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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롯데백화점

매스&프레스티지 유통채널 추구<br>하이브리드형 백화점 거듭난다

롯데백화점은 매스(Mass)한 분위기와 전략을 추구한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적극적인 활용과 아울렛의 전략적 사용 등으로 롯데백화점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불황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조금 더 매스하게 발전해 종국엔 하이브리드형 백화점이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얼마 전 모 대학교에서 진행된 대학생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 설문 조사에서 재밌는 현상이 하나 발견됐다. ‘경기 불황으로 대학생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주된 내용과는 별개로 ‘대학생들의 백화점 이용횟수가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는 다소 의외의 결과도 함께 나왔다. 물론 대학생들의 소비문화가 더 고급화되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학생들은 스마트컨슈머에 더 가까웠다. 대학생들은 백화점에 대해 막연히 비싼 곳이 아닌, 의지와 요령만 있다면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백화점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게 작용한 셈이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백화점은 고급 유통채널’이라는 인식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백화점은 주로 30·40대 부유층 여성들이 찾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20대 초중반의 젊은 직장인부터 50·60대 중장년 층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층이 확대된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시장에선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브랜드가 중저가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백화점 업계에서 소비층 다변화를 위해 일부 전략적 수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주도하는 건 롯데백화점이다. 지속해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해왔던 현대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에선 이런 경향이 비교적 약하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총 점포 수가 31개로 13개 점포를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이나 10개 점포를 운영 중인 신세계백화점보다 월등한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모든 점포를 다 합해도 롯데백화점 총 점포 수에는 한참 모자라는 셈이다. 이는 롯데백화점이 단일 브랜드임에도 백화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스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백화점?

일반 소비자들이 롯데백화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흔한 백화점’, ‘가장 물건이 많은 백화점’, ‘친숙한 브랜드가 많은 백화점’ 등이다. 이처럼 롯데백화점은 비교적 대중적인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와 구별되는 롯데백화점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롯데그룹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롯데백화점은 원래 약간 매스(Mass)한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롯데백화점 내부에서도 ‘롯데백화점은 명품 백화점이다’ 이런 얘기는 안 해요. 신동빈 회장님께서도 그런 이미지를 매우 싫어하시고요. 백화점이 고급 유통채널로 알려져 있어 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백화점이 처음 등장한 미국만 봐도 백화점 종류가 꽤 다양하거든요. 니만마커스 같은 초럭셔리 백화점이 있는가 하면, 노드스트롬처럼 우리나라 소비자 입장에선 조금 허술해 보이는 백화점도 있죠. 굳이 따지자면 롯데백화점은 노드스트롬을 지향하는 겁니다. 일종의 매스 전략이죠.”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롯데백화점의 유통 전략은 매스 브랜드의 활용과 매스 채널의 확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 등 패스트 패션으로 대변되는 매스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활용과, 아울렛이나 롯데그룹 내의 다른 유통채널인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다양한 매스 채널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죠. 여전히 프리미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매스 전략의 사용은 롯데 만의 독특한 유통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황일 때 더 빛나는 매스 전략

근래 몇 년 동안 백화점 업계는 큰 변화를 겪어왔다.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고급 유통채널로 인식되는 백화점 성장 곡선이 크게 꺾였다. 업계 내부에서도 백화점 사업은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유도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게 백화점 주요 3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경영전략으로 유명한 현대백화점마저도 최근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지금 상황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같이 하락 추세이긴 하지만 비교적 대중적인 이미지 덕분에 경쟁사보다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저가 브랜드 활용도가 높고 또 아울렛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인 까닭에 고급 백화점 사업에서 빠지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다른 부문에서 채워 가고 있다.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선 현재 상황이 반갑기까지 하다. 과거엔 신세계, 현대, 롯데 순의 빅3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 최근엔 롯데·신세계 투톱, 혹은 근소하게 롯데 1강에 라이벌 신세계로 표현하는 언론사가 많아졌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백화점은 고급 소비를 대표하는 유통채널로서 국내명품시장의 고성장에 힘입어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명품시장 고성장 시기에는 신세계백화점의 성장률이 제일 높았어요. 그 다음이 현대백화점이었고요. 롯데백화점은 세 번째였죠. 그런데 2011년을 기점으로 경기가 꺾이고 명품시장 성장이 꺾이면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예전부터 적극적으로 저가 브랜드들을 흡수하고 또 아울렛 사업에 발 빠르게 대처한 롯데가 가장 앞서나가기 시작했죠. 2012년부터는 롯데의 성장률이 제일 높습니다.”

