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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 톡! 톡!] 이지훈 레드사하라 대표

모바일 RPG 게임시장에<br>'붉은 모래바람' 일으켰다

'다작(多作)으로 승부를 낸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게임시장에는 이 같은 불문율이 있었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 홍수 속에서 '대박' 콘텐츠 한 개를 탄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신생 모바일 게임 벤처기업 레드사하라는 달랐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불멸의 전사', 단 한 개의 게임만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를 최우선에 둔 운영전략은 곧 불멸의 전사를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보기 드문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에게 그 성공비결을 확인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지난 4월 1일, 레드사하라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분당을 찾았다. 이날은 레드사하라가 운영 중인 ‘불멸의 전사’의 서비스가 시작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무실 내부는 서비스 1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업데이트와 이벤트 준비로 분주했다.

공교롭게도 4월 1일은 소위 ‘거짓말이 용인되는’ 만우절이기도 했다. 만우절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혹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있지는 않았을까? 이지훈(44) 레드사하라 대표는 말한다. “카카오 플랫폼에선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신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보단 화요일이 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날 출시하게 됐는데 우연찮게 그날이 만우절이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홍보에 도움이 되기도 했죠. ‘만우절 게임’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본의 아니게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보게 된 거죠.”

만우절 효과가 아니더라도 레드사하라의 ‘불멸의 전사’는 출시 초기부터 게임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불멸의 전사가 모바일에서 보기 힘든 역할수행게임(Role Playing Game, 이하 RPG) 장르였다는 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RPG는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 장르로 분류되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PC 수준의 퀄리티를 모바일에서 구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 모바일 게임시장에선 애니팡과 같은 가벼운 캐주얼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모바일 RPG 장르에 대한 가능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었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RPG 장르에 도전하려는 개발사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레드사하라는 과감히 RPG 장르에 뛰어들었다. 믿을만한 구석이 있었을까? 이 대표는 말한다. “레드사하라를 창업한 2013년 하반기부터 RPG 시장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둔 콘텐츠는 없었지만, 꾸준히 게임이 출시되기 시작하고 있었죠. 물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대세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도전을 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회의를 거듭했어요. 결론적으로 저희는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레드사하라의 창업 목적과도 연관이 있었죠.”

이지훈 대표는 레드사하라 창업 전, 온라인 게임기업 웹젠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는 아니었다. 그의 업무는 웹젠의 대형온라인 RPG 게임을 해외시장에 유통하는 ‘해외 퍼블리싱’이었다. 해외 게임시장의 트렌드 분석에 집중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모바일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져보고 싶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다뤄왔던 RPG 시장에 주목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던 캐주얼 장르와는 달리 모바일 RPG시장은 경쟁이 없는, 말 그대로 ‘무풍지대’였다. 이 대표는 “온라인 RPG게임의 특성을 완벽하게 모바일로 이식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일단 부딪쳐 보자는 마음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감히 사표를 던진 이지훈 대표는 웹젠 동료 11명과 의기투합해 2013년 9월, 레드사하라를 창업했다. 이후 6개월간의 개발 작업 끝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불멸의 전사’였다. 불멸의 전사는 개발과정부터 게임업계 사이에서 높은 퀄리티의 RPG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퍼블리싱 업체의 제안이 밀려들었다.

이 대표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안정감 있는 퍼블리싱의 조합은 모바일 게임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었다. 이 대표 역시 과거 웹젠에서 퍼블리싱 업무를 전담했기에 누구보다 퍼블리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게임 서비스 경험이 없는 신생 스타트업이 퍼블리싱 기업을 통하지 않고 자체 서비스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아니,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게임 개발과 유통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이 대표와 11명의 동료는 난상토론을 이어갔다. 직접 수행하는 서비스와 퍼블리싱 업체를 통한 서비스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은 레드사하라의 직접 서비스였다. 이지훈 대표는 말한다. “검증된 퍼블리싱 업체를 통해 안정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던 메이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최선일까 고민도 컸었죠. 하지만 게임을 가장 잘 서비스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망해도 우리 게임은 우리가 직접 서비스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직접 서비스를 결정한 이 대표와 레드사하라는 유저와의 소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임 운영에서 사용자 의견을 발 빠르게 반영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게임 출시 초기에는 더욱 그렇다. 레드사하라는 이를 위해 당시로선 파격적인 ‘24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서비스(customer service, CS) 인력이 아닌 게임 개발자가 실시간으로 유저와 소통에 나섰다.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에 개발자가 상주하며 유저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 대표는 당시의 경험이 지금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게임 유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다 보니 유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알 수 있었어요.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도 유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레드사하라의 선택은 옳았다.유저와의 소통에 집중한 레드사하라의 ‘불멸의 전사’는 출시 1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 진입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20위권을 유지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 신생 기업의 게임이 출시 이후 꾸준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보기 드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레드사하라의 성공비결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TV를 이용한 광고 마케팅이다. 사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의 TV광고는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신생 기업의 경우 CF 방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TV광고를 진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레드사하라는 신생 모바일 게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TV를 통한 광고·마케팅을 실시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대표는말한다. “출시 초기에는 여력이 없어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게임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홍보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었죠. 결국, 출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신인 아이돌그룹 ‘헬로비너스’를 모델로 TV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신생 벤처기업이 행한 보기 드문 TV 광고·마케팅 전략은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대표는 솔직히 기대만큼의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도 하나 있었다. 기존 유저의 충성도를 상승시켰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물론 홍보의 목적에선 새로운 유저를 유치하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홍보는 현재 유저의 관점에서도 이뤄져야 합니다. 쉽게 말해 레드사하라가 꾸준히 불멸의 전사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거죠. 게임의 성공에는 사용자들 사이의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하는데, 이 점에서 TV광고 마케팅은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레드사하라는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을 확대한다. 이미 중국과 대만에선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레드사하라는 국내에서 쌓은 직접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 직접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유럽시장 진출도 검토 중인데, 우선 스웨덴에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정식 서비스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지훈 대표는 말한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자본의 논리로 귀결될 수 있는 시장이죠. 그래서 저희는 글로벌시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세계시장 도전을 위한 환경도 점차 만들어지고 있고요. 무엇보다 저희는 자체 개발작을 직접 서비스하는 몇 안 되는 회사입니다. 국내에서 그래 왔듯이, 글로벌 유저와 소통하며 승부를 걸어 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에게 레드사하라의 궁극적 목표를 물었다. 이지훈 대표는 ‘레드사하라’라는 사명(社名)의 뜻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사막인 ‘사하라 사막’에는 ‘레드사하라’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붉은색의 모래와 변화무쌍한 기후로 유명한 곳이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레드사하라를 일컬어 ‘바람과 비가 세상을 덮는 느낌을 준다’고 말합니다. 저희도 레드사하라의 다양한 기후변화처럼 어떤 환경에서든 우리 게임으로 전 세계를 덮어버리자는 생각에서 사명을 레드사하라로 정했죠. ‘레드사하라’라는 사명은 곧 우리의 목표이자 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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