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져 있는 정유사들이 윤활유와 그 원료인 윤활기유 수출 확대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동남아 일부 국가에 윤활유 수출을 시작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9월 윤활유 사업을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자체 윤활유 브랜드 엑스티어를 출시하고 정유 4사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윤활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는 특히 오는 6월 쉘과 합작해 설립 중인 윤활기유 공장이 상업가동에 돌입하면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일일 2만 배럴 처리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에서 생산하는 윤활기유 제품 대부분을 쉘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는 연 1조원 안팎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 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거래선 확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전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도 올해 스페인에 새로운 거점을 구축해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선다. 현재 스페인 최대 정유사 렙솔과 합작해 윤활기유 공장을 현지에 건립하고 있으며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사인 렙솔은 유럽 내 인지도가 높은 기업으로 스페인에 공장을 마련하면 전유럽에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며 "특히 유럽에서 9월부터 강화된 환경기준인 유로6이 시행되면 SK의 고급 윤활유가 더욱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유럽을 벗어나 미국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그룹인 GM에 자동변속기유와 엔진유를 공급하기 시작한 데 이어 중국·러시아 및 파키스탄 등 중점 시장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이달 들어 호주에 윤활기유 수출을 시작했다. 에쓰오일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서 자체 윤활기유 제품 2종의 저장판매를 시작했으며 지난 1월 말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에서 윤활기유 저장판매를 위해 호주의 ASCC와 대리점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호주는 최고급 윤활기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이라며 "다각적으로 현지 시장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활유와 윤활유의 전 단계 제품인 윤활기유는 정유사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주력사업인 석유 부문에서 지난해 6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지만 윤활기유 등 윤활유 사업에서는 1,552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정유 사업은 적자를 낸 반면 윤활유는 흑자를 기록했다. 정유업체들이 윤활유 사업확장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윤활유는 정유 부문처럼 원유 시황에 좌우되지 않고 자동차 이용자들의 엔진오일 교체 주기, 세계 각 지역별 제품 선호도 등 수요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다. 기업들이 사업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윤활유 시장은 2012년 호황 이후 전세계 경기 부진의 여파로 침체돼 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최저점은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업체마다 수출을 통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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