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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 D-1] "양안 안정론이냐" "대만 주권론이냐" 초박빙… 결과 예측불허

출신 성분·계층·지역 따라 지지기반 첨예하게 엇갈려<br>中 대규모 구매단 파견 등 마 총통 재선 간접적 지원<br>野 차이잉원 후보 당선땐 양안-美·中관계 악화 우려



이병관특파원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선되면 우리는 중국과의 통일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총통 선거를 사흘 앞둔 11일 대만 최대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는 자신의 텃밭인 남부 최대 도시 가오슝에서 12만여명이 운집한 대중 집회에서 이같이 외쳤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초박빙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차이 후보는 마 총통의 친중국 정책으로 대만의 주권이 훼손되고 있다며 대만인의 자존심을 위한 한 표를 호소했다.

올해 '지구촌 선거의 해'를 맞아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14일 발표된다. 올해는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 등 주요국을 포함해 40여개 국가에서 대선ㆍ총선이 치러지며 세계 권력 균형 및 구도의 지각변동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대만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양안 관계는 물론 세계 양대 파워로 부상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동아시아 패권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가톤급 이벤트다.

비록 미국이 대만을 옹호하고 있고 대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양안이 대치 국면이 들어가면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차이 후보의 당선 이후 벌어질 양안 갈등을 외면할 수도, 개입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만 총통 선거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미중의 의도와는 달리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 불을 댕길 수 있는 뇌관인 셈이다.

◇대만의 양안정책 시험대=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마 총통의 '양안관계 안정론'과 차이 후보의 '대만 주권론'의 세 대결이라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다. 마 후보 측은 중국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 이에 따른 수출확대와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지난 2010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은 1%대를 기록하는 경제성장을 일궈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차이 후보가 당선돼 양안 관계가 불안정해질 경우 경제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며 표심을 잡고 있다.

반면 차이 후보 측은 마 총통이 대중 정책에 올인하는 바람에 경제 복속 우려가 커지고 주권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대만인의 주체적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 총통은 지난 1992년 대만과 중국 간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인 이른바 '92 컨센서스'를 양안정책으로 내세운 반면 차이 후보는 양안정책은 대만인이 국민투표 등 합법적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타이완 컨센서스'로 맞서고 있다. 차이 진영의 차오비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은 독립 성향의 차이 후보가 당선될 것을 우려해 재중 대만 기업인들의 마 총통 정치 헌금 지원을 독려하는 등 은밀하게 마 총통 재선을 돕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대만의 민주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공개적인 선거 개입시 역풍을 우려해 1996년과 같은 대만 근해에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는 하지 않고 있지만 대규모 구매단을 대만에 파견하는 등 간접적으로 마 총통 재선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 총통의 재선을 원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독립을 표방하는 차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중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이 대만을 비자 면제 프로그램 후보에 포함시킨 것도 마 총통에 대한 지원책으로 보고 있다.

동아시아 패권 현상 유지(status quo)를 위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서는 차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내놓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민진당 집권 시기인 천수이벤 전 총통 때는 8년간 80억달러의 무기를 팔았지만 마잉 총통과는 불과 3년 만에 183억달러의 전투기 등 최첨단 군사 무기를 판매했다.

◇첨예하게 갈라선 대만 표심=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차이 후보가 마 후보를 오차 범위로 따라 붙으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초접전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지 기반도 출신 성분이나 계층ㆍ지역기반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공산당에 패배해 1949년 대만으로 넘어온 외성인이나 기업가, 북부 지역은 마 총통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본래 대만인이나 서민, 남부 지역은 차이 후보에 몰표를 던져줄 기세다.

운수 사업을 하는 차이충이(42)씨는 11일 "마 총통의 양안 경제협력 강화로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고등학생인 딸과 함께 지난주 말 마 총통의 유세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래 대만 태생인 차이씨의 부친은 대만의 주권이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며 차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차이씨는 "중국 남부 둥관의 전자 공장에서 동생이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데 부친이 동생에게 대만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안 정책은 물론 서민 정책을 놓고도 표심이 갈리고 있다. 차이 후보 측은 경제 성장은 하고 있지만 과실이 서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서민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학교 교사인 저우천위(26)씨는 "주택 값이 청년이나 서민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며 "서민에 대한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 차이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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