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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팹리스만 3000개 넘는데…韓은 실력갖춘 곳 15개뿐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기업 2025.07.20 18:05:47자율주행·로봇·인공지능(AI)의 발달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한국은 메모리 쏠림 현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주류인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한국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PwC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비메모리 점유율은 단 2%에 불과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산한 전체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7%로 미국(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비메모리의 경우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대만보다 점유율이 한참 뒤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막상 글로벌 칩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비메모리 영역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셈이다. 비메모리는 주로 시스템반도체를 일컫는다. 메모리가 정보기술(IT) 기기 안에서 기억과 저장을 맡는 장치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인간의 ‘두뇌’처럼 연산을 하거나 전력을 관리하고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엔비디아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는 퀄컴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회사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류가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필요로 한다. 2022년 말 미국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뒤 AI 반도체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며 비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AI용 비메모리 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세계 톱10 안에 드는 한국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딥엑스 등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수주는 없고 기술 경쟁력도 주요 빅테크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붐’이 일어난 중국은 3000개 이상의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활발한 제품 R&D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가 200개 이상 있다고 하지만 최신 산업과 연계해서 유의미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15개 내외”라고 평가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이다. 국내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반도체 R&D 인력은 1만 2000명 안팎인데 라이벌 회사인 미국 퀄컴의 인력은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로 인력이 편중되면서 중견 칩 설계 회사들은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만한 파운드리 공정이 부족한 점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삼성전자·DB하이텍·SK키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회사가 있지만 첨단 공정 중심이라 중소 회사들이 활용할 구형 공정이 없어 물량을 맡기기 어렵다”고 전했다. 많게는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는 최신 AI 기술 반도체 개발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개발비의 20~30%가량을 지원할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해외 설계 전문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품 들고 뛰는 현대차 아틀라스…초격차 첨병된 '피지컬AI'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0 18:03:13“우리가 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역량을 키워온 한국의 제조 기업이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제조 기업은 AI 로봇을 개발·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로 이를 가장 풍부하게 보유한 곳이 결국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로봇 및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로봇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자는 주문이 잇달아 나온다. 한국의 풍부한 산업 데이터와 축적된 생산 노하우를 이용해 로봇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다소 뒤처진 생성형 AI와 달리 로봇에 적용되는 AI는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로봇에 탑재되는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알고리즘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로봇 AI가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다. 국내 제조 기업에 근무 중인 숙련자의 위치 데이터와 작업 습관 등을 로봇 AI가 학습하면 성능 개선이 빨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미 투입된 산업용 로봇의 데이터도 많다. 국제로봇연맹이 발간한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직원 1만 명당 로봇 1012대를 도입해 로봇 밀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 싱가포르(770대), 3위 중국(470대), 4위 독일(429대), 5위 일본(419대)과 격차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화된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통신·반도체·센서 등 복합 기술도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AI 로봇이 개발된 이후 투입될 수 있는 제조 현장이 많은 만큼 로봇들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로봇 시장은 지난해 269억 9000만 달러(약 37조 6946억 원)에서 2033년 2352억 8000만 달러(약 328조 5956억 원)로 9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산업이 최근 둔화하는 제조업의 ‘성장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21년부터 3년간 자동차·전기전자·섬유 등에 로봇 716대를 투입한 결과 생산성은 60.4% 향상됐고 불량률은 58.7% 감소했다. 로봇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로봇을 잇달아 확대·적용하는 것도 이 같은 연장선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연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수만 대의 로봇을 수년 내 글로벌 공장에 배치할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휴머노이드에 특화된 국제 표준 제정에 처음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업계도 용접이나 조립 자동화에 로봇을 투입 중이며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냉연 강판 공정에 로봇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한국이 로봇 시장을 선도해나가려면 공급 기업(로봇 개발사)과 수요 기업(제조업체) 간 협력 강화가 필수다. 로봇 개발 기업들과 협업해 필요한 데이터들을 선별 수집하고 공동으로 설계해 관련 업무에 최적화된 로봇을 개발해 ‘초격차’ 경쟁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국내 제조 기업들이 로봇을 바라보는 시점을 대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로봇 부품 산업을 차세대 동력으로 육성하려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약 2000억 원 규모로 로봇 관련 예산을 책정하면서 연구개발(R&D)과 민간 인수합병(M&A) 및 기업투자를 합하면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이 휴머노이드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출범시킨 ‘K휴머노이드 연합’을 통한 투자가 기존에 10배 이상으로 확대돼야 AI 로봇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촉구하고 있다. -
