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은행들이 현실을 직시할 때까지 유로존 위기는 계속된다

THE EUROZONE CRISIS WILL NOT GO AWAY UNTIL THE BANKS FACE UP TO REALITY

by Sheila Bair
번역 조한준 theperfectparagon@gmail.com
독자의견 letters@fortune.com

유럽국가 부채위기가 다시금 세계경제를 서서히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번 위기는 왜 이리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일까? 그 답은 다시 은행업계의 과도한 위험감수와 레버리지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침내 10월 말 유럽 정상들은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에 대한 손실률을 50% 수준에서 합의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이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럽 은행들에게는 향후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없기 때문에 채무 재조정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IMF는 향후 손실 규모가 2,8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은행들은 왜 이리도 자기자본이 빈약한 것일까? 그 책임은 전적으로 유럽 은행들과 규제당국에 있다.

은행이 대출, 투자 및 기타 자산으로부터의 손실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이 충분히 있는지를 평가할 때, 은행 규제당국은 이런 항목들의 위험성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미국

채권투자는 무담보 신용카드 사업보다 위험성이 낮다(우리는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과학보다는 예술의 영역이며, 유럽의 규제당국은 유럽 은행들에게 미국보다 훨씬 더 큰 재량권을 허용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이래로 유럽 은행들은 자산의 기대손실률을 지속적으로 낮춰왔고, 이제 보유자산의 안전성이 미국 은행보다 두 배로 높다고 말하고 있다.

자산의 위험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사실상 은행 매니저들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복잡한 바젤 Basel II 규제안이 유럽에서 채택됨으로써 문제가 더욱 커졌다. 어리석은 일이다. 은행 매니저로선 자산 위험성이 낮다고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럼으로써 은행이 레버리지와 자기자본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연봉과 보너스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공황 동안 채무연체와 채무불이행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유럽 은행들은 자산이 더 안전해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미국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가입한 은행들의 자산위험성 결정과정을 엄격히 규제한다. 또한 자기자본이 풍부한 은행들이 자산이 얼마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자산의 최소 5%에 상응하는 자본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그래서 현금이든, 재무부채권이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주택담보융자든 간에 모든 자산에 대해 은행들은 최소 5%의 대손충당금을 보유해야만 한다. 유럽은행은 이런 종류의 '레버리지 비율 leverage ratio*역주: 재무상태표(B/S)와 함께 부외거래 off-balance sheet 항목을 포함한 전체 익스포져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이 없고, 바젤 II하에서 외국 채권을 위험성 제로로 평가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것이 유럽 은행들이 3조 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쌓아놓은 이유 중 하나다. 작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은 마침내 여전히 턱없이 낮은 3%의 국제 레버리지 비율을 승인했다. BCBS의 자체 조사 결과 세계최대 은행 중 40% 이상이 3%라는 낮은 기준조차 만족시키지 못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동시에 유럽은행감독기구(EBA)는 유럽은행의 최소자기자본비율을 바젤 II 기준인 2%로부터 대폭 상승시켜 새로운 바젤 III 기준과 엇비슷한 수준인 9%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심지어 9% 수준에서도 많은 유럽 은행들이 위험성에 대한 낙관적 시각으로 인해 극단적 수준의 레버리지를 안고 계속 운영해나갈 것이다.

유럽 규제당국은 이 최소자기자본비율을 3%인 바젤 III 레버리지 비율로 보완해야 한다. 상이한 회계기준을 감안해서 미국의 5% 최소자기자본비율로 보완한다면 더더욱 좋다. EBA는 IMF와 민간분석가들의 기준에 더 가까운 현실적인 기대손실률을 사용해야만 한다. 은행들이 자사주 희석 또는 일시적인 국유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BCBS는 은행이 아니라 규제당국이 정한 표준 위험성평가기준을 신속히 채택하고 모든 기관에게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의 규제당국은 실수를 많이 했지만,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했고 바젤 II 시행을 연기했기 때문에 FDIC에 가입한 은행들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은행의 자기자본 기준은 내부자의 게임이 되어선 안 된다. 국민은 더 나은 은행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은행 규제당국은 소임을 다해야 하며,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정하는 일은 이해가 상충하는 은행 매니저의 일이 아니라 규제당국의 몫이다.

포춘 기고가 쉴라 베어 Sheila Bair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전 의장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