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9살 여아의 잔혹했던 학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해당 여아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충격적 가학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루건은 총 모양으로, 열에 잘 녹는 플라스틱을 20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해 녹인 후 플라스틱이나 목재, 금속, 천 등 가볍고 힘이 많이 가해지지 않는 간단한 물체를 접착할 때 사용하는 공구다
11일 경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9살 A양은 지난달 29일 목에 쇠사슬과 자물쇠가 묶인 채 이틀 동안 자신의 집 테라스에 감금돼 있다가 잠시 줄을 풀어준 사이 집에서 탈출했다. 경찰은 A양이 4층 집 난간을 타고 옆집 난간으로 넘어가 도망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평소 계부와 친모는 A양이 말을 듣지 않으면 테라스에 쇠사슬로 목을 묶어 이동을 못하게 했다고 한다. A양은 조사에서 “집을 나가겠다고 하면 감금했다”며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할 때만 쇠사슬을 풀어줬다”고 진술했다.
계부 B(35)씨는 쇠막대기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온몸와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하기도 했다. 친모 C(27)씨는 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서 글루건으로 발등을 쏘거나, 쇠젓가락을 불에 달궈 발바닥을 지지는 등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쇠사슬과 자물쇠, 글루건 등 물품을 압수한 상태다.
A양은 아동전문보호기관에 밥도 하루 한끼만 먹었다고 전했다. 혼자서 다락방에 살면서 집 안에서도 철저하게 감금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학행위는 A양이 위탁가정에서 2년 동안 생활한 뒤 2017년 집으로 복귀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찰은 A양 부모가 경남 거제시에서 창녕으로 이사 온 지난 1월 이후부터 5개월여 동안 학대가 집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학대 정황은 A양의 건강 상태에서도 확인됐다. 병원 치료 과정에서 A양의 신체 다수에 골절과 상처, 손과 발의 화상 흔적, 등과 목의 상처, 심한 빈혈 등의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를 학대의 유력한 증거로 파악하고 있다.
또 A양은 보호기관에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학교는 가고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 아동을 상대로 지난 2일과 10일 벌인 조사와 최초 상담 기록지 진술을 토대로 학대 사실을 확인했다”며 “계부와 친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통해 아동 학대 혐의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부는 지난 4일 1차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다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대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친모에 대한 조사는 당초 11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미뤄지게 됐다. B씨와 C씨 사이에는 A양 외에 3명의 자녀가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명은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조사한 결과 이 3명의 자녀에 대해서는 특별한 학대 정황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경찰은 지난 10일 법원의 자녀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B·C씨와 3명의 자녀를 분리하기 위해 집을 찾았으나 이들 부부가 자해하며 완강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오후 6시20분쯤 창녕 대합면의 한 편의점에서 눈에 멍이 든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얼굴과 온 몸에 멍자국이 있었으며 손가락에는 심한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지문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계부 B씨는 A양의 손을 프라이팬에 지진 이유에 대해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길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문 조회 등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으니 지문을 없애라는 것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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