10년차 베테랑 대신한 용접로봇…선박납기 당겨 수주 확대 견인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기업 2025.07.13 17:28:49이달 3일 찾은 HD현대삼호 전남 영암조선소. 패널 공장에서는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철판을 잇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기와 푸른 불꽃 사이에서 일하는 것은 팔이 달린 용접 로봇이고 담당 직원은 한 발 뒤에서 지켜만 봤다. 선박 건조 시 용접은 배의 품질을 좌우한다. 수천 개의 구조물을 균일하게 연결해야 해 노련한 용접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용접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용접이 울퉁불퉁하게 될 경우 튀어나온 부분을 갈아내는 그라인딩 작업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숙련공이라도 8~10시간의 작업 동안 일관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자칫 집중력을 잃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HD현대삼호는 이 문제를 협동로봇으로 해결했다. 글로벌 협동로봇 1위인 유니버설로봇과 국내 로봇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메카와 협업해 용접 기술에 최적화된 로봇을 개발해 지금까지 80대를 도입했다. HD현대삼호는 실내에서 철판 등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의 자동화율도 70%까지 끌어올렸다. 평면 패널을 용접하는 협동로봇은 하루 16시간씩 일한다. 감독관은 2~6대의 협동로봇을 관리하면서 로봇의 고장 여부만 점검한다. 로봇 투입 이후 품질은 크게 향상됐다. 협동로봇은 정해진 입력값으로 움직이는지 확인만 하면 용접 결과물의 품질 편차는 거의 없다. 16시간씩 작업을 해도 완벽한 수준의 용접을 해내며 선박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작업을 더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다. 무더위나 한파같이 힘든 작업 환경에서도 완벽한 수준의 용접을 해낼 수 있다. 효율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 로봇이 평면 패널 용접처럼 쉬운 반복 작업을 맡고 경험 많은 숙련자는 고난도의 곡면 용접을 맡으면서 HD현대삼호는 선박 인도 시점까지 앞당겼다.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협동로봇을 감독하던 숙련 용접공이 고난도 작업에만 투입돼 효율을 더 높일 수 있고 외국인이나 여성 등이 대신 감독 업무를 맡아도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용접뿐 아니라 검사·도장 등에도 협동로봇을 투입해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제조업에 로봇을 융합한 HD현대삼호 사례는 첨단 제조업 육성의 새로운 기회를 엿보게 한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한국은 자국 내 대규모 수요를 등에 업은 중국에 선두를 내준 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20년 32.1%에서 지난해 15%까지 떨어진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5.1%에서 70%로 급증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줄었지만 로봇에 기반한 스마트 공정을 통한 품질 개선과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는 리더십을 지키고 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 역시 첨단기술력 때문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군함 건조·수리를 비롯한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 중이다. 인력 등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방인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 첨단 제조업이 한미 동맹을 다지는 것은 물론 한국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은 쇠퇴하는 주력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제조 기업이 AI을 도입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4조 4000억 달러(약 6050조 원)에 이르는 생산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도 AI 기술 도입 시 한국 기업의 부가가치는 7.6%, 매출은 4%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전통 제조업의 혁신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혁신 기술을 도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중소형 협력 업체까지 혁신 DNA가 확산하면 산업 생태계는 선순환이 일면서 활력이 커질 수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일본과 달리 국내 로봇 부품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태계 구축이 안 된 상태”라며 “조선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체를 혁신하려면 중소기업까지 혁신에 적극 나설 수 있게 초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EU·日로 퍼져가는 디지털 의료기…"규제 완화해 잠재력 끌어올려야"
산업 바이오 2025.07.13 17:27:36한국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등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면서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K의료기기’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의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각 5472억 원, 3억 3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20년 생산액(1552억 원)과 수출액(1억 2000만 달러) 대비 각각 252%·178% 증가한 수치다. 전체 의료기기 생산액이 같은 기간 12% 성장하고 수출액은 되레 8% 역성장한 것과 비교해 고무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늘면서 다양한 기능의 디지털 의료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의료비 절감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질병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의료의 중심축도 점차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은 5세대(G) 통신 등 고도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디지털 의료기기의 실사용 환경을 구축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동되는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파스타’를 개발해 당뇨 환자의 식단·운동·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의료기관과 공유함으로써 만성질환 관리를 돕고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의 병상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는 병원 내 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심정지·낙상·패혈증 등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의료진에게 알려 병원의 환자 관리 부담을 줄인다. 