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경기가 더 크게 하락할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이 ‘L’자형 침체인지 3ㆍ4분기가 바닥인지 엇갈리는데.
▦ 앞으로 경기가 크게 하락할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건 이 상태에서 ‘V’자형 회복이 되느냐이며, 저점 여부는 사후에 판단하는 거다. 지금이 저점이라고 예단할 순 없지만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회복에 대해선 아직 실증적인 자료가 안 보인다. 일부 지표에선 약간 회복되는 조짐이 있지만 회복으로 가는 증거라고 말하긴 이르다.
- 환율이 많이 낮아졌다. 3차 양적완화(QE3)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인가.
▦ 환율의 수준과 속도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QE3를 시행한 지 두 달이 조금 안 돼 그 효과를 관찰하기는 이르다. 또 QE3는 QE1과 QE2 이후에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따로 추출하기도 쉽지 않다.
- 금융감독원과 외환 공동검사 나가는데 추가적인 외환 규제가 필요한가.
▦ 선물환을 추가 규제하려는 목표로 검사를 나가는 것이 아니다.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과거에 도입한 외환 건전성 관련 제도의 효과를 점검하려는 것이다.
- 미국 재정절벽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로 판단하나.
▦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재정절벽이 현실화해 미 의회 예산국의 전망처럼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 둘째,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미 정부와 공화당 간 ‘그랜드 바겐’(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셋째, 그 중간에 어떻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나름의 컨틴전시 플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성장률이 1%포인트 움직이는 것이 일자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나.
▦ 성장의 고용탄성치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 있기 때문에 과거 경험과 지식에 따라 판단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임금이다. 지난 8월엔 이례적으로 정규급여가 전년 동기 대비 5.5%가량 늘었지만, 여기에 추가급여와 보너스를 포함하면 -0.5%다. ‘잡 쉐어링’(Job Sharing)와 같은 기업 간 협조 등에 따라 위기 정도에 비해 실업률이 높아지진 않았다. 앞으로는 고용의 질에 더 관심을 갖고 경제를 봐야 한다.
- 재정절벽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주가와 환율이 내려가는 등 시장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나.
▦ 몇 가지 전망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하순 크리스마스 등을 고려하며 상황을 볼 것이다. 미국 정치권은 보통 마지막 순간에 타협을 보지 미리 하지는 않더라.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위험한 시기는 합의가 미뤄지며 크리스마스를 넘어간다든지 하는 것인데 (미국 정부가) 마지막 타결을 유도하려 할 것이다.
- 대선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 우리나라는 정치의 경기순환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적다. 실물경제에선 정책방향의 확실성이 낮아 투자 등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늦추는 영향 정도다. 통화정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 이전에 환율이 800~900원일 때도 있었다. 지금 환율 수준이 기업에 부담 줄 수준인가.
▦ 상대적이다. 작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전에는 1,050원 선이었다. 환율이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고려한 교환 비율이다. 그 당시의 상황이 중요하다. 환율은 내생변수다. 다른 현상이 결집된 숫자다. 원화 수준이 어떻냐는 것은 현 상태에서 문제되는 것이다. ‘이전에 얼마였다’ 식의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
- 이달 기준금리를 정하면서 세계경제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인가.
▦ 말하고 싶은 데로 말했지만 들리는 것은 다를 수 있다. 현재 저점이라고 판단하는 증거를 대기는 어렵다. 지나가봐야 알 수 있다. 과거보다 나빠지기보다는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현 상황에서 정책금리가 적정수준이라고 보나.
▦ 적정금리라는 것은 한 나라의 잠재성장과 물가 등 정책 목표를 고려해 계산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동의하는 숫자가 나올 수 없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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