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세련된 힙합 리듬 위에 재기발랄한 랩과 매혹적인 라틴 선율, 그리고 파워풀한 안무까지 내려앉았다. 150분 내내 심장박동을 따라 생동하는 무대는 그 자체로 이 작품의 메시지다.
지난 4일 개막한 뮤지컬 '인더하이츠'는 국내 관객에겐 낯설 수도 있는 랩과 힙합, 스트리트 댄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미국 맨해튼의 라틴 이민자 빈민가인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청년 우스나비를 비롯해 저마다 꿈과 희망을 품으며 고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무대 위 폭발하는 에너지의 중심엔 음악이 있다. 절망의 현실에 저항하며 희망의 내일을 노래한다는 스토리에 걸맞게 이 작품의 메인 장르는 힙합이다. 문제는 클래식·팝 음악 위주로 넘버를 꾸렸던 기존의 뮤지컬과 달리 국내 다수 관객에겐 생소할 수 있는 랩 음악을 어떻게 거부감 없이 표현해내느냐는 것. '문화·정서의 차이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란 우려는 기우였다. 랩 음악에 때론 구슬픈, 때론 열정적인 라틴 선율을 적절히 버무려 등장인물과 그들의 정서를 음악 속에 제대로 담아냈다. 재치 있는 '라임' 과 친절한(?) 속도 덕에 일반 관객도 랩 가사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우스나비 역의 양동근은 능청스러운 연기는 물론 물 만난 고기처럼 대사와 랩·노래를 자유자재로 변주, 그야말로 리듬을 갖고 놀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우스나비가 할머니인 클라우디아의 9만 6,000달러 복권 당첨 소식에 들떠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9만 6,000'은 이 같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한 데 모여 꽃을 피우는 대목이다.
스토리를 함축한 무대도 인상적이다. 무대 양옆으로 허름한 상가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엔 저 멀리 뉴저지 부촌으로 이어지는 조지 워싱턴 다리가 보인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엔 정전이, 한쪽엔 폭죽놀이가 펼쳐지는 너무 다른 삶. 그러나 그 아픔을 웃음으로 이겨내며 '저 다리 건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삶은 무대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1월 2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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