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불장난

자연발화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방법만 안다면 말이다.

사람들은 자연발화를 미스터리한 일로 여긴다. 사람의 몸에 갑자기 불이 붙는 인체 자연발화가 음모론의 주요 소재로 많이 알려진 탓일 것이다. 때문에 과학적·논리적 사고와는 관계없이 귀신이나 UFO와 유사한 개념에서 자연발화를 이해하고 흥미를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동영상에서는 순간접착제로 면 소재의 공을 흠뻑 적시자 스스로 불이 붙는 장면이 담겨 있다. 멋진 실험이라 생각하며 필자도 그대로 따라해 봤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순간접착제를 동원했음에도 자연발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순간접착제로 적신 면은 빨리 뜨거워진다. 이는 분명한 과학적 사실이다. 순간접착제가 신속히 건조되면서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 순간접착제 제조사들이 의류에 접착제가 떨어지면 화상의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뜨거워진 옷이 피부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를 섣불리 떼어내려 하다가는 손가락까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화상 위험성과 자연발화는 전혀 다른 얘기다. 수없는 실패를 거듭한 뒤 동영상을 세밀히 살펴보니 발화 직전 영상이 편집된 흔적이 보였다. 이 같은 가짜에 맞서 진짜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 과학의 역할일 것이다. 그리고 진짜 자연발화는 생각보다 재연하기도 쉽다.



필자는 철 성분을 걸러내는 필터의 재료로 팔리고 있는 과망간산칼륨(KMnO₄)과 글리세린 관장약을 사용했다. 곱게 갈은 과망간산칼륨 가루 더미의 중앙에 관장약을 조심스레 부으면 된다. 과망간산칼륨은 강력한 산화제로서 글리세린의 탄소-수소 결합과 반응하기 때문에 단 몇 초 만에 격렬하게 타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자연발화는 언제든 가능하다. 의혹이나 음모,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존재치 않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