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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모보다 핵추진잠수함 개발...9척 확보해 고슴도치 전략 펼쳐야" [청론직설]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SLBM 탑재 핵잠수함 만들어야

靑서 영관급 인사까지 간섭, 줄 세우기 인사가 군 약화

철저한 능력주의 인사로 강군 만든 이스라엘서 배워야

전시작전권 환수, 정치적 의도로 밀어붙이면 재앙 우려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이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지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경항공모함보다 언제 어디서나 강한 적을 상대할 수 있고 비용·운용 효율도 뛰어난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군 기강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경계 실패 사례가 속출했고, 민간인의 군부대 무단 침입, 성추행 은폐에 따른 극단적 선택 등 끝이 없다. 아무리 좋은 첨단 무기를 가져도 기강이 무너진 군대에는 희망이 없다.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충분한 여건을 갖췄는 데도 강군이 되지 못한 것은 군의 소프트웨어 부문 개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군 인사 때 능력과 관계없이 내 편 네 편 따지며 줄을 세우는 게 군을 약화시키고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 강화 방안에 대해 “경항모보다는 비대칭 전력으로 비용·운용 효율이 훨씬 높은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20여 년간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하며 국방 개혁을 다뤄온 군 전략·전력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인 정 전 소장을 찾아 ‘강군의 길’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최근 국방 개혁을 주제로 ‘강군의 꿈’이라는 책도 펴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불안정성이 역내 국가들의 군비 증강으로 커지고 있다.

△동북아에서는 역사적으로 늘 지배와 피지배, 강압과 대립의 양상이 반복돼왔다. 중국이 강성할 때 주변국들은 늘 시달려왔다. 우리가 생존하려면 스스로 지키려는 강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동맹은 필요하다. 하지만 동맹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으므로 보완재에 불과하다는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자국의 이익과 배치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국가의 존속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 자주국방 역량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군내 사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병영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단편적인 병영 문화 개선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1800년대 70년가량 실시해 강력한 독일군 전통을 형성한 계기가 된 군 지휘 문화 개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장교들의 인식이 변해야 하급 간부나 병사들의 생각도 바뀌고 간부들이 병사를 대하는 관계도 달라진다.

-군 전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양적 충분성과 질적 우수성 중 어느 것을 추구할 것인지, 또 투자에 비례한 효과를 나타내는 대칭 전력, 투자 대비 압도적 효력을 보이는 비대칭 전력 중 어떤 것을 우선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북한은 병사의 복무 기간을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정해진 기간에 사회로 돌려보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게 해줘야 한다.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야 하므로 질적 우수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또 상대와 유사하거나 좀 더 많은 역량을 가진 경우 대칭 전력 중심의 군비경쟁을 이끌어냄으로써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대칭적 경쟁으로 맞설 수는 없다. 주변국까지 고려하면 질적 우수성을 추구하되 비대칭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해 발사 전 킬체인, 발사 후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타격을 입은 후 참수 작전을 포함한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3축 체계 전략은 기본적인 전략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감시·정찰 분야의 능력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으나 미사일 방어와 타격 분야는 어느 정도 능력을 갖췄고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우리 군의 경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 개발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항모는 우리 상황에 그다지 유용하지 않으나 핵 추진 잠수함은 유리한 방안이다. 경항모 개발은 군사적 효용도가 낮을 뿐 아니라 조종사 양성·유지, 지원 세력 구축, 막대한 예산, 운영 능력 확보의 어려움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기 어렵다. 중국도 다수의 항공모함를 보유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운영 능력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군 일부에서도 항모 무용론이 제기됐다. 반면 핵 추진 잠수함은 언제 어디서든 강한 적을 상대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고 비용·운용 효율도 뛰어나다. 한미원자력협정과 국제적 통제 조약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는 게 좋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3척 당 한 세트로 총 9척 정도를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훈련, 작전, 교대 근무, 정비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국제 규제는 어떻게 돼 있나.

△한미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이 아닌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려면 미국을 설득해 이 규정부터 고쳐야 한다. 미국의 협력을 얻으면 국제 사찰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의 규제도 해결하기 수월해질 수 있다. 원자력 추진 엔진을 활용하는 잠수함도 군사 무기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사찰 기구가 통제하고 있다.

