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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왕징의 월세난


며칠 전 한 주재원이 집주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집주인은 요즘 아파트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며 임대 위약 요건도 꼬치꼬치 캐물었다. 당장 집을 빼라는 건 아니지만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이처럼 베이징의 한인타운 왕징에 거주하는 주재원과 한인들이 월세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사한 지 2주도 채 안돼 집을 팔려고 하니 이사를 요구하는가 하면 갑자기 새로운 집주인이 나타나 월세를 올려주지 않을 거면 집을 빼달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서울이 전세난이면 베이징은 월세난이다.

베이징 월세난은 중국 정부의 급격한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에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매매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대책이 발표된 후 이번주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ㆍ톈진ㆍ청두 등 6대 도시의 주택 거래량은 전 주보다 71%나 늘었다.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 공개 추진도 월세난을 부추긴다. 팡지예(부동산 언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고위 공무원들이 부동산, 특히 베이징 시내 아파트를 사놓고 임대수익을 올렸던 만큼 재산 공개를 앞두고 서둘러 집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갑자기 집을 내놓으니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임대료를 주고 아파트를 옮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동산 억제책으로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베이징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과 함께 신규 부동산 대출 기준을 강화한다는 세칙이 공포되기 전에 미리 집을 사두려는 대기 수요로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신규 주택 분양을 3.8%가량 줄인 것도 원인이다.



관행처럼 내려오는 매매 꼼수도 수요를 부추긴다. 중국인들이 거래세를 주택가격에 포함시키는 만큼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오히려 집값을 올릴 것이란 불안감이 수요를 자극한다. 올 1~2월 베이징 신축 주택의 분양가는 1㎡에 2만2,207위안(약388만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07%, 전년 평균 대비 7.42% 올랐다. 3월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이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중국 정부가 양도차익세, 대출 강화 등 세칙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정작 시장은 한발 더 나가며 정책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어정쩡한 중산층은 참 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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