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는 9일 오후1시부터 4시간 파업을 벌였지만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만 파업에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참여했지만 대의원들만 가담했다.
삼성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등은 불참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불참을 전격 결정했고 한진중공업 노조 역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은 적절하지 않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전날까지 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삼성중공업은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과의 동조파업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 불참을 결정했다.
지난 7월 이미 교섭이 타결된 STX조선해양 노조와 이달 초 임단협을 타결한 성동조선 역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미포조선도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해 파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체 연대파업으로 사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 양상이 됐다.
파업 동참 인원도 크게 줄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6일 벌인 1차 파업 때 경찰 추산 3,000여명이 참여했지만 이달 4일에는 2,000여명으로 급감했다. 이날 파업에는 이보다 더 적은 1,700여명만이 참가해 전체 조합원의 10%도 안 되는 인원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현대중 노조는 파업에 참여하면 기본급의 70%를 지급하겠다는 일명 '상품권 파업'이라는 특단의 대책까지 꺼냈지만 대내외적인 여론 악화 등으로 참가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동조파업에 나선 대우조선해양은 대의원 위주로 310여명만 참여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보다 적은 80여명만 참여해 무늬만 공동파업이 됐다.
현대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조선 업종 연대파업은 위기와 갈등만 키울 뿐 얻을 것이 없다"며 "조선 산업의 위기로 파업행위에 대한 안팎의 비난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파업은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수주 과정에서 저가수주와 설계변경, 공기 지연 등으로 2·4분기에 약 4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각 사 모두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동결'을 제시했지만 현대중공업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연대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업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내부적으로 강한 위기감이 번지고 있는데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내부 구조조정으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각자도생하기도 바빠 연대파업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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