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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 묵은 정부조직, 데이터 중심 대수술…'AI 부총리' 도입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08 17:36:24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는 출생신고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산모가 출산 직후 병원 침대에서 출생신고를 하면 몇 분 안에 의료보험 혜택과 육아 지원금 안내가 자동으로 도착한다. 우리나라처럼 남편이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할 필요도, 복지 기관을 찾아갈 이유도 없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운영하는 전 국민 데이터 연계 플랫폼 ‘X로드’에 인공지능(AI) 기반 복지 행정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필요한 공공서비스는 AI가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통해 사전에 제공하고 정부의 정책 설계에도 반영된다. 행정과 민원 상담은 AI 관료인 ‘뷰로크라트’가 수행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AI 기반의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부처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AI가 행정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춘 에스토니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1948년 제정된 정부조직법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빅데이터 활용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이유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3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 수준은 평가 대상 63개 국가 중 31위에 머물렀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각 부처를 기능 중심의 위계적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직된 구조는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을 심화시키고 협업을 어렵게 만든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정책 설계를 위한 유연 조직 개념 자체가 없다. 디지털 태스크포스(TF)나 실험 조직을 만들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조직일 뿐이다. 현 정부조직법 체계에서는 데이터가 부처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고여 있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AI가 정책 주체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조직법은 행정부의 정책을 사람만이 설계하고 판단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아무리 잘 분석·예측하고 정책을 설계하더라도 그 판단은 공식적으로 채택될 수 없다. AI가 보조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조직법을 AI 중심으로 과감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법안에 ‘유연 조직’ 개념을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능 중심의 조직에서 벗어나 특정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형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조직에서는 AI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정책의 공동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된다. 법을 개정해 AI 기반 정책 설계를 총괄 조정하는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 AI 업무 전반을 통할하는 전담 부총리를 두는 동시에 AI혁신처를 신설해 각 부처 간 데이터 흐름을 조정하고 디지털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조직은 AI 기반의 행정 혁신뿐 아니라 법·제도 개편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로 디지털 전담 조직을 정부 조직 내에 두고 기존 부처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구조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전략 수립은 국무총리실 산하 스마트네이션오피스(SNO)가 맡고 실행은 부처별로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기술직인 ‘정부기술청(GTC)’이 수행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AI 정부로 전환하려면 단순히 조직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처럼 민간과의 경계가 유연한 개방형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인력 구조도 수평적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AI 시대에는 고위직 관료의 행정 경험이나 노하우보다 AI를 활용해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책 설계에 도움이 되는 답을 도출해내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기존의 군단형 정부 조직이 게릴라형 또는 1인 유닛 기반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AI 정부의 조직은 기존의 장관·실장·국장·과장·사무관으로 이어지는 위계적인 구조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하위직도 상위직 못지않은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예산으로 큰 삼성SDS, 매출 14조 글로벌기업 됐다
경제·금융 정책 2025.04.08 17:34:54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삼성전자 스마트카드사업부 등 4개 시스템통합(SI) 사업 조직과 인력을 흡수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탄생한 삼성SDS. 생존 위기에 몰려 있던 삼성SDS는 출범 석 달 뒤인 1998년 10월 행정자치부의 그룹웨어시스템 공급 업체로 최종 선정되면서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SDS는 최저가인 17억 4000만 원을 써내며 경쟁사들을 제치고 공급권을 따냈다. 행자부가 그룹웨어 도입에 책정한 예산은 27억 원이었으니 이보다 10억 원 가까이 낮은 가격을 공격적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이를 필두로 삼성SDS는 컨소시엄 혹은 독자 사업팀을 꾸려 김대중 정부가 선정한 전자정부 11개 중점 사업 중 7개를 수행하면서 비로소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정부 예산이 신수종 기업을 살린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삼성SDS는 공공 부문에서 실력을 키워 해외 진출에도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 13조 8000억 원, 영업이익 9111억 원을 실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대전환기에 제2·제3의 삼성SDS 같은 기업이 나오려면 20여 년 전처럼 정부가 앞장서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준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AI 시장이 무르익을 때까지 정부가 ‘퍼스트 바이어’로서 기업들의 리스크를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 SI 업체들의 나눠 먹기를 조장하는 과도한 대기업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 2013년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 진출을 막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생겨난 뒤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정부 부처의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백악관도 'AI 정부' 전환 착수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4.08 17:33:43인공지능(AI) 최강국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AI 정부 전환에 착수했다. 