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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래세 75% 내는데…원상복구에 개미 부글
증권 정책 2025.08.01 17:51:04정부가 윤석열 정부가 낮춘 증권거래세율을 원상 복구하기로 하면서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증권거래세의 약 75%를 개인투자자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개미 증세’ 논란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일 예탁결제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과세·감면 등을 반영하지 않은 증권거래세는 약 4조 49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납부한 세금이 3조 351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개인투자자가 전체 증권거래세의 4분의 3가량을 부담한 것이다. 외국인이 7753억 원(17.3%)로 그 뒤를 이었고 금융투자업자 등 기관이 3631억 원을 냈다. 개인투자자의 부담분을 시장별로 보면 코스닥 시장에서의 부담분이 2조 9290억 원이었다. 코스닥 시장 전체 증권거래세(3조 7005억 원)의 79.1%에 달하는 규모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전체 증권거래세(7981억 원)의 52.9%인 42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코스피 거래세율은 0.03%, 코스닥은 0.18%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2025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증권거래세율을 2023년 수준으로 다시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0%인 코스피 거래세는 0.05%로, 코스닥도 0.15%에서 0.20%로 일제히 인상된다. 코스피의 경우 농어촌특별세 0.15%가 추가돼 실질 부담은 0.20%로 코스닥과 동일한 수준이 된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세의 4분의 3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 인상은 곧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환원 기준으로 삼은 2023년에도 총 6조 667억 원의 거래세 중 4조 5683억 원(75.3%)을 개인이 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969억 원, 5015억 원을 납부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며 세제 기조를 급격히 전환한 것은 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날 “국장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도 늘지만 거래량이 줄어들어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지게 되고 특히 미국 관세 협정으로 국내 증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애꿎은 청년,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는 세율 인하가 주식시장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인상 조치로 향후 5년간 11조 5000억 원의 거래세 관련 세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세제개편 발작…나홀로 '검은 금요일'
증권 국내증시 2025.08.01 17:47:27증세 폭탄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4% 안팎으로 폭락하며 ‘블랙프라이데이’가 찾아왔다. 트럼프발 관세 쇼크로 급락한 4월 7일(코스피 -5.57%, 코스닥 -5.25%)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화들짝 놀란 여당은 하루 만에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 코스닥지수는 32.45포인트(4.03%) 떨어진 772.79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으로, 코스피는 3100선도 위태로워졌다. 코스피 962종목 중 885종목(92%), 코스닥 1797종목 중 1534종목(85.4%)이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거래일, 기관은 7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기관은 1조 717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고, 외국인은 선물·현물을 합해 1조 105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증시가 쑥대밭이 된 것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기로 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도 예상됐던 25%보다 10%포인트 높은 35%로 발표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세제 개편으로 증시 부양 등 새 정부의 정책 일관성 자체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율이 15%로 합의됐으나 자동차 업종의 자유무역협정(FTA) 수혜가 사라지며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부담이 됐다. 또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낮아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증시 급락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0억 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등을 당내 ‘조세정상화특위’와 ‘코스피5000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4원 오른 1401.4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재차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장중 1401.70원까지 오르며 5월 15일(1412.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와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실망감에 지주·증권주 급락
증권 증권일반 2025.08.02 07:57:02정부가 예상보다 깐깐한 기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을 내놓자 기대를 밑도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배당주로 그간 상승률이 높았던 지주사와 증권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당초 25%로 예상됐던 최고세율이 35%로 제시되면서 정책 기대감 약화로 인한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는 전 거래일 대비 8500원(8.52%) 내린 9만 1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배당 기대감이 컸던 다른 지주사 주가도 일제히 무너졌다. SK스퀘어(402340)(-7.76%), HS효성(-7.25%), CJ(001040)(-5.86%), LG(003550)(-5.18%), 롯데지주(004990)(-4.62%), 삼성물산(028260)(-4.04%)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주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NH투자증권(005940)(-7.62%), 유안타증권(003470)(-7.54%), 키움증권(039490)(-6.96%), 한국금융지주(071050)(-6.43%), 미래에셋증권(006800)(-6.14%) 등 대부분이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KB금융(-1.68%) 등 은행주도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규모) 40% 이상인 고배당 기업에서 받은 배당소득을 대상으로 2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 투자자는 20%, 3억 원 초과 투자자는 35%의 과세를 적용한다. ‘부자 감세’ 논란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25%)보다 10%포인트 최고세율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배당성향 40%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난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26%다.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국내 주요 상장사는 KT&G·SK텔레콤·NH투자증권 정도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 기준이 너무 높으면 금융사같이 일부 고배당 기업 주주만 혜택을 받고 장기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은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대주주 기준 50억 유지' 기대에 증권·은행株 강세[줍줍 리포트]
