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5대 혁신안’을 끝내 관철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무리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퇴임으로 그간 공전하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혁신위원회’ 구성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와 당 개혁 방향을 밝혔다. 그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지만 당의 의사 결정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며 “깊게 자리 잡은 기득권 구조가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도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국민 보수 △따뜻하고 혁신적인 보수 등의 내용을 담은 보수 재건 6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후보 교체 파동’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비대위원으로 이후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의해 비대위원장에 발탁됐다. 취임 직후부터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교체 관련 당무 감사’ 등을 포함한 5대 혁신안을 내걸며 당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퇴임 하루 전날인 29일에도 채 상병 특검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은 당 주류의 반발에 막혀 사실상 좌초됐다. 그가 내건 ‘5대 개혁안’에 대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개혁안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발표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장 퇴장으로 지지부진했던 혁신위 출범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겸하는 만큼 그가 당초 공약했던 혁신위 구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비대위가 없는 상황에서는 혁신위 구성 등 주요 안건의 논의와 의결이 불가능하다. 이에 국민의힘은 7월 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비대위원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송언석 비대위’ 체제에서 혁신위의 개혁 의제에 ‘김용태안’이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 불투명하지만 혁신위 출범 자체를 더 이상 늦추는 것도 송 원내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문제는 8월 중순으로 전망되는 전당대회다. 현재 혁신위 구성원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혁신위가 개혁 추진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혁신위 구성이 더 미뤄질 경우 혁신위가 아닌 새 비대위 차원에서 당 혁신안 논의가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곧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새 비대위나 혁신위가 제대로 꾸려질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혁신위원이나 비대위원들도 당의 소중한 개혁 자원인데 이 분들은 전당대회 출마도 힘들어 개혁 동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