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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 SW인력 안보이는 제조업
산업 기업 2017.03.27 17:56:06전통 제조업체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소프트웨어(SW) 인력은 약 1만5,000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1만2,000~1만3,000명)보다 관련 인력이 많다. GE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제조업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회사의 목표도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종사자 중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소프트웨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 관련 인력 비중이 0.6%다. 스마트카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수인데도 제조업 위주의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의 경우 전자와 통신 분야를 빼면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상당수 업체는 제품에만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하려고 하는데 회사 조직문화와 인력수급·재교육 같은 전반적인 측면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공유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소프트웨어의 95%를 공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 인력양성도 더 충실화해야 한다. 현재 소프트웨어 예비인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7만5,800명이었던 국내 대학의 소프트웨어학과 재학생 수는 2015년 8만200명으로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학 재학생 수가 0.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다. 문제는 기업에 적합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소프트웨어학과를 나왔다고 되는 게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인 교육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피하지 않는 게 습관화돼 있어야 한다”며 “기업·학교와의 협업을 더 강화해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창업생태계도 180도 바꿔야 한다. 우선 대기업의 벤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재벌 정서 때문에 대기업이 중소벤처를 인수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어느 정도 커지면 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은 벤처캐피털의 80%가량이 M&A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M&A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2% 수준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필수다. 창업 후 회사가 망할 수 있고,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언제든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5월 코스피 상장으로 3조원대의 주식부호가 될 예정인 넷마블게임즈의 최대주주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고등학교 중퇴 이후 영화 관련 사업에 나섰다가 잇따라 실패를 경험했던 인물이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지 않는 데는 가족과 친지, 결혼 상대자의 걱정 때문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실패하면 경력의 오점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강한데 이를 바꿔야 더 많은 수의 성공적인 벤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AI와 일자리 경쟁 시대 오는데...'교육혁명' 없인 4차혁명 요원
산업 산업일반 2017.03.27 17:40:29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현정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코딩학원을 알아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일주일에 한 번, 네 시간씩 수업을 받는데 넉 달에 12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세일 기간에는 80만원에도 가능하다는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 뒤따랐다. 김씨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은 많은데 막상 학부모들이 의존할 곳은 학원이라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오는 2045년 인공지능(AI)이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가 온다고 예견했다. 올해 태어난 아이는 28세가 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사회생활의 출발선에 선다. 이미 변화는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구글의 AI 알파고는 지난 1년간 60연승 행진을 거침없이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가천대 길병원에 도입된 IBM의 AI 왓슨은 지금까지 200여명의 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며 환자들의 신뢰를 쌓고 있다. 그러나 눈부신 학습속도를 보이는 알파고, 전 세계 의학논문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왓슨과 비교해 정작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 국내 교육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국가 교육의 뿌리인 공교육의 틀은 창의융합적인 인재를 길러내기에는 전혀 맞지 않고 공교육의 빈자리에 기형적으로 성장한 사교육 시장은 사회적 자원낭비와 양극화 문제만 심화시키고 있다. ‘알파고 쇼크’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코딩교육의 인기는 한국 교육의 한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실제 한국의 교육·인재 분야 국가경쟁력 순위는 과거 ‘한강의 기적’의 밑거름이 됐던 교육 수준을 떠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교육 시스템의 질은 2015년 66위에서 2016년 75위로 하락했다. 특히 수학·과학 교육의 질은 30위에서 36위로 떨어졌고 인재를 유지하는 국가능력도 25위에서 29위로 미끄러졌다. 그동안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대학입시에 매몰된 현장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은 체감하기 힘든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송해덕 중앙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는 지식 중심의 교육보다 학생들이 가진 역량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다양한 종합과제를 제시해도 각론이 중구난방이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는 디테일하지 않다는 게 항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정작 학생 개개인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교과 안에서 이들의 목표가 얼마나 달성됐는지 알아내기는 시스템과 역량 모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학교 바깥으로 나서면 교육 시스템의 부재는 더욱 심각하다. WEF는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오는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7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일곱 살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역동적으로 바뀌는 직업 세계와 달리 발 빠른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효기간이 짧은 지식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정보 소외자를 배려하는 시스템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송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10%에 불과하고 80~90%는 학교 밖에서 배워야 한다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결국 학습혁명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기존 직업의 60~70%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히려 이 업을 키우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라며 “과거 성공경험의 틀을 벗어나 청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