증권 증권일반 2025.08.12 10:32:13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관련 실망감에 급락했던 금융, 증권주들이 12일 다시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현재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전 거래일 대비 4.68%(860원) 1만 92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금융지주(071050)(4.64%), 키움증권(039490)(5.90%), 부국증권(001270)(11.70%), 신영증권(001720)(6.38%) 등 증권주들이 크게 오르고 있다. 같은 시각 은행주도 상승 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KB금융(105560)은 2.93% 오르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086790)와 iM금융지주(139130)도 각각 2.61%, 2.58% 상승 중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춘다는 세제개편안 내용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여당이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새 정부가 배당 활성화 취지로 도입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최고세율도 당초 논의됐던 20%대에서 35%(지방소득세 포함 38.5%)로 올라 혜택이 축소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관련 청원은 불과 1주일 만에 14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으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전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현 기준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당에서 입장을 낸 대로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 2분기(4~6월)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103% 증가했고, 한국투자증권을 핵심 계열사로 둔 한국금융지주도 92.5% 늘어났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30.2%, 33.9% 늘었다. -
‘그린필드 FDI도 사전심사…중국발 우회수출 차단[Pick코노미]
경제·금융 경제분석 2025.08.12 06:00:00중국 등 해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세운 뒤 원산지를 속여 미국 등으로 우회 수출하는 편법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외 기업의 그린필드형 투자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필드는 해외 기업이 신규 생산 시설 등을 설치하면서 국내에 진입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들어오는 브라운필드형 투자에 대해서만 사전 심사를 실시해왔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발표되는 경제성장전략에 ‘공장 신증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강화 방안’을 담기로 하고 관계부처와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KOTRA를 통해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중국 기업에 의한 M&A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 관세 우회 등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 확대에 따른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범위에 그린필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지난달 말 도출됐다. 조 교수는 “그린필드 투자는 그동안 일자리 등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조돼왔으나 안보와 관련한 분야에서는 사전 심사 등을 통해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브라운필드에 비해 국내 투자와 고용 효과가 큰 그린필드 투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M&A를 통한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기술 유출 목적이 있는지, 국내외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등 현미경을 들이대지만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제재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중국인이 국내에 설립한 회사가 중국산 양극재를 수입한 뒤 포장만 바꿔 원산지를 한국으로 표기한 채 미국으로 불법 수출하다가 올 1월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홍콩 포함) 기업의 국내 투자(신고 금액 기준)는 2022년 25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으나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6.2%에서 2024년 19.7%로 급등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제3국 자회사 또는 펀드를 통해 신분을 세탁하고 국내에 들어오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 통계에는 이런 간접투자는 제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첨단기술·친환경 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유럽연합(EU)의 투자 심사 강화 및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투자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생산·진출 거점, 유통·물류 허브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의 투자 대상지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배터리·반도체 등 미국의 대중 규제와 관련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 금액이 아닌 도착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중국의 국내 투자를 업종별로 분석하면 1차전지 및 축전지, 액정표시장치 제조업과 같이 전략적·기술적 중요도가 높은 곳에 ‘차이나 머니’가 집중되는 경향이 확연했다. 아울러 정부는 초저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국내 시장 잠식을 위한 우회 덤핑에도 감시망을 확대한다. 기재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불공정 무역 행위 방지 및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 덤핑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에 착수하는 조사부터는 제3국에서 부품을 한데 모아 덤핑 물품으로 조립·완성한 뒤 국내에 반입하는 경우에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관세청은 올해 4~7월 100일간의 특별 점검에서 19개 업체가 428억 원 규모의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려 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사설] “폭발적 혁신 무장한 K자본주의” 찬사도 기업 옥죄면 공염불
