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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전통시장 손님 발길이 뚝 끊겼어요. 우리 가게도 지역에서는 유명한데 이번 행사를 통해 전국에 제품을 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평택 송북전통시장 콩까스 김서현 대표)
"이마트에 입점한 '순희네 빈대떡'처럼 되는 게 목표예요. 맛과 위생 어느 하나 뒤질 게 없지만 시장에서 판매한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김해 장유중앙시장 맘이행복한마을연구소 오지아 대표)
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전통시장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서울 숭인시장에서 호떡을 파는 20대 청년부터 제천 박달재전통시장에서 30년째 사과즙을 파는 어르신까지 전국 70개 전통시장에서 모인 상인들은 코엑스 3층 전시장을 100여개 상품으로 가득 채웠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전통시장 우수상품 페어'를 열었다. 경쟁력있는 전통시장 상품을 신규 브랜드로 개발하고 신세계 유통채널을 통해 스타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상생 모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제한 뒤 정작 전통시장 활성화를 외면하자 신세계가 직접 나선 것이다.
심사는 요리사와 식품영양학과·유통학과 교수, 한국소비자원 전문가, 바이어 등이 참여해 상품성·시장성·디자인을 평가한 뒤 우수상품을 선정한다. 이후 신세계 사내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팀이 해당 상품을 최종적으로 브랜드화한 뒤 연말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 그룹 전 유통 채널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상품성이 검증되면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한 이마트를 통해 해외 수출도 지원한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기존에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행사는 양측이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대기업과 전통시장의 갈등 구도가 계속되면서 양측 모두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2009년 22조원에 달했지만 2010년 21조4,000억원, 2012년 20조1,000억원, 2013년 19조9,000억원으로 갈수록 뒷걸음질쳤다. 대형마트 또한 의무휴업 전인 2011년 2.9% 성장했지만 2012년 -3.3%, 2013년 -5%, 2014년 -3.4%로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규제를 위한 규제에 그치자 서울 중곡제일시장과 경기 고양 일산시장의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신선식품을 철수하는 등 신선한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전통시장과 협력해 경쟁력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세계적인 상품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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