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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될지 몰라 '문어발 줄대기'

■ 안갯속 판도… 공직사회 치열한 눈치보기<br>비선호 부서 자청등 새정부 의식 경력세탁<br>해외파견 일부 관료 귀국 늦춰달라 요청도



'MB꼬리표' 떼려는 공무원들 이런 짓까지…
누가 될지 몰라 '문어발 줄대기'■ 안갯속 판도… 공직사회 치열한 눈치보기비선호 부서 자청등 새정부 의식 경력세탁해외파견 일부 관료 귀국 늦춰달라 요청도1급 승진 대상자 “인사 미뤄달라” 황당한 요구도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대통령이 누가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남은 두달 생사를 건 전쟁을 하는 거고 남은 사람들은 방법이 없어요. 조용히 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들 모르게 다음 정부에서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움직이는 수밖에 없지요."

18대 대통령 선거(12월19일)을 두 달 앞둔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만난 한 고위공무원이 전한 요즘 관가의 분위기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대권의 향방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인사를 둘러싼 공무원들의 눈치보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공무원들 사이에서 현정권 임기말에 승진하거나 핵심 보직을 맡을 경우 차기 정권에서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정서가 흐르고 있다. 실제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승진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일부러 외곽보직을 맡아 당분간 조용히 지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중앙 정부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최근 1급 승진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해당 직원이 다음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속내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에서 승진하는 것보다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 승진해야 화려한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70개에 육박하는 해외 국제기구 등에 직원을 파견해온 한 부처의 경우 최근 교체시기가 돌아온 해외파견직 자리를 놓고 지원자가 3~4배수나 몰리고 있다. 또 조만간 임기가 만료돼 귀국해야 하는 일부 국제기구 파견직원의 경우 가능하면 임기를 1년가량 연장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해외파견 공무원들의 경우 대체로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인 정권말에 귀국해 보직을 받기보다 조금 더 해외에서 근무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관료들은 귀띔했다.

해당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일부러 비선호 부서 전직을 희망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며 "이른바 '경력세탁'을 통해 차기 정부에서 핵심 보직을 맡으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대선구도가 안갯속으로 치닫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쩍 인맥관리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평소 자주 참석하지 않던 향우회나 동창회에 나가거나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만나려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놓아야 본인의 승진이나 보직 결정에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이맘때 쯤이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다만 이번이 과거와 다른 점은 어느 때 보다 대선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어느 한 쪽에 강하게 줄을 서기 보다는 느슨하게 여러 채널을 관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양다리 걸치기'가 아니라, 여러 다리가 달린 '문어발 걸치기'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들의 '정치권 줄대기'는 과거 큰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급 정보를 다루는 관료들이 유력 대선 후보에게 상대 진영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정보를 통째로 넘겼던 사례도 있었고,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등을 빼내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공직사회 기강을 흔드는 행위지만 알게 모르게 끊이지 않고 반복되어 왔다.



대선을 전후해 임기가 끝나는 정부산하 기관들은 관료 출신 후임 기관장을 구하지 못해 때 아닌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기관장을 맡으면 임기가 겨우 몇 달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지원을 꺼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을 전후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들은 대부분 후임을 뽑지 않고 당분간 대행체제로 가거나 단기 연임을 거친 후 새로운 기관장을 뽑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선 직전인 12월1일 임기가 끝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경우 통상 2달 전 새 이사장 공모를 위한 추진위원회 등이 구성돼야 하지만 현재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 공단 안팎에서는 전광우 이사장이 일단 1년 연임을 하고, 내년 중에 자진 사표를 받아 새로운 인물을 선정하는 안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선 직후인 12월29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거래소 역시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다. 현재 대선 캠프에 몸 담고 있는 증권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누가 유력한 지는 오리무중이다. 이에 따라 2~3달 동안 김봉수 이사장이 그대로 자리를 더 지키거나, 부이사장 대행체제를 거친 후 후임 이사장을 선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금융 공기업 사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후 연임과 교체를 결정했던 전례가 있다"며 "임기가 몇 달로 끝날 수 있는 기관장에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정권 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 차기정부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정권 말 대선을 앞둔 요즘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들에게 현안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다음 정부에 진행해야 할 과제들을 미리 준비하는 게 현안"이라는 허무한 답이 돌아온다. 좀 더 솔직한 관료들은 "요즘 같은 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한숨을 내쉰다. 심지어는 "다 알면서. 그런 것은 묻지 말고 정부구조개편 관련해서 뭐 듣는 거 없어요"라며 되묻기도 한다. 차기 정권의 행정 연속성을 위해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정작 관심은 정부 기관 구조개편에 따른 자리변동에만 쏠려있는 것이다.

중앙 부처의 한 고위 관료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그간의 경험상 공무원들에게는 지금부터 대선 전까지가 본격적인 복지부동의 시간"이라며 "소신 있게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기 보다는 다음 정부의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조사나 과제선정 중심으로 일을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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