오피니언 사설 2025.08.12 00:00:00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폭발적인 혁신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K자본주의로 미국의 관세정책을 극복할 수 있다”며 한국 경제의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빈슨 교수는 한국전쟁 뒤 폐허에서 출발한 한국이 어떻게 고도성장을 이뤘는지 깊게 연구해온 한국 경제 발전사에 정통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11일자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창간 65주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궤적을 ‘2단계 발전 과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마스가(MASGA)의 뿌리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정치적 전환점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적 성취는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혁신과 창의의 K자본주의가 K팝을 화장품 산업으로 확장시켰듯이 차세대 혁신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혁신성에서 일본을 앞선다는 평가 등은 듣기에 좋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근원적 메시지까지 간과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K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정부와 여당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을 밀어붙이며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1일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세제 개편안의 10억 원이 아닌 50억 원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대통령실과 정부에 전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코스피 5000’과 배치되고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법안은 재검토해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시장의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폭발적인 혁신을 지속하려면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속히 재정비하고 혁신을 막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기업을 압박하면서 혁신을 기대한다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노동 규제와 세제도 정치·이념 논리에 휘둘리면 혁신과 창의의 동력은 꺾일 수밖에 없다.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8월 1~10일 대미 수출이 14.2% 줄었다. 기업들이 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로빈슨 교수가 강조했듯 미국의 관세정책에는 긴 호흡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호흡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역동성을 되살려 폭발적인 혁신과 창의가 항구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
"코스닥에만 있는 '법차손 규제'…나스닥 적용 땐 30%가 관리종목"
산업 기업 2025.08.11 18:14:26“현재 시가총액 약 24조 원에 달하는 알테오젠의 창업 당시 사업 아이템은 지금처럼 주목 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0년 이상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이뤄져야 알테오젠처럼 결실을 맺을 수 있죠. 지금은 투자 환경이 가뜩이나 악화한 상황에서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규제가 성공할 기업의 싹을 자르고 있습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삼일PwC에서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고문(전 회장), 황 대표, 조완석 회계법인 더올 대표, 김태영 PwC컨설팅 파트너가 참석했다.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바이오협회가 110개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금난으로 연구개발(R&D)을 포기하려 했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던 만큼 이날 좌담회에서는 자금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바이오 기업은 법차손 규정 탓에 R&D를 할수록 상장 폐지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법차손 규제란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순손실 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조완석 대표=법차손이라는 ‘대못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바이오 강국’ 도약은 요원하다. 역대 정부 중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로서 느끼는 현재 바이오 산업의 현실은 ‘초토화’에 가깝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의 기간과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반면 개발기간 동안 매출은 내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법차손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바이오 상장사 투자를 꺼리고, 상장사에 대한 투자 회수(엑시트)가 어려워지니 비상장사 투자도 막혀버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끌 2000여 개의 비상장사는 상장사들의 붕괴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말라 죽고 있다. △이병건 고문=법차손 규제를 없애기 어렵다고 보완하려 해선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이런 규제가 존재하는 증권 시장은 코스닥뿐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법차손 규제를 적용하면 전체 종목 중 30%가 관리종목에 해당한다고 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왜 바이오 산업에만 특혜를 주느냐’고 하지만, 사실 법차손 규정 때문에 바이오 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거다. △황만순 대표=법차손 문제는 바이오에 먼저 닥쳤을 뿐 앞으로 우주, 양자 산업 등도 똑같이 겪을 문제다. 