세계 최고 민간 AI 기업을 둔 미국이 혁신에 더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7일(현지 시간)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실과 협력해 ‘연방정부의 AI 활용 및 조달 장벽 제거’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공공서비스 혁신과 함께 AI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백악관은 정부 각 부처가 AI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각 부처에 최고AI책임자(CAIO)를 두고 이들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혁신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CAIO는 AI 예산 및 기술 투자에 대한 자문 역할도 담당한다. 백악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AI 기술이 각 기관에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조달 체계 또한 개선하기로 했다. AI 기술 조달과 관련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이미 여러 연방 기관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보훈처(VA)는 AI 도구를 활용해 폐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법무부(DOJ)는 전 세계 마약 시장을 AI로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탐사 로버의 자율주행에 AI를 접목해 과학 탐사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AI 기술 채택을 통해 정부 기관은 더 민첩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염재호 “2030년까지 정부 업무 95% AI 적용해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4.08 17:33:18염재호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2030년까지 정부 업무의 95%를 AI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AI위원회는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AI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조직이다. 염 부위원장은 “AI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관장하는 별도의 부처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AI컴퓨팅센터 관장,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빅테이터 관리까지 도맡을 조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염 부위원장은 제19대 고려대 총장을 지낸 뒤 태재대 총장을 맡고 있는 교육계 원로이면서 현재는 한국 AI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염 부위원장은 AI 업무를 담당하는 별개의 조직이 있어야 정부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데이터와 지식재산권 관리, AI 인재 육성 등의 업무가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계청·개인정보보호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통합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AI 정부로의 변화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넘나들며 AI 관련 업무를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염 부위원장은 AI 전담 조직이 맡아야 할 역할도 제안했다. 그는 “AI 전담 부서가 만들어지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정도 있다”며 “우선 AI컴퓨팅센터를 마련해 ‘소버린(주권) AI’를 만들기 위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나 지역의 문화·역사·가치관을 반영한 맞춤형 AI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해외 빅테크가 이끄는 AI 시장에서 한국에 특화된 주권을 가진 AI 모델을 개발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염 부위원장은 이어 “획기적인 인재 확충과 ‘클린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며 “통계청을 빅데이터청 혹은 데이터부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 데이터는 말 그대로 ‘깨끗하게 정제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오타·오류나 중복된 내용 등 불필요한 내용이 없고 분석·활용이 가능한 상태의 데이터다. 이를 위해서는 원본 상태의 로(raw)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염 부위원장은 “AI가 도입되면 정부 업무가 효율화되고 인력 수요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남는 인력은 데이터 클리닝 업무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불닭 그 자체가 글로벌 브랜드…공급능력 확대·균일한 품질 유지에 최선”
산업 생활 2025.04.06 18:33:46“소셜미디어의 ‘불닭 챌린지’ 덕분에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지만 철저한 품질 관리와 생산량 증대 덕분에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라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 능력 확보와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힘썼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공장장을 거쳐 2016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익산공장장과 면스낵 부문장, 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2023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삼양식품 오너인 김정수 부회장이 불닭볶음면 개발을 주도하고 글로벌 진출 결단을 내렸다면 김 대표는 생산량 증대와 품질 강화를 이끌며 이를 보조했다. 삼양식품으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불닭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삼양식품은 1971년 익산, 1989년 원주공장 준공 뒤 30여 년 만인 2020년 밀양1공장 건립을 결정하고 2022년 가동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신규 공장 가동으로 캐파(생산 능력)가 30%가량 증가하면서 모든 공장에서 똑같은 품질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면서 “제품의 생산 과정을 표준화해 어느 국가에서 불닭을 먹어도 똑같은 맛과 품질을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공정을 매뉴얼화해 과거 사람 중심의 생산 관리 체계를 데이터 중심으로 바꿨다. 