루닛(328130)은 AI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해 폐암·유방암 등 주요 암을 보다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9월 일본에 파스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며 씨어스테크놀로지도 부정맥 진단 서비스 ‘모비케어'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루닛 또한 1억 건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보유한 미국 기업 볼파라를 인수하고 해외 의료기관 및 공공 부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정부도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월 세계 최초로 시행된 ‘디지털의료 제품법’이 대표적이다. 데이터 학습이 잦은 AI 디지털 의료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법으로 제품 허가를 받을 때 사소한 변경은 보고만 하면 되도록 하는 한편 AI 학습 데이터 정보는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다만 디지털 의료기기가 성장에 날개를 달려면 규제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허가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인, 신의료 기술 평가 등 최대 490일이 소요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최대 140일로 줄이는 ‘시장 즉시 진입 가능 의료 기술 제도’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는 식약처 인허가를 이미 받은 뒤에도 신의료 기술 평가를 다시 받는 ‘이중 규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트윈'으로 바이오 초격차에 날개…일자리 11만개 창출 [다시, KOREA 미러클]
산업 바이오 2025.07.13 17:26:50“의약품 상차 마쳤습니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11일 오후 2시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제1바이오캠퍼스 2번 게이트 앞에는 8.5톤 윙바디 트럭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었다. 무진동 기능과 항온·항습 장비가 탑재된 화물칸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 의약품이 가득 실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관계자는 “5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납기 일정에 맞춰 하루에도 수차례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10년 사장단 회의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듬해 인천 송도에 첫 번째 공장을 착공하며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의약품 생산 경험이 전무한 삼성의 도전에 우려를 표했지만 201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대규모 수주 계약을 맺고 같은 해 2공장 착공에 돌입하는 등 빠르게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매출 9995억 원, 영업이익 4301억 원(영업이익률 43%)을 기록하며 삼성그룹 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2바이오캠퍼스를 방문해 5공장과 6공장 부지를 직접 점검한 것도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는 데 자신감이 붙은 때문으로 해석됐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케미컬 의약품과 달리 살아 있는 세포와 단백질을 활용해 정밀한 생물 반응 제어와 엄격한 운송 환경 관리가 필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을 시작으로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에 디지털 트윈, 전자 제조 기록 시스템, 자율주행로봇 등 첨단기술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넘어 ‘휴먼 에러’를 최소화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극대화하고 고객사가 실시간으로 생산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 서비스 측면에서도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2005년 셀트리온(068270)(25만 ℓ)을 시작으로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본격 진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78만 4000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032년까지 132만 4000ℓ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2027년 1공장(12만 ℓ) 가동을 목표로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30년까지 36만 ℓ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통해 10만 ℓ 규모의 CDMO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SK그룹은 SK팜테코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를 중심으로 프랑스 이포스케시와 독일 IDT바이오로지카 인수를 통해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간척지였던 송도는 첨단 제조업의 한 축인 바이오를 등에 업고 수출 기지로 부상했다. 셀트리온이 첫 공장 건설을 시작한 2002년 의약품 수출액은 3억 4395만 달러였지만 2022년 104억 8247만 달러로 급격히 불어났다. 2023년(78억 6863만 달러) 주춤했지만 올 상반기 44억 1292만 달러로 다시 100억 달러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사업체 고용 규모는 11만 1306명으로 2017년(8만 724명) 이후 매년 평균 5.5% 성장했다. 송도 비중이 60.9%인데 송도에서는 바이오 산업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고용과 경제 발전에도 혁혁한 기여를 한 셈이다. 인천광역시가 2023년 실질 경제성장률 4.8%로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한 것도 바이오의 힘이 컸다.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PwC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2023년 191억 달러에서 2029년 439억 달러로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종문 PwC컨설팅 전무는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 최고의 인재들이 있고, 수명 연장 같은 영역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면서 “지난해 2조 4000억 달러(3311조 원) 규모의 전 세계 바이오 시장은 2030년 3조 3000억 달러(4552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내 CDMO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CDMO 사업은 임상 1상부터 매출 실현까지 평균 5년 이상이 걸린다”며 “인력 확보와 장기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통합 고용 세액공제 제도의 일몰 기한을 최소 10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료 의약품 수입 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원료 확보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신약 생태계 조성도 CDMO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글로벌 CDMO 매출 1위인 론자는 신규 계약의 90% 이상이 위탁개발(CDO)로 전체 매출의 30%를 CDO에서 창출하고 있다. CDO를 하던 의약품이 상업화되면 자연스럽게 위탁생산(CMO)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매출을 소폭 앞지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역시 매출의 40%가량이 CDO에서 나온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 비중이 아직 10%에 못 미치고 대부분 CMO에 집중돼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은 바이오텍 중심의 신약 개발이 활발해 CDO에 대한 수요도 크다”면서 “국내 CDMO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려면 신약 생태계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HBM 더 얇게 만든다…LG '꿈의 장비' 도전
