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엠블럼은 알파벳 B를 몸통으로 좌우에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이를 플라잉 비(B)라고 부른다. 가장 싼 모델 가격이 2억 3,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벤틀리가 한국에서 훨훨 날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가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와 동일하다. 팀 매킨레이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지사장을 만나 벤틀리가 지닌 매력을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동안 총 164대를 판매했다. 2006년 벤틀리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고 반기 실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0대)에 비해 173% 성장했고, 2013년 한 해 동안 판매한 164대와 정확히 같은 실적이다.
벤틀리 모터스는 2006년 국내 판매법인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확장의 일환이었다. 현재 결과를 보면 매우 성공적인 결정이었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는 팀 매킨레이 지사장(그는 일본 지사장도 겸하고 있다)이 책임지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경영활동을 총괄하면서 판매 딜러사를 지원하고 있다. 벤틀리의 국내 공식 딜러는 ㈜참존이다. 2006년 서울에 전시장을 연 뒤 지난해 1월에는 부산에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서울 청담동 벤틀리 매장에서 만난 팀 매킨레이는 “벤틀리가 올 상반기 획기적인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고객들의 탁월한 안목에 벤틀리 고유의 브랜드 가치가 잘 맞아떨어진 것을 의미한다”며 “하반기 출시되는 신형 플라잉 스퍼 V8과 GT V8 S 모델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팀 매킨레이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Q. 벤틀리 판매 추이가 놀랍다. 올해 1~6월까지 판매대수가 2013년 전체 판매대수와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벤틀리는 2006년 서울에 진출했다. 우리는 지난 9년 동안 시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차량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의사결정도 신중하다. 한국에서는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량)용 모델이 많이 팔리고 있다. 처음 한국에 벤틀리를 소개했을 땐 총 판매 대수 중 90%가 쇼퍼드리븐 모델이었다. 지금은 60~70% 정도로 그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Q.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궁금하다.
올해 1~6월 누적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벤틀리서울이 전 세계에서 벤틀리를 두 번째로 많이 판매한 딜러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한국은 일본, 홍콩, 싱가포르보다 판매량이 많다. 한국은 벤틀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서 벤틀리는 점진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Q. 벤틀리 모델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무엇인가?
뉴 플라잉 스퍼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판매한 벤틀리는 모두 930대다. 이 중에 플라잉 스퍼만 500대가 팔렸다. 60% 비중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국 시장은 쇼퍼드리븐 모델이 많이 팔리고 있다. 플라잉 스퍼는 고성능 럭셔리 세단이다. 강력한 성능과 우아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Q.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는 한국에 독립 사무실을 두지 않고 딜러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의 역할은 무엇인가?
벤틀리는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선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안에 아우디, 폭스바겐, 벤틀리 팀이 나뉘어 있다.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가 벤틀리 차량의 수입, 인증, 물류, 부품 조달 등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딜러사(참존)는 고객을 상대로 직접 판매하고 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물론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가 모든 것을 감독하고 있다.
Q. 벤틀리서울에 이어 벤틀리부산이 생겼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2012년 서울에 새로운 대형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올해 1월에는 부산에도 전시장을 열었다(벤틀리부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다음 목표는 인증된 중고차 판매 서비스 사업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단계는 아니고 현재 연구 중이다. 벤틀리는 전 세계적으로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 벤틀리 오너들에게 좋은 가격으로 차를 되팔 수 있게 돕는 것도 우리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검증된 중고차를 시장에 내놓아 제대로 된 벤틀리를 사도록 도와주는 것이 벤틀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Q. 명품 대중화 속에 위버럭셔리(uber luxury·일반 명품보다 많게는 수십 배 이상 비싼 초고가 명품)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시장 변화를 느끼고 있는가?
한국 고객들도 점점 개인 맞춤형 차량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차량을 선택할 때 보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자유롭게 여러 가지 옵션을 선택하고 있다. 개성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의 50% 정도는 고객별로 맞춤화된 차량이다.
Q. 벤틀리에서는 고객 맞춤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우리는 이를 뮬리너 MULLINER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올해 7월 영국 벤틀리 본사 뮬리너 프로그램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 고객들의 요구사항과 취향을 더 세밀히 알아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세팅된 맞춤 사양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고객들이 이를 살펴본 뒤 자신이 정확하게 원하는 사양이 없으면 따로 맞춤화를 진행한다. 벤틀리는 이 세상에 단 한 대뿐인 나만의 차를 간직할 수 있도록 고객을 배려하고 있다. 고객의 어떠한 요구도 충실히 구현해 낸다는 의미다.
