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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등록금 동결 11년…빚더미 앉은 私學 국공립대 정교수 연봉 사립대 첫 추월

4년제 국공립, 3년새 14%↑

사립은 물가상승률도 못미쳐





국내 사립대들이 재정 위기에 몰리면서 지난해 국공립대 정교수 연봉이 처음으로 사립대를 앞질렀다. 11년째 지속된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에 시달린 사립대들이 교수 연봉마저 묶거나 줄여온 결과로, 열악한 처우 때문에 학문에 대한 인재들의 외면이 가속화해 ‘대학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별 교원 급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4년제 대학 224곳 중 국공립대 정교수의 평균 임금은 1억424만원으로 사립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9,890만원)을 추월했다. 국공립대 정교수 임금은 지난 2016년 9,132만원에서 3년간 14% 인상돼 1억원 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립대 교수의 임금 인상률은 2% 내외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며 통상 ‘사립대 임금의 3분의2’로 알려져 온 국공립대가 사립대를 앞지르는 ‘연봉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대학 정교수의 평균 임금은 2016년 국립대 9,132만원, 사립대 9,670만원이었으나 2017년 각각 9,433만원과 9,631만원으로 폭이 좁혀졌다가 지난해 뒤집혔다. 임금 오름폭을 보면 최근 2년간만 해도 국립대는 940만원에 달한 반면 사립대는 220만원에 그쳤다. 국립대 부교수와 조교수 임금은 이미 오래전에 사립대를 추월했는데 정교수 임금마저 2017년을 기점으로 넘어선 것이다.

또 ‘4년제 사립대 비정년 전임교원 현황’에 따르면 국내 4년제 사립대 118곳은 2017년과 2018년 전임교원 신규 임용의 각각 50%와 45%를 저임금 무기계약직 형태인 비정년계열 교원으로 채웠다. 특히 이 같은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 간 연봉역전 현상은 향후 10년 내 40% 이상의 교원이 교체될 전망인 대학사회에서 실용학문 외에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및 기초소재 학문 연구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문제로 지적된다. 임재훈 의원은 “대학 인력 생태계와 연구환경이 위협받게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중요성이 높아지는 기초 소재학문 분야부터 흔들리게 된다”며 “사립대 재정위기를 타개할 근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인재들 열악한 처우에 교수직 기피...기초학문 연구 경고등

[국공립대 정교수 연봉 사립대 첫 추월]

“갓 취업 제자보다 월급 적어...학문의 길 권유는 사치”

임용도 줄며 비정년계열로 채워져 정교수 사라질판





“아들이 제 월급명세서를 확인하더니 흠칫 놀랐습니다. 평생을 연구에 바친 결과가 이 정도라면, 뒤를 이어갈 후배들이 과연 있을지 걱정입니다.”(서울 사립대의 정교수)

“이제 갓 취업한 제자의 월급이 저보다 많습니다. 학문의 길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사치입니다.”(서울 사립대의 비정년계열 조교수)

사학의 재정위기가 한때 우리 사회의 가장 존경받는 일자리 중 하나였던 대학교수 직을 뿌리부터 흔들며 국내 근본적인 연구 환경을 위협하는 수위로 치닫고 있다. 정부 출연금에 기대는 국·공립대(국립대법인 포함) 교수 연봉은 꾸준히 올랐지만, 등록금 의존율이 큰 사립대의 교원 연봉은 10년간 누적된 등록금 동결 등의 직격탄을 맞아 제자리걸음을 보인 탓이다. 사립대 연봉은 정교수는 물론 부교수와 조교수 모두 3년간 2% 남짓 오르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호봉 승급, 직급 승진 등을 감안할 때 상당수 대학들이 동결을 넘어 감축 수순을 밟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셈이다.

29일 국내 주요 사립대 등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형태인 저임금 비정년계열 교원이 늘며 이들이 분포된 부교수, 조교수 임금은 이미 국립대에 추월당했고, 지난해에는 비정년계열과 무관한 정교수마저 연봉 역전을 보였다. 실제 비정년계열 비율이 높은 조교수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5,001만원으로 국립대 동일 직급의 70%에 그쳤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국내 이공계 대학원이 텅텅 비고 본교 학부 출신을 찾기 어려울 만큼 연구 기반이 흔들리는 것도 이 같은 임금구조를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사립대 교수는 “임용도 학교 간 이동도 어려운데다 연봉마저 10년째 동결 상태인데 이런 처우를 목표로 수십 년 학문의 길을 걸을 후배들이 있겠냐”며 “교수 사회 전반에 열패감과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종교 특성화 대학을 제외한 일반 대학 중 지난해 정교수 평균임금이 가장 낮은 대학은 경북에 위치한 한 대학의 4,426만원이었다. 지난해 정교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대학은 가톨릭대학교 제2캠퍼스(2억1,141만원)였고 성균관대, 연세대, 인제대, 순천향대가 뒤를 이었다.

비정년계열 교원이나 강사 등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충남 A대는 전임교원의 64%, 서울 B대는 50%, 경기 C대는 46%를 비정년계열로 두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임금은 3,400만원 수준으로, 최하위 대학의 지난해 연봉은 1,4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강사의 평균연봉도 776만원에 불과했다. 3년간 4% 올랐지만, 연봉 1위는 2016년 2,631만원(수원대), 2017년 2,586만원(금오공대)에서 2018년 1,656만원(한려대)으로 갈수록 하락해 처우가 악화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조권익 전국교수노조 사무처장은 “비정년계열이 교양과목, 산학협력 등을 넘어 전공과목에서 빠르게 늘어 대부분 학과에 존재한다”며 “정년퇴임 이후에도 공석으로 두거나 비정년계열로 채우기 일쑤라 대학에서 정교수가 사라질 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로 김영삼정권의 ‘5.31 교육개혁’ 이후 대학이 늘며 급증했던 교수들이 정년 퇴임기에 돌입하며 향후 10년 내 40% 이상의 교원이 교체될 전망이라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교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마저도 비정년계열로 채워진다면 낮은 처우와 연봉으로 인재들의 학문 기피는 더 확대되고 국내 연구 기반은 그만큼 악화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실용학문 외에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및 기초소재 학문의 연구 기반은 그만큼 더 열악해 것이라는 게 학계의 우려다.

전문가들은 보편복지의 확대 속에서도 ‘교육복지’가 외면된 결과로, 대학 투자를 국민적 복지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대학 등록금이 장기 동결되는 원인도 정부 재정과 무관하지 않다. 2011년 완성된 ‘반값등록금’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등록금이 오른다면 투입되는 정부 재정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는 경쟁국들과 비교할 때 정부가 대학 투자를 근원부터 다시 검토하지 않는다면 4차 산업시대 대응에 뒤질 수 밖에 없다”며 “법인전입금 준수 등을 기준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하는 재정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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