산업 기업 2025.07.13 15:21:58LG전자(066570)가 ‘꿈의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인공지능(AI) 사업과 관련해 HBM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LG전자의 최근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와도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HBM 제조 장비 시장에 참여 중인 삼성전자(005930)·한화(000880)세미텍·한미반도체(042700)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여 첨단 제조업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이 차세대 HBM 제조에 핵심이 되는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2028년 하이브리드 본더를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는 일부 조직을 두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서면서 이를 확대하고 반도체 패키징 분야 고급 인력들을 새로 영입하는 한편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붙일 때 쓰는 장비인데 기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활용하던 열압착(TC) 본더와는 기술적 차원이 다른 꿈의 장비로 불린다. 현재까지는 칩과 칩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인 ‘범프’를 놓고 수직 결합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 없이 칩을 포개어 붙일 수 있다. 결합된 칩의 두께가 한층 얇아지고 발열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여러 층으로 D램을 쌓는 HBM에서는 꼭 도입해야 할 혁신 기술로 꼽힌다. 낸드플래시·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HBM에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개발에 성공할 경우 빠른 매출 확대는 물론 반도체 장비 시장의 강자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이 LG전자의 사업 참여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최근 B2B 사업 강화로 체질 개선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성공하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의 대표적 B2B 사업인 전장·냉난방공조(HVAC) 매출은 올해 20조 원을 넘어 주력인 생활가전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회사는 네덜란드 베시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정도다. 하지만 HBM 생산을 SK와 삼성이 주도하고 있고 양 사는 장비 현지화에 관심이 높은 만큼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LG전자에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활용해 6세대 HBM(HBM4) 제조를 연내 시도할 예정이고 SK하이닉스는 7세대 제품(HBM4E)에 이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세메스를 통해 자사 HBM 생산 라인에 들어갈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올해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공급하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를 이른 시일 내 상용화해야 고도 성장에 날개를 달 수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그간 가장 많은 TC 본더를 공급해온 한미반도체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달 285억 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서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
양자 전문역량 '세계 꼴찌'…민간 우주산업은 美 10점 vs 韓 0.1점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07 17:59:25미래를 이끌어갈 첨단기술인 우주와 양자 분야에서도 한국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캐나다·인도에 비해서도 기술 역량이나 인재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 입수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싱크탱크인 벨퍼센터가 발간한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6개국 중 양자와 우주 분야에서 각각 12위(23.1점)와 13위(16.8점)에 그쳤다. 인공지능(AI·9위)과 바이오(10위) 산업에서는 10위권에 들었지만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캐나다 등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5위(26.9점)를 차지했지만 일본(30.1점)과 대만(28.8점)을 앞서지는 못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양자 분야에선 인력에서 한국은 0.2점으로 26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15점), 러시아(10.2점), 중국(7.5점) 등 주요국과 격차가 특히 컸고 캐나다(3.5점)와 일본(2.3점)에 비해서도 뒤졌다. 벨퍼센터는 “2023년 기준 한국의 양자 전문인력은 499명에 불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중심의 클러스터 확대와 글로벌 인재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자 정밀 센싱 기술평가 점수에서는 2.4점으로 20위에 머물렀다. 1위인 미국(11.8점)의 5분의 1 수준이고 일본(5.9점)과 영국(5.7점)에 비해서도 절반에 못 미쳤다. 논문 발표 실적 면에선 2.5점(20위)을 기록하며 미국(10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우주산업에서는 기술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민간 우주산업 기반 항목에서 한국은 0.1점으로 21위에 머물렀다. 미국이 10점으로 1위, 중국(3.5점)과 러시아(2.8점)가 뒤를 이었다. 우주보안 분야에서도 0.2점으로 조사 대상 26개국 중 23위에 그쳤다. 러시아(10.8점)와 미국(10점), 중국(9.2점)이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2.5점)과 프랑스(2.3점), 인도(1.7점)에도 크게 밀렸다. 벨퍼센터는 한국의 우주산업에 대해 정부 주도 성격이 강한 것을 과제로 지적하면서 상업용 우주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창업 지원과 투자 유치 및 기술이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우주산업 관련 예산은 10억 달러로 점유율이 0.8%에 불과했다. 미국(797억 달러·59%)과 중국(199억 달러·13.8%)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일본(68억 달러·5%)과 인도(19억 달러·1.4%)와도 적잖은 격차를 보였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완전자율주행과 드론·우주 등 첨단 전략산업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도 개발·생산 역량이 떨어진다”면서 “중국은 뒤처진 제조업에서 ‘물량’ 동원이라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극복이 어렵다. 