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해외에 둥지를 트는 것은 현지시장 공략에 효과적인데다 인재 채용이나 마케팅 활동이 일본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파나소닉은 미국 시장 공략에 힘입어 올해 7년 만의 최대 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며 히타치도 영국 고속철도 사업에서 수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인피니티는 홍콩 본사에서 일본 출신 임직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전한 다국적기업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급속한 글로벌 현상을 타고 이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시대에 들어선 셈이다.
각국 정부가 법인세 인하와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통해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기업들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게 마련이다. 한국처럼 툭하면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으름장이나 놓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면 당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이나 압수수색 등을 이유로 최종 결정을 미루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우수한 인재를 마음 놓고 고용하고 법인세 같은 비용부담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맘먹고 들어오려는 외국 기업마저 쫓아내는 불합리한 기업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에 암운이 깃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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