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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억압·공포로 물든 스탈린 치하 보통 사람들이 원하던 세상은

■ 속삭이는 사회<br>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교양인 펴냄<br>사회주의 유토피아 외치며 소비에트 체제 70년간 유지<br>'혁명의 아이들' 세대 통해 그 시대 삶·내면심리 파헤쳐



책 '속삭이는 사회'는 1920~1950년대 소련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억압 체제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가치관과 내면 심리에 끼친 영향을 소련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기록했다. 저자인 영국 역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는 1,000여명에 달하는 생존자 인터뷰와 편지 및 일기를 바탕으로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을 되살렸다.

책 '속삭이는 사회'는 전체주의 관점에서 스탈린 체제가 사람들의 정신과 감정에 스며들어 그들의 가치관과 인간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탐구했다. 무엇이 수많은 사람들을 스탈린 공포정치 체제의 조용한 방관자이자 협력자로 끌어들 수 있었는지, 체제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스며들어 어떤 흔적은 남겼는지 추적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속삭이는 사람(whisperer)'에 해당하는 러시아어에는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 소곤거리는 사람(shepchushchii)'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 몰래 당국에 고자질하거나 귓속말을 하는 사람(sheptun)'이다. '속삭이는 사회'의 제목에도 반영된 이 단어는 스탈린 시대 러시아의 사회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인간'과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조해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소비에트 실험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소비에트 체제를 둘러싼 의문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국가의 폭력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체제가 70여년이나 지탱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문제는 소련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사회주의에 대한 열정이었을까, 아니면 폭력적인 국가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을까.

책 '속삭이는 사회'는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과 가족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내면 세계를 통해 소비에트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고 소비에트 체제의 작동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 책에서 이야기를 하는 중심 인물들은 혁명 초기, 즉 1917년부터 1925년 사이에 태어난 '혁명의 아이들'이다. 이 세대의 삶은 혁명과 내전, 신경제정책(NEP), 농업집단화와 5개년 계획, 1931~1932년의 대기근, 1937~1938년의 대숙청, 제2차 세계대전과 동서냉전으로 이어지는 소비에트 체제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재미있는 것은 2005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42%가 '스탈린 같은 지도자'의 복귀를 원했다고 한다. 놀랍지는 않다. 스탈린 시대에는 삶의 방향이 뚜렷했고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모두가 공유하는 미래의 희망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소비에트 체제가 무너지고 연방이 해체된 뒤 러시아는 한편으로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물가와 범죄율이 치솟은 현재의 러시아와 달리, 스탈린 시대에는 상점에 생필품이 충분했고 사회에 질서와 규율이 있었다고 많은 노인들은 회상하고 있다. 그들에게 스탈린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는 것은 그 믿음에 청춘을 바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책의 내용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박정희 시대가 다시 각광받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박정희 체제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역시 박정희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는 것은 그 믿음과 그 시대 경제개발에 청춘을 바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 되는 셈이다. 연령별로 따질 경우 나이가 들수록 박정희 지지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총 2권, 각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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