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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일자리 창출의 답은 진로교육이다

선진국은 적성 맞춰 직업 고르지만 우리는 대학 진학에만 소모전 벌여<br>일선학교는 충실한 교육과정 갖추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체험활동 늘려야


몇 해 전 영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현지 교육당국의 관계자들을 만났더니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갭이어(gap year)'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학생들이 쉬는 기간에 여행이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래진로를 준비하는 시간을 별도로 갖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한발 나아가 초등교육만 마치면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적성과 성적 등을 감안해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에겐 낯선 이야기로 들렸지만 요즘에는 각국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다퉈 진로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엄연한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았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학벌중시사회에 젖어 있어 누구나 대학진학만을 최고의 지상목표로 삼아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오직 공부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고 행여 성적이라도 나쁘면 인생의 패배자로 내몰리기 마련이다. 이러니 초등학생부터 특목고를 겨냥한 선행학습이 판치고 대학에 들어가도 각종 시험준비에 매달리느라 사교육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나같이 미래가 불안하다는 이유 때문에 맹목적으로 공부에만 매달리는 현실은 당사자들도 그렇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로교육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공무원과 교사ㆍ의사 등 상위 10대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종류만 수만 가지에 달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데도 우리의 희망직업이 단지 10가지에만 몰리는 현실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학부모들의 96.7%는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정보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진로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정보나 체험활동이 부족해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러다 보니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진로교육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조차 구직센터를 찾더라도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기는커녕 상담원에게 물어보는 사례가 태반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도 올바른 진로교육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일상 생활에서 접촉할 인물이 적다 보니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서도 보고 배우는 게 적을 수밖에 없다. 의사든 연예인이든 그저 겉모습만 보고 장래 희망을 꿈꾸다 보면 숱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진로교육의 출발은 자신의 적성과 희망을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봐야 한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진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교사를 확충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서 충실히 운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실효성 있는 콘텐츠를 채우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해질 우려도 크다. 지금도 진로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사실상 자율학습시간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장 바쁜 고3 수험생들이 진로수업을 받는다고 하니 결과는 뻔한 일이다. 올해엔 마이스터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사회적으로 대학에 가야만 성공한다는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진로교육이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려면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인생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대학이든 산업현장이든 어디에 몸담더라도 동등하게 대접받아야만 창조적 인재가 나오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 진로교육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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