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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23년째 준비만...우주망원경 발사 '지난한 여정'

■별들과의 대화-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1996년부터 개발 나섰지만

NASA, 2016년에야 제작 완료

발사도 2019년→2021년 계속 연기

허블보다 6배 큰 거대한 주경에

150만㎞ 떨어진 'L2'로 갈 예정

철저한 점검후 제자리 안착하면

이제껏 보지못한 우주 만나게 될것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모습. /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만났다. 전화번호도 주민등록번호도 010으로 시작하는 이 21세기 청소년은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가 20세기부터 시작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대체 언제 우주망원경이 돼요?”

이름부터가 ‘우주망원경’인데 언제 우주망원경이 되느냐니 이게 무슨 선문답인가. 사실 이 질문은 천문학자뿐 아니라 우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십수년째 품고 있는 질문이다. 지난 1996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멀리 있는 천체를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23년째인 오늘날까지도 이 망원경을 지구 밖으로 떠나보내지 못했다.

지구 밖 세상을 보다 멀리, 더욱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우주망원경은 큰 선물이다. 지구 대기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별빛은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그대로 직진하지만 지구 대기를 만나는 순간 굴절된다. 게다가 대기는 멈춰 있는 균일한 매질이 아니므로 공기의 흐름에 따라 별빛이 굴절되는 방향과 경로가 계속해서 바뀐다. 수영장 바닥에 떨어진 동전의 모습이 물의 흐름에 따라 일렁이는 것과 같다. 거기에 대기 분자가 별빛을 여러 방향으로 산란시켜버린다. 그래서 지상에서 별을 찍으면 약간 퍼진 동그라미로 보이는 것이다. 모든 별은 너무 멀리 있다. 대기가 없다면 아무리 큰 망원경으로 봐도 점 하나, 픽셀 하나다.

우리가 사랑하는 성운과 은하를 생각해보자. 그곳에는 수많은 별이 모여 있다. 지상 망원경으로 보면 그곳의 모든 별빛이 각자 조금씩 퍼져 보인다. 그 주변을 메우고 있는 성간물질까지 한몫해서 결과적으로는 솜사탕 한 조각 뜯어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나마도 보일 때 얘기다. 천체에서 오는 빛의 적외선 영역 상당 부분, X선·감마선 영역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지 못한다. 우주망원경의 또 한 가지 장점은 하루 종일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우주의 특정 영역을 밤낮없이 계속 보려면 세 대의 망원경을 경도 120도 간격으로 배치해 3교대로 밤 지역의 망원경이 관측한다. 반면 우주에서는 태양 크기의 시야가 가려질 뿐 하루 종일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망원경을 우주에 띄워둔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90년대의 아이들을 매료시킨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샌드라 불럭이 분한 라이언 스톤 박사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 수리하던 바로 그 망원경이다. 1990년 지구 600㎞ 상공에 오른 이래 허블 우주망원경은 화려한 성단·성운·은하 사진들로 지구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일명 ‘창조의 기둥’이라 불리는 독수리 성운 M16, 바다뱀자리의 막대나선은하 M83, 신비로운 구조로 연결된 고양이 눈 성운 NGC6543, 우주의 밀짚모자 솜브레로 은하 M104….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독수리 성운(M16), 바다뱀자리 막대나선은하(M83), 고양이 눈 성운(NGC6543), 솜브레로 은하(M104). /NASA·ESA·허블헤리티지팀(STScI/AUR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보다 더 멀고 희미한 천체를 보기 위해 적외선 영역 관측에 집중할 예정이다. 1.3m 크기의 육각형 거울 18개가 연결된 거대한 주경을 준비했다. 거울을 차곡차곡 접은 채로 발사했다가 우주에 가서 펼치면 총 지름이 6.5m에 달한다. 허블의 주경보다 여섯 배 이상 넓은 것이다.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망원경을 보호하기 위한 차폐막은 거의 테니스 코트만 하다.

이토록 거대한 구조물을 정교하게 준비해 우주 공간에 올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계획을 시작한 1996년에만도 2007년이면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이를 한참 넘긴 2016년에야 망원경이 다 건설됐다. 그 후에도 발사 시의 고온과 진동 속에서도 망가지지 않는지, 우주 공간의 극저온을 견디며 정상 작동할 수 있는지 등 여러 검사를 거쳤다. 2018년, 태양광 차단막을 펼치다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결함을 고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는 동안 발사일은 2014년으로 연기됐다가 다시 2019년으로, 2020년으로, 그리고는 2021년 3월로 한 차례 더 미뤄졌다. 과학·기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제작에 들어갈 비용·시간·인력 등 사전에 추산한 여러 항목이 당초 예상에서 벗어나면서 수차례의 조정이 필요했다. 컴퓨터 본체 완성품을 사는 대신 부품을 각각 따로 사서 조립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비용도, 시간도 당초 예상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토록 모든 방면에서 신중을 기하는 데는 그럴 법한 이유가 있다.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훨씬 멀리,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곳으로 갈 예정이다. 천문학자들이 라그랑주점2(L2)라고 부르는 이곳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위치로 골프 홀컵과 같은 곳이다. 근처까지 가면 공이 홀컵 안으로 들어가듯 L2 근처로 가면 다른 데로 흘러가버리지 않고 위치를 유지하기 쉽다. 문제는 사람이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점이다. 일단 떠나보내면 점검도 수리도 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완벽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기다리고 주의를 기울이고 지지해온 대가로 제임스 웹이 진짜 ‘우주망원경’이 되면 우리는 이제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우주의 한 켠을 또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달 궤도선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만 된다는 보장은 없다. 과학기술의 실현, 비용, 일정, 인력수급 등 다방면의 난관을 만날 것이다. 당초 계획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고 어떤 작은 변화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마침내 달에 가서 새로운 달 과학의 장을 펼칠 것이다. 2021년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떠나고 한국형 달 탐사선이 달 궤도에 오르기를 염원한다.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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