Q. 뮬리너 프로그램 중 특이했던 것은?
고객들이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티슈박스를 원하거나 특별한 차량 색상을 원하는 것이다. 한번은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본인이 평소에 사용하는 형광색 하이라이트 펜 색상을 차체 색으로 요구한 적이 있었다. 결국 벤틀리의 장인들이 해당 색상을 재현해 냈다. 벤틀리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충족시킨다. 최근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도 있는데, 좌석 머리받침대에 고객의 이니셜이나 원하는 그림을 새기는 것이다. 또 도어 스텝에 자신의 이름이나 법인명을 새기기도 한다.
Q. 벤틀리는 구매 잠재력이 있는 고객들을 어떻게 관리하나.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직업을 꾸준히 한다. 여기에 더해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방적인 세일즈 마케팅이 아닌 소규모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선정한 VIP를 대상으로 소규모, 5~10명 정도만 골프나 식사 같은 작은 이벤트에 초대하는 식이다.
Q. 팀 매킨레이 당신은 평소 어떤 모델을 타고 다니나? 벤틀리 차량 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무엇인가?
벤틀리는 소수의 고객들만 타는 차다. 벤틀리 직원 중 회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벤틀리를 탈 수 없다. 나는 폭스바겐 투아랙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있다. 벤틀리 모델 중 가장 좋아하는 차는 콘티넨털 T이다. 몇 년 전 단종된 차량이다. 현재 판매 중인 벤틀리 중에는 콘티넨털 GT V8모델이 마음에 든다.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아직 젊어서 스포티한 모델이 좋다.
Q. 벤틀리의 경쟁상대는 어디(또는 무엇)라고 생각하는가?
벤틀리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벤틀리는 단순히 타고 다니는 차가 아니라 특별한 소유물이다. 다른 럭셔리 아이템을 생산하는 브랜드, 예를 들면 주얼리, 요트, 자가용 비행기 등을 경쟁상대로 생각한다.
벤틀리는…
1919년 월터 오언 벤틀리가 동생인 호레이스 벤틀리와 함께 설립한 영국의 자동차 회사다. 벤틀리 모터스를 설립한 벤틀리 형제는 1921년 벤틀리 첫 모델 ‘3리터’를 제작·판매했다. 벤틀리 형제는 1925년 경영권을 울프 바나토에게 넘겼다. 벤틀리는 1924년과 1927년 르망24 경주에서 우승하면서 럭셔리 스포츠카의 입지를 굳혀갔다. 1931년 대공황이 닥치자 울프 바나토는 벤틀리를 롤스로이스에 매각했다. 벤틀리는 롤스로이스와 한솥밥을 먹었지만, 1980년 이후 뮬산과 컨티넨털 등 롤스로이스와 확연히 차별화되는 모델을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를 ‘벤틀리의 부활’이라고 말했다.
벤틀리는 1990년대 들어 또 한차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모회사인 롤스로이스가 1990년대 들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1998년 치열한 경쟁 끝에 벤틀리 브랜드와 영국 체셔 주 크루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생산공장이 폭스바겐 그룹으로 넘어갔다. 롤스로이스 브랜드는 BMW가 차지했다.
현재 벤틀리는 영국 크루 공장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다. 벤틀리 한 대를 만드는 데 대략 7주 이상이 걸리는데, 이 중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데만 4주 가까운 시간이 든다.
판매 대수 급성장
뉴 플라잉 스퍼는…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가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달성한 데에는 신형 플라잉 스퍼의 성공이 있었다. 4도어 세단인 신형 플라잉 스퍼는 지난해 9월부터 고객들에게 인도되기 시작해 올 상반기에만 무려 98대가 판매됐다.
신형 플라잉 스퍼는 6.0리터 트윈 터보 W12엔진과 ZF제 8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 출력은 625마력, 최대 토크는 81.6 kg·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에 도달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2km로 역대 벤틀리 4도어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신형 플라잉 스퍼는 기존 벤틀리 차량과 마찬가지로 4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전후륜에 40 대 60 비율로 토크를 배분해 어떤 노면이나 날씨 상황에서도 안정된 주행을 보장한다.
뉴 플라잉 스퍼는 기본으로 17가지 외장 컬러를 제공한다. 실내 가죽 색상은 12가지, 우드 베니어는 5가지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 외에도 고객들은 개인 취향에 따라 색상과 소재를 주문할 수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2억 8,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선택 사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