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정신성을 현대적인 추상표현주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이두식 홍익대 교수(64)의 개인전이 25일까지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인기작가인 이두식의 대표작은 빨강ㆍ파랑 등 화려한 오방색을 사용한 '축제(festival)'시리즈.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강렬한 색은 빼고 맑고 담백한 수묵화의 느낌을 살린 신작 '심상(image)'시리즈를 선보인다. 신작은 올해 초 중국 등 해외 전시에서 일부 출품한 적 있으나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려한 색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교수는 수묵에서 영감을 받아 과감하게 색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준비한 이번 신작은 색조는 차분해졌지만 특유의 역동성은 그대로다.
작가는 "한국적인 오방색을 사용하다 색을 빼버리면 '한국성'을 놓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수묵의 정서 또한 우리 것"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기름기(유성) 뺀 담백한 맛인 수성(水性)에 끌리듯 요즘은 수묵과 서예필법을 결합한 신작 '심상'과 '풍경' 연작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화가이지만 평생 동양화용 모필로 작업해 왔다. 선의 속도감이 살아있는 동양적 붓질을 중시해 왔기에 동양적으로 바뀐 화풍은 자연스러운 변화로도 평가된다. 중국중앙미술학원 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짜오 리는 "이두식의 동양적 추상은 '큰 형상은 형태가 없다'고 한 노자의 도덕경을 현대미술로 표현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삼라만상과 무한한 삶의 다양성을 담고 있다"며 경지에 이른 작품세계를 극찬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이두식의 69번째 개인전이며 올해만 6번째 전시다.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등 미술계 마당발로 바쁘지만 밤잠을 줄여서라도 작업은 거르지 않는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그는 "피카소는 2만점을 남기고 떠났는데 나는 죽기 전에 1만점은 남겨야 하고 지금까지 4,000여 점을 그렸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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