품질에 있어서는 불닭 시리즈가 전 세계로 수출되는 점을 고려해 국가별 식품 안전 기준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가장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검사를 진행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준 및 안전 이슈 등이 반영된 100여 개의 제조 공정 관리 기준을 목록화한 ‘삼양 글로벌 체크리스트’를 제정해 운영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핵불닭볶음면 3×Spicy’ 등 3종에 대한 리콜(회수) 조치를 내렸을 때다. 김 대표는 “이후 독일에서도 리콜 조치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다”며 “회사가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리콜 조치의 근거였던 라면 한 봉지당 캡사이신 함량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등 적극 대응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VFA는 삼양식품의 반박을 받아들여 한 달 만에 불닭볶음면 3종 중 2종에 대한 리콜을 철회했다. K푸드의 영향력이 크지 않던 시기에 해외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이 불닭볶음면을 단순히 식품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관련 콘텐츠와 놀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 불닭은 그 자체로서 글로벌 식품 브랜드”라며 “앞으로도 불닭의 입지와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제품 라인업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올 6월 준공되는 밀양2공장과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중국공장 등을 통해 향후 공급량이 늘어나면 좀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제품들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제품들이 매출 증대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전쟁 후 배고픔 달래던 라면…이젠 세계인 울리는 ‘소울푸드’
산업 생활 2025.04.06 18:31:544일 방문한 경북 구미시 농심 구미공장. 전 과정이 자동화된 총 16개 생산 라인에서 원료 입고 후 35분 만에 라면 한 봉지가 사람의 손길 한번 거치지 않고 완성돼 나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11억 5000만 개의 라면 가운데 약 10%는 호주·일본 등 해외로 수출된다. 내수 전용이던 농심 구미공장이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은 2019년부터다. K라면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출 전용인 부산공장을 풀가동해도 물량이 부족하자 구미공장까지 수출용 생산에 나섰다. 이에 농심의 전체 해외 매출은 2019년 5440억 원에서 2024년 8901억 원으로 60%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장은 “인공지능(AI) 자동화 등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통해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이 동시에 이뤄지며 수출 경쟁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휼식품이 전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라면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한국전쟁 후 식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미국의 원조를 받은 밀가루 소비를 촉진하고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분식 장려 운동’을 전개했다. 이에 맞춰 삼양식품의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삼양라면’을 선보였고 가난한 사람들이 빠르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대표적인 구휼(救恤) 식품이 됐다.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한 2016년부터다. 소셜미디어에서 매운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일명 ‘불닭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0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지며 라면 수출이 날개를 달았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K푸드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며 라면 수출액은 매년 20~30%씩 상승했다. 2012~2015년 연간 2억 달러(약 2900억 원) 초반대에 머물던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12억 4850만 달러를 기록해 10년 새 6배 증가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2023년 대비 65% 증가하며 역대 최고인 1조 3359억 원을 기록했다. 전후 배고픔을 달래주던 라면은 이제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소울푸드’가 됐다. 올해 초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고의 인스턴트 라면 17종을 꼽았는데 그중 농심의 ‘신라면 블랙’ ‘신라면 건면’ ‘너구리’, 삼양식품의 ‘불닭콰트로치즈’ ‘불닭짜장’, 팔도의 ‘진국곰파게티’ ‘진국설렁탕면’ 등 7개가 한국 제품이었다. ◇발음도 못하던 ‘비비고’, 글로벌 브랜드로 라면 외에 냉동 만두와 양념치킨·과자 등도 K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K푸드를 지금과 같은 글로벌 주류 식품으로 올리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비고는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식품과 외식 등을 아우르는 CJ제일제당의 통합 브랜드로 탄생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로 내놓을 대표 식품을 물색하던 중 △한식이면서 △해외에 진출해도 어색함이 없고 △냉동으로 유통이 가능한 ‘만두’를 낙점했다. 기존 제품과 만두피와 소 등을 차별화해 2013년 첫 출시된 비비고 만두는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50% 상당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곧바로 해외로 눈을 돌린 CJ제일제당은 2014년 덤플링(Dumpling)이 아닌 한국어 발음 그대로 ‘만두(Mandu)’로 비비고 만두를 현지에 출시했다. 당시 한식은 글로벌 시장의 비주류였던 데다 ‘비비고(bibigo)’ 브랜드는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비비고 브랜드 그룹장을 지낸 김숙진 CJ제일제당 한국마케팅본부장은 “당시에는 현지인들이 ‘바이바이고’나 ‘비바이고’ 등으로 부르는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다”며 “한식에 대한 배경 지식이 아예 없는 외국인들에게 한식이 왜 건강식이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온갖 자료를 만들어 전달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비비고 브랜드는 미국 내 6만여 개의 유통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유럽으로 보폭을 넓히며 최근 독일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 ‘비비고 스토어’를 공식 입점하고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네덜란드 등 인근 서유럽 국가에서도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이 이어지는 중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만두 단일 품목만 2020년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기업·개인 간 거래(B2C) 기준 시장점유율 40%로 2위와 3배 이상 격차를 벌리며 1위를 기록했다. 매운맛의 한국식 양념치킨도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이 운영하는 BBQ치킨은 지난해 미국 매출 약 30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미국에서만 100개의 신규 매장을 출점하면서 현지 매장 수를 총 35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 기업이 미국에 연 매장 수는 전년 대비 229개 늘어난 1007개로 역대 처음으로 1000개를 돌파했다. -
