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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중기청 특성화고 지원사업

평가위원이 규정 어기고 40여곳 사전컨설팅<br>선정 대가로 교원연수·학생캠프 몰아준 의혹<br>컨설팅 참석 못한 학교 탈락하자 울분 토해


한해 예산만 270억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추진과정에서 외부 평가위원의 직권 남용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15일 중소업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특성화고 지원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수도권 A대학교의 B교수는 올해 사업 평가기간(2~3월)에 앞서 임의로 자신이 평가위원장이라 주장하며 특성화고 40~50곳을 대상으로 개별 첨삭방식의 사전 컨설팅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평가위원이 자신의 신분을 알리는 것은 물론 지원 학교 선정 발표 후 공식 자문팀이 실시하는 컨설팅 사업 이외 비공식 사전 컨설팅을 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특히 서류 제출 기한(1월23일) 직전인 1월 19~20일에는 일부 학교를 초청,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2층 소연회장에서 면접 형식의 비공식 컨설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B교수는 사업계획서 작성이 완료된 학교들의 자료를 일일이 검토ㆍ첨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C특성화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기존 사업 참여학교인데다 높은 취업률로 탈락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지만 평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사업계획서 컨설팅을 해준다는데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호텔에 가보니 전국에서 40~50곳 이상의 학교들이 참여했고, B교수가 학교별로 사업계획서를 첨삭해주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또 "그날 컨설팅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중기청 지원사업 공고 이후 B교수에게 교원연수나 학생캠프를 몰아준 학교들이 많았다"며 "중기청 사업 선정 이후에는 B교수의 도움을 받은 학교들 대부분이 B교수와 연수나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B교수는 12~2월 석달간 평가위원 직위를 활용해 협력관계에 있는 모 협회를 통해 교원연수 등을 실시했고, 수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들이 제공한 사전 설명회 참여 학교를 포함, 같은 달 해당 협회에 용역을 준 학교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최소 45개교가 중기청 사업에 선정됐다.

아울러 B교수는 올초 교육청을 통해 공문을 배포한 후 실시한 교원직무연수와 관련, 현재까지 이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또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B교수가 평가위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모든 교사들이 항의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는 게 제보자들의 전언이다.

이에대해 B교수는 "리베라 호텔 행사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취업기능강화 특성화고 육성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교원연수였다"며 "중앙정부의 인력양성 사업을 앞두고 많은 학교들로부터 리뷰 요청을 받았고 A대학교 돈으로 치른 공개행사였다"고 해명했다.

사전 컨설팅에 대한 정보도 듣지 못한채 사업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일부 특성화고 교사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높은 취업률로 수년간 인력양성 사업 관련 지원을 받아온 학교들로서는 갑작스럽게 지원이 중단되면서 취업지원 사업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소재 D특성화고 교사는 "B교수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 만으로 우리보다 낮은 취업률을 기록한 학교들이 대거 선정된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선 사업 예산을 받는 것이 절실한데 아이들 얼굴을 볼 낯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성화고 교사들은 평가시스템을 투명화해야 특성화고 학생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사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E특성화고 교사는 "평가위원들은 매년 성과평가 결과 실적이 미흡한 학교에 대해 사업비를 줄이거나 지원을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평가위원의 직권 남용을 뿌리뽑지 않으면 특성화고 학생들의 미래를 볼모로 한 각종 비리 행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인력양성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일부 전문가들은 "기정원에서 관리하는 직업교육 전문가 인력풀 자체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전문가들을 유치할만한 인센티브도 적어 평가 경험이 많은 평가위원의 입김이 센 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직업교육업계 관계자는 "기정원 간부와 B교수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고 평가위원 선정부터 학교 평가 기준까지 피평가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으로 바로 잡지 않으면 좋은 취지의 직업 교육이 의미를 잃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 사업=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사업전반에 대한 운영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 12월 사업 참여학교 모집공고를 내고 1월23일까지 신청ㆍ접수를 받아 3월말 중소기업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참여학교 150교(기존 66교 포함)를 선정했다. 학교당 평균 1억7,000만원씩 올 한해 총 270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다.

“사전컨설팅 사실일 땐 고발조치 하겠다”


기정원, 직권 남용 가능성 일축

사업을 주관하는 중소기업청은 평가위원의 직권 남용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사전 컨설팅을 했거나 선정 학교에 대해 수익사업을 벌였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기청 인력개발과 관계자는 "교육전문가들로 구성된 100여명의 인력풀을 활용해 각 사업 별로 4~6명의 평가위원으로 전문위원회를 꾸리는 데다 평가 학교도 당일에 알려주기 때문에 사전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업 수행기관인 기정원은 "평가위원장도 당일 위원들이 직접 호선하는 방식인데다 1월에는 평가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일부 위원이 장기간 활동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기정원 관계자는 "기정원도 B교수가 오랜 기간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고, 올해도 평가위원으로 임명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직업교육계의 전문가풀이 협소하다 보니 일부는 오랜 기간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올해는 전문가풀을 교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정원은 사전 컨설팅 사실이 확인되면 고발조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각종 연수사업을 두고 직업교육업체들간 음해가 잇따르고 있어 기정원도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한다"며 "조사결과 평가위원장을 사칭하고 사전 컨설팅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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