산업 기반이 아직은 갖춰져 있는 만큼 혁신 시장을 키울 수 있게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로봇기술 美·中에 3년 뒤져…핵심부품 '관절·심장'은 日에 의존 [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07 17:58:182000년대 초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개화할 즈음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을 달렸다. 200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마루’와 ‘아라’를 공개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휴보’를 개발했다. 휴보는 2015년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경진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은 고급형에서는 미국에, 보급형에서는 중국에 각각 뒤처져 있다. 7일 업계와 과학계에 따르면 첨단 제조업의 상징이 된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서 한국은 뒤로 계속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자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액추에이터(구동장치)와 외형, 인공지능(AI) 기반 작업 능력 등 분야별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 고급형에서는 미국의 기술력이 100일 때 한국은 85~90, 보급형에서는 중국이 100일 때 한국은 90~95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아직은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연구개발(R&D) 노력과 투자에 따라 2~3년 내 다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제조용 로봇산업 경쟁력 종합 진단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용 로봇산업 종합 경쟁력 점수는 75.9점으로 일본(98.5점)과 독일(95.4점)에 비해 현저히 낮다. 중국(74점)보다는 소폭 앞섰지만 조달과 수요 면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점수가 높았다.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로봇 역시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출원된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특허 건수는 중국이 5688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미국(1483건)과 일본(1195건) 모두 1000건을 넘겼지만 한국은 368건에 그쳤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로봇 구동의 세 가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감속기의 경우 중국 로봇산업에서 자체 조달 비율이 7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중국의 대표적 로봇 업체인 유비테크는 로봇이나 정밀기계에 사용되는 모터 제어장치인 서보 드라이버의 국산화율을 40%에서 9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로봇 구동부 부품의 국산화율은 20%대, 모터와 감속기는 30%대 중반 수준에 그친다. 특히 고정밀 감속기와 서보 모터의 경우 일본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부품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변동 시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로봇산업에서 주요 3대 부품인 감속기와 서보 모터, 서보 컨트롤러의 원가 비중은 70%에 달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로봇산업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제조와 부품, 소프트웨어(SW) 밸류체인 내재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서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양산 체제에 돌입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주요 경쟁국과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로봇산업을 위해 1370억 달러(약 188조 원) 규모의 국가 주도형 벤처캐피털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출범한 ‘K휴머노이드연합’의 지원금은 1조 원 수준이다. 민간투자도 마찬가지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전체 로봇 업체(4521개) 중 외부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1.7%(42개)에 불과했고 이들 중 절반(49.4%)은 투자받은 금액이 10억 원 미만이었다. 올해 미국 피규어AI와 앱트로닉·스킬드AI·어질리티로보틱스 등의 주요 로봇 업체들이 5000억~7000억 원 수준의 자금 조달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첨단 제조업의 핵심 축인 AI 분야에도 한국은 생태계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픈AI·구글·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와 AI 모델 선두 주자가 활약하고 있고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갖췄다. 중국마저 딥시크를 비롯한 AI 모델과 CXMT·SMIC 등의 반도체 업체까지 가세해 미국에 맞서고 있지만 한국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하면 AI 산업 내 주도권이 미미한 수준이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각국의 AI 민간 부문 투자 규모 조사에서 한국의 투자액은 13억 3000만 달러로 미국(1099억 8000만 달러), 중국(92억 9000만 달러)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국내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15%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도 10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기술 육성과 R&D 투자 지원을 통해 첨단 제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
美 안보도 산업정책 동원…EU는 1조유로 '그린딜'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07 17:40:40미국은 우방국에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올리라고 압박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내세운 조치지만 미국 방산 기업에 새 시장이 열리고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일제히 첨단 제조업 육성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안보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관세 압박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대폭 끌어올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은 공동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할 만큼 관세 압박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미국은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산업 정책을 펼쳤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역시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입법화했고 바이오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선정하는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지원했다. EU는 2030년까지 1조 유로를 투자하는 ‘그린딜’을 추진하는 한편 AI와 데이터·양자컴퓨팅 등 디지털 중심 산업 강화를 위한 신산업 전략을 2020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독일은 ‘산업전략 2030’을 통해 기계와 화학·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군을 선정했다. 