법 제도 콘트롤 타워 여전히 산업화시대 답습...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에 사활 걸어야
산업 기업 2017.03.21 17:14:22독일 지멘스그룹은 지난해 10월 신성장사업부인 ‘넥스티47’을 설립하면서 중국 상하이를 첫 글로벌 거점으로 선정했다. 중국 내 풍부한 혁신자원을 빌려 자동화 분야의 신기술과 시장을 한번에 개척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은 리커창 총리가 지난 2014년 ‘대중창업 만인혁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가적으로 창업 열풍을 일으킨 후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생태계를 갖춘 국가로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 유전자(DNA)를 가진 세계 유수 기업들과 인재들은 중국으로 몰렸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창업 분야에서만큼은 정부와 기업의 ‘갑을 관계’가 바뀐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창업의 메카 선전에서 열린 국제창업자 워크숍에서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이 리커창 총리 면전에서 “몽둥이질 한 방으로 차량공유 서비스를 때려잡지 말라”고 훈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기본원칙은 명확하다”며 “관련 도시에 좀 더 신중한 연구를 진행하라고 요구하겠다”고 화답했다. 4차 산업혁명에 임하는 중국 정부의 낮은 자세는 우리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법과 제도는 필연적으로 ‘규제’의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혁신 의지를 가진 강력하고 겸손한 리더십은 기업과 인재를 모은다. 이미 중국의 ‘4차 산업혁명 생태계’로 불리는 중관촌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외국계 첨단기업들이 자리를 잡았으며 해외에서 공부한 중국 인재들이 돌아와 혁신기업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1년 전 ‘알파고 쇼크’ 이후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불었으나 법과 제도, 정부의 컨트롤타워 등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외형을 답습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의 주무 부처로 주목됐지만 다른 정부 부처와 기업을 아우르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규제의 칼’만 쥐고 기업에 군림하려는 정부 부처의 행태도 여전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인데 기본적으로 정부 부처 간에도 전혀 융합을 시도하지 못하고 주도권 다툼만 벌이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예산권을 갖춘 강력한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를 만들되 철저히 민간의 눈치를 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내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인 ‘4차산업혁명전략위원회’를 가동했고 오는 4월 중 ‘4차 산업혁명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 위원회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며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국토교통부·교육부 등 관계부처 장관 및 민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예산권과 부처 간 조정 권한이 약한 컨트롤타워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창업정신을 키우며 부처가 움켜쥔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의 권한이 막강해야 하며 이 틀 안에서 민간기업들이 실질적 주도권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정부 부처는 생존 속성상 각각의 예산과 규제를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는 본능이 강하다”며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연구개발 예산의 주도권을 갖고 각 부처가 사업 아이템으로 경쟁해 예산을 따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는 “4차 산업혁명이 경제·산업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현재 부처별로 분리돼 추진 중인 정책을 대통령 직속의 ‘국가혁신전략회의’에 통합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에서 명백하게 허용하지 않으면 일단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역시 4차 산업혁명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수술해야 할 관행으로 꼽힌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빅데이터 경쟁력을 키우자면 파격적인 정보개방이 중요하다”며 “현행 규제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자면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누구나 자유롭게 미래 신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개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담임 선생님’처럼 기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뛰어놀 수 있는 ‘혁신생태계 조성’에 사력을 다할 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업이 국내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 인프라] AI분야 '빠른 추격자' 이미 늦어..글로벌 M&A로 '지름길' 뚫어야
산업 기업 2017.03.15 18:00:00지난 9일(현지시간) 개막한 ‘제88회 제네바 국제모터쇼’에 출품된 콘셉트카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차량이 있었다. 오디오 전장 전문기업인 하만 부스에 전시된 자율주행 콘셉트카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는 우선 외장 디자인부터 독특하다. 차체의 80%가량이 유리로 구성돼 차 안이 훤히 보인다. 실내는 더 특이하다. 자율주행차인 만큼 스티어링휠과 콕핏(운전석)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로로 1m가 넘는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대시보드가 기존 차량과 확연히 다르다.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탑승자의 스케줄과 통화내역 등이 떴다. 뒷좌석에는 작은 테이블이 설치돼 음료를 마시면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오아시스는 증강현실(AR) 컨시어지 솔루션을 탑재해 가상 비서의 도움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각종 회의를 할 수 있다. 아직 콘셉트카 수준이지만 내비게이션과 커넥티비티 등 분야에서 5,6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하만이 미래 스마트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임을 기대하게 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 간 인수합병(M&A)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구글·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포드 같은 자동차 업체도 AI 기업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15일 KOTRA에 따르면 지난해에만도 미국에서 40건의 AI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M&A가 이뤄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스타트업을 M&A하는 방식으로 개발과 상용화 기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현재까지 11개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애플도 호주와 인도의 머신러닝 업체 투리와 터플점프를 사들였다. 