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의 나가르 박사는 컴퓨터 화면에 혐기성 박테리아의 사진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박테리아는 정원의 흙을 몇 ㎝만 파도 찾을 수 있을 만큼 매우 흔한 세균이다. 수십 년 전 연구자들은 이들이 단단한 바위에 전자(電子)를 옮길 수 있으며, 이때 극미량의 전하(電荷)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드러난 것은 3년 전으로서 나가르 박사에 의해서였다. 당시 그는 박테리아가 어떻게 단백질의 나노와이어를 성장시켜 주변에 전자를 주고받는지 밝혀냈다.
"사람들이 구리 전선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과 비슷해요. 미생물이 그럴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죠."
현재 나가르 박사팀은 박테리아의 신진대사를 활용,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신개념 나노 구조체의 개발에 한창이다. 이미 비소(As)와 황(S) 성분에서 전자를 얻는 미생물의 능력을 이용한 황화비소 반도체의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했다.
다음 목표는 박테리아의 신진대사에 기반한 반도체를 제작, 태양전지 등의 청정에너지 기술에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나가르 박사는 아직도 자신을 가장 매혹시키는 요인은 박테리아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한낱 미생물이 인간보다 한참 앞서서 전자의 효율적 처리방법을 찾아냈다는 사실만큼 저를 흥분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혐기성 박테리아 (anaerobic bacteria)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균. 대장균, 메탄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생존을 위해 산소가 필요한 세균을 '호기성(aerobic) 박테리아'라 한다.
전하 (electric charge) 모든 전기적 현상의 근원. 양전하와 음전하로 구분되며 전하가 이동하는 것이 바로 전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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