불닭볶음면·비비고…'대세' 된 한국의 맛
산업 생활 2025.04.06 17:36:10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이란 큰 마음 먹고 도전해야 하는 낯설고 별난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K푸드’는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주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미국의 한 평범한 소녀가 생일 선물로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틱톡 영상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으며 단숨에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은 24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9.6%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99억 8000만 달러(약 14조 6000억 원)로 사상 최고치였던 연간 기록을 뛰어넘어 올해는 농식품 수출액 100억 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불닭 신화’를 세운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65% 급증하면서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7280억 원의 신기록을 세웠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1분기 면·스낵 수출은 38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77.3%에서 86%로 뛰어올랐다. 수출 외에 국내 식품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규모까지 더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를 소비하는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비비고’와 ‘초코파이’ 브랜드로 유명한 CJ제일제당과 오리온의 지난해 해외 법인 매출액은 각각 5조 5800억 원, 2조 152억 원에 달했다. 일본과 중국·미국 등에 한정되던 수출국이 다양해진 것도 K푸드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몽골을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액은 2020년 8681만 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 5억 9만 달러로 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중남미로의 수출액은 2121만 달러에서 2억 5690만 달러로 12배 이상, 유럽으로의 수출액은 4130만 달러에서 7억 642만 달러로 무려 17배 이상 증가했다. -
장인화 회장 "철강업 3각 파도, 초격차 기술로 넘겠다"
산업 산업일반 2025.03.30 18:07:10전방산업 침체와 미국의 관세장벽,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3각 파도 앞에 놓인 포스코의 조타수를 맡은 장인화 회장은 과감한 구조 개편과 기술 우위 확보를 두 축으로 삼아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장 회장은 전략 연계성이 부족하고 저수익이 장기화한 사업을 서둘러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총 125개 구조 개편 프로젝트 중 45개를 완료해 6625억 원의 현금 여력을 추가했다. 올해는 106개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해 누적 2조 10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포항제철소 1제강 공장과 1선재 공장의 잇단 폐쇄 결정은 장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을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장 회장은 올해 인사에서 임원 규모를 15% 축소하고 자발적으로 임원 급여를 반납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핵심 사업의 해외 진출에 투입하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해 10월 14억 명 시장의 인도를 찾아 현지 JSW그룹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현지 제철소를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포스코아르헨티나 염수리튬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호주에서 블랙록마이닝사와 4000만 달러 규모의 탄자니아 흑연광산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장 회장은 사업 현장에서는 초격차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해양공학 박사 과정을 거친 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포스코가 양대 사업인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이라는 게 장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이달 27일 그룹기술전략회의를 열고 “포스코그룹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의 절대적 우위에서 나온다”며 “초격차 기술로 사업별 난제를 극복하고 사업 수익 증대로 연결해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자”고 당부했다. 장 회장은 지주사 중심 연구개발(R&D) 체제를 구축해 전사적 기술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업 전략과 연계한 기술 전략을 세우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R&D 조직을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042660)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30척의 연료탱크에 포스코가 새로 개발한 고망간강이 적용되는 것은 회사의 기술·사업 연계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코는 광양 LNG 터미널 5호기를 건설하며 기존 소재가 아닌 고망간강을 도입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화오션 경영진을 만나 LNG선에도 고망간강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수주에 성공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매년 두 차례 그룹기술전략회의를 개최해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신규 과제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대내외 어려운 경영 환경을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완공 앞둔 공장도 폭파한 완벽주의…수소·AI로 무장한 鐵의 제국
