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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나 "외국계는 업무능력만으로 평가하는데 한국기업은 사내정치가 좌우하더군요"

이혜나 노무라금융투자 亞 워런트 담당 상무


"남성 중심의 국내 기업 문화 속에서는 동료나 후배 여성이 튀는 것도, 혹은 뒤처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더군요.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 자신의 능력을 키워 어느 자리에서든지 잘해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노무라금융투자에서 아시아 워런트 상품을 담당하고 있는 이혜나(40ㆍ사진) 상무는 사회에 첫발을 뗀 지난 1995년 말부터 리먼브러더스로 이직한 2007년 1월까지 국내 유수의 투자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국내 업체와 외국계 업체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업무평가 기준의 형평성을 꼽았다. "1999년부터 2년 동안 근무했던 대기업 계열 S증권사에서는 남자 동기들보다 성과가 좋았지만 결국 승진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여자니까 양보하라거나 대학원을 나온 남자 동기를 배려하라는 선배들의 충고가 뒤따랐죠. 다양한 방식으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었어요."

2004년 H은행에서 파생상품 마케팅 업무를 맡았을 때도 그는 어김없이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주변 동료나 선배들이 공공연하게 '우리 회사는 여자는 키우지 않으니까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실제로 당시 그 회사는 부장급 이상 임원진에 여성이 아예 없었어요."



그가 '여성 최초의 최연소 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H투자증권으로 옮겼을 때도 보이지 않는 벽은 여전히 높고 단단했다. 동료 남자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밤 늦게까지 회식에 참가하고 고객사를 접대할 때도 마다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평가는 '독하다'는 비아냥이었다.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남성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통해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게 상식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내 정치에서 얼마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어떤 실력자가 있는 사조직에 포함돼 사내 정보를 공유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더군요. 즉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느냐가 직장생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었어요."

노무라금융투자가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한 후 2009년부터 노무라로 자리를 옮긴 이 상무는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의 차이를 이렇게 밝혔다. "국내 기업에서는 여성의 업무와 남성의 업무가 너무 선명하게 구분됐지만 외국계 기업은 그런 차이를 두지 않았어요. 또 국내에서는 연공서열이 중시되면서 나이에 대한 고려가 많은데 외국계 회사는 이런 문화도 거의 없는 편이지요."

물론 여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커뮤니케이션이나 통계분석)와 남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세일즈 마케팅)가 있다는 점은 이 상무도 이해한다. 그런데 이 상무는 그런 차이를 야기했던 주된 이유가 그동안 고객사 파트너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여성들의 진출이 다양해지면서 여성들이 파트너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성 인력이 늘어날수록 당사자인 여성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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