매스 브랜드의 적극적 활용 이유

롯데백화점의 가장 눈에 띄는 매스 전략 중 하나는 매스 브랜드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에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들일 정도로 매스브랜드 활용에 적극적이다. 경쟁사들이 가장 화려한 브랜드로만 본점 매장을 구성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등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활용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심 외곽이나 지방 점포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상권이 큰 메인 매장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말한다. “신세계백화점이 메인 점포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들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집객 효과가 크긴 하지만 굉장히 큰 공간을 차지하는 데다가 수수료까지 적어서 수익성이 낮거든요. 그래서 신세계백화점은 메인 점포와 메인 점포가 아닌 곳을 구별해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넣고 있습니다. 메인 매장엔 수익성이 높은 고가브랜드를 넣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에 반해 롯데백화점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활용도가 굉장히 높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물론 평효율(매장 면적 1평(3.3㎡)의 월별 혹은 연간 매상고)은 낮죠.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국은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롯데백화점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활용함으로써 젊은 소비자 층의 백화점 이용 경험을 늘려주고자 합니다. 백화점 이용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은 백화점 이용이 자연스러워지겠죠. 당장은 이들의 객단가가 낮을지 몰라도 구매력이 커지는 30·40대가 되면 보다 큰 지출을 할 테니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소비 인구를 계속 만들어줘야 그 점포가 유지되는데 그 고민을 더는 거죠. 이렇게 찾아온 이들이 푸드코너 같은 곳에서 밥을 먹는다든가 해서 추가 지출을 하면 낙수효과도 생기는 거고요.”

아울렛 사업에서도 빛나는 매스 전략

아울렛은 롯데백화점의 성공적인 매스 전략 사업 중 하나다. 사실 롯데백화점의 아울렛 사업 진출은 기회를 놓쳐 늦게 시작됐다. 롯데백화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아울렛 사업을 검토했지만 출점은 신세계백화점에 뒤졌다. 2000년대 초부터 아울렛 사업 검토를 시작한 롯데백화점은 해외 사업장을 수차례 견학하는 등 아울렛 사업 국내 도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사업 정체성과 성공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나뉘었다. 아울렛이 백화점 같은 고마진구조가 아니었던 까닭에 ‘이건 백화점 기업이 할 사업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국내에는 3개에서 5개 정도의 아울렛만 들어서도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롯데백화점이 아울렛 사업 도입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던 사이 신세계백화점이 기습적으로 아울렛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07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론칭하면서 우리나라 기업형 아울렛 시장의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내부에선 검토만 계속하다가 결국 신세계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롯데백화점은 이듬해인 2008년 광주월드컵점을 오픈하며 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후 롯데백화점은 공격적인 아울렛 사업 확장으로 점포 수를 급격히 늘려갔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까지 총 3개 아울렛 점포를 오픈한 데 비해 롯데백화점은 총 11개 점포를 오픈하며 롯데그룹다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아울렛은 여러모로 신세계 아울렛과 비교된다. 신세계의 3개 아울렛이 모두 프리미엄형으로만 운영되는 데 반해 롯데백화점은 매스형 아울렛 8개, 프리미엄형 아울렛 3개로 매스형 아울렛 운영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유통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지만 아울렛 시장에선 롯데에 우세승을 주는 전문가가 많다. 박 연구원은 “현재까지만 본다면 아울렛 사업 부문에선 롯데가 신세계보다 잘한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며 “시작은 늦었지만 이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매스형 아울렛의 전략적인 활용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 백화점을 꿈꾸며

롯데백화점의 향후 전략은 더욱더 매스해져 쇼핑몰화 되는 것이다. 이는 매장 구성의 변화와 더불어 수익 구성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백화점사들은 특정매입 방식의 수입이 많았다. 특정매입 방식은 개별 브랜드를 백화점 매장에 거의 무상으로 입점시킨 뒤 상품 판매로 올린 매출의 25~30%를 수수료로 떼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쇼핑몰들은 주로 임차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임차 방식은 매장을 사용하는 대가로 미리 정해진 임차비만 받고 이후 매장에서 나오는 수입은 모두 해당 브랜드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방식이다.

백화점에도 임차 방식으로 들어오는 매장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매입 방식으로 입점한다. 특히 의류·패션 부문은 대부분이 특정매입 방식이라 봐도 무방하다. 특정매입 방식이 임차방식에 비해 수익성이 더 좋기 때문에 백화점들 역시 그간 특정매입 방식을 더 선호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특정매입 수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백화점들의 특정매입 수익을 감소시킨다. 전체 백화점 수익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특정매입 수입의 감소는 백화점 업계 전체에 큰 재앙이다. 특히나 백화점 매장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의류·패션 부문은 온라인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롯데백화점은 바로 여기에 주목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백화점들이 과거처럼 패션·의류 매장 위주의 특정매입 수입만 바라봐선 갈수록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롯데백화점은 의류·패션매장을 줄이고 서비스상품 매장 등을 늘리는 식으로 매장 구성에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여성 뷰티 같은 건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기가 어려우니까요. 이런 매장들은 임차로만 계약을 하기 때문에, 수익 구성 역시 특정매입 수입이 줄고 임차 수입이 느는 쪽으로 바뀌겠죠. 임차는 특정매입에 비해 수익 규모는 작아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장의 매출 변동에 관계 없이 고정된 임차비용을 받으니까요. 이렇게 변해가다 보면 결국 그 종착지는 쇼핑몰과 비슷한 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걸 하이브리드형 백화점이라고 부릅니다. 하이브리드형 백화점으로 거듭나는 게 롯데백화점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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