그 전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나 금융위에서 구성한 위원회 등의 검증을 거쳐 꼭 필요한 R&D 비용은 법차손 비율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R&D 비용을 전문적·객관적으로 검증받으면 회사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인식시킬 수도 있다. -최근 바이오 비상장사들은 높아진 상장 문턱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성 평가는 사업성 평가로 변질됐고, 어렵게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도 상장을 철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고문=한국거래소가 명시한 적은 없지만 상장 요건으로 ‘기술수출 2건 이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물질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는 게 공공연한 속설이다. 이런 상장 요건 때문에 바이오 기업들이 성공하기 어려운 과제라도 일단 임상에 들어가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기술수출도 이상한 곳에 하는 경우가 많다. △황 대표=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약 후보물질을 헐값에 해외로 넘기는 일도 빈번해졌다.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필요로 한다는 걸 해외 기업들도 눈치채버렸다. 해외 기업들이 우리 약점을 알고 헐값에 기술을 사가는데도 기술이전을 상장 요건으로 둬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조 대표=기술특례상장을 위해 기술성 평가를 하는데 요즘은 기술성이 아니라 수익성을 본다고 한다. 신약 개발 전임상,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돈을 얼마 벌었는지 물어보면 평가 받는 회사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추진 중인 기술수출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기술성 평가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어차피 사업성은 거래소가 평가하면 된다. △이 고문=사실 기업공개(IPO) 외에도 다양한 투자 회수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뉴코(NewCo)’ 모델이 하나의 대안이다. 뉴코란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가 주도해 바이오텍이 신약 후보물질 등을 도입하고 그 개발을 전담하기 위해 세운 기업을 말한다. 국내 기업 간 공동연구나 M&A에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면 우리 기업이 밤새워 연구한 내용이 해외 기업에 넘어가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김태영 파트너=기업의 R&D 투자 금액에는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기술이전이나 M&A로 취득한 기술에는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술이전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줘야 M&A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M&A가 활성화되면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운 비상장 바이오 기업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R&D 자금 부족만큼이나 바이오 기업들을 괴롭히는 것은 인재 부족 문제다. △김 파트너=바이오 업계에서는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양질의 인재를 수급하고 있지만 스톡옵션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인재에게 보상해줄 방안으로 공격적인 세제 혜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바이오 벤처 인력에 대기업보다 높은 근로소득세 혜택을 적용해주면 인재 확보가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한다. △이 고문=중국인과 인도인들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글로벌 경험을 쌓은 뒤 돌아와 자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반면 한국 인재들은 국내 산업계로 잘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 큰 차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을 삭감해 유출되고 있는 현지 한국인 인재들을 확보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든, 바이오 벤처든 어떻게 이들을 모셔올지 고민해야 한다. △조 대표=국내 바이오 업계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사업개발(BD) 인력이다.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생존 또는 상장을 위해 기술수출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실현시킬 BD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기술수출 타이밍을 놓치면 상장도 멀어진다. 하지만 경험 있는 BD 인력은 한정돼 있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장기적으로 BD 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신약 심사와 품목허가를 위해 식약처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 대표=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규제당국의 긍정적 역할을 경험한 적 있다. 당시 식약처 전담 인력이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 현장에 직접 나가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허가를 내줄지 미리 조언해줬다. 그 결과 얼마나 의약품이 빨리 개발됐나. 이후 유럽에서도 허가받은 걸 보면 무리한 결정도 아니었다. 이제 식약처 전문 심사 인력 약 100명을 과감히 충원해 신약, 신의료기기, 의료 서비스 등 심사를 효율화해야 한다. 규제도 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성장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 고문=이명박 정부 시절 바이오 산업 육성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바이오시밀러와 줄기세포 치료제를 핵심 과제로 내걸고 식약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 인허가 인력을 대규모 확충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모두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 3개 품목이 모두 한국에서 나왔다. 중국 정부는 조 단위 R&D 사업을 벌이는데, 우리 정부도 더 과감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 -이외에 우리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황 대표=시가총액 2조 이하의 딥테크, 미래 성장 기업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제한하면 좋겠다. 