앞서 너바나 시스템을 인수해 딥러닝 처리 속도를 높이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관련 기술을 확보한 인텔은 최근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보유한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7조5,700억원)에 사들여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업계까지 긴장시켰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부품을 만든다. 모빌아이 인수로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디지털매핑 기술, 센서 기술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인텔은 반도체 공급을 넘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클라우드와 운전을 결정하는 인공지능(인텔고) 등을 묶어 자동차 업체에 자율주행차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래 성장 확보를 위한 M&A에 소극적이라는 평가였지만 삼성이 지난해 9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다. 하만의 전장 기술과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모바일기기를 결합해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삼성의 하만 인수 외에 국내 기업이 AI 분야에서 대규모 M&A를 단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 현대자동차·LG전자·SK텔레콤·KT·네이버 등 AI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국내 기업들은 M&A보다 자체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에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수조원의 투자가 요구되는 해외 기업 M&A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빠른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한편 글로벌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대기업들은 뚜렷한 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적다고 푸념하는 반면 스타트업들에는 대기업들이 기술만 빼가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육성해서 연구개발(R&D)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기술력을 가진 해외 업체도 적극적으로 인수해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 인프라] 'AI 시대' 일자리 문제 불거지는데..법·제도 논의조차 못해
산업 기업 2017.03.15 17:42:42# 지금부터 50년 전인 지난 1968년에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주요 출연자로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등장한다.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재된 ‘할(HAL) 9000’이라는 이름의 이 AI 컴퓨터는 비행 도중 고장이 나자 자신을 정지시키려는 승무원을 우주로 던져버린다. 할은 자신을 불신하는 인간을 내쫓기도 하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화해를 청하기도 한다. 할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지닌 AI 컴퓨터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미래에는 인간과 AI 로봇이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실로마에서는 AI 전문가회의가 열렸다. 회의 후 전문가들은 AI 개발의 23개 원칙을 담은 ‘아실로마 AI 원칙’을 제정했다. 이 원칙에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2,000여명의 과학·기술계 인사가 지지 서명했다. 아실로마 AI 원칙은 AI 연구목표가 이로운 지능을 창조하는 것이며 살상 가능한 자율적 무기에 대한 군비경쟁을 지양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터미네이터’에서처럼 AI 기술이 인간을 위협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호소인 셈이다.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로 인한 사회 시스템 변화와 부작용에 대한 수많은 담론이 양산되고 있다. 먼 미래의 일로만 받아들여졌던 AI와 로봇이 현실의 문제가 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을 대신해 커피를 타주는 로봇과 간단한 전화상담이 가능한 로봇이 등장하고 드론으로 택배 배달이 가능해지면서 당장 일자리 감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AI 기술을 둘러싼 윤리 문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이 급팽창하는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규·제도 등 소프트인프라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R&D와 논의에서 빗겨나 있어 AI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AI가 실현할 미래 삶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각이 교차한다. 자율주행차나 드론, 개인형 로봇 등이 상용화될 경우 인간의 삶이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고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 AI가 접목되면 인간의 역량을 강화해 문제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반면 AI 기술의 발전과 활용으로 사회·경제·노동·산업·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구조적 변화가 초래돼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비관론 또한 존재한다. AI로 오는 2020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대신 7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IBM ‘왓슨’처럼 의사를 대신해 환자를 진료하는 시대가 도래한 상황이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미래 일자리 감소는 비단 AI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면서 “인간이 가진 장점이 상실된 분야는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고 AI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선진 각국은 오래전부터 AI와 로봇의 오작동이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통제하고 윤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5년 ‘에틱보츠(Ethicbots)’ 프로젝트와 ‘로보로(Robolaw)’ 프로젝트 등을 통해 AI와 관련된 기술윤리와 법 제도 연구를 진행했고 일본 인공지능학회도 지난달 AI 윤리지침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로봇윤리헌장 제정을 추진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로봇윤리 제정과 법규·제도 마련 같은 소프트인프라 구축은 향후 AI와 공존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AI 기술 분야에서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AI 관련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도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AI 관련 국가별 논문 발표 규모에서 우리나라는 중국·미국의 20%에 못 미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AI 전반 기술의 세계 최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국내 평균은 66.3%에 불과하고 4.4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창조경제전략센터 연구위원은 “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AI에 대한 국민 인식수준은 크게 높아졌지만 그동안 유행만을 좇던 연구개발 관행 때문에 정작 AI 연구인력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AI 기술의 활용과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은 물론 법제도 정비, 개선, 신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토종 AI '엑소브레인' 내놨지만…부처 엇박자에 핵심기술 사장될판