-다량의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한국형 아이언돔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수도권이 북한과 매우 가깝고 방대해 아이언돔 같은 요격체계를 활용할 경우 요격탄이 서울 머리 위에 떨어질 위험이 적지 않다. 장사정포 위협에 대비해 개발한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을 주력으로, 아이언돔은 보조적으로 쓰는 게 적절하다. KTSSM은 장사정포를 한 발이라도 쏘면 10분 내에 모든 장사정포 진지를 높은 정밀도로 타격해 동굴 안까지 쓸어버리는 무기다.



-최근 한미 정상의 합의로 사거리와 중량 등 우리의 미사일에 대한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우리 미사일 기술 수준이 이미 세계 정상급이어서 미사일 제한 완전 해제로 기술 개발에 그다지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고체 연료 기술을 우주 분야에 활용할 수 있고 선진국과 우주·항공 분야에서 원만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해 핵 주기를 완성했는데.

△우리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핵보유국으로 발전할까 겁을 낸다.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고 다각적인 로비와 설득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신중해야 한다. 아직 운영 역량이 부족하고 준비가 미흡한데도 정치적 의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사시에 한국군 출신 사령관이 유엔사령관 산하 일본 후방 기지 7개를 통제할 수 없다. 결국 미군이 해야 한다. 미군사령관이 미래연합사령부의 부사령관이 되더라도 행사해야 할 권한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전작권 환수는 당연히 추진해야겠지만 우선 운영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군을 강군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고학력의 병력 자원, 연간 50조 원이 넘는 국방 예산, 세계 10위권의 국방 기술 등 강군이 될 조건을 거의 갖췄다. 그럼에도 강군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방 개혁에서 하드웨어 확보에 치중하고 소프트웨어 부문은 소홀했기 때문이다. 교리, 훈련, 편성, 장비 물자, 시설, 인재 양성, 리더십 등 전투 발전 7대 요소 중 소프트웨어 부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육군이 월남전 이후에 20년에 걸쳐 개혁을 단행했다. 그 뒤 걸프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미군은 걸프전 후에도 기대에 못 미친다며 2년 동안 원인을 분석해 1994년부터 군사 혁신을 시도했다. 이런 군사 혁신이 일어난 분야가 대부분 소프트웨어다. 첨단 무기를 구입해 창고에 넣어둔다고 강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의 소프트웨어 부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인사 부문이다. 정치권 등에서 능력과 무관하게 내 편이면 올리고 아니면 쳐낸다. 청와대가 장군은 물론 영관급 인사까지 간섭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졌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어차피 진급이 어렵다면 누가 노력하겠는가. 육군3사관학교를 나왔어도 능력이 있으면 발탁하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어도 무능하면 퇴출시켜야 한다. 철저히 능력에 기반해 평가하고 주요 인재를 뽑아 핵심 부분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우리 군이 질곡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결국 정치 때문이다. 군 인사는 국방부나 각 군에서 심사 절차를 거쳐 우수 인재를 천거하면 추인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철저하게 능력주의 인사를 하는 이스라엘의 군을 배워야 한다.

-이스라엘의 군 인사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2011년 군 총참모장을 물색할 때 현역에 유능한 사람이 없자 예비역이었던 베니 간츠 장군을 발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역한 사람을 복귀시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10배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 사령관들은 세미나에서 주제를 던져주면 자료 없이도 소신을 곧바로 얘기할 정도로 준비가 잘 돼 있다.

-한국을 건드리는 주변국을 다치게 만들 수 있는 반격 능력을 갖추는 ‘고슴도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강한 상대에 둘러싸인 존재는 생존을 위해 고슴도치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핵 추진 잠수함 등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He is···

195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를 거쳐 육군사관학교(33기)를 졸업했다. 야전에서 15년가량 지휘관과 참모를 지낸 후 20여 년 동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에서 일했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참 전략기획본부장도 역임했다. 전역 후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지낸 뒤 국방 분야를 연구하는 ‘국방과 사람들’의 이사장·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의 국방,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강군의 꿈’ 등이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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