이 정도면 국제 질서나 자본시장을 어지럽힐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 대표=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지정감사인 제도도 부담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상장사는 6년간 감사인을 자율 선임한 뒤 이후 3년간 금융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바이오 상장사는 예상보다 더디게 오르는 매출과 법차손 이슈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움이 많은데 너무 많은 회계관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해 감사 비용이 2억~3억 원 올랐지만 지정감사인 제도도 비용 상승에 기여했다. △김 파트너=기존에 중국 업체와 경쟁하던 우리 제조 기업들 중 ‘적과의 동침’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원가 측면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니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로 위탁생산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도 ‘바이오 원 아시아’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일본·중국과 협력해 우리 임상 데이터를 현지에서도 인정받도록 하고, 우리 기업이 활동할 무대를 넓혀줘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곧 10년 뒤 우리나라에서 연 매출 1조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나오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이 고문=항노화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수요가 커지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산업이다. 약 20년간 우리나라 우수 인력이 모두 의학에 집중됐는데, 항노화 산업은 이러한 우수한 의료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K푸드, K컬처의 위상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의료관광까지 묶어 지금부터 준비하면 우리나라의 10~20년 뒤 핵심 먹거리가 될 수 있다. -
與 "대주주 기준 50억 건드리지 말아야"
정치 정치일반 2025.08.11 17:37:28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변경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현재 기준대로 ‘50억 원’을 유지해달라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본지 8월 6일자 1·2면 참조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자본시장의 흐름을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닌가. 주식시장 바깥의 부동산 투자자들도 이쪽(증권시장)으로 들어오도록 해서 기업이 자본을 제대로 조달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이것(대주주 기준 변경)은 메시지가 충돌한다”고 했다. 그는 “(증시 자금 유입이 늘면) 우리도 일반회계를 써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장점을 강조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기존 기준인 50억 원 외에 이른바 ‘절충안’인 30억 원 등 별도의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 복수 안 같은 건 제시하지 않았다”며 기존 안으로의 회귀가 당의 일치된 입장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민주당, 정부는 10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결과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충분히 당의 의견을 전달했고 당과 정부의 의견이 합치가 안 돼 논의를 더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개편안 마련을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원안 회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 내에서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정은 9월 정기국회 전에는 이와 관련한 최종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발표도 곧 있는 만큼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다음 고위 당정 전까지는 (세제개편안 협의를)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자격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 경우 특정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세를 부과받는 대상이 대폭 늘어나고,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증시 전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개미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주주 기준 강화를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 동의한 참여자는 이날 오후 현재 14만 4000명을 돌파했다. -
정부 '그린필드 투자'도 사전심사…中 우회수출 막는다
경제·금융 경제분석 2025.08.11 17:17:46중국 등 해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세운 뒤 원산지를 속여 미국 등으로 우회 수출하는 편법이 원천 차단된다. 정부가 해외 기업의 그린필드형 투자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그린필드는 해외 기업이 신규 생산 시설 등을 설치하면서 국내에 진입하는 투자를 뜻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들어오는 브라운필드형 투자에 대해서만 사전 심사를 실시해왔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발표되는 경제성장전략에 ‘공장 신증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강화 방안’을 담기로 하고 관계부처와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KOTRA를 통해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중국 기업에 의한 M&A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 관세 우회 등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 확대에 따른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범위에 그린필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지난달 말 도출됐다. 조 교수는 “그린필드 투자는 그동안 일자리 등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조돼왔으나 안보와 관련한 분야에서는 사전 심사 등을 통해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브라운필드에 비해 국내 투자와 고용 효과가 큰 그린필드 투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M&A를 통한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기술 유출 목적이 있는지, 국내외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등 현미경을 들이대지만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제재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중국인이 국내에 설립한 회사가 중국산 양극재를 수입한 뒤 포장만 바꿔 원산지를 한국으로 표기한 채 미국으로 불법 수출하다가 올 1월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홍콩 포함) 기업의 국내 투자(신고 금액 기준)는 2022년 25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으나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6.2%에서 2024년 19.7%로 급등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제3국 자회사 또는 펀드를 통해 신분을 세탁하고 국내에 들어오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 통계에는 이런 간접투자는 제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첨단기술·친환경 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유럽연합(EU)의 투자 심사 강화 및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투자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생산·진출 거점, 유통·물류 허브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의 투자 대상지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배터리·반도체 등 미국의 대중 규제와 관련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 금액이 아닌 도착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중국의 국내 투자를 업종별로 분석하면 1차전지 및 축전지, 액정표시장치 제조업과 같이 전략적·기술적 중요도가 높은 곳에 ‘차이나 머니’가 집중되는 경향이 확연했다. 