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복지확대를 위해 5년 동안 약 13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고 그 중 40%인 53조원을 세수입 분야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하여 매년 약 5조원 정도, 비과세ㆍ감면 분야에서 매년 약 3조원을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지하경제양성화 조처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의 강력한 세무조사 드라이브에도 세수입은 감소하고 있고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정보분석원(FIU)법안은 과거에 비해 국세청에 제공되는 금융정보의 양이나 질이 획기적으로 변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탈세자와 탈세 개연성이 높은 거래를 선별해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의 FIU법안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지하경제양성화 가능성도 사장돼 버렸다.
최근 발표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반영된 비과세감면 분야 축소는 소득세의 일부 공제제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대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중소기업보다 다소 낮게 차등화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옳은 방향으로의 변화로 보여지나 그 정도의 개편으로는 정부가 달성코자 하는 세수입 목표에는 아주 작은 부분만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조세수입통계가 전년 대비 약 7조4,000억원 정도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 현실은 이 문제를 더 걱정스럽게 만든다.
비과세감면 축소등으론 충당 안돼
지하경제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로도 정부가 재정수요를 충당하지 못한다면 다음 순위로 고려해볼 수 있는 분야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품목에 대한 소비세 세율 인상이다. 그 다음 국가재정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어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다른 사회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혜를 누리는 계층이 없는지 다시 숙고해봐야 한다.
담배세 인상 필요성은 집권여당 쪽에서 제시된 적이 있었다. 담배라는 재화에 대한 중과세의 논리적 근거는 담배가 부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 effect)를 유발하는 품목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담배에 대해 중과세한다면 일관성ㆍ형평성 면에서 술, 사행산업, 자동차ㆍ유류, 전력 등 에너지 분야도 중과세 해야 한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대체로 4조9,000억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술의 추정 피해 규모는 훨씬 커서 약 18조6,000억원에 이른다.
다른 한편으로 담배소비세에 부가되는 교육세ㆍ부가가치세ㆍ기타 부담금으로 약 7조원 정도를 흡연자들이 공공 분야에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지만 주세 수입은 3조원에 못 미친다. 비교해볼 때 정부는 당연히 담배보다 술에 대해 과세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자동차ㆍ유류, 에너지 과세강화도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 세금 부담이 더 늘고 이렇게 되면 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보편적 증세에 해당되니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부정적 외부효과 유발품목의 과세를 통해서도 직접 증세를 대신할 재원마련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부유세ㆍ기업과세 다시 디자인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소득에 대한 부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기업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16.4%에 달하나 가계소득 증가율은 평균 2.4%에 그치고 있다. 1975년에서 1997년까지 두 가지 소득이 같이 8% 대 증가율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기업소득 증가는 필연적으로 기업가소득의 증가로 연결된다.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논리는 점차적으로 사회에 수용되면서 우선적으로 대기업이 향유하는 R&D세액공제제도와 고용창출세액공제도의 축소로 그 방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기업활동에 대한 과세지원이 투자나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기업에 대한 낮은 과세부담이 기업가에 대한 특혜로 귀결되지 않도록 조세제도를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와 부유층에 대한 세금부담이 더 늘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소득과세, 주식양도소득세,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를 제대로 손보고 재산세(부유세)를 다시 디자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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