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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중교통의 꽃 하이브리드 버스

화석연료 고갈과 환경오염이 글로벌 화두로 대두되면서 연료 효율은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은 줄인 고효율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버스는 이러한 연구의 핵(核)을 이룬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실정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차세대 버스 연료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클린디젤 엔진과 전기모터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료제공 : 지멘스 Pictures of the Future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도 시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 밀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전 세계 대중교통수단은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이라는 최대 난제에 직면해 있다.

도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는 이러한 난제를 해소할 가장 효과적 대안으로 손꼽힌다. 대중교통의 대표 격인 버스를 보자. 버스의 연료 소모는 승용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자가용이 사치품인 개발 도상국에서는 물론 대도시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다닌다.

독일의 경우 2㎞마다 1대의 버스가 운 행되고 있는 등 버스는 선진국에서조차 전체 대중교통 수단의 절반을 차지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버스는 미래 대중교통수단으로 적합지 못하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일수록 유해 배출가스와 소음이 적은 차량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은 지난 2003년부터 도심을 통과하는 모든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도 차량의 배기량에 따라 차등 부과된 통행료를 내야 한다.

또한 독일 뮌헨은 배기량이 큰 트럭은 아예 시내 주행을 금지시켜 버렸다. 앞으로 이 같은 규제는 더욱 많은 도시에서 도입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머지않아 친환경 버스만이 도심 주행이 가능한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이브리드 버스는 전기버스, 수소(연료전지)버스 등 완벽한 무공해 버스가 본격 상용화되기 이전까지 이 분위기를 주도할 모델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제동 에너지 재활용

최근 국내에서는 친환경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버스가 대구, 부산 등지에서 시범운행을 실시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승용차는 이미 내연 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상용화됐지만 클린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버스의 개발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우버스와 한국 기계연구원이 공동개발한 도시형 하이브리드 버스 'BC 211MHEV'. 이 버스는 클린디젤 엔진을 주 동력원으로 쓰는 병렬식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기 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 전기 모터를 보조동력으로 사용한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클린디젤 엔진이,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전기모터가 각각 구 동력을 제공하는 형태다. 특히 하이브리드 버스는 여타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회수,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특출한 능력이 있다.

때문에 연료 사용량 절감과 연비 향상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이는 정거장에 멈추고 신호등에 걸려 전체 운행시간의 25~40%를 정차상태로 보내야 하면서 제동과 출발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버스의 속성과도 유관 하다. 구체적으로 하이브리드 버스는 2000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비교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20~30% 정도 낮고, 연비는 40% 이상 높다.

대당 2억 5,000만 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하이브리드 버스는 고압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됐던 CNG버스 폭발과 같은 위험도 없다. 기계연은 올 상반기까지 이 버스의 환경친화성·효율성·실용화 가능성을 두루 검증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수준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자동차 강국답게 이미 기존 버스 대비 연비를 30% 가량 증진시킨 하이브리드 버스의 시범운행을 완료하고 도심지역에서의 상용노선 투입이 이뤄진 상태다. 이 버스의 동력장치를 개발한 곳은 독일의 전자전기기업 지멘스다.

지멘스의 자동화사업부 만프레드 슈미트 박사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승용차보다 버스에서 의미가 크다"며 "하이브리드 버스는 배기가스 '제로'로 가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직렬식 VS 병렬식

ELFA로 명명된 지멘스의 동력장치는 앞서 설명한 우리나라의 하이브리드 버스와 구동 메커니즘에 다소 차이가 있다. BC 211MHEV는 병렬식 하이브 리드 엔진이지만 ELFA는 직렬식 하이 브리드 기술을 사용한다. 시스템적 차이를 보면 전자는 내연 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샤프트를 통해 회전축을 돌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직렬식은 어떤 상황에서든 전기모터만으로 샤프트를 회전시키며 여기에 필요한 동력은 울트라캡이라는 고성능 축전지로부터 공급받는다. 디젤엔진은 울트라캡의 전력이 소진됐을 때 울트라캡에 전력을 충전하는 발전기의 역할만 수행한다. 이로 인해 ELFA는 별도의 배터리 충전도 필요 없다.





울트라캡에 저장된 전기는 하이브 리드 버스가 정거장에서 약 200m를 주행하면 소진되는데 이때 울트라캡은 다음 번 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에너지를 회수해 저장한다. 따라서 직렬식은 병렬식보다 제동에서 회수되는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으며 연료 절감 효과도 그만큼 우수하다고 한다.

지멘스가 표방하는 연비 향상율은 약 30%다. 전기모터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점 역시 직렬식의 장점이다. 버스가 제동할 때는 보통 150㎾의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병렬식 하이브리드 엔진의 전기모터는 크기가 작아 이 정도의 에너지를 처리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보통 50~80㎾ 정도의 에너지만 다룰 수 있다.



그나마 공간적 제약에 의 해 모터의 크기를 키우기도 어렵다. 그 결과 중요한 제동 에너지가 최대 3분의 2까지 낭비돼 연료 절감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직렬식은 연료를 3분의 1이 나 절감할 수 있다. 그에 따른 CO₂ 배출저감은 당연히 뒤쫓아 오는 결실이다.