아울러 정부는 초저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국내 시장 잠식을 위한 우회 덤핑에도 감시망을 확대한다. 기재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불공정 무역 행위 방지 및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 덤핑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에 착수하는 조사부터는 제3국에서 부품을 한데 모아 덤핑 물품으로 조립·완성한 뒤 국내에 반입하는 경우에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관세청은 올해 4~7월 100일간의 특별 점검에서 19개 업체가 428억 원 규모의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려 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경제단체 TF, 기업규모별 규제 조사…정부에 개선 건의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11 11:30:00기획재정부가 ‘경제단체 합동 성장지향형 기업생태계 구축 태스크포스(TF)’와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열고 국내 기업들의 성장과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중견기업연합회가 참석한 ‘성장지향형 기업생태계 구축 TF’와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달 5일 제1차 성장전략 TF를 시작으로 기업 성장과 역동성 제고를 위해 릴레이 현장간담회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단체 합동 TF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 규모별 규제로 인해 기업의 성장이 저해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 세제와 금융 지원이 크게 줄어들고, 공공조달 참여가 제한돼 기업들의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맞춤형 보증지원 사업 등 중견기업에 대한 이어달리기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대기업 집단 지정에 따른 공정거래법 상의 규제와, 타법상의 규제들이 기업 투자 활동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제단체 TF는 기업 규모별 규제를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개선 과제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대형마트 24시간 배송 제한, 신선식품 지방 배송 규제 등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규제와 기업 지분율 등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규제를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역투자 활성화와 지방 기업 인력 확보를 위해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지방에 내려와 중소기업에 일할 수 있도록 정주지원 확대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을 건의했다. 윤인대 차관보는 “기업규모별 지원,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경제형벌도 합리화해 나가겠다”며 “기재부와 경제단체 합동 TF 간의 핫라인을 구축해 수시로 소통하고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 성장과 역동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에코백스, ‘디봇 T50 프로 옴니’ 사전 예약 실시
산업 중기·벤처 2025.08.11 11:10:09글로벌 로봇가전 기업 에코백스가 이달 25일 차세대 로봇청소기 ‘디봇 T50 프로 옴니’의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달 24일까지 사전 예약을 진행하는 에코백스 디봇 T50 프로 옴니는 ‘2025년 쿠팡 로봇청소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디봇 T30S 프로'의 후속 모델이다. 에코백스 디봇 T시리즈 중 가장 최신 기술을 집약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존 모델 대비 대폭 개선된 성능을 자랑한다. 에코백스의 디봇 T50 프로 옴니는 기존 T30S 프로 대비 흡입력이 1만5000Pa로 강력한 반면 바디는 23mm 더 얇아져 81mm 초슬림화 됐다. 침대 밑이나 소파 아래 등 손이 닿기 어려운 공간까지 완벽하게 청소할 수 있어 더욱 깨끗한 실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디봇 T30S 프로에는 없던 사이드 브러시와 물걸레 다이나믹 확장 기능과 자동 세제 투입 시스템도 탑재돼 청소의 편의성과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dToF 센서와 RGM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반의 정밀 내비게이션, 'AIVI 3D 3.0 옴니 어프로치' 기술이 더해져 주변 사물의 윤곽을 정밀하게 파악해 복잡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장애물 회피 성능을 제공한다. 위생 관리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75도 고온 물걸레 세척과 45도 건조 시스템이 적용돼 쾌적한 청소가 가능하다. 이번 사전 예약은 쿠팡과 네이버에서 단독으로 진행되며, 사전 예약 특별할인으로 정가 79만9000원 제품을 69만90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모든 구매 고객에게는 전용 세정제가 사은품으로 제공되며, ‘쿠팡 안심 케어’ 혜택을 적용하면 최대 5년까지 무상 보증이 가능하다. 에코백스 관계자는 “디봇 T50 프로 옴니는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디봇 T30S 프로의 모든 장점을 계승하면서 강력한 흡입력과 위생 관리, 자동화 편의성 측면에서 모두 진화된 프리미엄 모델”이라며, “이번 사전 예약을 통해 차세대 로봇청소기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거래대금 줄고 빚투 꺾여…증시에 찬물 끼얹은 세제 [이런국장 저런주식]