산업 IT 2017.03.09 05:40:59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면서 글로벌 업체 간 선두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작 정부가 주도하는 AI 기술 개발은 부처 간 엇박자로 발목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엑소브레인’이라는 순수 국산 기술의 자연어 처리 AI를 만들고 있지만 공공부문 활용을 결정해야 할 행정자치부는 엑소브레인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에서 어떤 AI를 적용하느냐가 AI 기술의 신뢰도와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며 “세계 시장에서 국산 기술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산 AI 개발과 활용을 위한 부처 간 유기적 협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8일 미래부에 따르면 엑소브레인 과제를 총괄하고 있는 ETRI는 지난해 1단계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완료하고 이달부터 2단계인 응용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부처 간 조율이 안 돼 기술 개발에 발목이 잡혔다. 엑소브레인은 ‘내 몸 밖에 있는 인공두뇌’라는 뜻으로 IBM의 ‘왓슨’과 같은 자연어 처리 AI 기술이다. 학습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을 배운 뒤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미래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선도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13년 엑소브레인을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국가 혁신기술 개발형 연구개발(R&D) 과제로 선정했다. 오는 2023년까지 10년간 3단계로 기술을 개발해 IBM 왓슨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목표다. 1단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진행했다. 이를 통해 IBM 왓슨과의 기술력 격차를 7년에서 4년으로 줄였다. 지난해 11월18일 장학퀴즈에 도전해 인간 퀴즈왕을 160점이라는 큰 점수 차로 누르며 1단계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큰 기대를 모았던 1단계 출발 때와는 달리 사업화가 목표인 2단계부터는 정부 부처 간 견해 차이로 방향을 잃고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화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적용이 필수다. 그러나 권한을 가진 행자부는 엑소브레인에 큰 관심이 없다. 행자부는 최근 ‘전자정부 2020 기본계획’과 관련해 올해 총 3조7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I 분야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적용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엑소브레인팀의 한 관계자는 “공공부문 적용에 대해서는 행자부와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며 “일단 2단계는 법률과 특허·금융 부문 등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엑소브레인을 주관하는 미래부도 전체 AI 예산은 대폭 늘리면서 엑소브레인 관련 예산은 동결했다. 올해 AI R&D에 지난해(1,106억원)보다 47% 많은 총 1,6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엑소브레인 개발 과제는 지난해와 같은 61억원으로 묶었다. 미래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매년 연간 80억원씩 엑소브레인 사업에 할당했다. AI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엑소브레인 관련 예산은 준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4가지 주요 과제 중 1가지 과제가 중도탈락하면서 예산이 자연스레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조직개편에서는 엑소브레인의 과제 책임자가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과제 총괄을 맡은 박상규 본부장 대신 김현기 박사가 과제 총괄을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행자부가 선뜻 엑소브레인을 채택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는 물론 행자부·산업부도 서로 4차 산업혁명의 주무부서가 되기 위해 경쟁한다”며 “이런 이유로 미래부 산하 기관인 ETRI가 개발한 엑소브레인을 행자부나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IBM이 올해 안에 왓슨의 한국어 버전을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엑소브레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백억원의 예산과 우수한 인력을 투입한 만큼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왓슨이 국내 AI 시장을 선점하면 혈세를 투입해 만든 기술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등 가능한 분야부터 최대한 빨리 AI를 적용한 뒤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해나가야 한다”며 “해외 기업이 들어와 국내 AI 시장을 장악한 후에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 개발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한국은 구시대적 규제에...인터넷은행·자율주행차 꽉 막혔다
산업 기업 2017.03.07 06:00:00“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역할이 끝난 것 아닙니까. 이미 국내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할 만한 서비스는 다 도입됐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가 풀리지 않는 한 더 나올 수 있는 혁신도 없을 것입니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 이달 말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은 벌써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이다. 혁신적인 핀테크 유전자(DNA)로 무장해 금융시장에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은행이 규제의 장벽을 결국 넘지 못하면서 기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산분리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한 인터넷은행은 사업범위 등을 넓히기 위한 자본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공룡 같은 기존 금융회사들의 상대가 되기 힘들다. ‘힘을 잃은 메기’로 전락한 인터넷전문은행은 4차 산업혁명 산업에 접근하는 국내 규제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융 당국의 감독체계가 어느 나라보다 촘촘한데도 아직까지 야당은 “은산분리를 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는 구시대적 이유를 들며 은산분리를 반대한다. 우리 사회는 1년 전 알파고 쇼크와 포켓몬고 열풍, 페이팔의 결제시장 침투, 중국 드론시장의 급성장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무서운 진화 속도를 피부로 느꼈지만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의 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목은 입법권력이 가장 질기게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 14개 시도 전략산업의 규제를 없애 자율주행차·드론·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사업을 활성화하겠다던 ‘규제프리존’법안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드론·친환경자동차·3D프린팅 등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정부가 금융·세제·인력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규제가 정비돼 있지 않은 융복합·신산업을 규제프리존 내에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프리존특별법 도입 시 오는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가 21만개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법이 장기간 계류되면서 4차 산업혁명 사업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정착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국내에서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 12대의 주행데이터는 각각의 연구실에만 갇혀 있을 뿐 전혀 활용되지 못한다. 