실제로 버스는 노선이나 교통상황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보통 100㎞당 40~60ℓ의 연료를 소모한다. 이를 기준으로 연간 6만㎞ 정도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디젤 연료 소모량은 총 3만ℓ에 달한다.

하지만 직렬식 하이브리드 버스는 2만ℓ면 충분하다. 디젤 연료 1ℓ가 연소될 때 약 2.6㎏의 CO2가 발생하므로 직렬식 하이브리드 버스 1대 당 매년 약 26톤의 CO2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이브리드 버스 열풍

현재 지멘스의 엔지니어들은 지금보다도 디젤 연료 소모량을 더 낮추기 위해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슈미트 박사는 "기존 하이브리드 버스의 동력기술 장치에는 기어 박스를 통해 서로 맞물려 있는 2개의 3단계 비 동기식 기계가 들어있다"며 "이를 영구 자석에 기반한 동기식 기계로 교체하면 모터를 돌리는 자기장의 형성에 필요한 전력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실현되면 기계의 효율이 상승, 회전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디젤 연료 소모를 10% 가량 추가로 절감할 수도 있다고 한다. 덧붙여 기계의 손상율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와 관련 하이브리드 버스에 탑승해 본 운전자와 승객들은 큰 만족감을 표명한다.

출발이나 가속할 때 소음이 거의 없는데다 기존 버스처럼 덜커덩거리지 않고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때문이다. 경제성뿐만 아니라 편의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버스는 현실적인 한계가 하나 있다. 디젤버스와 비교해 비싼 가격이 그것이다.

슈미트 박사는 하이브리드 버스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을 약 10만 유로, 우리 돈으로는 약 1억 5,000만 원으로 추정한다. 버스 운용업체 입장에서 꽤 부담을 가질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버스의 본격적인 양산시스템이 갖춰지면 비용상승분은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럴 경우 하이브리드 버스의 가격은 일반 버스 보다 고작 20% 정도 비싼 수준에 머물러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어쨌든 오늘날 하이브리드 버스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아직 시험운행 단계인 기계연의 BC 211MHEV를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코자 의사를 타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슈미트 박사 역시 "독일의 만(MAN), 벤츠를 비롯해 벨기에의 반훌, 인도의 타타모터스 등에서 ELFA 기술을 주문하고 있다"며 "주문량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현재 ELFA 기술이 적용된 버스는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과 미국, 브라질, 터키 등의 국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중 북아일랜드의 버스제조업체 라이트 버스는 런던에서 운행할 이층 버스를 위해 지멘스의 동력기술을 주문했다. 또한 런던의 보리스 존슨 시장은 작년 5월 하이브리드 버스의 환경친화 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이들 수백 대가 런던에서 승객들을 실어 나르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완벽한 친환경성을 위해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해 청소차 등의 트럭에도 하이브리드 기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자동차기업만은 4기통 220마력급 엔진과 60㎾급 전기모터를 채용한 12톤 트럭을 개발했다. 독일의 또 다른 자동차기업 파운도 ELFA를 적용한 청소용 트럭을 공급하고 있다.



'로토프레스 듀얼파워'라는 이름의 이 트럭은 현재 라이프치히의 소각장으로 쓰레기를 운반 중이다. 미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미주 지역에서도 이미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의 보급은 활성화돼 있는 상태다. 중국 또한 하이브리드 기술력만큼은 글로벌 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2007년 클린디젤 엔진 하이브리드 버스를 도입해 운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중국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베이징 시내버스의 50%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대체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하이브리드 버스는 전 세계적으로 눈에 띄는 약진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한편 다수의 전문가들이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지배적으로 한 하이브리드 기술 도입을 관측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인 CNG 하이브리드 버스도 발빠른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1월 말 현대자동차가 CNG 하이브리드 버스 '블루시티'를 선 보인 바 있다.

블루시티는 국내 독자 기 술로 개발한 최초의 CNG 하이브리드 버스로서 CNG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 두 가지 동력원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다. 240마력급 G-CNG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한차원 향상된 동력 성능을 갖췄으며 60㎾의 고효율 전기모터와 3.8㎾h 용량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채용, 우수한 안전성과 충·방전 성능을 확보했다.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기존 CNG버스와 동일한 340㎞, 최고 시속은 100㎞다. 특히 현대차는 제동 에너지 회수, 공회전 방지 등 적극적인 연비 향상 노력을 기울여 기존 CNG 버스 대비 30~40%의 연비 개선 효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CO₂ 배출량 또한 기존 CNG 차량 대비 24% 이상 감소시켜 대기환경 개선과 지구 온난화 예방에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차는 올 7월부터 블루시티 30대를 실증사업에 투입해 일부 노선에서 시범 운행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상용화 시기와 동일한 오는 2012 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결국 지금껏 언급한 모든 하이브리드 버스의 최종 목표는 연료 효율을 높이고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완벽한 친환경성의 대중교통수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버스는 더욱 진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래에 우리가 타게 될 궁극의 친환경 버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슈미트 박사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의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연료를 사용하는, 어떤 유형의 버스가 활용될지는 현 단계에서 예측할 수 없습니다. 수소나 전기의 경우만 해도 이들이 미래의 궁극적 연료로 이용될지 여부는 우리 가 이들을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게 될 것인지에 달려있습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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