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현대인의 작은 사치


마라톤에는 사점(死點)이라는 것이 있다. 전력을 다해 달리다보면 숨이 막히고 목이 타면서 다리가 철근처럼 무거워져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이렇게 한계상태에 이르는 것이 바로 사점이다. 사점에 도달한 선수가 거기서 쓰러지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게 마라톤계의 정설이다. 연륜이 많은 석학(碩學)들이 인생의 사점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며 더 힘을 내 보라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중압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문화체험은 인생의 사점에서 즐기는 '작은 사치'다. 어렵게 영화관이나 음악회 한번 갔다 와서 힘든 상황을 극복할 의지를 찾아내기도 하는 게 현대인들의 일상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정말 바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 문화향수 실태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1.5%가 작년 문화예술 관람의 최대 걸림돌로 시간부족을 꼽은 것도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물론 경제적 부담도 크다. 응답자들은 시간부족에 이어 경제적 부담(29.3%)과 관심 프로그램 없음(8.4%) 등의 순으로 문화예술 관람의 애로점을 거론했다. 민간 기업이라도 지갑을 열어줘야 하지만 아쉽게도 예술인들의 젖줄인 민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도 감소추세다. 한국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규모는 지난 2007년 1, 876억원에서 2008년 1,659억원, 2009년 1,576억원으로 최근 2년간 감소세다. 문화예술 행사가 많아지면서 관람객 숫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계층 간 문화격차가 상존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문화부 집계 결과 지난해 문화예술 관람률은 월 100만원 미만 소득 가구가 24.6%, 월 400만원 이상 가구는 84.7%로 그 차이가 컸다. 정부의 문화복지 관심,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확대, 사회지도층의 문화나눔 실천 등의 분위기가 더 커져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성 가수 치마 길이나 복장을 놓고 왈가왈부하거나 일각에서 거론되는 음반 사전 심의 부활 논의 등은 그런 면에서 '또 다른 의미의 사치'다. 그런 일들이 현대인이 누리는 '작은 사치'까지 자칫 훼손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