자율주행 빅데이터 축적·공유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정책이 규제프리존특별법 지연에 발목이 잡혀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자율주행차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대구시 역시 맥빠진 모습이다. 대구시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되면 도심형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여기에서 수집된 주행데이터나 정밀도로지도 등을 완성차 업체와 관련 중소형 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핵심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나 사업계획을 짤 수는 없다”며 “대통령 탄핵 사태, 대선 등과 맞물려 법안 통과는 더욱 요원해졌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생명연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원격진료’ 역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원격진료를 발전시킬 잠재력은 충분하나 의료계 등의 조직적인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원격자문 외에 원격진찰이나 원격처방은 허용되지 않고 원격처방전 발급도 극히 제한돼 있다. 반면 우리보다 의료 서비스 수준이 한참 떨어진 중국의 경우 이미 2014년 ‘광둥성 제2인민병원’을 최초의 원격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원격의료를 본격화하고 있다. 법률에서 명백하게 허용하지 않으면 일단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는 새로운 혁신을 멈추게 한다. 3D프린터 스타트업 삼디몰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3D프린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지난해 8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이 업체는 소비자에게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고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의 사업모델을 개발했지만 정부가 불법으로 전기용품을 제조했다는 이유를 들며 고발한 것이다. 글로벌 규제체계와 상이한 국내 규제체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장애물로 꼽힌다.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제품이 국내 규제체계와 글로벌 규제체계가 서로 달라 시장 출시와 서비스 개발이 지연된다”며 “국내외 규제체계를 조화시켜 국내 기업들을 속히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日 로봇윤리 만들고, 美 드론 상용화…中은 국가주도 AI 육성
산업 기업 2017.03.07 06:00:00선진국들 ‘AI 윤리·법적 책임’ 본격 논의 독일은 첨단장치 차량 보험료 깎아주기도 中, IT·바이오 등 대형 M&A로 거센 추격 지난달 말 일본 인공지능학회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윤리지침을 승인했다. AI가 사회 구성원 또는 그에 준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학회 회원과 동등하게 윤리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쉽게 말해 AI도 인간과 동등한 윤리지침을 지키라는 뜻이다. 일본뿐이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AI가 지켜야 할 윤리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유럽 의회는 AI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보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에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부터 교통사고처럼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등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아직 AI 윤리에 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 실제 미국과 독일·일본 같은 제조업 선진국들은 AI와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 면허까지 발급되고 있다. 테스트용이기는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서는 시험주행하는 자율주행차에 면허를 내준다.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지만 자율주행차를 갖고 실제 시험할 수 있는 단계에 가 있는 것이다. 미국 인텔과 BMW,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는 올 초 열린 ‘CES 2017’에서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차량 40여대를 시범운용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관련 제도가 앞서 나가다 보니 보험도 한발 앞서 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사고방지용 첨단장치가 달린 차량은 보험료를 깎아준다. 자동 비상 제동장치와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같은 초기 자율주행 기능은 사고 가능성을 줄여준다. 향후 자율주행 기능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면 사고 가능성은 급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다. 특히 미국은 드론의 천국이다. 지난해 8월 드론 운영규정이 발효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연간 60만대의 상업용 드론이 운행될 예정이다. 보급 대수와 현재 기술력을 놓고 보면 향후 드론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은 이미 지난 2011년 ‘인더스트리 4.0’을 입안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IoT를 접목한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공장 생산성을 높이고 재고를 줄이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코디네이터(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법률 정비와 노동·교육제도 개혁, 디지털 인프라 조성을 도맡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2012년부터 IoT와 빅데이터를 앞세운 ‘국가 첨단 제조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은 공장설비에 인터넷을 접목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산업인터넷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생산시설 복귀)’ 정책을 펴면서 ‘U턴 기업’들의 체질 업그레이드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일본도 ‘로봇 신전략’을 비롯해 교육과 노동 등 전반적인 제도개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 속도는 더 거세다. 중국은 정보기술(IT)과 로봇·항공·바이오 등을 10대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에 진입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의 1차 목표는 중국 제조업의 수준을 제조업 강국인 미국과 독일·일본·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IT와 바이오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단숨에 글로벌 수준으로 진입, 산업혁명 때까지는 뒤졌지만 4차 산업혁명부터는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독일은 정부 주도로 2011년에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입안해 이를 시행할 정도로 다른 국가보다 수년 이상 빨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했다”며 “미국과 일본 등도 기술 수준과 규제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앞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 대선주자들 '4차산업혁명' 구호만 요란
