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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0.7%의 주택을 아십니까

57억원 VS 120만원… 극과 극 연립주택

아파트 편의+단독 쾌적함 장점 결합… 1980년대 이후 서민주택 대명사로

최근엔 '테라스하우스'로 부활 모색… "차별화된 주거로 수요자 관심 끌 것"



57억7,000만원 대 120만원. 무려 4,800배나 차이 나는 이 숫자는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 공시에서 국내 최고가 주택과 최저가 주택의 가격이다. 앞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공원 전면에 위치한 4층짜리 '트라움하우스 5차' 전용면적 273㎡의 가격이다. 이 주택은 2005년 주택가격 공시가 시작된 후 줄곧 국내 최고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최고급 초고층아파트보다 10억원 이상 비싸다. 물론 이 주택의 시세는 1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뒤의 120만원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 망미종합시장 2층에 위치한 9㎡ 주택의 공시가격이다. 그런데 이 주택들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아파트나 단독주택·다세대주택이 아닌 '연립주택'이라는 점이다. 즉 같은 주택형식이 국내 최고가와 최저가를 동시에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립주택이라는 형식이 우리나라 주거문화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연립주택 변천사=연립주택은 아파트·다세대주택과 함께 공동주택으로 분류된다. 연립주택의 정의는 '주택으로 쓰는 1개 동의 바닥면적 합계가 660㎡를 초과하고 층수가 4개 층 이하인 주택(건축법 시행령)'이다. 여기서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이면 다세대주택으로 분류되며 면적에 상관없이 층수가 5개 층 이상이면 무조건 아파트이다.

연립주택의 효시는 1954년 서울 청량리에 건립된 2개 층 4호 연립이다. 이후 1963년 주택공사가 수유동에 26호짜리 시범주택단지를 건설하면서 연립주택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동주거로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단독주택의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주거지를 의도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는 연립주택의 성장 시기로 여겨진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설이 활성화되면서 연립주택 역시 평면이 개선되고 다양한 건축적 시도가 이뤄졌던 것.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6단지 연립주택단지와 지금은 '청담 동양파라곤'으로 재건축된 '효성빌라 2차' 등이 이때 지어졌다.

1980년대 이후로는 주로 서민 주거지로 많이 공급됐다. 다만 서양에서 저층 연립형 주거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아파트가 중산층의 보편적인 주거형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로 저소득 서민의 주거형태로 공급됐던 것.

특히나 작은 땅에도 지을 수 있는 다세대주택과 경쟁을 하면서 공급은 점차 줄기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주거용 건축물 454만4,277동 중 연립주택은 3만5,153동으로 아파트(13만543동)나 다세대(21만7,827동)에 비해 확연히 적다. 연립주택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단독주택의 쾌적성과 공동주택의 편의성을 두루 갖춘 연립주택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한 초고급주택도 간간이 공급됐다. 앞서 소개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나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안성을 극대화한 이러한 단지에는 주로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는 인사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가 보편화됐지만 현재 연립주택은 서민주택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2월 다세대주택을 포함한 연립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1억5,878만원으로 단독주택(3억419만원)은 물론이고 아파트(2억7,148만원)보다도 훨씬 뒤떨어진다. 이 때문에 건설사에서는 연립주택을 분양하면서 그 용어는 일부러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저렴한 주택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점 지점장은 "현재 연립주택은 부자들과 서민들의 공간으로 확연히 구분됐다"며 "비록 공동주택의 장점은 있으나 관리가 어려워 노후화가 빠른 단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테라스하우스, 연립주택 부활 신호탄 될까=이 와중에 연립주택이 다시금 주택시장에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단독주택의 마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테라스를 갖춘 '테라스하우스' 형식을 빌려서다.

지난해 효성이 서울 강남지구에 공급한 '효성 해링턴 코트'는 청약 대박을 낸 것은 물론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신도시의 인프라를 누리면서 쾌적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에 강남 등지의 자산가들이 대거 청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테라스하우스 분양을 점차 늘리는 모습이다. 이달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파크자이 더 테라스(646가구)'를 시작으로 광교신도시·별내신도시·김포한강신도시 등에서도 분양이 예정돼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우려의 눈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연립주택은 판교나 용인 등지에서 단지형 단독주택과 함께 '타운하우스'라는 명칭으로 주인들을 찾았다. 도심 속 전원생활을 원하는 중산층을 겨냥했던 이 주택은 테라스 등 여러 가지 특화설계를 도입해 시선을 끌려 했다. 하지만 도시 외곽지역에 주로 공급된데다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선호가 줄었고 최근에는 명맥을 잃기에 이르렀다.

결국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중간지대라는 연립주택 고유의 장점을 특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도시 내에서도 뛰어난 입지에 커뮤니티시설을 대거 확충해 짓는 식으로 주택의 질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테라스하우스 연립주택은 올해 주택시장의 키워드"라며 "차별화된 주거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당 뛰어넘는 광교 집값도 연립주택 덕분?

'에일린의 뜰' 호가 14억 달해

지난해 부동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중 하나는 광교신도시 집값이 분당신도시를 넘어선 것이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월 말까지만 해도 광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연립주택 포함)는 3.3㎡(이하 공급면적 기준)당 1,426만원으로 분당신도시의 1,439만원보다 낮았다.

하지만 광교가 2013년 말 3.3㎡당 1,449만원으로 오르면서 분당(1,445만원)을 제쳤으며 그 후 꾸준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 2월 말 현재 1,600만원으로 분당보다 3.3㎡당 100만원 더 높은 상태다. 경기도청 이전 재추진과 서울 강남을 잇는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등을 앞두고 광교로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광교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 '에일린의 뜰'이라는 점이다. 전용면적 123~145㎡ 240가구 규모의 이 연립주택은 2011년 분양 당시 최대 100㎡가량의 테라스를 전격 도입했다. 현재 호수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1101~1110동 1~4호 라인의 주택 호가가 최대 1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신도시나 택지지구 내 입지가 뛰어난 곳에서 분양하는 테라스하우스 연립주택은 계속해서 상한가를 보이고 있다.

최근 테라스하우스는 분양시장의 히트상품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1~2층에 테라스를 도입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한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테라스하우스가 비록 주류는 되지 못할지라도 틈새상품으로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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