증권 국내증시 2025.08.11 06:30:00정부·여당이 시장에 역행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거래대금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빚투(빚내서 투자)’마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떠올랐던 한국 증시가 불과 두 달 만에 식어버린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4~8일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조 5608억 원으로 전주(19조 3571억 원) 대비 19.6% 감소했다. 이달 1일 거래대금은 13조 7737억 원으로 5월 26일(13조 7485억 원) 이후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6월 말 대체거래소 합산 거래대금이 40조 원에 육박했다가 최근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 등으로 증시가 충격을 받자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 빚투도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7일 기준 21조 5750억 원으로 지난달 말 22조 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 가운데 상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올해 6월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 원 수준에서 단기간에 급격히 늘었다가 주춤한 모습이다. 주가가 급등한 만큼 향후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5일 기준 10조 70억 원으로 7월 31일(10조 440억 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시장 상승세가 둔화되는 동시에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늘어날 경우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거래대금이 감소했으나 증시 예탁금은 견조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시장을 완전히 떠나기보단 기회를 엿보면서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이 얇아진 만큼 예상하지 못한 호재나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일일이 대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세제 개편에 미중 협상까지...코스피 연고점 경신할까
증권 국내증시 2025.08.11 06:00:00세제 개편안 충격으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의 애플 첨단 반도체 수주 등 호재에 힘입어 3200선을 간신히 회복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 직전인 지난달 30일 기록한 연고점(3254.47포인트)에 근접했으나 여전히 미중 관세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장에선 당분간은 종목 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개별 주식에 따라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2.9% 상승하면서 3210.01포인트로 마감했다. 세제 개편안 충격이 집중된 이달 1일 하락 폭(-3.88%)엔 못 미치지만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일정 부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해 4.7% 오르면서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았다. 8월 첫째 주 코스닥 상승률은 4.7%로 나스닥(2.9%) 등을 제치고 주요국 중 가장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대신증권은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33% 오르는 동안 코스닥 상승률은 19%에 그친 만큼 ‘키맞추기’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과 기관 모두 코스피는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은 순매수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강세를 이끌었던 방산, 원전, 전력기기, 금융 등이 주춤하는 동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밸류체인이 코스닥 강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소부장 강세를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연달라 수주 소식을 전한 가운데 현지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은 미국의 품목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엔 호재로 작용하면서 반도체 업종을 눌러왔던 불확실성이 오히려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12일 만료되는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발표하진 않은 만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다. 미중 관세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관세와 고용 둔화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면 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8월 21일로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되기까진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3100~3280포인트로 제시했다. 미·러 협상 타결은 상승 요인인 반면 미·중 관세 협상이나 미국 내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 등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인 리스크 요인은 상존하고 있으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등 정책에 따른 주가 모멘텀은 여전히 내수 소비와 관광 특수에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 방향성이 모호한 상태가 이어지는 만큼 종목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상호 관세나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놓고 관망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매년 8월은 휴가철과 정책 공백기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얇아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종목별로 급등락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불확실한 호재와 악재를 뒤쫓기보다는 실적과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
[열린송현] K컨텐츠 산업 살리는 세제개편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08.11 05:30:00‘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난리다. 전 세계가 K콘텐츠의 화려함에 찬사를 보낸다. 해외 방문객도 늘어나고 후방 산업이라고 할 K뷰티와 K푸드도 함박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K라는 수식어가 이제 ‘믿고 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하지만 영상 산업은 예외다. 조명이 꺼진 무대 뒤편에서 우리 콘텐츠 산업은 생존 자체를 걱정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살얼음판 같은 시장 상황 속에서 들려온 정부의 세제 개편 소식은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진다. 외연은 화려하게 확장됐지만 내부는 곪아가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사업자들과 안방에서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수만이 살아남는 각박한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니 제작비는 천장 모르게 올라가고 있다. 내수 시장이 작은 나라의 콘텐츠 사업자가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작정 제작비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와야 하고, 이를 멋지게 만들 수 있는 창의력이 있어야 하며, 창작 현장에 있는 이들이 모두 밥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도 없고, 넷플릭스 같은 구매자가 가격을 올려주지도 않는다. 