산업 기업 2017.03.07 06:00:00조기 대선이 사정권역에 들어오면서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일정의 돌발성 때문일까. 대선주자들이 제시한 공약들을 뜯어보면 고민의 흔적은 엿보이지 않고 실체 없는 구호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나마 대선주자 중에서 4차 산업혁명 이슈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다. 두 사람은 지난 18대 대선을 대비하면서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행학습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등 정부 주도의 정책을 강조한다. 공약집에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나 자원순환경제 연계 등과 같은 구체적 구상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박정희식 패러다임’이라고 비판한 안 전 대표는 벤처기업가 출신답게 △민간 주도 △교육제도 개편 등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한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자리 창출 및 일자리 감소를 대비한 기본소득 지급 등 이 시장 특유의 복지 관점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접근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안 전 대표와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 위주의 혁신과 미래 인재양성을 제시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창업생태계 조성 등을 강조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변수가 사라지고 나면 대선주자들의 4차 산업혁명 공약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액션플랜)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초연결·초지능·초실감을 핵심 가치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의 인류역사에서 단 한번도 접해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기술과 사회구성 원리, 인간 존엄성 등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장기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중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려면 미래 변화예측과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대응체계가 중요하다”며 “특히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세제 등에서 투자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 '알파고 쇼크' 1년, 한발짝도 못나간 대한민국
산업 산업일반 2017.03.07 06:00:00이세돌 9단이 돌을 던졌다. 186수 만의 불계패.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던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3월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첫날, 인간은 인공지능(AI)에 완패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다섯 번의 대국에서 한차례 승리를 거뒀지만 ‘알파고 쇼크’의 파장은 컸다. ‘알파고 쇼크’ 이후 4차 산업혁명을 막연한 미래로 생각하던 우리나라는 AI를 당장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IBM의 AI인 ‘왓슨’연구소에 20년간 몸담았던 AI 전문가 이호수 SK㈜ C&C사업 DT총괄은 “(AI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대학·기업·연구소의 물밑 움직임이 굉장히 활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대의와 달리 현실은 답답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준비 순위에서 한국은 25위. 그나마 기술 수준은 23위였으나 노동시장 유연성 83위, 법·제도 시스템 62위 등 사회구조적 여건은 형편없다. 실력도 미국 등 선진국과 겨루기 벅찬데 이를 담아낼 그릇은 낡았다는 의미다. 실제 드론·핀테크·자율주행차 등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담당 정부부처의 규제에 막혀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기술창업의 현실적인 벽은 여전히 높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수년간 기술을 축적해온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규제와 씨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컨트롤타워도 불분명하다. 화려한 이름과 함께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4년 만에 간판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다 못한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2일 관계부처 장관들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4차 산업혁명전략위원회’를 신설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법과 제도·교육·노동 등을 아우르는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량생산 체제와 각종 규제로 점철된 지금의 사회 시스템으로는 AI와 사물인터넷(Io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와 기업 모두 기술이 반짝 유행하면 일회성 대책을 내놓고 아니면 접는 행태를 반복해왔는데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미래 산업을 결코 선점할 수 없다”며 “논의를 좀 더 구체화하고 규제타파 등 정책적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 왜 소프트 인프라인가
경제·금융 정책 2017.03.07 06:00:00지난 2008년 5월14일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회의. 도미니크 바턴 당시 맥킨지컨설팅 글로벌 회장은 “한국은 과학과 기술 인프라 등 ‘하드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창의적 인재의 확보와 유치, 기업환경, 사회적 신뢰 등 ‘소프트 인프라’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을 짜는 자리에서 나온 말로 한국의 부족한 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포럼 2017’의 주제를 ‘더 넥스트 코리아:소프트 인프라 포 넥스트 엔진(The Next KOREA: SOFT INFRA For NEXT ENGINE)’으로 잡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바턴 회장의 지적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의 일이지만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은 그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이다. 소프트 인프라에 대한 확립적인 정의는 아직 없다. 일반적으로 보면 소프트 인프라란 도로나 철도·항만·공항 같은 하드 인프라와 대비되는 용어다. 좁게는 하드 인프라의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도시계획과 교통계획·조경·환경평가 등을 의미한다. 개념을 확장하면 한 조직이나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본지가 소프트 인프라의 개념을 가져온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교육, 노동, 복지 시스템, 연구개발(R&D)은 아직도 3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방식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방식 하나하나가 모두 변한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라 법을 바꿔야 하고 공장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새로운 교육과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대비에서부터 한발 늦은 우리나라는 정치적 변동성과 북한 리스크로 시스템 개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본지가 소프트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日 로봇윤리 만들고, 美 드론 상용화…中은 국가주도 AI 육성