산업 기업 2025.03.30 18:02:45포항제철소의 제2고로는 ‘스마트 용광로’로 불린다. 수십 년간 쌓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원료의 양, 쇳물의 온도, 통기성 등 각종 지표를 모두 정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균일한 품질의 철강을 생산하려면 쇳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로의 쇳물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제철소는 ‘올스톱’된다. 과거에는 전담 작업자가 1시간마다 쇳물 온도를 체크하며 품질을 챙겼지만 지금은 수많은 AI 센서들이 실시간으로 상황판에 용광로 상태와 정보를 그려낸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창업’에 버금갈 도약에 나서고 있다. ◇고품질 표준화로 조강 생산량 12억 톤 눈앞=설비의 스마트화는 고품질 철강 생산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포스코의 지난해 기준 누적 조강 생산량(포항·광양 제철소 합산)은 약 11억 8000만 톤에 달한다. 2019년 누계 10억 톤을 달성한 데 이어 설비 고도화를 통해 5년 만에 2억 톤 가까이를 추가 생산했다. 포스코의 ‘품질 제일주의’는 작은 허점도 용납하지 않았던 박태준 창업자의 완벽주의에서 출발한다. 포스코 명예회장인 창업자는 건설 일정에 쫓기면서도 포항 3기 공사 현장에서 작은 부실시공 흔적을 발견하자 직접 다이너마이트를 가져와 공정이 80% 진행된 설비를 폭파 후 다시 짓게 했다. 품질을 지키려는 뚝심은 포스코가 고급강 제품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근간이 됐다. 포스코는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적극적 해외 진출로 글로벌 외연 확장=공격적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M&A)은 포스코의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특히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인수는 글로벌 판매 채널 확대와 그룹사 시너지 창출의 기폭제가 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수를 기점으로 40조 원대에 머물던 포스코의 매출(연결 기준)은 60조 원대로 ‘퀀텀점프’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2조 6880억 원, 영업이익은 2조 175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늘어난 영업이익은 다시 해외 설비투자 확대에 투입된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했고 튀르키예·베트남 등지에 냉연 공장, 멕시코에 해외 최초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완공했다. 지금도 인도에 새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미국에도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형 제철소 이끄는 수소와 AI=수소환원철과 AI 기술은 포스코가 준비하는 미래 제철소의 양대 축이다. 포스코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이용을 줄이고 수소를 연료로 철강 제품을 만드는 체제 전환을 필두로 AI와 로봇으로 작업장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업무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하이렉스(HyREX)는 포스코가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철광석과 석탄을 이용한 기존의 철강 생산 방식은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만 하이렉스는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물이 물뿐이다. 철광석을 고온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제조한 철을 직접환원철(DRI)이라고 하는데 이 DRI를 만들어낼 환원로를 만드는 것이 기술의 정수다.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DRI를 만드는 환원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전 세계 유수 철강사들이 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하이렉스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개발 중인 ‘샤프트 환원로’ 기술에 비해 원료 사용, 제품 품질, 제조 원가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혁신과 안전 다 잡아=인텔리전트 공장은 단순히 프로세스가 자동화된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전 공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분석하고 의사 결정까지 내리는 지능형 제철소다. AI가 생산 현장에서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쇳물의 최적 온도와 원료 수급 타이밍, 생산량 등을 파악한다. 제철소 곳곳에서 업무를 수행 중인 4족 보행 로봇도 볼 수 있다.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도입한 로봇 개 ‘스팟’은 쇳물이 만들어지는 용광로 주변 등 위험한 현장에서 사람 대신 활동하고 있다. 1200도에 달하는 열풍이 지나는 44개의 연결통로를 따라 배치된 스팟은 온도와 가스 및 냉각수 누출 유무 등을 점검하고 있다. 외부 로봇 업체와 3년간 공동 개발한 스마트와이어볼은 석탄·철광석 등 원료를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전에는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서 각각 수십 명의 작업자가 300㎞에 달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수작업으로 진단했다. 이제는 스마트와이어볼이 음향·영상·열화상 센서를 통해 설비를 안전하게 관리한다. 지난해 스마트와이어볼을 설치해 실증 테스트를 마친 포스코는 올해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
52년만에 조강생산 12억톤 '영일만의 기적'
산업 기업 2025.03.30 17:29:15“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는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다. 실패할 경우 우리 모두 우향우(右向右)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야 한다.” 1970년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던 맨땅에서 첫 종합제철소 건설이 시작됐다. 한국 철강 산업의 산파역을 맡은 박태준 포스코 창업자는 밤낮으로 공사 현장을 누볐다. 그가 설파한 ‘우향우 정신’은 용광로를 본 적조차 없는 직원들이 난관을 극복하고 국내 최초로 포항에 종합제철소를 완공하는 ‘영일만의 기적’을 낳았다. 세계은행과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 등이 모두 불가능이라고 입을 모았던 역사다. 불굴의 영일만 정신은 턱없이 부족한 건설 자금까지 조달했다. 선공정부터 구축하는 기존 제철소 건설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후공정인 열연·후판 공장부터 지어 빠른 수익화를 이룬 것이다. 반제품을 수입해 후공정을 거쳐 생산한 철강 완제품을 팔아 생긴 이윤은 일관제철소 건설에 투입됐다. 전 직원이 자발적 철야 작업을 강행한 끝에 제철소는 공기를 한 달 앞당겨 탄생했고 1973년 첫 쇳물(조강)을 선보이며 산업화의 숙원을 이뤘다. 포항제철소의 성공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일관제철소인 광양제철소 건설로 이어졌다. 바다 위에 거대한 제방을 쌓는 호안 축조와 준설 매입, 연약 지반 개량 공사를 거쳐 1987년 두 번째 제철소가 준공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포스코는 포항(1339만 톤)과 광양(2165만 톤)을 합쳐 조강 연산 3500만 톤 체제를 구축하며 세계 철강 업계의 빅3로 우뚝 섰다. 불확실한 통상 환경과 업황 악화로 철강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40년 철강맨 장인화 회장이 취임 1년을 넘기며 발휘한 리더십은 올해 조강 12억 톤 생산이라는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2억 톤의 쇳물은 표준 열연코일로 펼치면 지구 1200바퀴를 돌고 롯데타워 2만 4000개를 건설할 수 있다. 장 회장은 과감한 구조 개편과 기술 혁신으로 철강과 2차전지 및 신소재를 앞세운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열고 있다. -
