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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문제 유출, 어학원 오래된 관행?

강사들 의무적으로 시험장에 가<br>할당된 문제 외워온 뒤 재조합<br>기출문제 만들어 학생들 가르쳐<br>업계선 "말도 안 되는 일" 부인

"문제 유출은 학원가의 오래된 관행입니다. 토익 강사들은 의무적으로 시험장에 가서 자신에게 할당된 문제를 외워온 뒤 기출문제로 재조합해 학생들에게 가르쳐줍니다."

외국어 시험문제 불법유출은 영어교재 1위 업체인 해커스교육그룹만의 행태가 아닌 영어학원 업계에 만연한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A어학원에서 일했던 B씨는 "토익시험 문제를 불법적으로 빼내오는 것이 업계의 암묵적인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A어학원은 전국에 지점을 둔 유명 외국어 전문 학원이다.

B씨는 "강사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번호에 속한 문제만 달달 외워오고 이것을 모두 합쳐 한 회분 토익 기출문제를 만든다"며 "시험 중간에 나가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은 꼭 채운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A어학원을 퇴직하기 전에 경험한 일이라며 "서울 본사에서 급히 연락이 와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던 토익 강사들이 기출문제 관련 유인물을 모두 제거했던 날이 있었다"고도 털어놓았다. A어학원 측은 "문제 유출이 업계 관행이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6일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직원들을 동원해 문제를 암기하거나 녹음하는 방법으로 토익과 텝스 문제를 빼낸 조모(53) 해커스교육그룹 회장과 어학원 대표 등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실제로 다수의 어학원 강사들이 문제를 암기해 실전 유형을 파악하는 행위가 지속돼왔다는 사실은 해커스 측에서도 검찰수사 과정이나 영장실질심사(구속적부심)에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커스 측은 이번 검찰 발표에 대해 "다른 업계가 이미 장악한 토익 시장에서 후발업체인 해커스는 교재제작을 위해 경향을 파악하고 새 문제를 개발해왔다"며 "물론 녹음한 것은 잘못이지만 저작권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반박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문제유출을 주도적으로 지시한 피고인들을 구속하지 못한 것이 업계에 퍼져 있는 관행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은 유사 범죄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수사를 해나갈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작 토익ㆍ텝스 수험생들은 이번 일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예전부터 기출문제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유인물을 통해 전달돼왔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토익 시험을 봤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학원마다 기출문제집이 있는 것 같다"며 " 강사들은 후기라며 시험이 끝나면 지난 회 시험문제와 앞으로 나올 법한 문제를 함께 풀어준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에 넘겨진 해커스는 검찰에 맞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형사상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해커스 측 주장대로) 문제를 새롭게 창작한 사실이 인정되면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벗을 수 있다"면서도 "단어나 문구를 조금 달리했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는 문제의 핵심을 베꼈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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