결국 내부의 출혈을 감내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어 많은 제작 현장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간접 지원이라도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한 어리광이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침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특히 의미 있는 것은 위기에 처한 K콘텐츠 산업의 가장 근본적인 곳을 정확히 짚어줬기 때문이다. 바로 이야기의 시작, 밸류체인의 가장 앞단인 ‘원천 지식재산권(IP)’ 생산기지인 웹툰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했다. 우리끼리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누고 있지만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는 모두 영세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공제율 15%를 유지하면서도 대기업의 공제율을 10%로 확대한 것도 잘한 일이다. 단지 세금을 깎아주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K콘텐츠의 심장과도 같은 창작의 고통과 가치를 국가가 인정하고,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물론 이번 지원 역시 ‘일몰제’라는 시간 제한을 두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잡한 조세 체계를 단번에 바꾸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최선의 노력으로 이뤄낸 소중한 진전이다. 이 제도가 K콘텐츠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한번 증명해 언젠가는 항구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를 소망해본다. 이제 공은 다시 현장으로 넘어왔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문턱이 높으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과도한 행정 절차 때문에 ‘차라리 안 받고 만다’는 푸념이 나오거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별도의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부디 현장의 창작자들이 복잡한 서류 작업이 아닌, 작품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
[여명] ‘소주성’이라 불린 자가 있었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8.10 18:00:00‘소주성’이라 불린 자가 있었다. 지금은 낙향해 책방 주인이 된 ‘문공’이 정권을 잡은 직후 그를 불러들였다. 나라와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할 방도가 소주성, 그에게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소주성이 전권을 휘두른 다섯 해 동안 죄 없는 백성들은 나라 꼴의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품삯을 줘가며 한두 명의 인부를 고용해 장사했던 주인장 30만 명이 가게 문을 닫았다. 소주성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품삯을 올린 탓에 수지가 맞지 않자 장사를 접게 된 것이다. 인부들의 살림이 조금 나아진 것도 잠시, 가게 문이 닫히면서 그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문공의 권력이 사라질 즈음, 그도 그의 일파도 소주성의 내공이 과장된 것이었음을 인정하며 슬그머니 외면했고, 이제는 누구도 그의 종적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소주성을 길러냈다는 ‘학현파’가 요즘 새로운 권력의 주변에서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중심축이었던 소득주도성장, 그 비장했던 시작과 씁쓸했던 끝을 오래전 언젠가의 이야기처럼 적어봤다. 이재명 정부가 ‘소주성 시즌2’로 불릴 법한 위험스러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 달성을 천명한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무려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그것도 차명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부지런을 떨 때 증시는 정부와 여당의 세제개편안 탓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투심이 살아나는 증권시장인데, 굳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찬물을 끼얹어야 했을까. 개인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심각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왜 그들은 ‘샤워실에만 들어가면 바보’가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세제개편안 정도는 별것 아닐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준비 중인 더 강한 실험은 노란봉투법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할 길이 막혀 있고, 노조에 대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자의 단체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적법한 범위 내에서의 교섭과 쟁의여야 보호받을 명분을 얻는다. 개정안대로 원청과 하청 노조 가릴 것 없이 사용자 대상의 교섭과 파업이 가능하고, 불법 소지가 다분한 파업에 대해서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까. 소주성으로 그랬던 것처럼 공장이 문을 닫으면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는다. 집권 초기 “20년 집권”을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정부가 바로 권력을 내준 원인 중 하나는 경제정책 실패였다. ‘다주택자’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앉혀 놓고 ‘다주택자와의 전쟁’만 했던 문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많이(6억 8000만 원, 119%, 경실련) 올랐다. 5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정책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 때 신속한 방향 전환이 필요함을 과거 사례를 통해 오랫동안 학습하지 않았나. 한편으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헛발질을 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상대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속옷 바람으로 버티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전 대통령과 16가지 혐의로 특검에 불려 간 ‘아무것도 아닌 사람’. 극우 유튜버들 앞에서 면접을 보면서 “계엄으로 누가 죽었냐”고 떠들어 대는 당대표 후보, 나라 걱정은 안중에 없고 온통 자리 걱정인 의원들까지.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던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자당을 스스로 ‘봉숭아 학당’이라 부른다고 하던데, 웃기지도 않고 한심해만 보여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지지율 16%는 아마 당대표를 뽑고 나면 더 떨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앞이 아무런 장애도 없는 탄탄대로라 착각하지 말기를. 결국 평가와 선택의 몫은 국민이고 5년 후 누가 ‘별의 순간’을 포착할지 모를 일이다. 2022년 봄에도 그러하지 않았나, 대한민국 불운의 시작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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