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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무산] 걸림돌 많은 글로비스·모비스 합병보다 매각 재추진에 무게

■ 정회장 부자 다음 시나리오는

시총편차 좁히기 ·기아차 지분 해소 등 합병과정 복잡

상당한 시간 걸리더라도 블록딜 재시도 가능성 높아

현대차 "어떤 경우라도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할 것"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대량매각이 무산되면서 블록딜 재추진 등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한 향후 행보에 증권가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이 무산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들 부자의 향후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비록 이번 거래가 불발됐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내비친 만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개편작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금액이 최저 1조3,000억원 이상으로 큰 규모일 뿐 아니라 할인폭이 7.5~12%에 달했던 점을 감아하면 현대차그룹의 매각 의지가 매우 강했다고 봐야 한다"며 "블록딜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변화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래 무산에 구조재편작업 차질…현대 측 "당장 문제 될 게 없다"=정 회장 부자의 지분매각이 불발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는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상당한 할인폭 등의 이유로 증권업계에서는 거래 성사가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던 만큼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편과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 그룹 차원의 대사(大事)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기 때문이다.

블록딜 재개 여부에 대해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라도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43.3%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도 당분간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처벌 기준(30%)과 무관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그룹의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 상태(비상장 계열사는 20%)에서 200억원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했을 때 과징금 부과,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당한 내부거래가 적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장 총수 일가의 지분을 30% 아래로 낮추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5 북미국제오토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식 매각 시도에 대해 "경영승계용이 아니다"라며 "승계보다는 공정거래법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설 부상…블록딜 재추진 가능성도=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입장과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 장기적으로는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을 현대모비스 지분매입에 투자하려는 계획이 틀어지면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져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엇비슷한 수준으로 맞춤과 동시에 현대모비스의 기아차 지분을 해소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엇비슷해지면 정의선 부회장의 합병회사 지분율도 올라가면서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가능해진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9%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시총은 9조5,625억원으로 현대모비스(25조8,448억원)의 37% 수준에 불과해 합병을 추진하려면 앞으로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가치를 높여야 한다.

증권가에서 현대차그룹의 블록딜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처럼 복잡다단한 합병 과정 때문이다. 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처럼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시도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오너 일가의 의지가 입증된 만큼 블록딜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정권 내에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그룹 오너의 의중을 고려할 때 풀어야 할 문제가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블록딜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딜이 성사됐다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는 연간 약 100억원의 과세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블록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지분매각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오너 일가의 야심 찬 블록딜 시도를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했던 만큼 보다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시장에서 블록딜이 무산된 이상 당장 재추진에 나서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실적개선 등을 통해 급락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동시에 오너 일가가 내놓는 물량을 받아줄 만한 매수주체를 확보하는 작업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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