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실의 모든 강자들이 흑의 입장이 되어 해법찾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뾰족한 묘방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의 천라지망에 용코로 걸려든 것 같습니다."(김만수) 무협소설에 나오는 문자를 쓰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김만수. 여기서 이세돌의 과감한 작전이 등장했다. 흑51로 나와서 53으로 끊는 이 승부수. 백54로 뻗고 흑55로 뻗어서 풍차형 난전의 형태가 등장했다. 백56은 공방의 급소. "그 요충지를 빼앗겨서는 흑의 고전입니다."(김만수) 여기서 이세돌은 흑57로 밭전자의 중심 급소를 찔러갔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싸워보는 수밖에 없어요."(김만수) 구리는 거침없이 백58로 찌르고 60으로 차단했다. 축머리가 백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한 강경한 차단이었다. "흑으로서는 축머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연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홍민표) 홍민표(그는 이날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가 참고도1의 흑1 이하 5가 유력해 보인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고 실전보의 61 이하 67로 우변의 흑을 살렸다. "오늘 이세돌이 좀 이상하네요. 이 절충은 흑이 상당히 밑진 결과입니다. 거의 망한 모습인데요."(김만수)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아진 구리가 가벼운 실수를 범했다. 백70으로 단수친 이 수. 이 수로는 참고도2의 백1로 몰아버리는 것이 확실했다. 흑이 2에서 10으로 저항해 봐도 아무 수단이 없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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