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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69> '분노의 트리거 포인트'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총을 한 자루씩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방아쇠를 당기는 건 반드시 스스로인 것은 아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한다. 탕하고 날아간 총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마는데…. 총구는 나를 향한 것일 수도 있고 타인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분노에 대한 ‘트리거(trigger 방아쇠) 포인트.’ 늘 조용하던 회사 동료, 말 잘 듣던 부하 직원도 분노를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분노의 트리거 포인트’는 대부분 자존감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는 말 또는 남들 앞에서 나를 망신줬다고 느낄 때처럼,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분노의 방아쇠’가 작동할 위험이 생긴다. 그리고 이는 스스로 약점이라고 여겨왔던 부분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면 내 일의 중요성을 잘 몰라준다고 생각 해왔던 사람은 상사나 동료가 직접적으로 업무를 폄하 하는 순간 분노하는 식이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화를 표출하는 것이다.

분노조절장애가 화두다. 세상 사는 게 팍팍하고 여유가 없어서 사회적으로 분노의 기운이 팽배해있다고들 말한다. 오랫동안 무직이었던 사람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길거리에서 위협 행위를 서슴지 않는 묻지마 테러가 단적인 예다. 그런데 묻지마 테러도 테러범 입장에서 보면 묻지마가 아니다. 이해되지 않고 설명할 수도 없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아이를 무참하게 때린 묻지마 테러범은 아이의 눈빛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의 무시하는 듯한 눈빛이(물론 피해망상인 본인만 그렇게 느꼈겠지만)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한 것이다. 피해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행동도 해하거나 깔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분노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떻게 화를 해소해야 하는 걸까. 이론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은 건 아닌지라 타인의 태도를 통제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여기 혜민 스님이 내린 처방을 눈여겨 볼만하다. ‘누가 비난했다고 분노하거나 서운해하지 말자. 부족한데도 격려하고 세워주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분노의 방아쇠를 당기는 이를 막는 방법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타인에게 방아쇠를 넘기지 말고 최종 결정권을 스스로 가지는 데 답이 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을 허용하지 않고 자제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만 한다.



직장인이 폭발하려는 분노를 참을 때 하는 상상 중 하나가 무지막지한 상사의 얼굴에 사표를 내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상상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으로 그쳐야 한다는 걸 대부분 잘 알고 있다. 100명 중 99명은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넘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분노를 촉발한 사람이 아니라 터트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으니까.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아는 건 나만의 ‘트리거 포인트’를 찾는 데서 출발한다. 참을 수 없었던 순간을 곱씹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상황의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하고 주지해야 한다. 한 번 터진 분노는 회복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영영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나에게’ 남길 지 모른다. 남 때문에 속도 터지고 일자리도 잃으면 그보다 심한 피해가 어디 있단 말인가.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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