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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신원·환부 확인 부실…‘사람 잡는 수술’ 잇따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주의경보

무릎 인공관절·손가락 좌우 바뀐 수술서

임신부에 영양제 대신 마취제·낙태까지

사망·영구손상 등 자율보고만 年 679건

병원에서 환자나 수술부위 착오로 엉뚱한 수술을 하는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했다.

의료사고는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이 예정된 환자의 왼쪽 무릎을 수술하고, 오른쪽 갈비뼈에 생긴 종양에 대한 검사 영상의 좌우를 혼동해 왼쪽을 수술하는 식이다. 왼쪽 8번 갈비뼈에 생긴 종양을 X선 촬영으로 확인한 뒤 의사가 위치 표시를 펜이 아닌 바늘로 해 소독과정에서 빠져 멀쩡한 7번 갈비뼈를 수술했다가 뒤늦게 알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린 뒤 종양 부위를 다시 수술한 살례도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는 간호사가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분만실에 올라온 여성을 신원확인도 않고 계류유산(임신 중 태아 사망) 환자로 착각해 마취를 하고, 의사도 별다른 확인 없이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한 사고가 벌어졌다. 이 임신부는 하혈이 계속돼 다음 날 병원을 다시 찾았다가 자신이 낙태 수술을 받은 걸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왼쪽 가운데 손가락 등의 굽힘힘줄에 생긴 결절·종창으로 인해 손가락을 굽히거나 펴기 힘들고 통증이 심하며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딱’ 소리가 나야 움직여지는 ‘방아쇠 수지(손가락)’ 때문에 수술이 예정된 환자의 오른쪽 손가락을 수술한 경우, 오른쪽 넷째 손가락을 다쳐 상처와 함께 끝마디의 펴는 힘줄이 떨어져 펴지지 않는 ‘망치 수지’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가 피부절개 직전 가운데 손가락을 영상촬영(C-arm)하고 수술한 경우도 있다.

16일 인증원에 따르면 이 같은 환자안전사고는 △수술부위 표시절차 △마취 및 수술부위 절개 전, 수술 후 모든 의료진 등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환자와 수술부위·방법을 확인하는 ‘타임아웃(Time out)’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했다. 타임아웃 절차는 협진 수술을 할 경우 수술팀이 바뀔 때마다 다시 실시해야 한다.

인증원은 병원에 절차 마련과 준수를 권고했다. 권고에 따르면 수술부위는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가 지워지지 않는 전용 펜으로 직접 표시한 뒤 환자와 함께 확인하고 확인서 작성·서명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원곤 인증원장은 “수술의 빠른 진행과 비효과적인 의사소통, 수술부위 확인절차의 당위성에 대한 보건의료인의 인식 부족 등으로 수술부위 확인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돼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확한 수술 부위 표시, 타임아웃 절차 준수 등 안전한 수술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증원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건수는 지난해 9,250건으로 2017년(3,864건)의 2.4배로 불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9,250건 중 679건(7.3%)이 장기적 또는 영구적 손상·부작용(584건, 6.3%), 사망(95건, 1.0%) 등 위해 정도가 높은 안전사고를 당했다. 안전사고 종류는 낙상 4,224건(45.7%), 투약 2,602건(28.1%), 검사 533건(5.8%), 진료재료 오염·불량 433건(4.7%), 감염 161건(1.7%) 순이었다.

환자안전제도 관리체계 강화도 시급하다.

200병상 이상 병원과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2016년 7월부터 환자안전법에 따라 환자안전 전담인력(5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 등)을 1명 이상 배치하고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 법은 2010년 백혈병 치료 중 의료진의 실수로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교차 투여돼 9세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자료: 인재근 의원실)


하지만 인증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의무 설치대상 병원의 30.6%(60곳), 요양병원의 25.5%(113곳), 종합병원의 3.5%(11곳) 등이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998개 병원·요양병원·치과병원·종합병원 중 19.5%(185곳)가 법 위반 상태였다.

998곳 중 28.2%(281곳)는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병원의 33.2%(65곳), 요양병원의 45.5%(202곳), 종합병원의 4.1%(13곳)가 설치 현황을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인데 설치한 곳도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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