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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보험감독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여러 차례의 금융위기를 통해 정착된 지금의 금융감독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감독의 형태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다.

현행 보험감독에서도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가 상품감리 측면에서 상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보험요율에 대해서 요율이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충분성(adequacy) 원칙’과 함께 요율이 보험금과 그 밖의 급부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아야 한다는 ‘비과도성(not excessive) 원칙’이 제시되고 있는데, 비과도성 원칙은 자동차보험 특칙과 더불어 가격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유로운 상품설계와 가격결정에 대한 금융회사의 선택을 존중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대신 금융감독은 그 선택을 사후적으로 감시하는 방향으로 금융개혁이 진행되어 왔다. 이는 경영과정의 대표적 기능인 가격과 상품에 대한 규제보다는 시장 기능의 효율성이 소비자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선진 시장에서는 선언적 원칙이 되어 버린 ‘비과도성 원칙’이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엄격한 상품 감리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보험상품 감리에서 보험요율의 ‘충분성 원칙’이 ‘비과도성 원칙’에 압도되어 버리면, 새로 출시되는 상품을 통해 미래 부실이 계속해서 양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사후적인 자본규제로는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확실하게 막기가 어렵다. 이는 마치 보험회사 내부의 영업 부문과 위험관리 부문 간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요율의 충분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품의 출시는 깐깐한 보험금 지급 심사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 결과는 대량의 소비자 민원 발생과 보험금 미지급이다. 처음부터 부족한 보험료를 받고 출발한 상품을 두고 나중에서야 늘어나는 민원을 줄이고 자본을 확충해서 손실을 메우라는 것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 보험시장도 상황이 비슷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비과도성 원칙’ 중심의 감독 환경에서 나타난 보험회사 부실에 보험회사에는 준비금 추가 적립 등 자본 확충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한편, 감독당국도 ‘충분성 원칙’에 기초한 상품 감리로 전환하여 보험회사가 건실한 보험마진을 획득함으로써 이차역마진을 극복하도록 유도했다.

궁극의 보험소비자 보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소비자가 약속한 보험금을 불편함 없이 정당하게 지급받는 것이다. 상품과 회사의 건전성 감독에 기초하면서 보험회사와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감독 기조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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