일본은 2022년 신산업 정책과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내놓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유치했다. 또 2023년 제정한 GX추진법을 통해 탈탄소 투자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제조 2025’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며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은 제조 2025의 뒤를 이을 신(新)버전의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도체 등 첨단기술 육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은 “중국의 부상과 첨단 과학기술의 중요성, 복잡해진 공급망으로 경제 안보가 점차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도 대대적인 신산업 정책을 가동해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자율주행과 결합땐 퀀텀점프…모든 사업모델 혁신 필요"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07 17:39:30“자동차 산업은 모빌리티 서비스와 결합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반도체 산업은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 같은 새로운 수요처와 함께 발전을 모색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BMR·Business Model Reinvention)이 필요합니다.” 7일 서울경제와 ‘넥스트 레벨, 결국 첨단제조업’ 공동 기획에 참여한 백종문 PWC컨설팅 파트너(전무)가 “글로벌 무역전쟁과 저성장 같은 다양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서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PWC컨설팅에 따르면 한국의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70%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지속 가능성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평균인 4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백 전무는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과 유럽·중동 지정학적 갈등 같은 대외 불확실성에 저출생 고령화 같은 사회 문제까지 한국 기업이 유독 경영 환경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전무는 사업 모델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혁신과 첨단화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전통 제조업의 가치사슬은 디지털 혁신으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독일의 데이터 공유 플랫폼 ‘카테나-X’는 모든 주체가 네트워크로 결합해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애플은 자사 생태계에 다양한 파트너를 포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 방식의 지능화·자율화도 필수 과제다. 백 전무는 “고령화로 제조 기술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노동 중심 해결책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자동화에서 지능화와 자율화로 진화하면서 인력을 양성하고 재배치함으로써 제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중국 제조 2025, 유럽연합(EU) 그린딜처럼 각국이 제조업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듯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백 전무는 “첨단 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AI·디지털 접목 등 BMR을 통해 ‘K-제조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전세계 로봇특허의 고작 5%…첨단제조업 '변방' 된 韓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07 17:39:16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로봇 시장에서 중국이 최근 20년간 전 세계에 출원된 특허의 78%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패권 다툼이 치열하지만 한국의 민간투자는 전 세계 11위로 미국의 4분의 1, 중국의 3분의 1에 그쳤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의 길을 가려면 첨단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모두가 외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더 이상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고 민관이 똘똘 뭉쳐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7일 미국 씨티그룹이 발간한 휴머노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별 로봇 특허에서 중국 비중은 78%로 압도적 1위였다. 일본이 7%로 뒤를 이었고 한국은 5%에 불과했다. 씨티그룹은 “중국이 로봇 산업에서 특허 수량과 품질 모두 경쟁국들을 선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로봇 부품의 국산화율이 44%로 절반에 못 미치고 구동부나 모터·감속기 등 핵심 부품은 20~30%로 분석했다. 한국 로봇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어두운 셈이다. AI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개발이 절실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AI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뿐 더 큰 부가가치는 미국 엔비디아(설계)와 대만 TSMC(최종 생산)가 챙기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은 중국의 추격에 몸살을 앓고, 신산업마저 뒤처지고 있는 모습은 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한국 경제에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AI와 로봇·바이오·양자 등 첨단 제조업의 거대한 흐름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향후 대응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백종문 PWC컨설팅 파트너는 “미국과 중국·유럽 모두 경쟁적으로 첨단 제조업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주력 산업은 AI와 디지털을 접목해 첨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대 제조강국" 외쳤지만…새 먹거리 안보이고 대만에도 쫓겨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07 17:38:14‘인공지능(AI) 국가전략 수립, 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 육성.’ 2019년 6월 정부는 ‘세계 4대 제조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발표했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기존의 양적·추격형 전략의 한계를 극복해 혁신 선도형 제조 강국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위기감만 더 높아졌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더 이상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고 파괴력을 가진 절대 우위의 첨단 제조업을 육성해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7일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제조업 경쟁력지수(CIP)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은 전년 대비 0.02 하락한 0.30으로 독일(0.38)과 중국(0.36), 아일랜드(0.35)에 이은 4위다. 5위 대만(0.29)과의 격차는 더 좁혀졌다. 