산업 기업 2017.03.06 18:24:41선진국들 ‘AI 윤리·법적 책임’ 본격 논의 독일은 첨단장치 차량 보험료 깎아주기도 中, IT·바이오 등 대형 M&A로 거센 추격 지난달 말 일본 인공지능학회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윤리지침을 승인했다. AI가 사회 구성원 또는 그에 준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학회 회원과 동등하게 윤리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쉽게 말해 AI도 인간과 동등한 윤리지침을 지키라는 뜻이다. 일본뿐이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AI가 지켜야 할 윤리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유럽 의회는 AI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보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에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부터 교통사고처럼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등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아직 AI 윤리에 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 실제 미국과 독일·일본 같은 제조업 선진국들은 AI와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 면허까지 발급되고 있다. 테스트용이기는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서는 시험주행하는 자율주행차에 면허를 내준다.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지만 자율주행차를 갖고 실제 시험할 수 있는 단계에 가 있는 것이다. 미국 인텔과 BMW,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는 올 초 열린 ‘CES 2017’에서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차량 40여대를 시범운용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관련 제도가 앞서 나가다 보니 보험도 한발 앞서 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사고방지용 첨단장치가 달린 차량은 보험료를 깎아준다. 자동 비상 제동장치와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같은 초기 자율주행 기능은 사고 가능성을 줄여준다. 향후 자율주행 기능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면 사고 가능성은 급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다. 특히 미국은 드론의 천국이다. 지난해 8월 드론 운영규정이 발효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연간 60만대의 상업용 드론이 운행될 예정이다. 보급 대수와 현재 기술력을 놓고 보면 향후 드론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은 이미 지난 2011년 ‘인더스트리 4.0’을 입안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IoT를 접목한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공장 생산성을 높이고 재고를 줄이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코디네이터(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법률 정비와 노동·교육제도 개혁, 디지털 인프라 조성을 도맡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2012년부터 IoT와 빅데이터를 앞세운 ‘국가 첨단 제조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은 공장설비에 인터넷을 접목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산업인터넷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생산시설 복귀)’ 정책을 펴면서 ‘U턴 기업’들의 체질 업그레이드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일본도 ‘로봇 신전략’을 비롯해 교육과 노동 등 전반적인 제도개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 속도는 더 거세다. 중국은 정보기술(IT)과 로봇·항공·바이오 등을 10대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에 진입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의 1차 목표는 중국 제조업의 수준을 제조업 강국인 미국과 독일·일본·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IT와 바이오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단숨에 글로벌 수준으로 진입, 산업혁명 때까지는 뒤졌지만 4차 산업혁명부터는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독일은 정부 주도로 2011년에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입안해 이를 시행할 정도로 다른 국가보다 수년 이상 빨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했다”며 “미국과 일본 등도 기술 수준과 규제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앞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한국은 구시대적 규제에...인터넷은행·자율주행차 꽉 막혔다
산업 기업 2017.03.06 18:23:45“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역할이 끝난 것 아닙니까. 이미 국내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할 만한 서비스는 다 도입됐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가 풀리지 않는 한 더 나올 수 있는 혁신도 없을 것입니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 이달 말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은 벌써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이다. 혁신적인 핀테크 유전자(DNA)로 무장해 금융시장에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은행이 규제의 장벽을 결국 넘지 못하면서 기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산분리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한 인터넷은행은 사업범위 등을 넓히기 위한 자본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공룡 같은 기존 금융회사들의 상대가 되기 힘들다. ‘힘을 잃은 메기’로 전락한 인터넷전문은행은 4차 산업혁명 산업에 접근하는 국내 규제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융 당국의 감독체계가 어느 나라보다 촘촘한데도 아직까지 야당은 “은산분리를 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는 구시대적 이유를 들며 은산분리를 반대한다. 우리 사회는 1년 전 알파고 쇼크와 포켓몬고 열풍, 페이팔의 결제시장 침투, 중국 드론시장의 급성장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무서운 진화 속도를 피부로 느꼈지만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의 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목은 입법권력이 가장 질기게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 14개 시도 전략산업의 규제를 없애 자율주행차·드론·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사업을 활성화하겠다던 ‘규제프리존’법안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드론·친환경자동차·3D프린팅 등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정부가 금융·세제·인력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규제가 정비돼 있지 않은 융복합·신산업을 규제프리존 내에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프리존특별법 도입 시 오는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가 21만개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법이 장기간 계류되면서 4차 산업혁명 사업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정착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국내에서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 12대의 주행데이터는 각각의 연구실에만 갇혀 있을 뿐 전혀 활용되지 못한다. 