허허벌판 간척지가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바이오 불모지에서 꽃피운 세계 1위 경쟁력
산업 산업일반 2025.03.25 06:00:00한국은 한때 바이오의 불모지로 불렸다. 국내 업계가 바이오 신약개발보다는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에 치중했고, 1997년 등장한 국산 1호 합성 신약 ‘선플라’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채 결국 생산 중단됐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K바이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 전부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한국이 바이오 불모지에서 글로벌 1위 경쟁력을 갖춘 K바이오가 되는데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깃발은 셀트리온이 먼저 들었다. 셀트리온은 허허벌판 인천 송도 간척지에 2002년 5월 1공장을 착공하고 위탁생산(CMO)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발 늦은 2011년 CMO 사업에 진출했지만 특유의 속도전을 펼치며 압도적인 생산력과 품질의 초격차 경쟁력으로 글로벌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7곳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한 제약·바이오 리딩 컴퍼니로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다. CMO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로 사업을 전환하고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판매를 승인 받는 등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램시마 외에도 세계 첫 혈액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주마’ 등 총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잇따라 출시하며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1위가 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양사는 모두 인천 송도 간척지에서 시작해 숱한 고비와 어려움을 뚫고 글로벌 1위 경쟁력을 꽃피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의 분투에 힘입어 세계 최대 바이오 생산기지, 세계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위치한 한국의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가 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 바이오 산업은 3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도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국내 CMO와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왔다”고 평가했다. -
“3S가 생산효율 증가, 안정적인 품질관리 밑바탕 됐죠"
산업 산업일반 2025.03.25 06:00:00“이른바 ‘3S’가 생산 공장의 기술이전, 성공적인 의약품 생산, 안정적인 품질관리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김희정(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DS(원료의약품) 담당 상무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화(Simplification), 표준화(Standardization), 확장성(Scalability)인 ‘3S’가 세계 최대 규모 생산력과 품질관리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초기인 2011년 입사해 DS 생산 부문 플랜트 팀장, 공정지원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DS 생산 및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초기 바이오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김 상무는 “최신 생산설비를 갖추고 시작했지만 경험을 통해 쌓인 업력의 차이로 운영절차, 공정 이슈 해결 수준 등이 경쟁사보다 높을 수가 없었다”며 “고객들과 부지런하고 빠르게 협업하며 실력을 높여갔다”고 전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이다. 모든 공정이 절차와 규정에 따라 철저히 관리돼고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필수다. 위탁생산 고객도 경험이 많은 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신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실시한 1공장 첫 실사에서 무결점 판정을 받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 상무는 “설립 초기 트렉 레코드가 없었기 때문에 1공장의 첫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전사가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며 “1공장의 첫 FDA 실사를 철저히 준비했고 무결점 판정이라는 성과를 이룬 것이 품질 관리 초격차의 첫 걸음이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11월 물류대란으로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어려웠음에도 릴라이 릴리와 계약체결 5개월 만에 글로벌 품질기준에 맞는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생산해 화제가 됐다. 김 상무는 당시 상황에 대해 “급박한 생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원료 및 자재 공급, 생산 일정, 인력 관리 등 모든 부분에서 유연한 전략을 짜야만 했다”며 “비대면으로 공정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 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에서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대응한 결과 다양한 제품을 짧은 기간에 기술이전 및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가 한층 두터워졌고, 점점 더 많은 계약이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경쟁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가 보유한 강점은 뭘까. 김 상무는 “고객이 요청한 의약품 공급 일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생산역량 뿐만 아니라 규제기관 의약품 승인도 1위”라며 “다양한 고객들의 어떤 의약품도 자신 있게 생산·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세상의 편견과 정반대로 뛰었다”…뚝심과 배짱으로 만든 1조 블록버스터 ‘램시마’