국가 간 비교 통계여서 시차가 있지만 그간 중국의 제조 2025 성과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고속 성장을 감안할 때 최근 지수는 중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대만에 4위 자리를 내줬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으로만 위기를 말해온 한국은 제대로 된 교육·노동 개혁이나 규제 혁신을 이루지 못했고 그렇다고 AI와 로봇·시스템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서 제대로 된 결실도 없었다. 그 결과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주력 산업은 시장을 중국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데 계단식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5% 안팎이었는데 2016~2020년에는 2% 중반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대 1% 초중반, 2040년대 후반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피크코리아’에서 탈출할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제조업 육성을 꼽는다. 제조업은 우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올 3월 근로자 1인 평균 임금은 414만 원이지만 제조업은 468만 원으로 13.1% 더 높다.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서비스업 역시 탄탄한 제조업이 뒷받침될 때 발전할 수 있다. 전통적 제조 강국인 독일이 2010년대 실업난 등 경제위기를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제조업 업그레이드로 극복한 것이 대표 사례다. 특히 내수 시장이 작고 지정학적 불안에 항상 노출된 한국에서 제조업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은 2020년 기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의 두 배에 달하고 수출 대부분을 제조업이 맡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에서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데 제조업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다. 문제는 그간 한국의 성장을 이끌던 제조업 발전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전자·반도체 등을 발전시켜왔지만 이제는 정부 지원과 거대 시장을 무기 삼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이미 중국이 세계 시장을 빠르게 접수 중이고 범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화학은 구조조정 없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 내준 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마저 위협받고 있다. 조선업은 중국에 패권을 넘길 위기였지만 미중 갈등에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시간을 벌었을 뿐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전반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렇다고 AI와 바이오·로봇·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우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향후 패권을 움켜쥘 AI만 보더라도 올해 예산은 한국이 1조 8000억 원 수준인 데 반해 중국은 39조 원, 미국은 29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AI 민간 투자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이 88.8, 한국은 27.7에 불과하다. 다행히 미래를 주도할 첨단 제조업은 아직 출발선에 있다. 대한상의는 AI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경우 2024~2040년 평균 잠재성장률이 AI 미도입 시 잠재성장률(1.15%)보다 0.66%포인트 높은 1.81%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첨단 제조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다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서울대 특임교수)은 “부가가치가 높고 중국보다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며 “소재와 부품·장비까지 생태계 전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과 이후 구매 보장 등 촘촘한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英, 첫 성장구역 지정…"AI 도입효과 865조원"[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5.06 17:34:58구조적 저성장 기조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한 돌파구를 찾는 곳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약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AI에 집중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올 초 50개 항목으로 구성된 AI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 슈퍼컴퓨터를 새롭게 구축하고 공공 컴퓨팅에 구축에 들어가는 자원(AIRR)을 2030년까지 20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공공의 연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교육, 도로 유지 보수 등의 공공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 10년 동안 최대 4700억 파운드(약 865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영국 정부의 구상이다. 여기에 ‘AI 성장 구역’을 지정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전력망을 깔아주는 한편 민간투자를 집중 유치하기로 했다. 영국의 1호 AI 성장 구역은 옥스포드시 남쪽의 컬럼이라는 작은 마을로 결정됐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국가 AI 시장이 2035년 1조 달러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공공 부문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세금·복지·비자·여권 등 정부의 허가 처리 과정에 AI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현재 영국의 정부디지털서비스(GDS)는 연금 규제 기관과 협력해 미래의 연금 제도 동향을 예측하는 데 AI 알고리즘을 활용 중이다. 영국의 국세청(HMRC)도 AI를 활용해 민원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각종 행정처리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AI를 정부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규제 개선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과학혁신기술부는 2023년 ‘인공지능 규제 백서’를 발간했다. 이는 2022년 제안된 ‘인공지능 규제 프레임워크’에 담긴 규제 이행 원칙과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백서에는 AI 샌드박스와 테스트 베드가 필요하다는 지침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단일 분야에 속하는 상품·서비스에 다수의 규제 기관 승인이 필요한 경우를 중심으로 샌드박스를 우선 추진하고 추후 ‘복수 분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I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에 다수의 규제 기관이나 규제 지침이 관련된 경우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규제를 풀고 사후 조정하는 방침으로 혁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국 정부는 기술 규제가 아닌 AI 오남용 규제, 획일적 규제가 아닌 구체적 상황에 따른 유연한 규제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AI 기술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향후 마련될 시행령에 따라 규제의 범위와 요건 등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AI는 