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수요 억제를 위한 고강도 대출 규제에 대해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의 대규모 공급 대책이 가시화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강남 서리풀지구와 수도권 광명시흥지구 등의 용적률 상향과 신규 택지 지정을 통해 ‘6만+α’ 가구를 공급하는 주거 공급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날 이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고 한 발언을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난 게 많이 남아 있다”면서 “공급이 충분히 속도를 내면 걱정할 상황은 전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을 산업계로 환류시켜 경제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편중 현상을 타파하고 주식·금융시장으로 ‘머니 무브’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집값 안정은 대통령의 호언장담이나 대증적 수요·공급 대책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면서 28번의 규제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땜질 처방은 집값 폭등과 전세 대란을 자초했다.
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대출 규제와 강력한 정책 의지 표명은 일단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던 서울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양천·영등포구 등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도 과천시 등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자신감은 금물이다. 새 정부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땜질식 대증요법을 지양하고 시장 친화 정책을 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당장 공급 계획을 밝히더라도 입주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의 병행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보다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처방에 나서야 망국적인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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