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경제발전사에서 예사롭지 않게 발견되는 현상 중 하나는 일본ㆍ한국ㆍ중국 경제가 대략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ㆍ한국ㆍ중국 20년 시차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고성장기(지난 1959~1973년) 연평균 8.9%에서 중성장기(1974~1991년) 4.2%, 저성장기(1992년~현재) 0.8%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고성장기(1963~1991년) 연평균 9.5%에서 중성장기(1992년~현재) 5.1%로 내려앉았고 중국은 연평균 10.2% 성장하던 고성장기(1982~2011년)가 지나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부채 디플레 우려
중성장기 진입은 한국(1992년)이 일본(1974년)보다 18년 늦고 중국(2012년 가정)보다 20년 빠르다. 중성장기 진입연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 7,714달러(1992년)로 중국 5,899달러(2012년 국제통화기금(IMF) 전망), 일본 4,167달러(1974년)로 한국이 일본보다 85%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저성장기 진입연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680달러(2012년 IMF 전망)로 일본(1992년 3만584달러)의 77% 수준에 불과하다.
고성장기에서 중성장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는 억눌려왔던 소득분배와 균형성장 욕구 분출, 투자의 비효율성과 과잉투자 문제 대두, 부동산 버블 붕괴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1987년 노동항쟁, 1980년대 중화학공업 합리화 조치,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과 붕괴 등이 그 예다. 중국이 올해 경착륙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많다. 중국은 이 같은 현상들과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시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중성장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진다.
중성장기→저성장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 부채 디플레이션 발생, 고령화ㆍ저출산 심화, 잠재성장률 하락, 복지욕구 비등 같은 문제가 일어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정ㆍ금융위기가 발생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의 일본이 전형적인 예다.
그렇다면 우리도 저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락은 세계경제 침체 요인도 커 저성장기로 진입했다고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저성장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나타나는 부동산 버블 붕괴, 부채 디플레이션은 물론 전방위적인 경제민주화 요구 비등, 재정악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은 아직 건전하지만 부실여신 증가, 수익률 하락 등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수수료ㆍ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가중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중국도 고성장 마감… 대비책 세워야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저성장기에 진입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저성장기에 진입할 당시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았고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중국도 고도성장 중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대로 '고소득 중진국'수준이고 원천기술도 일본만큼 많지 않다. 중국이 중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그러나 경제발전 단계가 운명론적으로 일정한 궤도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했듯이 노사정과 여야가 합심,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부동산경기 회복, 고령화ㆍ저출산 대비, 성장촉진형 복지제도 도입, 재정건전성 유지, 금융안정성 제고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한다면 전환기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