인프라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국가 수준에서 콘텐츠를 만들 필요는 없어도 AI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 스타트업 1호 구매자는 日정부…반도체도 '무제한' 자금 지원[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5.06 17:33:35지난달 말 찾아간 도쿄대 이학부 3호관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대학 캠퍼스 건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건물 3층에는 도쿄대와 소프크뱅크가 2019년 공동으로 설립한 ‘비욘드 인공지능(AI)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전환(DX)에서 뒤졌던 일본의 AI 전환(AX)을 꿈꾸는 괴물 두뇌들이 이곳에서 양성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만난 AI 스타트업 파인디의 야마다 유이치로 대표는 “소프트뱅크 같은 대기업과 일본 정부가 함께 일본의 AI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은 최근 글로벌 AI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후에 있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규제 완화 덕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한 사카나AI다. 이 기업은 구글의 일본연구소에서 일하던 외국인 두 명이 창업했지만 일본의 소버린(국가 주권) AI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초기 구축에 수백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만으로 AI 킬러 기업을 키워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1호 구매자(buyer)’로 나서야 선순환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AI 전담 부처인 디지털청이 재원을 투입해 기업들에 일감을 공급하고 여기서 나오는 자금으로 기업들이 생존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구조가 이미 조성돼 있다. 과거 김대중(DJ) 정부 시절 우리나라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육성했던 전략을 일본이 그대로 카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AI 활용 채용 관리 시스템 스타트업 헤르프(HERP)의 쇼다 이치로 대표는 “디지털청이 우리 프로그램을 먼저 구입해 사용하면서 다른 부처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부처와의 협업은 사업을 키워나가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카나AI 역시 초창기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AI 정부 전환에 있어 아직 속도가 더딘 편이다. 디지털청과 같은 통합적 주무 부처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정부가 민간 AI 기술을 실질적으로 도입해 사용한 사례도 극히 드물다. 국내의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는 말로만 AI 육성을 말할 뿐이고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다”면서 “AI 스타트업은 판로가 없고, 정부가 첫 구매자가 되는 경우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AI 정부로 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선구매자로서 책임 있는 소비자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정부의 본질은 단지 첨단 기술을 이해하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술을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AI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무제한’ 지원은 반도체 산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AX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두뇌라면 반도체는 팔다리에 해당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반드시 경쟁력을 되찾아온다는 게 일본 정부의 각오다. 일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라피더스가 이런 사례다. 라피더스는 도요타·키옥시아·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세운 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댄 출자액은 73억 엔 정도인데 막상 일본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9200억 엔(약 9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라피더스를 겨냥한 정보처리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가 국채를 찍어 별도의 기구를 통해 라피더스에 직접 출자할 수 있도록 하게 만든 게 핵심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라피더스가 IBM과 손잡고 2㎚(나노미터·1㎚은 10억분의 1m)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하지만 그걸 믿는 업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본 정부가 10조 엔, 20조 엔을 계속 쏟아부으면 언젠가는 한국이나 대만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관료 42% "AI부총리 신설해야"
경제·금융 정책 2025.04.28 17:50:32대학교수와 현직 공무원 10명 중 8명은 국가의 인공지능(AI) 업무를 총괄하기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정부 조직 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 AI 시대에 걸맞은 형태의 위계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법학·행정학·경영·경제학 교수들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 부처 관료 66명을 상대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AI 관련 응답자의 78.8%(52명)가 AI 활용에 제약이 있는 현 정부 조직의 개선을 요구했다. ‘부총리급 AI부 신설(28명·42.4%)’을 비롯해 ‘위계 중심에서 과제 중심의 유연한 조직 전환(10명·15.2%)’ ‘유사·중복 부처 기능의 통폐합(5명·7.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세부 개편 방향에 대한 생각은 나뉘었지만 정부 조직에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했다. ‘잘 작동되고 있다(3명·4.5%)’거나 ‘대체로 작동되고 있다(11명·16.7%)’ 등 긍정론은 겨우 20%를 넘겼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장급 공무원은 “AI 활용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부처 간 칸막이와 접근 권한상 제약 탓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AI 기술이 행정부에 전면 도입될 경우 공무원 숫자는 유지되겠지만 기존 업무가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62%에 달했다. 공무원의 10~20% 감축(11명·16.7%)과 10% 이내 감축(9명·13.6%)을 점치는 전문가·관료도 적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국가 일반직 공무원 정원은 18만 755명이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AI 관료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은 미국 정부효율부(DOGE)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AI 기술과 정부 행정이 만나 시너지를 낼 분야로는 민원 응대(22명·33.3%)가 첫손에 꼽혔다. 이어 예산 편성 및 재정 집행(14명·21.2%), 도시교통 등 인프라(14명·21.2%)가 동률을 이뤘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AI법제팀장은 “AI 기반 능동형 신호등이 교통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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