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급등세를 연출했던 게임과 엔터 주들에 급제동이 걸렸다. 기관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크게 늘어나며 해당 종목들도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과열됐던 코스닥시장의 열기가 식는 과정으로 진단하고 조정 이후에는 실적 개선주를 중심으로 종목별 슬림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0.53포인트(-1.95%) 급락한 529.33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며 8거래일 만에 520포인트선으로 내려갔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91억원 3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장중 543.27포인트까지 오르며 지난 3월 올해 최고치(546.15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기관이 차익매물을 대거 내놓으면서 장 후반 들어 급락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날 증시에서는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게임주와 엔터주의 하락이 돋보였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8.45%(6,700원) 떨어진 7만2,600원에 장을 마쳤고 에스엠도 4,80%(3,300원) 급락했다. 또 위메이드(4.79%)와 컴투스(3.56%), JCE(3.64%), 드래곤플라이(5.43%), 와이디온라인(6.67%) 등 다른 게임주들도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의 이 같은 급락은 그동안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이상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 센터장은 "그동안 경기둔화 속에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체시장으로 게임주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크게 올랐다"며 "하지만 전체 시장 거래대금 10%가량에 불과한 코스닥시장의 거래량이 유가증권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며 과열된 탓에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 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은 후에는 실적이나 테마 중심으로 종목별 슬림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최근 신용융자 잔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1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8월29일 이후 3,000억원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증시가 갑자기 내림세로 방향을 틀 경우 대량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2개월 가까운 기간에 와이지엔터(349억원)와 위메이드(124억원)∙컴투스(95억원) 등의 신용융자 잔액이 많이 늘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이 고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하면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 가운데 신용융자가 높은 종목 위주로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며 "신용융자 잔액은 갚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꾸준히 오르던 장세가 내리막을 타면 투자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다만 코스닥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급락하는 양상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던 것은 개별 종목"이라며 "특히 모바일 게임주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주 등 실적을 낼 수 있는 테마주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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