산업 산업일반 2025.03.25 06:00:00돈도, 기술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세계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열정 뿐이었다. 출발이 순탄할 리 없었다.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일반적인 제약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품을 연구개발(R&D)한 뒤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부터 짓고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제약 생산을 시작했다. (셀트리온(068270) 창립 15주년 포토 스토리북) 셀트리온의 역사는 세계 바이오시밀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탁생산(CMO) 기업에서 시작해 숱한 위기와 편견, 질시를 극복하고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비롯해 세계 첫 혈액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주마’ 등 총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잇따라 출시하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를 넘어 게임체인저가 됐다. 서정진 회장 등 지난 23년간 함께한 임직원들의 뚝심과 배짱이 이뤄낸 성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상의 편견과 정반대로 뛴 결과”라며 “셀트리온에 붙던 의구심과 회의의 물음표는 감탄의 느낌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이제 사기꾼이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 서 회장이 201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램시마’ 판매 승인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CMO에서 시작해 바이오시밀러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이후 겪었던 숱한 의심과 비난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나온 말이다. 과거 10년간 힘들었던 개발 과정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했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 의약품 ‘레미케이드’를 바이오시밀러로 만든 제품이다. 류머티즘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등에 효과가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세계 첫 바이오 항체 의약품 바이오시밀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퍼스트무버, 국내 첫 블록버스터로 우뚝 램시마는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됐다. 10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며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구과 유럽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특히 유럽에서는 2013년 출시 후 4년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뛰어 넘는 기염을 토하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램시마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62%에 달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128년 제약산업 역사상 첫 ‘블록버스터’의 영광을 차지했다. 뚝심과 배짱, 그리고 결단 셀트리온은 램시마 개발 및 상용화 성공으로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가 됐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공식화한 건 CMO사업이 순항하던 2008년 9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관절염 치료제 ‘오렌시아’ 생산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주가 밀려들던 시기다. 서 회장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선포식에서 “2011년부터 항체의약품 7종을 전세계에 출시하고 2012년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잘 나가던 CMO 사업에서 바이오시밀러라는 생소한 개념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 무리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기술력이 없으면 개발이 어렵고 막대한 글로벌 임상 비용도 들어간다. 더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여러모로 불확실성도 높았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CMO 사업까지 사실상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0년 1월 BMS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매년 천 억 원대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해주는 초대형 고객사인 BMS와의 관계를 끊고 홀로서기를 선택한 결정이 오늘 날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열게 만든 분기점이 됐다. 램시마SC 빠른 성장세…회장이 직접 뛰며 미국 시장 공략 박차 램시마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의 빠른 성장세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SC제형은 피부와 근육 사이 피하지방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환자 스스로 짧은 시간에 투약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셀트리온은 SC제형의 장점을 앞세운 램시마S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램시마 제품군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램시마SC는 유럽시장에 출시된 2020년 점유율이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21%를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 제품에서 램시마로 옮겨온 환자들이 다시 램시마SC로 전환해 유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도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후 보험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과 모두 등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처방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 작년 9월부터 TV와 유튜브 등을 활용한 미디어 광고를 개시해 의료진 및 환자들의 제품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서 회장이 직접 영업 최전선에 뛰어들어 의료기관을 순회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시장 조기 안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회사 창업자가 현장에서 의료진들을 직접 만나 제품을 알리는 경우가 드문 만큼 현지 의료진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를 통해 국내 첫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하며 제약·바이오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며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약개발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제2, 제3의 램시가 탄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세계 의약품 허가 경험이 가장 큰 강점…넥스트 이노베이션 선도 자부심"
