쌓는 HBM에서는 꼭 도입해야 할 혁신 기술로 꼽힌다. 낸드플래시·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HBM에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개발에 성공할 경우 빠른 매출 확대는 물론 반도체 장비 시장의 강자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이 LG전자의 사업 참여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최근 B2B 사업 강화로 체질 개선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성공하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의 대표적 B2B 사업인 전장·냉난방공조(HVAC) 매출은 올해 20조 원을 넘어 주력인 생활가전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회사는 네덜란드 베시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정도다. 하지만 HBM 생산을 SK와 삼성이 주도하고 있고 양 사는 장비 현지화에 관심이 높은 만큼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LG전자에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활용해 6세대 HBM(HBM4) 제조를 연내 시도할 예정이고 SK하이닉스는 7세대 제품(HBM4E)에 이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세메스를 통해 자사 HBM 생산 라인에 들어갈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올해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공급하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를 이른 시일 내 상용화해야 고도 성장에 날개를 달 수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그간 가장 많은 TC 본더를 공급해온 한미반도체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달 285억 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서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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