자율주행 빅데이터 축적·공유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정책이 규제프리존특별법 지연에 발목이 잡혀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자율주행차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대구시 역시 맥빠진 모습이다. 대구시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되면 도심형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여기에서 수집된 주행데이터나 정밀도로지도 등을 완성차 업체와 관련 중소형 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핵심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나 사업계획을 짤 수는 없다”며 “대통령 탄핵 사태, 대선 등과 맞물려 법안 통과는 더욱 요원해졌다”고 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생명연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원격진료’ 역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원격진료를 발전시킬 잠재력은 충분하나 의료계 등의 조직적인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원격자문 외에 원격진찰이나 원격처방은 허용되지 않고 원격처방전 발급도 극히 제한돼 있다. 반면 우리보다 의료 서비스 수준이 한참 떨어진 중국의 경우 이미 2014년 ‘광둥성 제2인민병원’을 최초의 원격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원격의료를 본격화하고 있다. 법률에서 명백하게 허용하지 않으면 일단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는 새로운 혁신을 멈추게 한다. 3D프린터 스타트업 삼디몰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3D프린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지난해 8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이 업체는 소비자에게 3D프린터 부품을 판매하고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의 사업모델을 개발했지만 정부가 불법으로 전기용품을 제조했다는 이유를 들며 고발한 것이다. 글로벌 규제체계와 상이한 국내 규제체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장애물로 꼽힌다.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제품이 국내 규제체계와 글로벌 규제체계가 서로 달라 시장 출시와 서비스 개발이 지연된다”며 “국내외 규제체계를 조화시켜 국내 기업들을 속히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 왜 소프트 인프라인가
경제·금융 정책 2017.03.06 18:23:40지난 2008년 5월14일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회의. 도미니크 바턴 당시 맥킨지컨설팅 글로벌 회장은 “한국은 과학과 기술 인프라 등 ‘하드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창의적 인재의 확보와 유치, 기업환경, 사회적 신뢰 등 ‘소프트 인프라’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을 짜는 자리에서 나온 말로 한국의 부족한 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포럼 2017’의 주제를 ‘더 넥스트 코리아:소프트 인프라 포 넥스트 엔진(The Next KOREA: SOFT INFRA For NEXT ENGINE)’으로 잡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바턴 회장의 지적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의 일이지만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은 그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이다. 소프트 인프라에 대한 확립적인 정의는 아직 없다. 일반적으로 보면 소프트 인프라란 도로나 철도·항만·공항 같은 하드 인프라와 대비되는 용어다. 좁게는 하드 인프라의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도시계획과 교통계획·조경·환경평가 등을 의미한다. 개념을 확장하면 한 조직이나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본지가 소프트 인프라의 개념을 가져온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교육, 노동, 복지 시스템, 연구개발(R&D)은 아직도 3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방식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방식 하나하나가 모두 변한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라 법을 바꿔야 하고 공장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새로운 교육과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대비에서부터 한발 늦은 우리나라는 정치적 변동성과 북한 리스크로 시스템 개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본지가 소프트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SOFT INFRA For NEXT ENGINE] 대선주자들 '4차산업혁명' 구호만 요란
산업 기업 2017.03.06 18:23:35조기 대선이 사정권역에 들어오면서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일정의 돌발성 때문일까. 대선주자들이 제시한 공약들을 뜯어보면 고민의 흔적은 엿보이지 않고 실체 없는 구호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나마 대선주자 중에서 4차 산업혁명 이슈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다. 두 사람은 지난 18대 대선을 대비하면서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행학습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 등 정부 주도의 정책을 강조한다. 공약집에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나 자원순환경제 연계 등과 같은 구체적 구상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박정희식 패러다임’이라고 비판한 안 전 대표는 벤처기업가 출신답게 △민간 주도 △교육제도 개편 등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한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자리 창출 및 일자리 감소를 대비한 기본소득 지급 등 이 시장 특유의 복지 관점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접근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안 전 대표와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 위주의 혁신과 미래 인재양성을 제시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창업생태계 조성 등을 강조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변수가 사라지고 나면 대선주자들의 4차 산업혁명 공약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액션플랜)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초연결·초지능·초실감을 핵심 가치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의 인류역사에서 단 한번도 접해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기술과 사회구성 원리, 인간 존엄성 등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장기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중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려면 미래 변화예측과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대응체계가 중요하다”며 “특히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세제 등에서 투자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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