산업 산업일반 2025.03.25 06:00:00“셀트리온 제품개발 부문의 강점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수행 능력과 전세계 국가들에 대한 의약품 허가 경험과 노하우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박재휘(사진)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전무)는 *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순간도 루틴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을 만큼 매일 매일이 이벤트이자 챌린지의 연속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무는 2006년 셀트리온에 입사해 바이오 의약품 임상과 허가 분야에서 20년간 한 우물을 파온 베테랑이다. 임상과 허가 분야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 부분의 마무리 단계이자 상용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업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효과를 가진 의약품이라도 최종 임상과 규제기관의 허가라는 허들을 넘지 못하면 상용화가 될수 없는 무용지물이다. 그는 “2010년 제품개발부문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아무도 해본 사람이 없었고 말로 표현 못할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지금은 글로벌 어떤 회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임상 환자 모집, 품질 높은 데이터 확보 등 운영 측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밴더 관리 등 A부터 Z까지 글로벌 톱 수준의 수준의 임상 및 허가 수행 능력을 가진 조직이 됐다”고 밝혔다. 박 전무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 허가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다. 램시마는 개발 및 임상 이후 허가 과정만 2년이 걸렸다. 박 전무는 “램시마 허가를 받을 당시는 규제기관에도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준이 없던 시절”이라며 “바이오 의약품의 농도, 구조, 분석법 등에 대한 수천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규제기관에) 설명하면서 개념을 하나하나 정립해나갔다”고 회고했다. EMA와 FDA에서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날밤을 새우며 수천장에 달하는 전자 서류를 준비하고 전문가 집단과 사전 리허설을 통해 최종 ‘승인’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박 전무는 “특히 EMA의 램시마 허가 막바지 임상 데이터 문제로 백업 샘플을 가지고 다시 처음부터 분석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종 데이터 작성까지 정해진 기간을 맞추기 위해 6개월 걸릴 작업을 불과 2개월에 마치는 초인적인 노력이 있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용어도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 램시마 허가 과정은 규제기관에서 품목 허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박 전무는 “셀트리온의 자부심은 한국이 전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1등은 아니지만 바이오시밀러에서는 1등이라는 것”이라며 “셀트리온의 영향으로 식약처는 물론 대한민국(바이오 산업의)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편견과 맞선 서정진의 승부수…램시마, 국내 첫 '1조 블록버스터'로
산업 산업일반 2025.03.24 17:53:38돈도, 기술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세계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열정뿐이었다. 출발이 순탄할 리 없었다.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일반적인 제약 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품을 연구개발(R&D)한 뒤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부터 짓고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제약 생산을 시작했다(셀트리온(068270) 창립 15주년 포토 스토리북). 셀트리온의 역사는 세계 바이오시밀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탁생산(CMO) 기업에서 시작해 숱한 위기와 편견, 질시를 극복하고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비롯해 세계 첫 혈액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주마’ 등 총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잇따라 출시하며 퍼스트 무버를 넘어 게임 체인저가 됐다. 서정진 회장 등 지난 23년간 함께한 임직원들의 뚝심과 배짱이 이뤄낸 성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상의 편견과 정반대로 뛴 결과”라며 “셀트리온에 붙던 의구심과 회의의 물음표는 감탄의 느낌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이제 사기꾼이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 서 회장이 201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램시마’ 판매 승인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CMO에서 시작해 바이오시밀러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후 겪었던 숱한 의심과 비난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묻어난다. 과거 10년간 힘들었던 개발 과정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했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를 바이오시밀러로 만든 제품이다. 류머티즘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등에 효과가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세계 첫 바이오 항체 의약품 바이오시밀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퍼스트 무버, 국내 첫 블록버스터로 우뚝 서다=램시마는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등장했다.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며 대표적인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2013년 출시 후 4년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2%에 달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128년 국내 제약 산업 역사상 첫 ‘블록버스터’의 영광을 차지했다. ◇램시마SC 빠른 성장세…회장이 직접 뛰며 시장 공략=정맥주사 방식인 기존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피부에 주사를 놓으면 되는 편리함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들에 내성이 생겼을 때 대체 치료제로도 검토되고 있다. 램시마SC는 유럽 시장에 출시된 2020년에는 점유율이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21%로 급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후 보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모두 등재 계약을 체결해 처방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서 회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서 회장은 직접 영업 최전선에 뛰어들어 의료기관을 순회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약 개발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제2, 제3의 램시마 탄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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